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71
32. 제갈수문 (3)
‘드디어 찾았는데 어떻게 할까?’
제 죽음과 관계가 있는 우내사존과 마운기도 용서를 했지만 제갈수문은 도저히 용서되지 않았다. 그가 이런 섬 안에 태어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칼라드 왕국에 있었다면 마운기 이상으로 세력을 키웠을 것 같았다.
‘나이가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 하지만 스물은 넘었을 수도 있고. 결혼해서 애들까지 있어 보이는데. 그러니 아직 여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겠지. 거기에 제갈세가 특유의 세심함과 치밀함이 발목을 잡은 것이겠지. 그래서 다행이랄까?’
왕국으로 나왔다면 이렇게 바로 찾을 수가 없을 것인데 다행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부인과 아이가 있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찾아온 목적을 잊을 수는 없었다.
‘불러낼까? 이미 잭이란 자와 니젤이라는 자를 죽였을 것 같은데 동정을 할 필요도 없지. 정파의 인물답지 않게 냉혹한 자였고 환생을 했다고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제갈수문의 환생자가 생존을 위해 저지른 일이지만 역시 독한 성정을 지닌 것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도 도미니크나 연관된 자들을 처리할 때 냉정하게 처리했었다.
‘일단 잘 살펴보자. 그런 다음에 조용히 정리하자.’
이반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였다. 그와 자신은 전생의 일이지만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는 원한이 존재했다. 자신이 이반으로 환생했지만, 전생의 자신과 다르지 않았다.
‘한데 무림맹이 그렇게 요란하게 움직였다면 다른 곳이 가만두었을까? 천마의 마교도 있고 검마도 있었을 것인데. 뒤치기를 당했을 수도 있다. 그랬어야 하는데.’
환마를 싫어한 것은 무림맹이나 정파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파나 마도도 싫어했다. 오히려 사마외도로 분류되는 자들과 더 많이 싸웠다. 백도가 명분에 목숨을 건다면 흑도는 이익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이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우내사존을 동원하여 환마를 제거하도록 했고 그 자신이 나서서 뒷마무리했지만, 그도 당할 수가 있었다. 이반은 그런 상상을 하면서 그 주변을 다시 살폈다.
‘저자는 그리미얼이란 자인가? 영주인 차크라 백작 배이런의 차남인데 휘하들에게 무공을 전수한 것 같아. 그 주변에 있는 자들만 조금 다르다. 하지만 마운기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나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가? 나도 고작 몇 명 육성한 정도인데. 사냥팀만 따지면 저런 정도에 불과하다. 할아버지나 기사들의 실력이 높아진 것은 단약 덕분이다.’
이반은 알고자 하는 것을 대략 적으로 파악하자 제갈수문의 환생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신중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반이 파라운 섬에서 조사를 하는 사이 제갈수문의 환생자는 내심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1년 전에 등장한 초인의 존재는 막 대륙으로 진출하려던 그를 움츠러들게 했다. 혹시라도 자신처럼 환생한 존재가 있을지 몰라 경계를 하던 참이었다.
그런 소문이 돌자 조사를 지시했고 두 달 정도 지난 후에 내심 걱정하던 사실이 현실로 드러난 것을 알게 되었다. 환마의 환생자로 보이는 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내사존으로 보이는 자들의 정체는 파악했다. 마탑에 친분이 있는 자를 통해 빼 온 정보로 확실한 증거까지 확보했다.
환마의 환생자도 두렵지만 우내사존의 환생자도 두려웠다. 무림맹의 총사라는 직책을 이용하여 그들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 무공으로 고하를 가른다면 하나나 감당할 수 있었다. 환마와 싸우다 양패구상을 당해 전부를 제거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강자들이었다. 그들이 진상을 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보다 최소 10여 년은 먼저 태어난 것이니 그 차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내심 걱정을 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는데 유칼라드 왕국에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마침내 환마의 환생자로 보이는 자가 엔리케 영지의 이반 소 영주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나마 자신보다 나이가 적어 안심되었지만, 그것도 소문을 보면 자신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두 세력이 서로 부딪쳤다면 어느 한쪽이 사라질 때까지 싸워야 하는데 조용했다. 설사 전면전을 벌이지 않더라도 암중에서 싸워야 할 것인데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서로 잠정적으로 휴전을 했거나 화해를 한 것 같았다.
그러니 오히려 불안했다. 그렇기에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것도 보류하고 가문의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순리에 따라 작위를 이어받고자 조용히 움직였지만 그렇게 하자니 일의 진척이 느렸다. 가문을 잇는데 불리한 차남으로 태어난 것이 그를 어렵게 했다.
‘파사칸 왕국의 로젠만이란 자는 종남의 재완도장인 것 같은데 장자가 아님에도 왕이 되었다. 왕인 아버지를 상황으로 물러나게 했고 형을 유폐시켰다. 나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얼마 전에 하오문의 흔적이 보이는 자가 찾아왔다. 그들을 붙잡아서 심문한 결과 초인으로 알려진 이반 엔리케라는 자가 아닌 다른 존재가 있다는 사실마저 파악했다. 혹시라도 당시 하오문주이던 마운기마저 환생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니젤이란 자가 속한 갈매기파란 조직이 하오문의 하부조직인 것 같았다.
‘일단 소 영주 자리부터 차지하자. 형을 추종하는 자들을 제거하면 깨끗하겠지만 내전이 일어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전격적으로 움직여서 조용히 해결하자.’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기로 마음을 정한 상황이었다. 아버지인 차크라 백작 배이런은 실력을 우선하는 인물이기에 힘으로 상황을 정리해도 용인할 것 같았다. 마음을 정했지만, 결행을 하기 전에 변수가 없는지 점검하면서 거처에서 명상하고 있었다.
‘뭐지? 이런 고수가, 그것도 화경 이상의 고수가 보내는 신호인데? 누구지? 나에게 나오라는 것인가? 하오문의 문주인가?’
알고 싶은 것을 대부분 파악한 이반이 보내는 신호였다. 그리미얼은 거처에서 나와 기운을 따라 움직였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기운의 주인이 움직였고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기운의 주인은 일각 정도 움직여서 차크라를 벗어났고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들어갔다. 유인을 당해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무공을 익힌 자는 막기가 쉽지 않았다.
‘저택에서 진을 발동시켜서 막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따라갔다. 마침내 차크라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의 골짜기에 기운의 주인이 멈췄고 서로 마주하게 되었다.
“이반 엔리케이겠군. 체구가 장대하다고 하더니 진짜 거대하군. 이 세상 사람이 중원의 사람보다 다소 큰 편인데 그런다고 해도 대단하군.”
그리미얼은 중원의 말로 말을 걸었다. 상대가 나타났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것을 의미했다.
“맞아. 넌 그리미얼 차크라인가? 참 재미있는 이름이야. 천축의 무공에서 기를 일컬어 차크라라고 하는데. 너도 누군가에게 당한 것인가? 천마, 검마, 아니면 독마에게 당했나?”
이반의 말에 제갈수문의 환생자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하지만 발작하지 못했다. 실력이 이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마운기의 환생자나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전생의 일이다. 굳이 지금에 와서까지 연연할 필요가 있나?”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 자체가 거치적거린다.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 그러니 그냥 죽어라.”
이반은 정색하면서 제갈수문의 환생자에게 다가섰고 피하려는 자를 그대로 제압했다. 진을 발동하고 저항하면 귀찮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집 밖으로 따라 나온 것이 다행이었다. 그리미얼은 저항을 했지만 1초 지적도 되지 못했다. 영역, 또는 간격이라고 하는 범위에 들어온 상황이니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주변의 기운과 몸 안의 기운마저 속박이 되었고 마나 동결마저 했으니 당연했다.
이반은 마혈을 제대로 제압하고 겨우 아혈만 남겨두었다. 묻고 싶은 것도 있고 전생에 당한 것을 갚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미얼은 경솔하게 움직인 것이 후회되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도망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이제 갓 화경에 진입을 했군. 천성단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복용했으면 성취가 더 빨랐을 것인데.”
재질이나 무공의 수준은 대단했지만 나이가 있기에 아직 공력을 모으지 못해 화경에 진입한 것이 고작이었다. 우내사존의 성취 속도와 비슷한 것 같았다.
“22살이라고 했던가? 전생의 원한을 이렇게라도 갚을 수 있다니 실로 하늘의 도우심이 아닐까 한다. 전생의 원한이 사무쳤는데 하늘마저 움직였다고 봐야 하나.”
이반이 이죽거렸다. 전생에 죽기 직전에 가졌던 그 원통함을 떠올리자 그냥 죽일 수가 없었다.
“하는 짓이 파사칸 왕국의 로젠만 같군. 작위를 찬탈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수하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 중원과 신체 구조가 달라 내공심법을 전수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붙잡힐 것을 알았다면 그냥 집에 틀어박혀 만상금쇄진을 발동시키는 것이 나았을 것인데 속으로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을 것인데 늦었지.”
이반은 자신도 모르게 수다스럽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전생에 제갈수문이 마지막 순간에 혼자 떠들었던 것이 이해되었다. 제갈세가의 혈족이 몰살을 당하고 수십 년간 공을 들여 이룬 것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원한이 컸을 것이고 마침내 성과를 내는 순간이 되니 말하고 싶었을 것 같았다.
그것처럼 이반도 상대에게 우월한 입장에서 떠들고 싶어졌다. 그럴수록 듣는 사람은 원통할 것이니 그 반응을 살피고 싶었다. 상대가 잘못한 것을 반성할 것이라 기대하기보다 절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네 놈은? 네 놈 때문에 5대 세가의 수좌를 다투던 가문이 5대 세가에서도 밀려나고 말았다. 양양, 형주, 악양, 심지어 남양까지 영향을 미치던 가문의 세력이 양양과 형주마저 위태롭게 변했다. 길거리의 파락호들 정리한 것 가지고 그런 만행을 저지른 작자가 할 말이냐?”
“허, 이러니 말이 통하지 않았고 방법은 상응하는 수준으로 응징할 수밖에. 버러지 취급을 하는데 그걸 당하고 웃으면서 그냥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딘가 생각이 모자란 것 같은데.”
이반의 말에 제갈수문의 환생자의 얼굴이 울긋불긋하게 변했다. 화가 나는데 발산을 하지 못하니 심화가 쌓이는 것 같았다.
“내 잘못은 네놈을 어떻게든 정리했어야 했는데 네놈까지 없애면 제갈세가가 그냥 무너질 것 같아 놔둔 것이다. 그런 동정심이 살신지화를 초래한 것이지.”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는 말이니 더욱 미칠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내가 말이야 우내사존도 만났고 마운기도 만났어. 그래서 당시의 상황을 들었거든. 가지가지 했더군. 우내사존이야 맹에서 내린 명령이니 따라야 했고 마운기야 무림맹 산하 모든 세력과 비살당에서 온갖 수작을 부리니 나에게 알리려고 하다가 네놈에게 거처를 누설하고 만 것이지. 그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그러면서 이반은 아혈마저 제압하고 분골착근의 수법을 약하게 전개했다. 마혈을 제압한 상황인데도 뒤척거리고 있었다.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증거였다. 조금 지나서 이반은 아혈을 풀어주었다. 혼자 떠드는 것도 그리 재미가 없었다.
“이 악마 같은 놈아.”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러서 분노를 표출했지만 기막으로 소리를 차단단 상태이기에 멀리 퍼져나가지 못했다. 설사 퍼져나가도 인근에 사람이 없기에 들을 사람도 없었다.
“마음대로 지껄여. 네가 어떻게 하건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내 생각에 천마의 발효가 멀지 않았을 텐데 네놈이 비살당을 투입하고 나와 우내사존을 양패구상시킨 덕분에 중원을 쉽게 장악할 수도 있을 것인데 제갈세가라고 해서 온전할지 의문이야.”
순간 제갈수문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어렸다. 이렇게 이 세상에 왔다면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하직한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았다.
“나는 악질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사람을 해하지 않는 사람이야. 적반하장을 하지 않았지. 도둑질하다 걸리면 도망을 쳤지, 주인을 죽이지 않았어. 사기를 쳤으면 사기로 끝나야지. 알아차린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완벽하게 사기 치지 못한 것을 탓했지.”
그렇게 말을 하는 이반은 표정은 다소 장난스러웠지만, 말을 마치는 순간 표정이 변했다.
“그런데 네 놈은 장사꾼들에게 칼질부터 했고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가두고 재산을 강탈했어. 그런 짓을 하는데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야. 그런데도 내가, 적당히 용서했어.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또 일을 벌인 거야. 모질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지. 이번에도 적당히 하다가 네놈에게 해코지를 당하면 정말 바보 멍청이가 따로 없을 거야.”
이반은 그렇게 말하고 그리미얼에게 다가가서 천령개에 손을 얹어 처리했다.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손을 썼다. 기회가 되면 처리해야 했다. 다시 놓아주었다가는 어떤 화를 당할지 몰랐고 그렇게 되면 천하의 멍청이가 따로 없을 것 같았다.
“하늘의 뜻이 어떻건 나는 여기서 끝을 낸다. 네놈은 나보다도 더 나쁜 놈이니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네놈의 독심이 두렵기 때문이다. 10년, 20년이 지나면 또 무슨 짓을 할지, 세상에 해악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런 꼴은 절대로 당하고 싶지 않아.”
이반은 숨이 멎은 제갈수문의 심장에 칼질하고 목까지 잘라 확인 사살을 마친 이후에 디그 마법으로 땅을 파고 시신을 넣고 파묻었다.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서 한동안 앉아 있다가 어디론가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