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8
31. 유민 이주 (8)
이반은 영지에 돌아와서 글로셜로 인해 벌어지는 것을 점검하면서 몬스터의 동향을 살폈다. 영지 외부의 일도 궁금하지만 당장 영지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시급했다.
“몬스터 사냥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날이 추워지니 몬스터가 몰려왔는데 근래 날씨가 풀리니 몬스터가 사라지면서 개체 수가 확 줄어 엔리케 산맥 아래의 영지에는 몬스터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펠리시안 고개를 넘어가서 던파스 평원으로 가야 합니다.”
이반이 왕도에 다녀오는 사이에 날도 상당히 풀린 상황이고 평지는 눈이 다 녹은 상황이었다. 눈이 녹아 도로나 벌판이 진창으로 변한 것이 문제지만 그런 것은 매년 있는 일이었다.
“용병들과 몬스터 사냥꾼들은 다들 그쪽으로 갔겠군요?”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전진기지를 추가로 운영 중입니다. 보급도 문제인데 영지 군과 영지경비대에게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냥터 문제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에 영지 군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여주었는데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까지 보급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데코비 기지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전진기지를 두고 있었다. 던파스 평원 쪽에 네 개, 세틀 반도에 두 개를 설치하여 도합 여섯 개의 보급기지를 운영 중이었다.
“우리 영지는 그나마 던파스 평원과 세틀 반도가 있어서 문제가 아니지만 다른 영지는 용병이 할 일이 없어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두리원 영지에서도 용병 상당수가 우리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압니다.”
“마정석을 비롯한 몬스터 부속물 가격도 변동이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벌써 상인들이 사재기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얼마 전에 재무관이 각 상단의 대표를 불러 물량의 배정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기존에 활동하던 상단 위주로 해서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사재기로 몬스터 부속물 가격이 올라가면 용병들이야 좋지만, 자금이 풍부한 대형 상단만 물량을 확보하는 사태가 벌어져 중소 상인은 손해를 입을 수가 있었다.
“영지 군에서 사냥하여 획득한 것도 문제이겠군요. 대부분 그란델 상단에 넘기는데 다들 욕심을 낼 것이니.”
“요사이 그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감찰팀을 움직여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간하는데 용병들을 고용하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일리안 단장이 그런 문제까지 관장할 필요는 없지만, 영지의 치안과도 직결되는 문제라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왕도에서 출발한 유민들까지 들어오면 영지가 어수선할 것입니다. 영지경비대만으로 치안을 유지하는데 버거울 수가 있으니 지금부터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상 편제만 다르지, 하나처럼 움직이고 있으니 협조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거기에 영지 출신의 용병들도 협조하니 분탕질을 치는 자들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사고가 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런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어설프게 처리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범죄를 저지르면 강하게 처벌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야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내가 전처럼 영지 군과 같이 움직일 여유는 없으니 문제가 없도록 잘 챙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외부 세력이 억지를 부리면 단호하게 대처하기를 바랍니다.”
이반의 말에 일리안 단장도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기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7대 상단이나 그들과 거래하는 거대 용병단은 통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사고를 저지르고서도 뻔뻔하게 큰소리를 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보다 저번에 말한 정책, 용병들을 정착시키기 위한 방책을 재무부에서 진행 중인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일리안 단장의 표정에서 곤혹스러운 기색을 읽었다.
“다른 영지에서 여자를 데려오는 문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영지에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영지의 여자들을 짝으로 맞이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니 영지의 농사를 짓는 자들이 짝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반은 어떻게 된 것인지 대략 이해가 되었다. 농사꾼보다 용병이 훨씬 벌이가 좋았다. 그러니 여자들이 용병을 선호할 수 있었다. 더구나 농사꾼과 결혼하면 논밭에 나가서 힘들게 일을 해야 하지만 용병과 결혼하면 놀고먹을 수 있으니 더 좋았다.
“그러면 이주민을 데려올 때 인기가 없는 여자들을 추가로 데려오는 방안을 생각해 봅시다.”
유민의 이주를 하면 여자들은 인기가 없었다. 보통 영지에 여자들이 더 많은 경우가 많으니 힘을 쓸 남자들을 선호했다. 귀족들은 당장 곡식만 축내는 여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가족을 이룬 경우는 선호하지만, 여자 혼자만 있는 경우에는 데려가는 사람이 없었다.
“인위적으로 여자를 데려오는 것은 뭔가 의도가 불순한 것 같아 내키지 않았는데 영지의 사정이 그렇다니 수를 내봅시다.”
이반은 그렇게 말하고 그라나다 조직에 그런 사정을 말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인구를 늘리려면 여성이 많아야 했다. 그 문제는 그 정도만 논의했다.
“마탑의 토벌대는 철수했습니까?”
마탑은 세틀반도 남쪽에서 몬스터 사냥을 했다. 그들이 토벌하는 동안 영지 군은 펠리시안 요새에서 대기하면서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했다.
“그렇습니다.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몬스터 토벌에 나섰던 사냥팀도 역시 철수를 했습니다.”
“상황이 위급한 것 같아 지원을 나갔지만 당분간 그들은 영지에 머물면서 수련을 할 것이니 없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들로 인해 기사들 사이에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종자로 보낸 기사들이 불안해하는 편입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단기간의 수련으로 엑스퍼트가 되었고 일반적인 검술이 아닌 것을 익혔으니 종자부터 시작하여 기사 훈련을 받은 자들이 밀려날 수도 있었다. 거기다 최근에 다시 새로운 애들을 모집할 것이란 이야기가 도니 동요하는 것 같았다.
“그 문제는 조만간 기사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들을 생각입니다. 출정했던 병사들도 엑스퍼트가 되었고 사냥팀까지 가세할 것이니 걱정이 될 것입니다. 물론 기사들 일부가 중앙군으로 나갔지만, 그 숫자는 제한적이니 문제일 것입니다.”
이반의 말에 일리안 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엑스퍼트가 모자라 기사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엑스퍼트 중급은 되어야 서임을 받을 지경이 되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우려를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사로 서임하지 않고 용병으로 둘 것입니다. 지금도 용병단처럼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영지 법과 귀족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이반은 그들을 기사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영지 군으로 운영하다가 전역을 하면 용병으로 두면서 별동대로 운영할 생각이었다. 이런 방식은 편법이겠지만 허용이 되고 있었다.
왕도 유카리스와 에스테반에서 온 이주민이 당도하자 그들을 볼리비오 인근에 있는 개간한 땅에 정착을 시키면서 포테토의 파종을 독려했다. 경작지의 절반은 봄밀을 심지만 절반은 빨리 수확이 가능한 포테토를 심어 식량 부족을 해소하려고 했다.
“같이 이렇게 가면 어머니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이반은 엘리자벳을 데리고 같이 가고 있었다. 승마 실력이 좋은 편이라 같이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볼리비오에도 영주 일가 전용의 별관이 있잖아. 거기에 가서 머물 필요도 있어. 그래야 볼리비오의 영지민들도 영주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니. 그리고 조선소도 방문하여 작업이 제대로 되는지 살펴야 하니.”
“그건 그렇지만 제가 꼭 같이 가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신혼인데 이렇게 같이 다닐 수도 있지. 그리고 그냥 자리만 지키면서 담당자에게 일을 맡길 필요도 있어. 혼자 가면 세세하게 살피면서 일을 다 해야 하는 면도 있고.”
이반이 워낙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행정관들은 보고를 한 후에 세세한 것까지 결정해달라는 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된 것은 이반의 능력이 출중하여 모든 것에 통달한 것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뭐든 불합리하거나 이상한 것이 있으면 참지를 못해 다 관여하는 편인데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 적당히 보고만 받으려고 같이 가려는 거야. 문제가 있는지 감찰관이나 각 분야의 감찰 파트에서 살피는데 내가 너무 다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겸사겸사 엘리랑 같이 시간도 보내고.”
양어머니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양아버지 웨델과 결혼한 이후 불행한 일만 잔뜩 겪었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아내인 엘리자벳에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 전생의 아내와 아이를 챙기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안타깝기도 했다.
“이주민이 머물 곳에 가서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펴봐. 남자인 내가 놓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정말요? 잘은 모르지만 살펴볼게요.”
엘리자벳은 자신에게 역할이 주어진 것이 기쁜지 의욕을 불태웠다. 세빌론을 거쳐 볼리비오에 당도하여 출장소에 들러 현황을 보고받고 외곽에 있는 이주민 정착촌을 둘러보았다. 이틀 전에 당도하여 막 짐을 푼 상황으로 공동 주거지에서 자신들이 살 마을을 건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동 주거지는 나무로 지은 막사로 일가족이 한 방에 머물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식사는 식당에서 공동으로 해결했다.
“저기 줄을 쳐 놓은 곳이 마을을 건립할 곳이야. 각 마을은 40호를 기준으로 세워질 거야. 그 정도가 가장 합리적인 마을이라고 하니. 너무 작으면 공동생활이 불편하고 너무 크면 농지와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 문제도 있고.”
“중간에 도로도 있고 물이 빠질 도랑도 있는 것 같아요. 비가 많이 오면 침수되지 않을까요?”
“그럴 위험까지 고려하여 마을의 위치를 잡았어. 집의 모양은 거의 비슷할 거야. 위치나 식구들 숫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유민들이 돕겠지만 영지에서 고용한 전문 목수들이 집 짓는 것을 주도할 거야. 유민들에게 집을 지으라고 하면 비좁은 오두막집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금은 영지에서 대주나요?”
“영지에서 초기 자본은 대주지.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나중에 세금으로 다시 회수한다고 봐야지. 이주 비용과 정착 비용을 다 합하면 5년 정도 지나야 투자한 자금의 회수가 가능해.”
“아, 들은 것도 같아요. 이주민을 데려와서 정착을 시키면 5년은 지나야 본전 찾는다는 말을. 여기도 비슷하겠군요.”
“물론 집도 급하게 지어야 하지만 저기 농경지를 배분하고 때를 놓치지 않게 각종 작물을 파종하는 것도 중요해. 그런 일은 전부 다 책임자들이 지휘해야 하지.”
정착촌의 모든 것은 영지에서 파견한 책임자들이 관장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에서 터득했기에 기존에 세워놓은 시스템에 따라 진행이 되었다. 엘리자벳은 이반이 책임자에게 보고를 받는 동안 이주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제가 없는지 살폈다.
“총 네 개의 마을을 먼저 세운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쪽 지구에는 총 20개의 마을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800호, 4천여 명을 수용할 것입니다. 그다음에 저기 지금 개간을 하는 B 지구에 이주민을 보낼 것입니다. 아직은 몬스터가 있기에 방책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용병 20명을 고용하여 경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껏 살아보겠다고 먼 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몬스터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고 목숨을 잃는다면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비용을 아깝게 생각 말고 안전을 우선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영지 군에도 통보하여 협조를 받기를 바랍니다.”
“이미 영지 군도 세 곳에 초소를 만들어서 운영 중입니다. 조만간 영지경비대에게서도 순찰대 지소를 설치할 것입니다.”
영지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남작령이라는 제한 때문에 충분한 숫자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영지경비대에서 일을 담당해야 했다. 이반은 엘리자벳과 같이 다니면서 소 영주가 결혼한 사실과 부인이 누구인지 각인시켜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