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4
31. 유민 이주 (4)
“그 후에 만난 적은 없다. 그 이후에 찾아와서 우리를 염탐했을 것이지만. 아니면 지금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고.”
로젠만의 질문에 알레시안이 그렇게 대답했다. 넷이 전부 덤벼도 이긴다는 확신이 없기에 말을 하면서도 의기소침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 잠입하지는 못할 것이다.”
화정의 환생자인 파타칸이 그렇게 말을 했다.
“그건 모르는 말이다. 무공의 은잠술과 엘프의 마법을 동시에 전개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있으면 나와 봐.”
알레시안이 주변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확신은 없지만 그런 자리라면 이반이 알고 염탐할 것 같았다.
“역시 청학은 달라. 이번에는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감지를 하다니.”
그러자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밀실의 한쪽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복면하지 않고 맨 얼굴 그대로였다. 정체가 드러난 상황이니 굳이 얼굴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둘은 처음 보는 것 같군. 하지만 나에게는 가끔 봤던 얼굴이라 생소한 느낌은 들지 않아. 종종 여기에 왔었지.”
이반은 재차 한마디를 던졌다. 그러면서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 물론 칼부림이 난다면 좁은 공간이라 건물이 무너질 것이지만 그 정도의 일로 다칠 사람은 없어 보였다.
“전생의 일이기에 지금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원만하게 공존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모인 것도 그런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믿어줘야지. 하지만 허튼짓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 첩자를 보내 정보를 모으는 것은 좋지만 위해를 가한다면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아서 판단하도록.”
이반은 말을 마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가장 간단한 것이 그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내심 내키지 않아 보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명분이 주어진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잘 지냈으면 한다. 서로의 영역만 지켰으면 한다. 너희는 파사칸 왕국에서, 나는 유칼라드 왕국에서 활동하면서 말이야. 그것이 무너진다면 전면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반의 말에 그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했으면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다.
“만일에 말이야, 제갈수문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사카가 하나의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했다. 그도 전생에 자신들이 당한 것이라 의구심을 가진 것 같았다.
“너희와의 감정은 전생의 일이라고 해서 묻어둘 수 있지만, 그자는 다르다. 묻어둘 수가 없다. 최후의 순간 양패구상하여 쓰러졌을 때 너희를 죽인 자가 그자인 것은 알 것이다.”
“네가 아니라 그자라고?”
확신하지 못했는지 무사카가 반문을 했다.
“그렇다. 이미 정신을 잃고 혼절한 상황이라 잘 몰랐을 것이지만. 청학은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군.”
“그런 것도 같군. 그자가 나타났던 것도 같아. 당시에 정신이 없었지만, 누군가 다가와서 일격을 가한 것을 느꼈다.”
“그자가 아니라면 나는 살아날 수도 있었다. 내공이 모조리 소진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소나마 기력이 회복되었을 것이고 그 자리만 벗어나서 요상을 했다면 1년 정도면 예전의 공력을 회복했을 것이다.”
양패구상했지만 최후의 승자는 환마가 될 수 있었는데 제갈수문이 나타나서 마무리하여 그냥 끝나고 말았다.
“그자가 왜 그런 것인지 아나?”
로젠만이 이를 갈면서 이반에게 물었다. 그도 자신들이 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제갈세가의 야망이 나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다고 하더군. 그런 일은 대략 알 것이고 그것에 앙심을 품고 차도 살인을 꾀한 것이다. 물론 너희가 있으면 나중에 걸림돌이 될 것이니 처리하려고 했고.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까 염려하여 뒤쫓아 온 것이고. 그자에게 있어 누가 이기건 양패구상이니 득이고.”
이반은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보았다. 공동의 적을 끄집어내어 같이 대응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제갈수문의 환생자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만으로 그들이 싸우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다.
“서로 자신의 영역에서 그런 자가 없는지 살펴보자고. 그리고 그때 희생이 된 마운기도 유칼라드 왕국에 있더군. 그는 자네들보다 먼저 이 세상에 와서 터전을 마련한 상황이야. 하오문의 특기를 생각하면 함부로 움직이다가 큰코다칠 것이야.”
이반은 슬쩍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들과 1:1로 정면 대결을 한다면 레오닐 클로란이 이기지 못하지만 모든 것을 다 이용하여 싸운다면 하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었다. 무공이 다소 약해 그들을 이기지 못해도 도망은 칠 수 있었다.
“하오문을 재건했다는 말이군. 그런 자신감이 있기에 정체를 밝힌 것인가? 겉으로는 무림맹과 비슷한 마탑의 비호를 받고 뒤로는 암흑가의 하오문을 수족으로 움직인다니 유칼라드 왕국에서 무서운 것이 없겠어.”
로젠만이 그렇게 상황을 정리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것을 현실로 만들 예정이었다.
“한데 북쪽 던파스 평원인가 거기로 영역을 확장한다고? 영지를 키워 공국으로 만들 계획인가?”
로젠만이 궁금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기색을 보였다. 유칼라드 왕국과 엔리케 영지가 갈라지면 이후에 어떤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거야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유칼라드 왕국에 대한 영향력은 유지할 것이니 딴생각은 하지 마.”
이반은 떠보는 것을 알면서도 정색을 하고 경고를 했다.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둠 속에 숨어있던 하오문의 방식과 다른 것 같아 궁금했을 뿐이다.”
“태생이 천한 환마의 방식과 고귀한 귀족의 방식이 같을 수가 없지. 왕자로 난 덕분에 인세의 가장 존귀한 왕이 되지 않았나?”
로젠만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을 보았다. 세 사람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왕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로젠만이 있는 상황에서는 사실 불가능했다. 그것은 이반도 마찬가지였다. 무력을 동원하여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역성혁명은 불가능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었다. 천하제일인 일지라도 황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내가 진짜로 욕심이 있었다면 파사칸 왕국에서 왕도까지 밀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봉기했을 것이다. 그러면 무난하게 전쟁의 영웅이 되어 건국 왕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의미 없다고 생각하여 일이 커지기 전에 나서 그들의 발호를 막은 것이기도 했다.
“오늘 보고 받기에는 왕도 유카리스에 있다고 하던데 이곳에 오다니 그 비법이 무엇인가? 마법인가?”
“그런 방도 외에 달리 방법이 있겠나? 경공으로 움직인다면 종일 움직여도 갈 수 있는 거리는 3천 리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거기서 여기까지는 1만 리가 넘어가니 4~5일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시진 정도면 올 수 있다.”
이반은 그대로 시인했다. 넷 모두 무공은 달인이지만 마법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마법으로만 견준다면 고작 5서클 마법사도 상대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것도 그나마 무사카가 가장 나아 보였다.
“우리가 겨우 화경의 끝자락을 바라보면서 전생의 벽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마법으로 그대는 또 그만큼 앞서가는군.”
“엘프들이 사용하는 룬어를 익힌 덕분이지. 엘프의 마법은 중원의 무공에 버금갈 정도로 심오하다. 그대들이 나를 뛰어넘고자 한다면 엘프의 마법을 극성으로 익히면 될 거야. 사실 엘프의 마법 중에는 화경을 넘어선 현묘한 경지에 도달해야 전개가 가능한 것들도 있으니. 내가 듣기에 파사칸 왕국의 왕실이나 세 마탑에도 엘프의 마법서가 수백 권이 있다고 하더군.”
이반은 약을 올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한마디를 했다. 자신도 절반 정도도 터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거 말이 길어졌군. 그냥 조용히 자네들이 잘 있나 살펴보고 가려고 했는데 나를 찾기에 반가운 마음에 나섰더니.”
그렇게 말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이반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모인 목적마저 잊고 자리를 파할 수밖에 없었다. 테인즈 백작은 행정청 산하에서 올린 각종 보고서를 보다가 서류 몇 개를 모아서 뭔가를 확인했다.
“5년 전인가 6년 전인가 글로셜이 왔을 때 유민들이 행정청에 주민으로 등록한 현황을 가져오게.”
“내성과 외성 말이옵니까?”
옆에 있던 보좌관이 반문했다. 주민이라면 내성과 외성에 거주하는 자들을 의미했다.
“아니, 그것 말고 외성 밖에 머무는 임시거류민 말이야. 최근 유민을 이주시킨다고 하니 일제히 임시거류민으로 등록하는 자들이 많아졌잖아. 그래야 끌려가지 않으니.”
글로셜이 오면 유민을 다른 영지로 이주시켰다. 임시거류민으로 등록이 된 자들은 이주 대상에서 제외되고 등록이 되지 않은 무등록자가 끌려갔다. 그걸 피하려면 다른 곳으로 도망가야 하는데 가족이 있는 자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를 피하려고 그동안 등록을 하지 않고 무단으로 빈민가에 머물던 자들이 등록했다. 등록비 3골드와 딸린 식구 1~2골드가 아까워서 등록하지 못하던 자들이 등록했다.
임시거류민으로 등록을 해야 외성의 출입이 가능했지만, 외성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확실한 일자리가 없는 이상 드물었다. 거기에 매년 자격을 갱신하려면 등록비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니 글로셜 때 등록을 했던 자도 갱신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말이야, 전년 대비 얼마나 더 많이 등록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지 두루뭉술하게 더 많아졌다는 식으로 보고서에 적어 놓았다니. 더구나 그사이에 행정구역도 변경이 되고 행정사무소도 세 개나 더 생겼는데. 각 행정사무소에 연락하여 확실하게 자료를 뽑아봐.”
테인즈 백작의 지시에 급히 행정관들이 움직여서 등록현황을 살폈다. 아울러 임시거류민 중에 이주를 신청한 목록까지 살피게 되었다. 관련 정보를 전부 다 취합하니 포함이 되었다.
“전보다 5천 명 정도가 더 많이 등록했습니다. 거기다 새로 등록한 자 중에 2천여 명이 이주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것도 역외 이주를 말입니다.”
“역외 이주라면 공국 밖으로 말인가? 어디로 말인가?”
뭔가 특이한 현상은 발생하면 그 이면에 그것을 유발하는 요인이 존재했다. 그것은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관료라면 그런 사실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갑자기 엔리케 영지로 이주하려는 자들이 증가했습니다. 물론 엔리케 영지에 관한 소문이 퍼졌지만요.”
“무슨 내용인데? 뭔가 특이한 것이 있나?”
자료를 취합한 보좌관에게 물었다. 테인즈 백작도 엔리케 영지와 관계가 있다면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개간을 했지만 소작할 사람이 없어 노는 땅이 많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번에 왕도에 거기서 많은 사람이 상행을 따라왔는데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광산도 많고 최근에 조선소도 생겨 일자리가 많다고 합니다.”
“10골드라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야. 1년 벌어도 5골드 챙기기 어려운데 어디서 그런 돈이 생긴 것인가?”
테인즈 백작은 이면에 자리한 이상함을 바로 짚어냈다. 유민이 그런 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유민이 될 이유가 없었다. 가진 것이 없으니 유민이 되어 도시 근처로 모였고 하루 벌어 하루를 살고 있었다. 배후에 그 돈을 대주는 자가 있었다.
“굳이 알 필요는 없겠지. 절차대로 이주 승인을 내주면 되는 일이야. 굳이 문제를 만들지 말게.”
테인즈 백작은 파고들어서 득이 될 것이 아니기에 덮으라고 지시했다. 엔리케 영지나 엔리케 영지에 우호적인 마탑이나 다른 세력이 일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배후를 밝힌다고 해도 득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헬싱키 공작은 테인즈 백작의 보고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래도 하나하나 진행된 업무를 보고했다.
“청장도 이 초청장을 받았습니까?”
“받았으니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직접 참석하려는 것 같습니다. 대리로 보내기에는 상황이 그런 것 같습니다.”
“마탑이 또 한 번 뒤집혔더군요. 마력 포션으로 마나 붕괴를 막더니 이번에는 5서클을 6서클로 올렸다고 합니다. 이는 검사들에게도 해당이 될 것이니 기사들도 술렁거리고 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