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2
31. 유민 이주 (2)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도록 하세요. 서두르다가 기존 상인들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두 곳은 접근하지 말고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합시다.”
그란델 상단이 납품하면 다른 7대 상단의 거래가 축소되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그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일이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한 그란델 상단은 두 군데만 거래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니 내실을 기해 제대로 자리를 잡는 것이 나았다. 괜히 집중 견제에 시달릴 필요는 없었다.
“그라나다와 잘 타협이 되었습니까?”
“물론입니다. 유카리스 지부장과 그라나다의 도밍고스라는 중간 간부가 만나 서로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고 위해를 가하려는 자가 있다면 도움을 주기로 했고 돕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해는 끼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라나다의 총수가 누구인지 파악을 했습니까?”
“근위 기사 출신인 사토루라는 자가 두목이라고 합니다. 한때 왕궁에서 근무하여 장래가 유망했지만, 모종의 사건과 연루가 되면서 2년 정도 감옥에 있다고 석방이 된 후에 암흑가에 몸담았고 군소조직을 모두 통합하여 그라나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라나다는 하나의 조직이지만 중소조직을 이끌던 자들이 중간보스가 되어 기존의 조직을 이끌었다. 그렇기에 그라나다란 조직은 실체가 있으면서도 없는 이상한 조직이었다. 이반은 그라나다의 형성 과정에 대해 들었고 집행위원인 사토루란 자에 대하여 들었기에 잘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것은 아니기에 그란델 상단의 관타모에게 물었고 그러자 그런 사실은 알고 있는지 대답을 했다.
“내가 알기에 하젠 입구에 그리오스라는 잡화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서신 하나를 보내도록 하십시오. 내가 한 번 만났으면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바로 서류를 작성하여 건넸다.
“저녁 여섯 시라면 고작 네 시간이 남았는데 너무 촉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로라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누구인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손님이 오면 거처로 보내면 됩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내성으로 갈 것입니다.”
외성이나 내성이나 문이 닫히는 시간은 아홉 시와 열 시였다. 물론 공무상으로 이동하는 관리의 출입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일반인은 그 시간 이후에는 통제가 되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도록 하지요.”
그란델 상단은 전용부두 옆에 새롭게 거점을 마련한 상황이고 이반은 그곳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마탑을 방문한 호른 마법사를 보고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5서클 마스터가 된 지 어언 10년이 지나가는 호른 마법사, 조만간 마나 붕괴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었는데 난데없이 6서클이 되어 나타났다.
“이반 소 영주가 준 마력 포션을 먹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마나 붕괴를 막기도 했다는 것을 알기에 의심하지 않고 복용을 했습니다. 나를 해치려고 했다면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는 없어 보였고요.”
그러면서 이반이 처음부터 끝까지 살폈고 마나 유동이 발생했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해 마탑에 와서야 알려진 것도 언급했다. 아울러 그가 복용한 마력 포션이 수 속성을 가진 것도 설명하면서 서클 업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다행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마법을 수련하고 연구하시는 분인데 성과가 없어 안타깝기 짝이 없었는데 이제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포션을 복용하면 한 발짝 내딛는 데 도움을 준다고 들었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치사하려고 하니 앞으로 부려 먹기 위해 한 일이라는 말고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탑 주님에게 보고를 하고 내부적인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또 마탑이 난리가 나겠군요.”
마력 포션으로 마나 붕괴를 막고 서클을 재건한 것도 엄청난 일인데 포션을 사용하여 정체된 마법사의 서클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너도나도 원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여기 서신이 있습니다. 이반 소 영주는 오늘과 내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나중에 만나자고 합니다.”
“다시 만나면 다른 말이 나올 수가 있으니 굳이 만날 필요는 없겠지요. 당장 급하게 만날 일도 아니고요.”
그렇게 말하고 이반이 건넨 서신을 꺼내서 읽었다.
“마력 포션을 충분히 공급하니 적당히 배분하거나 판매해달라고 하는군요. 마탑에서 사용하는 약품 케이스 중에 가장 작은 케이스를 충분히 공급해달라고 하고요. 이번에 연회를 하는데 답례품으로 사용할 것이라 합니다.”
“마력 포션이 유통이 되면 왕국이나 마탑 자체가 들썩일 것입니다. 거기에 남용으로 인한 폐해도 발생할 것이고요.”
호른 마법사가 우려하기도 했다. 자신은 혜택을 받지만 맞지 않으면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적절하게 통제할 것입니다. 5서클 마법서보다도 더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반 소 영주가 직접 배부하는 때 외에는 탑 주님의 인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반의 경우야 직접 만든 사람이고 마법 실력도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보다 뛰어나니 문제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은 달랐다. 그렇기에 탑 주의 인가가 필요했다. 애매할 때는 이반에게 보여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어쨌든 마력 포션의 등장은 좋은 일입니다. 이번 전쟁을 겪으면서 왕국의 마법사나 기사가 파사칸 왕국에 비해 약한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서클이나 등급은 비슷하지만, 실전을 겪지 않아 전투 능력은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포션을 사용하여 등급만 올리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 포션이 있기에 좀 더 훈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 마나 역류를 두려워하여 고위 마법을 전개하지 못합니다. 마나 붕괴도 바로잡는 마력 포션이라면 마나 역류도 해결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한데 마력 포션을 만들 방도가 있습니까? 독점이라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입니다.”
“연금술로 해결하는 방안이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아울러 탑 주님도 그 방법을 살피는 중입니다. 마정석을 정화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을 알고 약재사와 같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반은 몬스터 식물이라는 약재를 사용하여 단약을 만드는 시범을 보였다. 물론 바로 따라 하기에는 고난도의 마나 운용이 필요했지만, 그 원리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있었다.
“당장 성과는 없지만 일단 마나소드나 1,2서클에게 유용한 블론드 등급의 포션은 만들 수가 있고 실버 등급도 연구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문제는 마나 붕괴를 막거나 서클을 올릴 골드 등급을 만드는 것인데 언젠가 가능할 것입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당장 성과가 없지만 계속 연구하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마탑에는 절전이 된 마법이 꽤 많았다. 마법을 창안한 사람만 전개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익히지 못한 마법이 많았다.
지금도 마법사들은 그런 마법을 재현하고자 연구 중이었다. 골드 등급의 마력 포션도 그런 마법과 같겠지만 기록이 남아있다면 언젠가는 가능할 수가 있었다. 특히 이번에 혜택을 본 마법사들이 연구에 투입되면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반의 서신을 받은 제로, 그라나다의 수장인 사토루는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서신이 전달된 곳은 일종의 비밀연락망으로 집행위원회에서 서신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창구였다. 그것은 비상 연락망이 노출되었거나 집행위원회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였다. 거기다 서신을 보낸 인물이 심상치가 않았다.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자들이 두려워하는 존재 중에서도 가장 위에 올려둔 인물이었다.
‘결국 정체를 알 수 없는 집행위원장과 부위원장도 초인에게 굴복한 것인가? 그들과 절대로 부딪치지 말고 원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더니 집행위원의 정체마저 노출이 되고 말았군.’
결국 그에게 서신이 전달된 시간은 오후 네 시였고 빠르게 준비하여 이반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막상 가려고 하니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해치려고 했다면 은밀하게 찾아왔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그런 감정을 떨치려고 했다.
“제로를 만나게 되니 반갑습니다.”
“이반 소 영주님이 그런 방식으로 호출하리라 생각하지 못해 정말 놀랐습니다. 소인에게 뭔가 지시할 것이라도 있습니까?”
상대는 귀족 집안의 후계자이고 초인이라 그런지 그냥 굽실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그것을 보면 눈치도 빠른 것 같았다.
“특별히 지시할 것은 없지만 몇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좋은 방향으로 해결했으면 합니다.”
“어렵더라도 당연히 이행하겠습니다.”
그라나다의 수장인 사토루는 상대의 수준 자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초인이라는 증거나 마찬가지였고 그가 실력을 가늠하지 못했던 집행위원장과 동급이거나 위라는 의미였다.
“특별한 것은 없고 영지의 운송사업이나 그란델 상단의 사업을 하는 데 편의를 봐주었으면 합니다. 변방의 영지다 보니 왕도에 기반이 없어 쉽지 않습니다. 서로 협조했으면 합니다.”
“당연히 협조해드릴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인부부터 시작하여 운송까지 걸림돌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글로셜이 와서 요사이 왕도의 곡물 가격이 올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영지로 사람을 이주시킬까 합니다. 유카리스 행정청에서 이주민을 보낸다고 하지만 한 영지에 3천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보낼까 하는데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반의 요구에 사토루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사람을 빼돌리는 일이기에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걸로 적법한 절차를 진행하면 됩니다. 한 사람당 10골드를 사용하면 이주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들었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됩니다.”
유민이 된 이유는 바로 세금을 낼 돈이 없고 농사를 지을 땅이 없으며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인당 10골드이면 정당한 신분을 획득하여 어느 영지로나 떠날 수가 있었다. 물론 그들이 떠날 영지를 엔리케 영지로 선택해야 하지만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반이 내민 것을 살핀 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에서 발행한 수표로 1천 골드짜리가 100장이었다. 총계 10만 골드의 금액이었다. 그 정도라면 1만 명을 이주시킬 수 있는 자금이었다.
유민이 이주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영지나 행정청일 수도 있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암흑가를 지배하는 조직의 방해였다. 자신의 구역에서 사람이 사라지면 수입이 줄어들기에 한 번 들어온 사람은 떠나지 못하게 방해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정식절차를 밟아 이주하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대신에 몇 가지 소문을 낼 것입니다.”
소문을 내려는 내용은 엔리케 영지를 비롯한 북방의 여러 영지에서는 농사를 지을 땅을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소작할 땅을 구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당장 먹을 것이 없다면 영지에서 저렴한 이자로 곡물도 대여해주고 나중에 수확해서 갚으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내용이야 사실이니 크게 문제없어 보입니다. 적당히 갈 사람을 선정하여 수속을 밟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주 대상으로 선정이 되면 농노로 끌려가게 되니 좋지 못할 것입니다.”
노예는 아니지만, 영지에 속한 농노가 되니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정당한 신분을 획득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자유롭게 원하는 곳을 이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규모로 집단적인 이주를 하게 되면 행정청에서도 알게 될 것인데 후유증이 우려됩니다.”
“그것은 영지나 내가 감당을 할 것입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절차적인 하자가 발생하여 명예가 손상되는 것입니다. 정해진 절차를 따랐는데 문제로 삼는다면 그때는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면 그만입니다.”
이반의 대답에 사토루는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이반의 논리는 암흑가에서 통용되는 힘의 논리와 유사했다. 이반은 제로라는 암호명을 가진 그라나다의 사토루를 만난 후에 관타모 상단 주의 안내를 받아 외성 밖에 있는 연무장의 건립 예정지로 갔다. 스타치온이 사용해야 하기에 외성 밖에 있는 중앙군 4군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꽤 부지가 넓군요. 더구나 야산에 인접해 있어 한적한 면도 있고요. 부지와 맞닿은 야산은 구입이 불가능합니까? 산 위에서 염탐하면 내부가 보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