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7
31. 유민 이주 (7)
유리스 공작은 정치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검사인지 그런 이반이 펼친 무공이 이질적인 것을 파악한 것 같았다. 스타치온도 그런 것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데 상당한 수준이었다.
“아직 완전하지 못합니다. 사실 이것도 상상한 것을 잠깐만 구현하는 것이지 진정한 무형의 검은 형성하지 못합니다. 진짜는 검을 구현한 후에 무빙소드까지 전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반이 생각하는 무형 검은 단순히 진기를 압축하여 만드는 검의 형상이 아니라 심검을 의미했다. 현재의 경지를 벗어나 현묘한 경지까지 도달해야 가능했다. 이반은 그 정도만 설명하고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스타치온이 도달하지 못한 수준에 이른 유리스 공작이라 그런지 무공을 전개한 것마저 감지하고 있었다. 유리스 공작이 무슨 생각으로 왔는지 모르지만, 그저 의례적인 말만 몇 마디 더하고 자리를 파했다. 연회가 진행되는 중이라서 오래 있을 수도 없어 자리를 떠났다.
이반은 헬싱키 공작과 세스포 레온 백작이 같이 방문하자 의아했지만 일단 인사를 했다. 조금 전에 유리스 공작이 떠났고 그러자마자 도착한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것 같았다. 아마도 수행원들 사이에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조율을 한 것인지 몰랐다. 그것보다 두 사람이 같이 온 것이 더 의아했다. 장내를 돌면서 적당히 인사를 마친 그들은 이반에게 대화를 하자는 요청을 했고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이반 소 영주에 대하여 여러 이야기가 들려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소이다.”
지금까지 이반이 직접 ‘나 초인이요’ 하고 말을 하지 않은 상황이니 애매했다. 그렇기에 헬싱키 공작도 대놓고 그 사실을 언급하기도 쉽지 않아 두루뭉술하게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마탑의 행정청장님께서도 같이 왕림하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반은 세스포 레온 백작이 우연히 같이 온 것은 아닐 것 같아 무슨 일인지 간접적으로 물었다.
“마탑의 탑 주님께서 이반 소 영주가 저번 전쟁에서 은연중에 많은 공을 세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고 그냥 말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적절한 포상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공이 있으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는 것이 왕국의 방침이기도 합니다.”
헬싱키 공작이 나서서 전쟁에서 두 초인을 저지한 건에 대하여 언급했다. 당시에도 이반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인들이 전투를 벌인 것은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파사칸 왕국에서는 사실상 패전을 인정하고 배상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 전쟁에서 유일한 승전이 바로 이반이 행한 전투였고 그 외의 모든 전투에서 패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몰랐다면 모르지만, 알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법도가 아님을 폐하께서도 천명하신 상황입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도 그렇게 한마디를 부언했다. 왕궁으로 무작정 불러서 작위를 수여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협의하는 것은 그만큼 이반의 눈치를 보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파사칸 왕국에는 초인이 넷이나 존재하고 있는 것도 확인한 상황에서 이후에 그들의 도발을 억제할 방도가 없는 상황입니다. 유일한 대안이 이반 소 영주인 상황입니다.”
헬싱키 공작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반이 계속 견제해주어야 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뭐라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추후 편안한 자리에서 따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반은 당장 요구할 것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 결정을 보류했다. 작위를 달라고 하는 것도 애매했고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급한 것은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을 해주십시오. 가능한 것이라면 가급적 편의를 봐달라는 폐하의 명도 있었습니다.”
국왕의 지시임을 언급하여 국왕과 자신의 자존심을 은근히 챙기는 헬싱키 공작이었다. 자신이 지금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국왕의 명령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연회는 성대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꽤 큰 저택이고 연회장도 넓은 편이지만 손님이 많아 좁아 보일 정도였다. 이반은 따로 많은 귀족과 인사를 했다. 명목상 스타치온을 만나러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반을 만나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았다.
그들은 이반을 만나고 나서 특이한 것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라 다소 실망한 표정이 되기도 했고 의구심을 보이는 자도 있었지만, 이반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종종 작위를 내세워서 오만하게 행동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여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자들은 뇌리에 이름을 깊이 새겨두기도 했다.
“유민의 이주는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행정관들에게 적당히 조치를 취하기를 바랍니다.”
이반은 유카리스에서 출발하기 전에 그란델 상단의 관타모 상단주에게 당부를 했다. 환마가 살던 중원도 마찬가지이지만 관리들은 작은 권력이라도 이용하여 군림하려고 했다. 심지어 거금이 아닌 소소한 금액을 수수하는 것은 일종의 권리라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상단에서 적절히 대응하여 문제가 없도록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정도로 눈치가 없는 행정관도 없겠지만요.”
“너무 많은 인원을 탑승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비좁은 곳에 많이 실어 병이 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건강한 사람도 배를 타면 뱃멀미로 고생을 하는데 먹고 살기 어려워 약해진 자들이라면 더 문제일 것입니다.”
이반은 이주실적을 올리려고 서두를 수도 있기에 정해진 인원만 싣도록 했다. 화물이 많으면 그만큼 사람을 줄이도록 했다. 필요하다면 배를 통째로 빌리는 방안도 강구하라고 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을 보내면 영지에서 준비하는 것도 버거울 것입니다. 그러니 한 달에 2,000명 정도가 적절할 것입니다. 마탑과 연계하여 개간을 진행 중이니 토지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그들이 오면 사용할 옷감이나 각종 생활용품도 충분히 준비해 주었으면 합니다.”
늘어난 인원만큼 공급도 늘려야 문제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지의 산물을 외부에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사 오는 것도 그만큼 중요했다. 전에는 7대 상단에서 독점적으로 공급을 하기에 조금만 공급이 달려도 소비재의 가격이 폭등했는데 그란델 상단이 직접 물건을 사 올 수 있게 되어 그런 위험이 줄어들었다.
“마데우스 쪽에 지점을 내서 옷감이나 향신료 같은 것을 사 오도록 했습니다. 사재기는 아니지만 충분한 양을 확보하여 가격이 폭등하지 않도록 할 예정입니다.”
마데우스는 에스테반 남쪽에 있는 항구도시였다. 인근에서 나는 열대나 아열대 산물을 그곳에 모아 배를 이용하여 에스테반이나 유카리스로 운반했다.
“인근 영지에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크로나 강을 이용하여 운반하면 기존 절반의 가격에 판매해도 많이 남을 것입니다.”
“7대 상단에서도 많은 물량을 가져오려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전보다 가격이 낮아질 것이니 영지에는 이득이지만요.”
“계속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급적이면 영지가 전면에 나서지 않도록 했으면 합니다. 아울러 다른 7대 상단의 협조를 받는 것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반의 말에 관타모 상단 주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상운송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란델 상단이 성장하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라는 말을 했다.
“백작님과 소 영주님이 아니라면 무슨 일이 생겼을 것입니다. 다른 영지에서도 상단을 키우려고 하지만 결국 저들이 가져다주는 것을 영지에 팔고 영지에서 매입한 것을 저들에게 넘겨주는 것만 하는 실정입니다.”
영지와 영지를 넘나드는 상행은 7대 상단의 몫이고 그것을 넘보는 순간 파탄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알기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상황에 떠밀려서 그들과 경쟁하게 되었고 이미 시작한 일이라 물러날 수도 없었다.
왕도로 갈 때는 찬 바람이 불었는데 돌아오니 날씨가 상당히 풀려 있었다. 빨리 피는 꽃도 개화하여 이제는 봄이 온 것을 절감할 수가 있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있었다.
“작년에 이때쯤 놀러 왔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항상 같이 있으니 좋은 것 같아.”
“나도요. 왕도로 출발하고 혼자 있으니 조금 무섭더라고요.”
해상운송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반이 떠나 있던 상황에 대하여 언급했다. 물론 전에도 몬스터 토벌을 하러 나갔지만, 그때는 밤이나 새벽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 항해 중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옆에서 지켜봐야 했어.”
“오기 전에 할머니가 포션을 드시고 엑스퍼트 상급이 되는 것을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언제나 그런 경지가 가능할까요?”
캐서린이 엑스퍼트 상급이 된 것을 부러워했다. 여자로 엑스퍼트 상급이 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엑스퍼트 중급만 되어도 왕국에 서너 명 정도에 불과했다.
“조금만 더 수련하면 엑스퍼트가 될 거야. 검술을 새로 익히다 보니 마나가 안정이 되지 않았으니 조금 시간이 필요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보통 5년이 필요하지만 3년 정도 열심히 수련하고 깨달음이 오면 가능하기도 하지.”
그들은 영주관 정원을 산책하다가 한쪽에 있는 실내 연무관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쌀쌀해 길게 있기는 적당하지 않았다. 이반은 엘리자벳에게 정령을 소환하라고 하여 상황을 살폈다.
“정령 친화력이 높아져 마나 효율도 높아진 것 같아.”
“일상생활에 정령의 도움을 받으라고 해서 최근에는 부엌에 있을 때나 몸을 씻을 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반은 정령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라 생각을 하지 말고 도움을 받는 것이라 일러주었다. 일을 시킨다는 생각이 정령 친화력을 떨어뜨리고 정령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소환하여 같이 있다 보면 대개 기분이 좋아져요. 가만히 지켜보면 뭔가 말을 하는 것도 같고요.”
“운디네와 너의 교감 능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야. 하지만 친화력이 높아지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 뭔가 말하지만 엘리가 듣지를 못하는 거야.”
“그런데 로위나에게 여기저기서 청혼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들었어. 그렇지 않아도 어떤 자들인지 파악할 예정이야.”
이반은 결정하기 전에 상대를 조사하겠다고 명단을 받은 상황이었다. 일단 사전에 평판을 조사한 후에 날을 잡아서 한 번 순회할 예정이었다.
“어디까지 파악할 거예요? 듀안 오빠만 해도 여자 문제는 당신과 다른데. 사실 주변에 여자가 없다고 해서 믿어지지 않아 잘 감췄다고 생각했는데.”
이반처럼 올바르게 처신한 귀족 집안의 남자는 드물었다. 그런 내용이 알려지자 오히려 잘 감춘 것이라고 의구심을 가진 자가 상당했다. 그렇기에 이반처럼 그런 흠결이 없는 남자를 고르려고 하면 사실 불가능했다.
“거기다 남자가 능력도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최소 엑스퍼트가 되어야 할 것인데 적당한 남자가 있을까요?”
“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지. 기본을 하는 정도면 되겠지. 심각한 문제가 있는 녀석만 골라내면 되는 것이지. 매사에 진실함이 없이 거짓말을 하는 자, 지나치게 유흥에 몰두하고 노름을 즐기는 자, 사람 목숨 알기를 우습게 아는 자, 제 성질 못 이겨서 폭력을 쓰는 자는 절대로 안 되지.”
이반도 누구 못지않게 살생을 많이 한 사람이지만 자신이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목숨이 귀하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같은 이유로 살생을 하는 자라면 이해가 되지만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살생하는 자는 불안했다.
“하긴 얼마 전에 마빈 파라곤이 평민을 몇 명 죽인 것으로 인해 크게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죄도 없는 사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고 합니다.”
파라곤 영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하여 언급했다. 그들이 연회를 치르러 왕도에 와 있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때문에 마빈이 5년의 노역 형을 받았고 피해자에게 상당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나마 영주의 혈족이라 그 정도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형을 당했을 중죄였다.
“여태 결혼을 못 했는데. 몇 군데랑 혼담이 오고 갔는데 다 없던 일이 되고 말았어요. 노역 형이 끝나도 귀족이랑은 결혼하지 못해 평민과 맺어질 것이라 합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그러면서 포악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 대하여 언급했다. 제논이 소 영주로 있을 때는 권력을 이용하여 무마했지만, 숙부인 캐논이 영주가 되면서 이제는 봐주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란 말이었다. 폭력은 버릇이라 상황이 달라져도 자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