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76
33. 왕권 교체 (5)
왕족인 헬싱키 공작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 아들들까지 사실상 유배를 보내기로 했다. 왕족이나 고위 귀족은 이런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처벌했다.
“왕도에 있으면 탄핵이 빗발칠 것이니 거기서 조용히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유리스 공작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헬싱키 공작이 물러나면 유리스 공작의 세상이 될 수가 있었다. 문관인 헬싱키 공작이야 제어가 쉽지만, 무관인 유리스 공작은 개인의 무력과 그를 추종하는 중앙군이 있기에 부담이 되었다. 그렇기에 헬싱키 공작을 내세워서 견제를 한 면도 있었다. 크랜들 3세는 그 부분은 결정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도 물러날 때입니다. 폐하의 사람입니다. 같이 떠나는 것이 순리입니다. 힘들다면 내가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이일은 이반 소 영주와 내가 책임지도록 하지요.”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말에 국왕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이반의 존재가 내내 맘에 걸릴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유리스 공작보다 더 두려운 존재를 불러들이는 것 같아 걱정되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번 기회에 국정을 쇄신해야 합니다. 그간 너무나 정체가 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전과 달리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힘과 명분에서 밀린 국왕 크랜들 3세는 반대도 못 하고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영지에 들른 이반은 사실상 비상 경계 조치를 발령하고 엘리자벳을 불렀다. 혹시라도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영지에서도 일이 발생할 수가 있기에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유민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갑자기 무슨 말씀이에요? 난데없이 태자를 교체한다고요?”
“일단 엘리만 알고 함구해. 이미 시작이 된 일이야. 여기서 물러날 상황이 아니야. 최소한 태자는 교체가 되어야 안심이야.”
태자의 비위를 잡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태자의 몸까지 검사하는 것은 못 하고 있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태자는 부활할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태자와 척진 상황이니 엔리케 가문도 위험했다. 물론 저항하고 왕실도 전복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헬싱키 공작과 유리스 공작이 권력자인데, 그들은요?”
“둘 다 책임을 져야지. 모두 물러날 거야. 그러면 다른 고위 귀족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야. 지금까지 둘이 겨루는 상황이었다면 이후에는 대여섯 명이 서로 파벌을 이루면서 대립을 하겠지. 새로운 태자와 그들도 혼란스러울 것이고.”
둘을 그대로 두고 태자만 교체해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들이 물러나야 정점에 있는 국왕의 힘도 빠질 수 있었다. 사실상 이번 일은 국왕이 초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교묘하게 방해해야 했는데 나를 만만하게 생각했는지 너무 대놓고 움직였어. 거기다 내가 영지에 있다고 생각하여 허튼짓까지 한 거야. 내가 왕도에 언제든지 가는 사실까지는 몰랐던 것 같아. 알았다면 좀 더 조심했을 것인데.”
“하긴 초인이라고 해도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 그저 무력만 강할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러면서 소문의 내용 중에 마법에 관한 것은 거의 없는 것을 언급했다.
“이미 시작된 싸움이야. 그렇게 알고 주의해. 경호 체계는 확실하게 마련해놓은 상황이니.”
작년 초에 도둑이 들 가능성이 있을 때부터 철저하게 준비했고 문제가 있으면 계속 보완했다. 이반이 안에 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외부에 나가 있을 때 습격을 받으면 대비하기가 쉽지 않아 연락체계를 보완하고 있었다.
“저녁에 어머니에게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위험이 커졌다고만 말할 거야. 헨리도 마찬가지이고. 외부에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시는 성격은 아니니 큰 문제는 없겠지.”
“알았어요. 저도 따로 적당히 말씀을 드릴게요. 아마도 궁금해서 자세한 내막을 물어보실 것이니.”
전부 다 말을 해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다. 양자를 와서 어머니가 되었지만, 친어머니처럼 편하지 않았다.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에 쉽지 않았다.
“부탁해. 내가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이반은 양어머니인 엔젤라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싫은 것은 아닌데 편하게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왕의 집무실로 불려온 이그니마는 먼저 당도하여 대기 중인 파츨리아 왕자를 보자 눈을 부라렸다. 그런 이그니마의 행동에도 파츨리아는 달리 반응하지 않았다.
사람들 대부분 파츨리아 왕자를 칭찬하고 있었다. 이그니마의 생각에 똑같은 결과를 낸 것 같은데 파츨리아는 칭찬을 하고 자신은 잘못했다고 비난을 했다. 그러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고 중압감에 점점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네 몸에 피를 뽑아서 검사하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태자궁의 시종들까지 미러클 메디신을 사용했다니 어이가 없구나. 거기다 죄를 지어 처벌을 받았다고 보고된 시종과 궁녀들의 사인을 조사하니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분노를 발산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은 시종이나 시녀들은 왕족 모독죄나 절도, 재물 손괴 등의 죄를 범해 처벌했다 보고가 되었지만, 조사하니 태자 근처에 있다가 무작정 휘두른 칼에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탑에서 미러클 메디신의 부작용이 폭급한 성격과 포악한 행실이라고 한다. 왕족의 명예를 생각하여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별궁에 들어가서 근신해라.”
근신이라 말하지만, 유폐를 시킨다는 선고였다. 왕의 명이 떨어지자 대기하던 근위기사들이 일제히 검병에 손을 올려놓고 언제든지 발검할 준비를 했다. 혹시라도 이그니마가 발작하여 왕에게 달려들지 모르기에 대비했다.
“지금 블랙 새도우는 모조리 토벌이 되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쿠베르 백작도 작위가 박탈되고 왕실의 족보에서 제명이 되었다. 할 것이 없어서 그런 몹쓸 것에 손을 댔느냐?”
국왕은 믿었던 태자가 그런 일로 낙마를 하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그니마는 차마 발작은 못 하고 애꿎은 파츨리아만 노려보다가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마탑의 조사 결과 미러클 메디신의 출처는 왕실의 청소부를 자임하던 블랙 새도우였다.
그들의 비밀 연구실에서 은밀하게 제조했다. 심지어 그런 시설을 만들고 제조를 한 자들은 왕립 마법원에 속한 마법사들이었다. 물론 예전부터 그런 일을 해왔지만, 그것을 유통하거나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오직 왕국과 왕실의 적을 파멸시키는 데 사용했고 철저하게 통제했는데 어느 순간 왕실과 귀족들 사이로 퍼져나가고 말았다.
“헬싱키 공작도 모든 관직을 내려놓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후의 일은 파츨리아가 수습하라.”
헬싱키 공작도 이미 이그니마의 비행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은닉하는데 일조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다른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하여는 불문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유리스 공작은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과 이반 엔리케 소 영주가 공개적으로 저택을 방문하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는 뭔가 공식적인 통보 절차로 판단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 두 분이 같이 온 것입니까?”
서로 인사를 하고 응접실에서 마주 앉자 용건을 물었다. 무인답게 서로 탐색하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아시다시피 폐하께서 올 연말이 양위하실 것이라 천명을 했습니다. 어제 헬싱키 공작과 그 일가가 별장으로 요양을 하러 떠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쯤 태자 전하께서 스스로 부족함을 절감하고 태자의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입니다. 아울러 내일 정도 왕실의 원로들과 논의를 하여 새로운 태자를 정하고 귀족원에 통보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름 안에 책봉식을 할 것입니다.”
유리스 공작은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말이 끝나자 한숨을 내쉬었다. 방문한다고 통보받은 시점에 한 생각이 현실로 드러난 것임을 직감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지로 돌아가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장 내려가면 혼란이 커질 것이니 적당히 정리하고 새로운 태자의 책봉식 직전에 어떨까 합니다.”
조용히 있던 이반도 한 마디를 더했다. 시한까지 정해서 통보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리할 시간은 주는 것 같았다.
“헬싱키 공작도 없는 상황에서 나마저 떠난다면 혼란이 클 것인데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두 사람이 없어도 왕국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딱히 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온갖 인사에 관여하고 매사에 반대하는 것이 전부인데 없어도 그만일 것입니다.”
이반은 둘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각 파벌의 세력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필요 없는 행위로 규정했다. 오히려 그들이 있기에 국정에 혼란만 가중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폐하께서 상왕으로 물러나실 것이지만 당분간 국정을 살피실 것입니다. 아울러 왕실의 원로와 다른 공신들도 있기에 국정의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유리스 공작은 두 사람을 노려보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거부한다면 당장이라도 손을 쓸 기세였다. 그렇다고 달리 수를 쓸 수도 없으니 답답한 기색이 역력했다.
“10년 후에 아드님이나 손자분이 왕도에 나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호수에 물이 가득 차면 제방이 터집니다. 그 전에 수문을 열고 물을 비워야 합니다. 왕국과 왕실과 가문을 위해서도 영지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은 영원히 왕도에 올 수 없고 가문도 10년 동안의 추방이라는 말이었다. 헬싱키 공작의 무기한 추방보다는 다소 약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사형을 선고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정치적인 상황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탑 주님과 이반 소 영주는 무엇을 하실 것입니까?”
헬싱키 공작과 자신을 내쫓고 둘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럴 것으로 생각되지 않지만 그들의 행보가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국왕까지 퇴위를 강제하고 새로운 국왕을 옹립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지금 글로셜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엔리케 영지도 피해를 본 상황이니 극복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탑이야 지금처럼 하면 되는 일이고 달라질 것이 없겠지요. 대신에 이번에 문제가 된 미러클 메디신 관련하여 더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것입니다.”
둘 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천명했다. 이번에도 이반에 대해 허튼짓만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을 것인데 그런 짓을 하다가 철퇴를 맞고 말았다. 헬싱키 공작이야 자업자득일 수도 있지만, 자신마저 왕도에서 추방을 당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알겠습니다. 왕도 생활을 정리하고 영지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알기에 끝까지 고집을 부리지 않고 승복했다. 이미 국왕에게 승낙을 받고 통보하러 온 것이고 그 자리에 이반을 동행한 것은 즉결처분까지 염두에 둔 것 같았다.
“지금의 조치가 불만이겠지만 모두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시고 수련에 전념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종전했지만 파사칸 왕국과 언제 전쟁이 날지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반이 한 마디를 첨언하자 유리스 공작의 얼굴에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 바로 드러났다. 약자이니 따르라는 말이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에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둘은 마지막까지 협박하고 떠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칼을 빼 들고 달려들고 싶지만, 무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마탑의 탑 주인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기습한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지만, 이반은 그럴 여지조차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