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6
31. 유민 이주 (6)
“그럼 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냥 하는 대로 지켜보자는 말씀이군요? 왕국의 큰 위기가 올 때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런 상황은 자신의 영역까지 문제가 되니 나설 것이고 말입니다.”
국왕이 무슨 말인지 이해한 것인지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최선일 것이라 판단이 됩니다.”
셋 다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가 최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런 상황이 맘에 들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대놓고 보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탑 주님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는 것은 불안합니다. 어쨌든 전쟁에 나서 위기를 해소한 것이 사실이고 그와 관련하여 적절한 보상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마스터가 되면 작위를 수여하는 것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헬싱키 공작의 제안에 국왕이나 태자도 고개를 끄덕여 동조했다. 그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자에 대해 논공행상을 하지 않은 것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지 애매합니다.”
이그니마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작정 전공을 공표하고 작위를 내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럴 때 공보다 과를 들추면서 이간질을 하는 자가 등장할 수도 있었다.
“일단 마탑의 행정청장과 가깝게 지내는 것 같으니 그를 통해 의중을 확인할까 합니다. 전에 마탑의 탑 주님에게 혜택과 권리를 부여한 방식을 준용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마탑의 탑 주인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마탑의 장로가 되면서 백작의 작위를 받았고 이후 차기 국왕이 즉위하면서 후작을 수여했고 7서클에 오르면서 탑 주가 되자 공작을 제수했다.
“그렇다면 마스터로 등재를 하고 조용히 백작의 작위를 내리자는 말이요? 그렇게 해도 반발할 자들은 없을 것이니.”
“어떻게 처결할지는 상황을 보면서 정하면 될 것입니다. 왕실의 일에 그를 끌어들이는 사태는 피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8 왕자를 보내도록 하십시오.”
헬싱키 공작은 곤혹스러운 상황을 기회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고 태자인 이그니마도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는지 찬성을 했다. 이반은 레오닐 클로란의 연락을 받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외성에 있는 한 여관의 별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급히 내성까지 몰래 찾아와서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나중에 내가 찾아갔을 때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 것인데.”
“에스테반의 갈매기파에서 올라온 보고 때문입니다. 파라운 공국에 진출한 자들 20여 명이 전부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전에 파라운 공국의 암흑가를 장악하기 위해 집행위원을 한 명 보냈지만 실패했고 그 이후에도 지속해서 진출을 도모했지만 실패했다는 설명이었다.
“파라운 공국이 뭔가 의심스럽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집행위원인 잭이란 자의 수준은 상당했습니다. 용병으로 위장을 했고 엑스퍼트 중급에 은신술과 각종 잠입 훈련까지 받아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사실 가장 추적술이 뛰어나 저나 요크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어 일찌감치 파라운 공국으로 보냈습니다. 그 후에 잭의 실종에 대하여 추적하면서 공국의 상황을 살폈는데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서 파라운 공국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꽤 분량이 되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몇 가지 없었다. 대공의 직할령과 23개의 영지가 있었다. 왕국의 1개 주나 규모가 비슷했다. 산하에 2개의 백작령과 3개의 자작령, 18개의 남작령이 있었다.
공국과 주의 차이점은 공국은 공왕이 모든 권리를 가지지만 주의 주지사는 중앙의 명령을 전달하고 각 영지의 보고를 취합하여 중앙에 보고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파라운 공국은 유칼라드 공국과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직할령은 공왕이 다스리지만 다른 영지는 각 주의 일반 영지처럼 세습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유칼라드 공국과 달랐다.
“영주는 파라운 대공가의 방계혈족이 대부분이군.”
“그렇습니다. 유칼라드 공국에 이어서 단 두 개밖에 없는 대공령이기도 합니다. 잭이 실종된 후에 배신하여 은신한 것은 아닌지 살폈는데 차크라 백작령의 영도인 차크라 항구 근처에서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사람을 보내 차크라 주변을 탐색했는데 사라진 것인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전에 언급한 맘에 들지 않는 녀석마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니젤이라는 녀석 말인가? 엑스퍼트 중급에서도 강한 수준이던데. 조만간 상급이 될 것으로 보였는데.”
“그렇습니다. 맘에 들지 않아 하시는 것 같아 파라운 공국에 관련된 조사를 하라고 파견을 했는데 실종이 되었다는 보고입니다. 부하 하나에게 혹시라도 사고를 칠지 몰라 은밀하게 뒤를 따르라고 했는데 그가 보고를 했습니다. 차크라에 접근한 부하 20여 명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네 생각에 뭔가 흑막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이 들어 직접 조사를 하지 않고 갈매기파를 먼저 보낸 면도 있습니다. 더구나 거기 가려면 순풍이라도 이틀은 꼬박 배를 타야 하는 면도 있고요.”
“다른 환생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차크라 백작가, 파라운 공왕가의 방계가 아닌 가문입니다. 뭔가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파라운 공국의 독립을 말인가? 당시에 독립파와 공국파가 대립하다가 공국파가 승리하여 공국이 된 것이라 들었는데.”
겉으로는 유칼라드 왕국에서 독립을 시켜주려고 했지만, 당시의 파라운 섬을 다스리는 파라운 백작과 귀족들이 왕국에 속하기를 원해 대공령으로 만들어서 왕국의 속하도록 했다는 일종의 미담이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공국파와 독립파가 대립했고 공국파가 승리하여 공국으로 남게 되었다. 당시 독립파의 수장이 차크라 남작령이었는데 지금은 백작령이 되어 있었다.
“네가 가르쳐준 은신술이나 추적술이라면 마스터가 아닌 이상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인데 그렇지 않다면 그 이상이 있다는 의미겠지. 혹시라도 거기에 제갈수문이 있는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존재가 있을 수도 있고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파라운 공국이라?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지. 섬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넓다고 했던가? 얼마나 큰지 궁금하군.”
“듣기에는 가장 큰 섬인 파라운 섬의 면적만 해도 100만㎢에 달한다고 들었습니다. 자잘한 섬들, 파라운 섬에 비해 작은 것이지만, 그런 섬을 다 합하면 200만㎢에 달한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인구가 400만 정도에 불과해서 그렇지 왕국이 되어도 충분할 것입니다. 평야도 넓어 농사도 잘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년 바람과 폭우가 많아 문제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반은 그곳에 제갈수문이 있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마운기가 뭔가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파라운 섬을 살피기 전에 의구심부터 해소하기로 했다. 연회는 백작급 이상의 고위 귀족 대부분이 참석하여 성대하게 치러졌다. 캐서린은 그날 누구 못지않게 빛이 났고 촌사람이라는 비웃음을 떨쳐내고 왕도 사교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정말 40대로 보여요? 옷만 바꿔 입으면 30대로 보일 것 같아요. 이것도 검술을 익히고 포션을 먹어서 그런가요?”
이미 캐서린이 엑스퍼트 중급이라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라 헤롯 백작가의 안주인인 레오나가 다가와서 한마디를 했다. 그녀는 드물게 엑스퍼트 하급으로 평소 검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제 할머니인데 그런 말을 하니 부끄럽군요?”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세 살이나 어린데 저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요. 남자들도 검술을 익혀 엑스퍼트 하급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단해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어요?”
“이건 다들 아실 것인데 대부분 검술이 남자나 특정 가문의 사람과 상성이 잘 맞게 되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여자는 검술을 익히기가 쉽지 않아요. 그걸 우리 이반이 해결해 주었어요. 엔리케 가문의 피가 섞이지 않은 내가 엔리케 검술을 익히기가 쉽지 않은 것을 알고요.”
이미 사전에 이반에게 그런 사실을 밝혀도 좋다고 들은 상황이기에 그 사실을 밝혔다. 그 정도 사실을 알려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 며느리인 엔젤라도 엑스퍼트라는데 검술이 다르겠군요. 출신이 다를 것인데.”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죠. 손자며느리인 엘리자벳도 새로 검술을 익혔어요. 상성에 맞는 검술을 익히면 여자도 재능만 있으면 엑스퍼트가 되고 마스터도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캐서린은 스타치온만 있다면 위축이 될 수도 있었다. 스타치온이 마스터일지라도 다른 마스터가 있기에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이반은 초인으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 온 사람 대부분은 이반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온 면이 컸다.
“이렇게 오실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반은 연회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참석한 유리스 공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리스 공작이 따로 이야기를 나누자는 요청을 하니 별도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이반은 유리스 공작이 내민 검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건 마스터를 테스터 할 때 사용하는 아티펙트였다. 마스터 상급이라야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할 수 있는 검이었다. 한마디로 마스터 상급인지 검증하겠다는 의도였고 초인인지 증명하라는 요청이었다.
“마스터를 검증할 때 쓰는 것으로 아티펙트가 아닙니까?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마스터 상급은 되어야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탁자에 놓인 검을 잡아서 그냥 기운을 주입했고 그러자 ‘타다닥’ 소리와 함께 검에서 번개가 발산되었다. 오러 블레이드가 아닌 번개가 친 것은 검에 있는 마기가 모조리 다 방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형성을 방해하는 마기가 이반의 기세를 감당하지 못했기에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이반은 뇌정의 기운을 주입하여 마기를 태웠다. 삼매진화마저 동시에 전개하니 검이 버티지를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유리스 공작은 이반이 오러 블레이드를 보이기를 원한 것이지만 이반은 그의 의도와 달리 아예 검에 담긴 마기를 사라지게 했다. 이것은 마스터 상급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반은 놀란 표정을 짓는 유리스 공작에게 슬쩍 미소를 지어주었다.
“검이 부서지고 말았군요.”
이반의 말이 끝나자 검이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안에 포함된 마정석 가루가 파손되면서 검의 내구성마저 사라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마정석의 가루를 연금술로 처리하여 철과 혼합한 상황으로 일반적인 검보다도 강했다.
“이거 죄송합니다. 믿어지지 않아 실례했습니다.”
유리스 공작은 어색한 어조로 사죄를 했다. 아마도 이반이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하면 자신도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서 마스터 상급임을 내세우려고 했는데 그런 의도가 보기 좋게 무산되고 말았으니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반이 보인 능력을 능가하거나 최소한 따라 할 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더는 자신의 실력을 내세울 수는 없었다.
“오러 블레이드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마나를 그대로 보내어서 내보내는 것, 마나의 양만 많이 보내고 압축을 하면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됩니다. 다른 하나는 의지를 담아 무형의 검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요.”
이반은 검병만 남은 검을 내려놓고 손에 무형의 검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기운을 유형화시킨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하려면 잡스러운 기운이 없는 검을 사용하거나 아예 검이 없어야 가능합니다. 이런 기운은 기존의 오러 블레이드는 상대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오러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지 못하는 것처럼 일반 오러 블레이드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반은 유리스 공작의 수작에 놀아날 생각이 없기에 아예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 순수하게 기세로 제압하기는 쉽지 않았고 설사 가능할지라도 다른 사람까지 영향을 주어 연회 자체가 엉망이 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마스터 이후에 그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아울러 마나 로드를 통해 인위적으로 마나를 통제하고 압축하는 것이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