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79
34. 명실상부 (3)
누군가 물러나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당장 태자의 측근들이 쓸려나갔다. 각부의 수장인 공이나 실무책임자인 령은 아니지만 각 분야의 책임자인 경과 실무 행정관들이 퇴임하게 되자 그동안 소외된 인사들이 발탁되었다.
태자 책봉식 다음 날 작위 수여식이 개최되었다. 국왕인 크랜들 3세는 가장 먼저 작위를 수여하는 인사의 이름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마탑의 행정청장인 세스포 레온 백작이 태자와 태자 측근의 비위를 밝혀낸 공으로 후작의 작위를 받게 되었다.
공작 둘이 사실상 정계 은퇴를 하고 추방이 되었으니 후작 하나 더 생긴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마탑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게 되었다.
여기에 아무런 작위도 없고 심지어 기사로 서임되지 않은, 그나마 엔리케 남작령의 소 영주인 이반 엔리케가 백작의 작위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또한 6서클이 된 호른 마법사도 마탑의 장로가 되면서 자작의 작위를 받게 되었다. 2~3년이 지난 후에 백작으로 작위가 상승하지만 일단 자작의 작위를 받게 되었다.
보통 작위 수여식은 성대하게 진행이 되지만 이번에는 태자를 교체한 직후에 거행하는 것이라 조용하게 당사자들만 참여하여 거행되었다. 그런데도 작위를 받는 자가 많아 북적거렸다.
왕실의 입장에서야 태자의 교체가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그 일을 이룬 자들에게는 일종의 공적이었다. 그러니 그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포상을 해주어야 했다.
이반은 조용히 한쪽에서 대기를 했다. 세스포 레온 백작도 후작이 된다고 하니 다소 상기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차기 마탑의 탑 주로 입지를 굳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반은 스타치온의 작위 수여식을 참관한 경험이 있기에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충성맹세에서 왕국과 국왕에 대해 충성을 한다는 서약이 있어 다소 거부감이 들었지만, 국왕 개인이 아닌 왕이라는 존재에게 하는 서약임을 알기에 이해를 했다.
‘국왕이 바뀌면 자동으로 충성이 대상이 승계되는 것이니 국왕에서 물러나면 충성의 의무도 없게 되는군.’
기사도 영주가 바뀌면 충성의 대상이 바뀌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전생의 환마의 기억이 있기에 여전히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은 천성적인 반골의 기질이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하오문에 있을 때 문주만이 아니라 지부장에게도 충성을 맹세한 적도 있으니. 그런 것으로 생각하자. 이럴 때는 사기꾼의 수법을 사용하면 제격이지.’
사실 충성할 생각이 없지만, 입으로 그런 맹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가심공假心功이라는 것이었다.
사기꾼들이 익힌 일종의 술법으로 광대들이 사람들 앞에서 극을 하거나 노래를 할 때 떨지 않고 역할에 몰두하기 위해 익히는 기술을 사기꾼들이 더 발전시킨 방법이었다.
‘이 세상은 언령이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니 가심공을 사용하자. 충성맹세를 하고 배반을 한다면 그 자체로 심령에 타격을 줄 것이다. 가심공으로 본신지기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것이 좋겠지.’
왕국에 충성하는 것은 거부감이 없으니 국왕에게 충성하는 부분만 가심공을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물론 진심을 담을 때보다 더 진심을 담은 것처럼 보일 것이니 문제는 없었다.
“나, 이반 엔리케는 유칼라드 왕국과 국왕 폐하께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반은 작위를 받기 직전 충성서약을 하게 되자 가심공을 사용하여 정해진 문구를 읽어 나갔다.
“나, 크랜들 3세는 왕국을 대표하여 이반 엔리케에게 종신 백작의 작위를 수여하노니 충심을 다하기를 바라노라.”
두 사람은 정해진 문구를 서로 읊조리는 것으로 작위 수여식이 진행되었고 간단히 그렇게 끝이 났다.
계속 작위를 수여해야 했기에 시간이 그리 소요되지 않았다. 가심공을 사용했지만, 오히려 진심을 다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단승 작위이지만 종신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뭔가 듣기 좋게 말을 했다. 작위는 세습, 하강 세습, 종신, 직위 작위로 구분이 되는데 일반적인 단승 작위는 종신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직위 작위의 경우에는 ‘~의 직을 수행하는 동안 ~작위를 부여한다.’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는데 각 행정관이나 장교들이 이에 해당이 되었다.
이들은 퇴임할 때 같은 직급의 종신 작위를 부여받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혹시라도 작위 수여식을 하는 동안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어 긴장했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세스포 레온과 이반은 작위 수여식이 끝나자 국왕의 집무실에서 국왕 크랜들 3세와 태자인 파츨리아와 대면했다. 이반으로서는 처음으로 그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였다.
한두 번 정도 만날 자리가 있었지만, 이반이 피한 면도 있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같이 만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다면서 피했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군. 이반 백작이 저번에 벌어진 파사칸 왕국과의 전쟁에서 저들의 강자를 격퇴하여 사실상 전쟁을 종결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보고받았습니다. 그런 공을 세웠는데 포상을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이런 방식으로나마 작위를 수여하게 되었습니다.”
크랜들 3세는 이반을 유심히 살피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변명을 했다. 이반은 국왕이 자신에게 반감이 있고 마지못해 용인하는 것을 알지만 달리 반발하지 않았다.
“또한 마탑과 매직 나이트가 왕실의 비극을 막아준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미래에 벌어질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게 되었으니 큰 공을 세웠습니다.”
둘 다 공을 치하하는 것이지만 말을 하는 것과 반대로 약간의 노기마저 담겨 있었기에 진심이 아님을 간파할 수 있었다. 둘이 이그니마 태자를 폐위한 주범이니 그럴 만도 했다.
이반은 여전히 가심공을 운용하면서 심기를 다스리고 있었다. 자칫 본심이 튀어나오는 사태가 벌어져 관계가 어그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있었다.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져 갑작스럽게 대임을 맡아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앞으로 세스포 후작님이나 이반 백작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태자가 된 파츨리아도 두 사람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두 사람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들을 잘 구슬려서 협조하게 만들어야 순탄하게 모든 일이 진행될 것 같았다.
“마탑의 일이 많아 왕국의 일을 할 여유는 없지만 어쨌든 왕국의 사람인 이상 누가 되지는 않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각기 제 역할을 다할 때 매사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세스포 레온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를 후작으로 천거한 탑 주의 의중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아직 어리고 영주의 일을 대리하는 소 영주인 상황이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제가 아니라도 왕국의 일을 할 사람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반은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영지의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그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기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대놓고 반박하지는 않았다.
크랜들 3세나 파츨리아는 세스포 레온이나 이반의 태도를 보면서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적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호의를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뭔가 거리를 두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대화가 이어졌지만 제대로 된 대화보다는 뭔가 거리를 두고 탐색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보다 두루뭉술하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했다.
“해상운송을 시작하고 크로나 강의 수운에 관심을 두는 것은 동북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책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물산을 많이 생산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쌓아두거나 썩어나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발전을 못 하는 상황입니다.”
이반은 현재 왕도 유카리스의 상인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당장이야 글로셜이 발생하여 문제가 없지만 동북 지역에 많은 물자가 들어오면서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혹자는 물자의 과다 공급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풍족해지는 것이라 봅니다. 해상운송과 수운이 발달하면 앞으로 동북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 봅니다.”
이반은 제 일에 방해하지 말라는 의사를 대놓고 표명했다. 그런 의중을 알기에 국왕이나 파츨리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면적이 넓은 변방 영지가 분할되지 않고 그대로 발전하면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에 걱정하고 있었다.
파사칸의 왕궁, 국왕이 된 로젠만은 유칼라드 왕국에서 일어난 무혈정변에 대하여 보고를 받고 환생자들을 비밀의 방으로 불러 모았다.
근위기사 단장인 파타칸을 근접 시위로 지정하여 밀실에 들어가니 누구도 그런 행보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이반 엔리케가 마탑을 움직여서 그를 견제하려던 자들을 역으로 제거하고 태자를 폐위하고 권력을 휘두르던 두 공작마저 유배를 보내고 낙향하게 했다는 보고이다.”
세세한 내용을 파타칸이 설명했다. 무사카나 알레시안도 이미 알고 있는지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그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달리 야욕을 가지고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때 우리를 제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닐까 염려가 된다. 그런 경우는 많으니.”
의심이 많은 로젠만이 불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백도에서도 흑도 무리를 토벌할 명분과 능력이 있어도 필요한 때가 될 때까지 그냥 놔두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가 역으로 당하는 수도 있지만 그런 작전이 성공하여 더 큰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자가 우리를 놔두는 것이 뭔가 목적이 있다는 것인가? 뭔데? 설마 유칼라드 왕국을 차지하는 데 우리를 이용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런 야욕이 있다고?”
무사카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반문을 했다.
“태자를 교체하고 국왕마저 양위하도록 했다고 하더군. 그 나라 법에 2년 안에 양위해야 하지만 그걸 내년 초에 양위하도록 만든 것이니 사실상 실권을 쥐었다고 봐야지. 그런 위치가 되면 없던 욕심도 생길 것 같다. 나도 처음부터 왕이 될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그렇게 되었으니.”
로젠만이 걱정하는 것은 이반이 마음을 바꿔 유칼라드 왕국을 지배하고 다시 파사칸 왕국마저 노리는 것이었다.
자신도 섭정으로 파사칸 왕국을 지배했지만 뭔가 명분이 부족한 것 같아 유칼라드 왕국을 정복하려고 했다.
물론 이반이 등장하여 포기하고 결국 왕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그렇게 되었다면 대륙 전체를 통일한 황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런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으니 더욱 아쉬웠다.
“그자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각기 세력을 만들고 무사를 육성하고 있지만 두드러진 성과가 없는데 지금이라도 무공을 전수할 방도를 강구하자.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는 그자의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후손들에게 무공을 전수할 필요가 있어.”
“지금도 인체의 혈도에 관해 연구하고 있고 몇 년이 지나면 성과를 낼 것이라 본다. 너무 서두르다가 멀쩡한 사람을 불구로 만들 수도 있다. 아예 다른 것은 아니고 유사한 것이니 시간을 두고 연구하면 가능할 것 같다.”
알레시안은 서둘지 말자고 로젠만을 다독였다. 이반이 부상하니 불안할 것이지만 그럴수록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했다. 상황이 다소 바뀌었지만 급한 상황은 아니라 판단했다.
“더구나 그자가 고위 귀족인 백작이 되었다니 이는 권력의 전면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칼끝을 우리에게 돌릴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하자.”
파타칸마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무사카와 알레시안도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들처럼 위급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보다 그자가 마운기의 환생자를 휘하로 거둬들이고 행동이 바뀐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왕국을 장악하는 데 걸림돌이 될 두 명을 일단 제거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마운기의 환생자도 색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단 유칼라드 왕국의 암흑가와 연관이 있을 것이니 그쪽을 조사할까 한다.”
로젠만은 이반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마운기의 환생자까지 재차 거론했다. 무사카나 알레시안이 너무 안이한 것 같아 답답한 기색이었다.
“음, 그건 주의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우리 왕국까지 침투할 수도 있으니. 암흑가 말고도 각 영지나 장원을 노릴 수도 있으니 왕국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사카가 결국은 로젠만에 동조를 했지만 우려하는 방향을 바꿨다. 왕국 내부에 대한 통제를 강조했다.
“그렇게 하는 것도 필요하겠군. 구 엘리야 왕국 쪽에서 일을 꾸밀 수도 있고.”
로젠만은 그런 언급이 나오자 기겁한 표정이 되었다. 부흥 운동이 시작되고 그 배후에서 이반이나 마운기의 환생자가 나선다면 독립을 할 수도 있고 역으로 파사칸 왕국을 침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엘리야 왕국을 합병했지만 아직은 제대로 흡수한 것이 아니었으니 취약한 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