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5
31. 유민 이주 (5)
이반이 초인이라 해도 실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사들에게는 그저 마스터 급이 한 명 더 생긴 것이나 차이가 없었는데 마력 포션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마력 포션의 사용에 대하여 보고를 받았는데 등급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가격도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블론드, 실버, 골드가 있고 등급마다 일반과 속성으로 나눠진다고 합니다. 마탑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등급마다 2백, 2천, 2만 골드로 책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선보이지 않았지만, 그 위의 등급도 존재할 것이라 예측합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다고 견제를 하자니 꺼림칙한데 방도가 없겠습니까?”
이렇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했다. 지금이야 소문 정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실체적인 권력으로 탈바꿈했다.
“그렇지 않아도 유민 일부가 엔리케 영지로 이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곤혹스럽습니다. 영지에 경작할 땅이 많고 일거리가 많다는 소문에 혹한 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조사한 상황에 대하여 설명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에 대하여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돈을 대주는 자가 있다는 말인데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군요. 마침 배도 다니는 상황이니 이주민이 가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고요. 이번에 많은 숫자가 가겠군요.”
헬싱키 공작은 따로 보고를 받았는지 보고하지 않은 부분을 언급했다. 정치적인 감각은 상당했다.
“그렇습니다. 에스테반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1~2만 정도 가는 거야 문제는 아니지만 계속 이주한다면 영지의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반 소 영주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테인즈 백작이 찾아온 것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묻기 위함이었다. 이반 같은 초인에게 영지의 힘까지 더해지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막으려고 한다면 각종 규정마저 바꿔야 한다는 말인데 난감하군. 그 하나 막자고 그러자니, 참.”
보통 노예를 사냥하듯이 유민을 무단으로 데려가는 예는 있어도 이렇게 정해진 절차를 지키면서 데려가는 예는 없었다. 이런 것마저 막는다면 그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되어 반감이 커질 수가 있었다. 이반을 견제하려고 하다가 적대감을 키워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일단 규정대로 처리하라고 했는데 난감합니다.”
귀족의 생리상 남 잘되는 것은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것이 체질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하지 못하니 뭔가 불안하고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처럼 걱정이 되었다.
“글로셜 상황에서 유민이 하나라도 줄면 그것으로 만족합시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맙시다.”
헬싱키 공작은 골치 아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관여하지 말라는 대답을 했다. 테인즈 백작도 자신이 책임지기 싫어 위로 처분을 떠넘긴 것이기도 했다.
이반은 영지로 복귀하지 않고 왕도에 머물면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맡아서 수행했다. 바로 스타치온을 대신하여 각 가문을 다니면서 연회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너무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나 굳이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은 인편으로 그냥 초청장만 보냈고 스타치온보다 적당히 격이 높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전달했다.
“어떠냐? 클란 백작과 에쿠르 백작은 어떠하더냐?”
그들은 모두 마스터였다. 그렇기에 방문을 하여 대면할 때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반이 초인이라고 알려졌어도 그 사실을 믿지 않은 자들이 많았다. 특히 마스터에 도달한 자들이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그 둘도 마찬가지였다.
“뭐, 똑같죠. 남자이고 검술을 익힌 자들이니 우열은 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기세 싸움을 하는 정도에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알아서 정리되었습니다.”
초절정인 자들이 화경 끝자락에 오른 이반을 상대로 기세 싸움을 할 수준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기세를 한 번 내보이는 순간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한 순간 오히려 검술에 관해서 묻기 시작했다. 이반은 간단히 그들이 직면한 문제점만 언급하며 연회에서 보자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은 프레드릭 백작가의 벡스터 후작을 찾아갈 것이냐?”
“그럴까 합니다. 마침 왕도 저택에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로델 자작은 지금 영지로 가 있다고 하더군요.”
“저번에 연회에서 한 번 만나 경고를 했다면서?”
“그렇습니다. 벡스터 후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손자에게 뭐라고 들었을 것인데 믿을지 말입니다.”
“아마 그이라면 몸을 사릴 것이다. 나서기를 좋아하지만, 눈치도 제법 빠른 편이니. 너를 직접 만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내보낼 수도 있고.”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있으면서도 피한 자들도 있더군요. 만나기가 싫은지.”
분명 기운을 살피면 집 안에 있으면서도 나오지 않고 혈족을 내세우거나 총관이 손님을 맞이했다. 특히 마스터들이 그런 경향이 강했다.
“나도 다른 마스터가 네 나이라면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초인이라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구나. 헬포트 백작 부인과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그런 말을 하더구나.”
헬포트 백작가는 레이의 처가이고 그래서 그런지 캐서린과 연락을 했다. 헬싱키 공작과 가깝지만 그런 것을 떠나 연락을 하는 편이었다.
“보석은 저번에 했던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친가의 사람들도 참석할 예정이죠?”
이런 연회에 이반의 친가인 그룬힐트 자작가에서 참석하는 것이 당연했다. 사위와 딸이 참석하지 않으면 그것도 구설에 오를 수가 있었다.
“다 참석한다고 하더구나. 영지에 사람을 남겨둘 필요가 없어 레이도 같이 올 것 같다.”
영지에 혈족을 남겨두는 것은 내부반란을 막고 다른 영지의 침탈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스타치온이 마스터가 되었고 이반이 초인이니 그럴 염려가 없었다.
“그렇다면 모처럼 다 모이는군요.”
항상 가족 행사가 있어도 전부 모이지 않고 한두 명은 빠져서 아쉬웠는데 다 모인다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초청을 받지 않은 자들이 참석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 초청장을 보낼지 고민이구나.”
줄서기를 하려는 자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왕도에서 군부나 관료로 있는 자작과 남작들이 그런 부류였다. 뒷배가 없다면 지금의 직위가 끝인 자들이었다. 초인인 이반의 옆에서 후광을 얻으려는 자들로 보였다.
“작위가 있다면 초청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이나 직계가 참석할 것인데 그 자체로 껄끄럽지 않을까요?”
“그거야 그들의 문제이지. 관료들이나 군부의 인사들은 고위 귀족들과 어울리는 것이 일상이니 잘 처신할 것이다.”
“그러면 평판이 나쁘지 않은 사람으로 초청을 하십시오. 초대장을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장소가 비좁을 수도 있지만, 음식만 충분히 준비하면 어떻게 되겠지요.”
이반은 온다는 사람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그들도 초대하기로 했다. 국왕과 태자, 그리고 헬싱키 공작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한동안 말이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누군가 만나봐야 하는 것 아니요?”
국왕이 헬싱키 공작을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사실 이반이 초인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에 움직임을 보였어야 했지만, 이후에 발생할 문제를 감당하기 곤란해 선뜻 나서지 못했다.
“8 왕자 건을 매개로 하여 시종장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연후 태자 전하께서 연회 중간에 방문하여 자연스럽게 안면을 익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 마탑 행정청장인 세스포 레온 백작을 통하여 의중을 파악할까 합니다.”
“직접 만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말이오?”
국왕도 이반을 불러서 대화하기에는 사실 내키지 않았다. 저자세를 보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가 반감을 산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마탑의 엔리케 별원에 다녀왔습니다. 탑 주님을 만나서 논의를 했는데 그분도 아직 어떤 사람인지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헬싱키 공작은 테인즈 백작의 보고를 받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결국 가장 확실하게 답을 줄 수 있는 마탑의 탑 주를 방문하여 자문했다.
“자주 만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가 매직 볼이라는 것을 획득한 것을 말했습니다. 탑 주님의 경우 불완전한 매직 볼을 획득했지만, 그는 완전한 매직 볼을 획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그것과 별개의 비밀을 가진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비밀이 무엇인지는 탑 주도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원소 정령 전부와 계약을 하였고 중급 수준이라고 합니다. 정령은 검술이나 마법 실력이 비해 아직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파사칸 왕국의 네 명의 초인에 대하여 언급했다. 그들과 뭔가 연관이 있는 사실을 말했다. 그 비밀이 무엇인지 마탑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것도 전했다.
“엘프의 마법만 익힌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엘프의 마법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마력 포션인데 엘프가 살던 시절에는 몬스터 식물이 없었다고 합니다. 순수한 엘프가 멸종한 것이 마기에 침식된 것 때문인데 몬스터 식물은 마기에 영향을 받아 등장한 것이니…. 그렇기에 연금술이나 마력 시약 부분은 엘프들보다 지금의 마탑이 더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결국 다른 뭔가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태자가 말을 받아서 의문점을 지적했다.
“그렇습니다. 몬스터 식물을 정화하는 방식이나 약효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는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체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파사칸 왕국의 초인과의 공통점이 아닐까 추정을 하지만 그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파사칸 왕국에서 올라온 각종 정보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현재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파사칸 왕국으로 첩자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마력 포션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파사칸 왕국의 초인들은 검술이 마스터 상급보다도 훨씬 더 높은 것이지 마법에 관한 것은 보고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도 룬어를 해독하고 마법을 익히려고 하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경로로 이반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거기에 같은 초인으로 분류된 파사칸 왕국의 인물들에 대하여도 조사했다. 그런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할수록 오히려 혼란만 커졌다.
“여기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뭔가 큰 욕심을 부리거나 힘을 이용하여 이권을 차지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점입니다.”
이반이 초인이라면 뭔가 큰 목표를 추구하거나 권력을 획득하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고작 해상운송사업을 하고 전용부두와 부대시설을 확보하면서 합법적으로 유민의 이주를 도모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건 부유한 상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영지의 영주가 시도하는 방식이지 초인의 방식은 아니었다.
“뭔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혼자 아무리 강해도 세력의 뒷받침이 없이는 문제가 생긴다 생각하여 시간을 두고 진행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태자인 이그니마가 그런 추정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면에 있는 것을 보면 고위 마법사의 행적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마탑의 탑 주님이 그동안 보인 행적과 유사한 면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여 행적을 살피니 비슷했습니다.”
헬싱키 공작은 평상시에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행적이나 행동 양식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현재의 국왕이 즉위한 이후 실권자가 되었지만, 그것은 명목상에 불과하고 언제라도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탄핵을 받을 수 있기에 항상 조심했다.
“자기 영역만 확실히 보장되면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건 관여하지 않는 것 말인가? 마탑의 일에 왈가왈부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던 것처럼? 소소하게 마탑의 발전만 도모한 것처럼?”
“그렇습니다. 그것이 엔리케 일족과 엔리케 영지가 아닐까 합니다. 행적을 보면 그런 경향이 큽니다. 마탑의 탑 주님도 6서클이 될 때까지는 행적 자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은거하다시피 하여 마법을 익혔고 그 사실이 알려질 때쯤에는 누구도 쉽게 건들지 못했다. 이미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에 자신의 영역인 마탑을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왕국이나 왕실이 위태로운 상황이 오면 적절하게 개입했지만, 일반적인 정치에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