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77
34. 명실상부 (1)
유리스 공작의 귀향을 통보하고 난 다음에 이반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마탑으로 이동했고 탑 주의 집무실에서 행정청장인 세스포 레온 백작까지 불러서 향후의 대책을 논의하였다.
“나도 탑 주의 자리에서 조만간 물러날까 한다. 그것이 마탑에게 부담이 덜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그런 말을 했다. 세스포 레온도 탑 주가 아직 정정한 편이라 차기 탑 주에 대하여는 포기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10년 후면 마나 붕괴가 될 수 있고, 마력 포션의 도움을 받더라도 30년 정도가 고작인데 그 안에 탑 주의 신상에 이상이 발생할 것 같지 않았다.
“행정을 담당하면서도 마법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너라면 벽을 깰 것이라 믿는다. 마탑의 탑 주는 마법만 잘해서는 문제가 있다. 정치를 알아야 한다. 그런 역할을 네가 잘할 것이라 본다. 그렇지 않을까요?”
말을 하던 로에난 크리에포는 옆에 있던 이반에게 물었다. 그런 것은 다소 의외였지만 새로운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에 행정청장은 후작, 이반 소 영주는 백작이 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따로 자리를 만들 것 없이 책봉식 다음 날 작위 수여식을 거행할까 합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그렇게 결심했다면 어떻게든 그렇게 만들 것이니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국왕이나 왕실의 측면에서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겠지만 두 사람으로서는 커다란 공을 세운 것이기도 했으니 그런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상황을 살피니 국왕 폐하께서도 뭔가 대책을 세우라고 넌지시 눈치를 준 것 같은데 작위마저 주려면 떨떠름할 것 같습니다. 2년이나 먼저 퇴위하시는 마당이니 심기가 불편할 것도 같습니다. 우리가 너무 몰아붙이는 것이 아닙니까?”
이반은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왜 그렇게 나서는지 의구심이 들어 질문을 던졌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을 하지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것이 최선입니다. 몰아칠 때는 몰아쳐야 합니다. 아무런 전리품도 없이 물러나면 결국 우습게 볼 것입니다. 최소한 그 정도를 챙겨야 다들 뭔가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를 할 것입니다.”
이번 일이 왜 벌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다.
“또한 외부에 확실하게 내보일 것이 필요합니다. 실질에 맞는 대접이 필요하고 그 방편으로 작위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최소한이 고위 귀족으로 대접받는 백작의 작위였다. 이반이 그런 작위를 받는다고 해도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하더라도 상황을 모르는 자이고 그런 자는 국왕이나 다른 귀족이 침묵을 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근위기사단도 상당수 개편을 하던데 사람을 보내야 합니까?”
근위기사단을 선발할 때 주로 중앙군에서 차출했다. 근위기사로 근무하다 다시 중앙군의 고위직으로 나오기도 했다. 나이가 젊은 엑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가 차출되었다.
보통 30세 미만의 엑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가 대상이었다. 현재 엔리케 영지 출신의 기사들도 네 명이나 해당이 되었다.
사실상 영지와 상관이 없지만, 여전히 스타치온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중앙 4군단에 소속이 되지 않아 아무런 지휘권이 없지만, 여전히 영주와 휘하 기사나 마찬가지였다.
“보내지 않아도 문제이고 보내도 문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왕실 입장에서는 보내지 않는 것이 더 걱정일 것이니 보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이 필요 없고 둘 정도가 적당할 것입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이 아예 숫자까지 언급하며 보내라고 조언을 했다. 근위기사로 보내면 첩자를 보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왕도 유카리스에서 전격적으로 태자가 교체되었다. 단순히 태자의 측근들 몇 명이 미러클 메디신의 중독자라는 사실만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태자도 중독자로 의심했다.
그런 소문이 돌지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었다. 확인한 사람도 없고 공공연히 떠드는 사람도 없이 수군대는 정도였다.
이어서 헬싱키 공작과 유리스 공작이 새로운 태자의 책봉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장에 휴양을 가고 영지로 낙향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변에 따르는 일이 발생한 것을 감지했다.
이런 가운데 숙청의 열풍이 유카리스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면서 젊은 나이에 요직에 발탁이 된 자들이 순식간에 해직이 되고 구금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보이지 않은 가운데 환호를 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경쟁에 뒤처져 언제 그만둘까 고민하던 자들이 그들이었다.
관료사회에서 출세는 능력이나 인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줄에 의해 좌우되었다.
연줄을 잡는 것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급박하게 진행되는 변화에는 표적이 되기 마련이었다. 그런 자들이 쓸려 나니 묵묵히 일하던 자들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어떻게 할 것입니까?”
헬싱키 공작이 유배를 가자 테인즈 백작도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왕국의 중앙 부처의 고위직이 아닌 유칼라드 공국의 직책인 유카리스 행정청장이니 무관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세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버티면 추해진다.”
장남인 케로스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끌어내릴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과거에 행한 잘못을 파헤칠 것이고 결국은 패가망신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물러나야 할 시점에 물러나는 것이 보신에 좋았다.
“아버지는 큰 잘못은 없지 않습니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잘못을 범하는 것이 인간이다. 죽을 때 조용히 죽는 것도 삶의 지혜이다. 지금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머리를 숙일 때이다.”
테인즈 백작은 그렇게 말을 하고 물러났다. 물론 그 후임은 그가 물러나자 바로 임명이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잊힌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뭔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테인즈 백작은 사의를 표명하고 며칠이 지난 후에 외성 밖에 있는 그란델 상단 유카리스 지부의 관타모 상단 주를 방문했다.
“7대 상단 중에 3개 상단의 상단 주가 체포가 되었고 나머지 상단 주도 행수들 여럿이 체포되었습니다.”
비리는 관료 혼자 저지르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 혜택을 받는 자가 재물을 제공해야 하고 주로 상단의 인물들이 해당이 되었다.
“저도 그것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잘못한 것이 많지만 그들을 전부 다 벌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 점을 상단 주가 이반 소 영주님께 잘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 같지만 주범은 관료들입니다.”
그란델은 이미 7대 상단에서 보낸 사람을 만난 상황이지만 테인즈 백작까지 그런 말을 할지 몰라 놀란 상황이었다.
사실 테인즈 백작도 자신이 발탁했던 자들이 쓸려나가면서 처벌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자 두렵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보신을 위해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기도 했다.
“저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모릅니다. 일단 이반 소 영주님을 뵙게 되면 말씀은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관타모는 테인즈 백작 정도면 직접 찾아가도 될 것인데 자신을 찾아온 것이 의아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이번 정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스타치온은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중앙군단의 군단장이 요직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권세를 부리는 자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들 어렵게 대하는 기색이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냐? 갑자기 양위까지 언급이 되는데 무슨 일이냐? 공작들이 왕도를 떠나고 말이야?”
이반을 보자 궁금한 것을 물었다. 태자를 교체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정계의 거두 두 사람을 숙청하는 것은 예상 밖이고 국왕마저 퇴위시키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태자만 교체해서는 양위가 이루어질 때까지 혼란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빠르게 왕권교체를 단행하여 왕국을 안정시키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양위가 이루어질 때 추가로 신료들을 교체할 것입니다.”
“그보다 책봉식 직후에 거행되는 작위 수여식에서 백작을 받는다고 하는데 네가 원한 것이냐?”
“탑 주님이 전리품은 챙기는 것이 좋다고 하여 일단 백작위를 받기로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관직을 맡을 수도 있는데 작위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유칼라드 왕국은 신분제 사회였다. 그렇기에 작위가 능력의 척도였다. 높은 작위는 어떤 직책을 맡을 때 필요한 조건이었다.
“중앙에 진출하려는 것이냐?”
“임시직도 있지 않습니까? 작위가 높아서 나쁜 것은 없어 보이고요. 기고만장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되는 일입니다.”
이반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작위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스타치온이지만 전생의 환마로 살던 기억 때문인지 그런 것에 초연했다. 중원에서도 사대부들은 품계를 중시했지만, 무림인은 그런 것을 중시하지 않았다.
“잘 알아서 하겠지만 너무나 두렵구나. 정치에 너무 나서다가 화를 당할까 걱정이 되는구나.”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강하게 대응하여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충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영지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영지에 유민이 얼마나 당도한 것이냐?”
부피가 큰 화물을 싣고 온 다음에 가져가는 상품은 양이 많지 않아 빈 곳에 유민을 싣고 갔다.
배 한 척에 100~200명 가까이 싣고 갈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한 달에 20여 회 정도 싣고 가면 3,000여 명 가까이 수송이 가능했다.
“지금까지 7,000명 정도 이주를 했습니다. 기존에 개간했던 곳에 정착을 시키는데 지금부터는 새롭게 개간해야 합니다. 이주한 자 중에 절반가량 개간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마법사들을 지원받아 디그 마법을 중점적으로 전개할 것이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데 어떻게 한 거냐? 사채업자들이 개입한 것 같은데 문제는 없는 것이냐? 나중에 영지까지 들어와서 난장판을 벌일까 걱정이 된다.”
“사채 관련 서류는 그들이 오면 회수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레우스 장원에서 보유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천천히 회수할 생각입니다.”
사채를 탕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에 그라나다에서 인수한 후에 이반에게 넘겨주는 상황이었다.
물론 선금으로 10만 골드를 지급한 상황이고 적절한 수수료까지 지급하니 그라나다도 손해는 아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깨끗할 것 같구나. 영지의 자금이 아닌 네 개인 자금으로 추진하는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사채업자와 직접 거래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그라나다란 조직을 통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생겨 의뢰했습니다.”
그런 말을 해도 담담한 표정으로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레오닐 클로란은 이반의 호출을 받고 왕도 유카리스로 왔다. 그 옆에는 기사단장인 요크도 같이 있었다.
“인사를 드리도록 하게. 이분은 이반 엔리케 소 영주이시네.”
요크 단장은 레오닐 클로란의 소개에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초인으로 소문난 이반을 직접 만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그도 이반의 강함을 조금은 엿볼 수준은 되었기에 이반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요크 단장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들이 만난 곳은 일종의 안가로 외성 밖에 있는 자그마한 장원이었다. 그들의 만남을 외부에 알릴 수는 없기에 은밀하게 만났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그렇게 말하고 마련된 응접세트에 자리했다. 이반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주도했다.
“이번에 수도에서 일어난 정변을 들었을 것입니다.”
이반은 요크 단장이 있기에 하대를 하지 않고 정중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보를 수집하여 그 상황을 대략 듣기는 했습니다. 정확히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라나다에서 진행한 이주민 문제에서 시작이 되어 역으로 태자 일파의 미러클 메디신 문제로 역공을 취했고 태자교체로 이어진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헬싱키 공작의 실각과 유리스 공작의 귀향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태자의 교체만 해서는 의미가 없기에 둘을 제거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들이 현 국왕의 측근으로 20년 이상 권력을 휘두른 상황입니다. 그대로 두어서는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기에 아예 축출한 것입니다. 순응하지 않고 무력으로 대응한다면 아예 제거할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한 일과 현재 상황에 대하여 언급했다. 마탑을 개입시켜 일을 추진한 배경에 대하여도 설명했고 국왕이 양위하기로 한 내용까지 전달했다.
“만나자고 한 것은 몇 가지 지시할 것이 있어서입니다.”
“그 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보고하라는 말씀인가요?”
레오닐 클로란도 눈치가 있기에 이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반문을 했다.
“그렇습니다. 나도 살피고 마탑의 매직 나이트도 살필 것이지만 클로란 남작님도 그들의 동향을 살피기를 바랍니다. 특히 그 두 공작을 추종하는 세력이 왕국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들의 동향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대로 물러나지 않고 어떻게든 뒤에서 반격해올 것입니다. 그냥 내놓을 사람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