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74
33. 왕권 교체 (3)
이반은 사토루를 만나 상황을 보고받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 외성 안으로 들어가서 현장을 살폈다. 자신이 직접 손을 쓸 수도 있지만, 그것이 최선인지 의문이었다.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고려하면 함부로 손을 쓰기가 곤란했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제거하는 것이야 일도 아니었지만, 그가 처리했다는 심증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물론 혐의를 없애려고 한다면 확실한 증인을 만들면서 레오닐 클로란에게 대신 처리하도록 지시하면 되지만 그것도 하수인을 동원했다는 의혹은 벗어나기 어려웠다.
오히려 숨겨진 무력 조직이 있다고 의심을 받을 소지도 컸다. 그런 의심을 받을 바에는 다른 방법을 취해야 했다. 결국 달리 방도가 없어 마탑의 세스포 레온 백작을 호출했다. 그런 다음 뎀스터 자작과 클리안 남작이 행한 불법적인 이주민의 인신구속을 언급했고 저택에서 벌이는 미러클 메디신의 사용을 고발했다.
“심지어 마력 포션으로 미러클 메디신의 독성을 해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런 용도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로 참담합니다.”
마력 포션은 그 수량이 한정적이기에 판매할 때 수량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제일 하급인 블론드 등급이지만 쉽게 구하기 어려운데 위력을 사용하여 대량으로 확보한 것 같았다. 단약이 마약을 해독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들이 미러클 메디신을 사용했다면 매직 나이트가 나서서 처리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왕국에서는 이미 100여 년 전에 미러클 메디신의 제조와 유통이 금지되었고 매직 나이트에게 단속권이 주어졌으니 말입니다.”
그걸 알기에 이반도 세스포 레온 백작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기도 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매직 나이트를 소집하여 현장을 덮쳤고 그 사실을 헬싱키 공작과 유리스 공작에게 통보하여 이후에 발생할 후유증이나 역풍을 차단했다.
유리스 공작과 헬싱키 공작도 바로 상황을 파악했고 매직 나이트의 외성 거점으로 출두를 했고 유카리스 행정청의 테인즈 백작도 역시 매직 나이트의 거점을 방문했다. 또한 왕립 마법원의 로가디스 백작마저 와서 미러클 메디신의 사용을 확인했다.
“태자 전하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이들의 이런 행위는 그간 태자궁의 비호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마탑에서 이번 사건을 처리할 것임을 천명했다. 외성 치안청에서 관장해야 하지만 근위기사와 외성 치안청의 분소장이 관련된 사안이니 그런 주장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폐하께 이 사실을 직접 보고하실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울러 분소장인 클리안 남작이 금일 행한 만행은 테인즈 백작의 권한마저 침범한 일입니다. 그 일은 테인즈 백작이 처리했으면 합니다. 외성 치안청 동부분소에 150명에 가까운 자들이 좁은 유치장에 갇혀 있는 것을 치안청 특무대에서 발견하고 구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순간 테인즈 백작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미 낮에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주를 승인한 자들이 엔리케 영지로 가는 배에 승선하기 직전에 검거되어 끌려간 것을 보고받은 상황이었다. 죄목은 범죄자의 도피와 공문서위조였다.
그간 해결하지 못한 각종 사건의 용의자로 그들을 지목하면서 이주 승인 서류를 위조하여 공국, 왕도 유카리스에서 무단으로 도주한다는 죄로 끌려갔다. 그러나 당장 치안청 분소에서 공문서의 진위를 조회하지 않으니 유카리스 행정청에서는 손을 쓸 길이 없었다.
“그런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행정 절차상 조회를 하지 않는 이상 당장 어떤 조치를 할 수가 없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그러자 유치장에 송치하면서 적은 혐의내역에 공문서위조 및 무단 탈주범이라 적혀 있었다. 치안청에는 긴급처분조치가 있기에 그 자체로 완전한 불법은 아니지만, 권력을 남용한 것은 사실이었다.
“권력을 남용하여 권력을 행사한 것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 그 일에 가담한 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지시를 따른 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의 말에 테인즈 백작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빈민들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자칫 태자의 수족들과 불편한 관계가 될까 염려하여 다음 날 해결하기로 했다.
하루 정도 유치장에 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기세 싸움에 평민들이 휘말려 고통을 당하는 것은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여 알면서 방치한 것인데 전격적으로 마탑에서 개입하고 말았다. 하필이면 미러클 메디신을 사용하여 개입할 명분을 주고 말았다. 초인을 상대로 그런 도발을 했다면 몸을 사렸어야 했다.
헬싱키 공작이나 유리스 공작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니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제 왕궁으로 몰려가서 사건의 진상을 고하고 처분을 받아야 했다.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사임을 하거나 죄에 합당한 처벌을 자청하지 않는다면 처분 내용을 귀족원에 통보하여 심의를 받아야 했다.
“자세한 내용을 추가로 조사해야겠지만 알려진 내용을 보고하여 처분을 받아야 합니다.”
유리스 공작이 그렇게 말을 했다. 자작 2명, 남작 5명, 준 남작 3명이 연관된 사건이니 국왕의 승인을 받아야 조사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근위기사단의 기사가 둘이나 포함이 된 사건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이 사건 개요를 정리한 서류를 두 공작과 테인즈 백작, 로가디스 백작에게 내밀었다. 구두로 보고를 하겠지만 서류로도 보고를 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서술한 것이기에 이의를 제기할 내용은 없었다.
이번 일로 인해 태자인 이그니마는 왕권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뎀스터 자작이나 그 일당이 틀어막아 태자에게 불리한 물증이나 증언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사라지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국왕은 세스포 레온 백작이 보고하는 내용을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입회한 헬싱키 공작과 유리스 공작, 테인즈 백작, 로가디스 백작도 그 내용이 사실임을 보증하고 있었다.
“미러클 메디신, 그 금지약물을 사용하여 짐승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하, 근위기사라는 자들과 관료들이?”
“송구하오나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특히 뎀스터 자작은 근위기사단 제3 기사 대장으로 태자 전하를 보위하는 위치이고 홀랜드 자작은 궁정 회계사로 왕실의 재정을 책임지는 자입니다. 심지어 금지약물의 사용을 단속해야 할 치안청 분소장인 클리안 남작이 그 자리를 마련한 상황이니 규정에 따라 처분해야 하옵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다른 것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 매직 나이트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미러클 메디신에 한정된 것에 불과했다. 시발점이 된 이주민 무단 억류는 그 자리에서 논할 내용은 아니었다.
“누구도 예외를 두지 말고 규정에 따라 처분해라. 필요하다면 그 주변에 있는 자들도 신분 고하를 따지지 말고 조사해라. 설사 왕족일지라도 혐의가 있다면 명단을 보고한 후에 조사하도록 하라.”
국왕은 말을 마친 다음에 그 자리에 입회한 네 귀족을 보았다. 이런 지시가 태자인 이그니마를 사실상 폐위하는 조치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지만 따라야 했다.
“아울러 로렌조 후작.”
국왕 옆에 조용히 시립해 있는 근위기사단장을 호명했다.
“예, 폐하.”
“그자들이 그런 무도한 짓을 했다면 더 많은 죄를 범했을 것은 자명한바, 모든 수사기관을 동원하여 그들의 여죄를 밝히도록 하라. 그동안 미심쩍은 사건도 그들이 관여하여 농간을 부렸을 것이니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도록 하라.”
국왕의 지시는 태자인 이그니마의 측근을 숙청하라는 지시였고 그것은 그 자리에 있는 헬싱키 공작의 실각을 의미했다. 사실상 태자의 측근이 그렇게 날뛸 수 있던 것은 헬싱키 공작의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차기 왕권을 차지할 태자의 비호도 있지만, 재상인 헬싱키 공작이 문제로 삼았다면 그들이 그런 행위를 하지 못했다. 설마 그 정도까지 큰일을 저지를까 방심한 사이에 사고를 저질렀다.
이반은 근처에서 세스포 레온 백작과 다른 귀족들이 왕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또한 왕궁에서 이루어진 처분마저 지켜보았다. 만일에 국왕이 이그니마와 그들을 비호했다면 직접 그들을 제거할 생각마저 했다. 다행스럽게도 국왕이 그들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하자 안도를 했다. 또다시 제갈수문의 환생자처럼 직접 손을 쓸 필요는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왕도에 무슨 일이냐? 이틀 후에나 올 줄 알았는데.”
상황이 정리되자 이반은 스타치온을 만나러 갔다. 스타치온도 상황을 알아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기에 알 필요가 있었다. 보통 5일 정도 기간을 두고 왕도에 왔는데 2일 전에 왔었다. 이반은 이주민 관련하여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응징하는 대신에 매직 나이트를 움직여서 상황을 정리한 것을 설명했다. 그들은 여전히 이반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직접 손을 쓰려고 했는데 그들이 때맞춰서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 마탑의 협조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다행일 수도 있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목숨마저 위태로웠을 것인데.”
“태자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이번 일의 배후에 네가 있는 것을 알 것인데 이러다가 감정의 골만 더 커지는 것 아니냐? 태자가 너에게 반감이 크기에 지시한 것일 텐데. 이는 폐하마저 암묵적으로 동조했기에 가능한 일이야.”
이런 일은 국왕이나 태자가 이반에게 반감을 품고 있기에 저지른 일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정을 살펴보니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성정도 포악하고 능력도 없고 주변에 간사한 무리만 들끓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헬싱키 공작이 억지로 밀고 있기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나 마탑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그냥 네가 일을 벌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스타치온은 이번에도 마탑의 힘을 빌린 것은 악수가 아닌지 걱정을 했다. 차라리 그들을 직접 응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접 처리할까 했는데 직접 나서는 순간 파장이 너무 클 것 같아 일단 순리대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 처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직접 손을 써야겠지요. 저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반은 자신의 능력을 내보일 자리를 찾고 있지만 적당한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명분도 없이 무작정 힘자랑을 하다가는 망나니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고 조심스러웠다.
“내가 알았다면 군단을 동원해서 처리했을 것인데 아쉽구나.”
미러클 메디신을 사용하는 범죄는 매직 나이트도 처벌이 가능한 것처럼 중앙군도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처벌할 수 있었다. 역모나 내란에 따르는 중대한 범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모나 내란은 증거가 명확하지 않기에 함부로 나서기가 곤란했고 오직 이런 약물을 사용한 범죄가 해당이 되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어세신 조직마저 고용한 자들이라 희생이 컸을 것입니다. 그런 놈들이 상대가 매직 나이트라 대항하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중앙군단은 허가 없이 외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외성 안으로 군사를 들이다가는 반역죄나 내란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일에 스타치온을 끌어들이는 것은 그리 좋은 방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