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75
33. 왕권 교체 (4)
“흔적은 남길까 하는데 어떤가요? 저들을 반신불수로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전부가 아닌 이번 일에 나선 자만 손을 봐라. 전에 ‘점혈’인가를 한다고 하던데 그것을 사용할 것이냐? 체내 마나의 왜곡을 이용한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최대 한두 달 정도는 혼수상태로 만들거나 전신마비 상태로 둘 수도 있고 1년 이상 반신불수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해제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고요. 사실 이런 금제는 엑시온에게도 해놓았습니다.”
이반의 말에 스타치온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알아서 처리할 것 같았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매직 나이트의 거점에 돌아와서 조사를 지휘했다. 마탑과 왕립 마법원에 속한 마법사들이 해독마법을 전개하여 잡아 온 자들을 심문할 준비를 했다.
준비가 끝나자 매직 나이트의 조사관들이 귀족과 저택에 있던 모든 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불려 와서 미러클 메디신을 억지로 복용한 은근짜들이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하여 진술하기 시작했고 클리안 남작의 저택에서 끌려온 모든 자도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을 진술했다.
“부인, 저택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방조한 행위는 설사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고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인께서 불가항력이었음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정상이 참작되어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조사관의 협박이 이어지자 클리안 남작 부인은 결국 그동안 자신이 당한 일들과 목격한 일을 진술하기 시작했다. 불가항력이었음을 밝혀야 했기에 클리안 남작이 사실상 저택에 감금하여 외부에 불만을 말하지 못 하게 한 것마저 실토했다.
“부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폭력을 사용했다는 말씀인가요?”
남작 부인의 입장에서 개망나니 같은 남편을 감싸다 자신마저 처벌을 받을 수는 없기에 사실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택에 있는 사용인들도 이미 다 끌려온 상황이니 자신의 부인한다고 해서 감춰질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라도 처벌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1년 전에 연회장 근처에 갔다가 머리를 맞아서 실신한 적도 있습니다. 그 후에는 아예 모른 척했습니다.”
“치안청 분소장으로 받는 급료는 고작 한 달에 20골드 정도가 고작인 것으로 압니다. 미러클 메디신을 구하고 성대한 연회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었다면 그 자금은 어디에서 조달한 것인지 아십니까? 혹시 부인의 친정에서 지원한 것입니까?”
“신혼 초기에는 약간 지원했지만 관리가 된 이후에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몇몇 상인들이 배당금이라고 매월 10골드 안팎으로 돈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 외는 알지 못합니다.”
클리안 남작 부인처럼 다들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연회장 밖에서 붙잡힌 수행원들도 줄줄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연회가 그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각 저택을 옮겨 다니면서 진행이 되었고 미러클 메디신을 공급한 자들마저 드러나면서 밤새 내내 왕도 유카리스는 소란스러웠다.
집에서 쉬다가 난데없이 붙잡혀오는 귀족과 기사, 상인들도 많았다. 이전에 미러클 메디신이 사용된 연회에 참여했던 자들도 붙잡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연회를 벌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는데 그런 재물이 빠듯한 관리의 급료로 충당할 수는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한 의혹까지 조사해야 했다.
“우리는 미러클 메디신을 사용한 것만 조사하고 처벌할 권한만 있습니다.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치안청에서 조사하기를 바랍니다. 미러클 메디신을 사용하면 1년 정도는 체내에 흔적이 남아 있기에 조사를 하여 사용자를 색출할 것입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미러클 메디신의 유통까지 조사했지만, 그 외의 부분을 조사하는 것은 치안청으로 넘겼다. 치안 청장은 유리스 공작의 라인이기에 가차 없이 관련자들을 조사하여 여죄를 밝혀냈다.
“이것마저 밝혀야 합니까?”
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왕립 마법원장인 로가디스 백작이 찾아와서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미러클 메디신의 출처를 조사하다 보니 블랙 새도우가 드러났다. 더구나 제조한 시설이 일종의 블랙 새도우 안가였고 원래 제조 목적은 왕국과 왕실에 적대적인 자들에게 살포하여 스스로 몰락하게 할 용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고 어느 순간 자신들을 파멸시키는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다. 문제는 제조하려면 연금술이 필요했고 그런 연금술은 4서클 이상의 정식 마법사가 필요했다. 그 제조에 참여한 자가 왕립 마법원에서 블랙 새도우를 지원하는 마법사였다. 이미 제조설비가 있고 재료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몰래 제조도 가능했다.
“흑마법을 금지한 것처럼 약물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인성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하게 진통제로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또한 왕국과 왕실에 적대적인 자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것까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탈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연금술, 다른 마법과 달리 위력이 없고 약하다고 경시하지만, 함부로 사용되면 대량 살상무기를 만들게 됩니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관리야 합니다. 사적인 용도로, 그것도 치부의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부분까지 밝히는 순간 마탑까지 문제가 될 수 있소이다.”
“도려낼 것이 있다면 도려내야 합니다. 이미 돌이킬 수가 없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합니다. 이번 일을 어설프게 처리하면 향후 마탑마저 위험해집니다. 끝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로가디스 백작은 세스포 레온 백작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왕권의 주인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반이 마탑 별원에 가자 세스포 레온 백작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히 부두에서 이주민 150명을 무단으로 연행한 것 때문에 화가 나서 그 일을 저지른 자들을 응징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왕권 다툼의 한복판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들도 물러나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태자인 이그니마가 시종과 시녀를 살해한 이면에 미러클 메디신이 존재한다는 말씀이군요. 그 폐해를 알기에 처음 사용 후에 자제하려고 했지만, 당시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화가 났고 순간적으로 발작을 하여 죽였다는 말이군요. 엑스퍼트 검사가 날뛰니 일반인인 시종이나 시녀는 피하지도 못했고요.”
“그렇습니다. 그런 사실을 숨긴 것 같습니다. 심지어 죄를 범해 처벌한 것으로 보고서를 조작하여 진상을 은폐했습니다. 그리고 무단 연행의 배후에 태자의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뎀스터 자작이 클리안 남작에게 지시하면서 윗분의 뜻을 언급했습니다.”
무단 연행 사건은 세스포 레온 백작에게 조사할 권한이 없지만, 그 자리가 만들어지게 된 정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지게 되었다.
“태자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미러클 메디신 중독은 총 4단계로 구분을 하고 있는데 이미 3단계, 4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처음 접하여 쾌락을 느낀 접촉단계나 스스로 자제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 저항 단계라면 개전의 여지가 있지만, 정기적으로 복용을 하는 상습복용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치료하고 투입을 중단해도 다시 찾기 마련입니다. 지금이야 폐하가 계시기에 자제하지만, 보위에 오르는 순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것입니다.”
“구제 불능이라는 말을 참 어렵게도 하는군. 파츨리아 왕자나 유리스 공작도 알고 있었던 것 같군? 맞는가?”
“물증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짐작은 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기에 파츨리아 왕자도 물러나지 않고 버틴 것 같습니다. 요번에 두 공작이 탑 주님을 만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만간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입니다.”
“빠른 결단을 하도록 나서야겠군. 일단 직접 보고를 해. 그 이후에 내가 나서서 정리할 수밖에. 수련해야 하는데 계속 일이 생기는군. 그렇다고 외부의 일을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으니. 심기가 불편한 상황에서 수련하면 집중이 되지 않으니.”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얼마 전에 대련하면서 작은 성취를 거두기도 했다. 상급 엑스퍼트에 도달했지만, 한동안 성취가 없었는데 마침내 최상급 엑스퍼트가 되었다. 그간 엘프의 마나 운용술을 익혔지만 마나 로드를 개척하지 못했는데 그 원리를 터득했다. 그렇기에 검술에 매진하고 있었다.
“급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마나가 안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주변을 정리하고 한적하게 수련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자들을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하고 맘 편히 지내야겠습니다. 유리스 후작, 아니 공작까지 쫓아낼 것입니다.”
맘에 들지 않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놔둔 유리스 공작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유칼라드 왕국의 국왕 크랜들 3세는 도저히 자신이 용납되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어휘, 기군망상의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왕궁의 모든 자들이 자신을 속인 것으로 생각하니 분노하기 이전에 허탈하기까지 했다.
태자인 이그니마, 능력을 출중하지 않지만 순박하며 포용력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이 스물이 될 때부터 차기 국왕으로 점지하고 나이 서른이 넘자 태자로 책봉했다. 하지만 조사하면서 알게 된 이그니마의 참모습은 치졸하기 짝이 없고 인내심도 없으며 인성마저 파탄에 도달한 파렴치한이었다. 태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일탈을 벌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측근들도 생각했던 수준이 아니었다. 젊을 때의 유희 정도라 생각했던 그들의 일탈은 국기를 문란하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자신의 왕자 시절 최측근이었던 헬싱키 백작과 유리스 남작이 행한 모략 정도로 생각했다. 유리스 공작과 거리를 두는 것도 차기 권력 구도를 재편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사실 유리스 공작의 무력이 부담스럽기에 그의 세력을 축소하는 데 동참하기도 했다.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아 연락을 드렸습니다.”
근위기사단장 로렌조 후작만이 다소 거리를 두고 서 있는 상황에서 국왕인 크랜드 3세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거기에 마주 앉은 사람은 마탑의 탑주이자 유칼라드 왕실의 최고 원로인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었다.
“바꿔야 합니다. 미러클 메디신을 사용한 자는 절대 끊지 못합니다. 중독으로 인한 금단현상보다 그것을 사용했을 때의 황홀한 기억 때문에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자라도 다시 손을 대고 맙니다. 그래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미러클 메디신, 어느 연금술사가 만든 마약으로 최고의 진통제이지만 한편으로 한 번 중독이 되면 패가망신을 하게 만드는 흉기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금지약물로 지정을 했지만, 근절이 되지 않고 있었고 암흑가에서 암암리에 유통이 되었다.
“블랙 새도우가 제조와 유통을 담당했다니 참담하기 짝이 없소이다. 무기로 쓰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걸 자신들이 사용하다니, 그런 멍청한 짓을 하다니.”
크랜들 3세의 말에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미 태자인 이그니마가 10년 전부터 사용해 온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 사실을 세스포 레온 백작이 확인한 상황이었고 당연히 탑 주도 알 수밖에 없었다.
“헬싱키 공작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태자를 바꾸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기에 물었다. 태자의 후견인인 헬싱키 공작마저 물러나야 했고 그렇게 되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었다.
“몇 년 전에 마련한 새넌 산의 별장에서 한적하게 지내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 아들들도 같이 내려가도록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