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80
35. 세계수 (1)
이반은 듀안을 위해 적당한 자리를 알아보았다. 자기 몫을 챙겨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듀안이 있어 다행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친가의 숙부를 천거하는 것도 그리 내키지 않았다.
작위를 받았지만 기사 20명을 더 서임하는 것 외에 특별한 혜택이 없었다. 오히려 왕국에 대한 의무만 더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몫으로 할당이 된 관리추천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축하합니다. 백작이 되었는데 중앙에 진출하실 것입니까?”
결혼 후에 말을 편히 하라고 했지만, 다시 공대하는 듀안이었다. 작위가 있기에 그런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부재중인데 영지를 떠날 수는 없죠. 거기다 작위보다 나이가 어린데 관직에 나가면 다들 껄끄럽죠. 그보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몇 군데 자리를 알아보았고 영지 관리청에 자리가 날 것 같습니다.”
“영지 관리청의 영지관리관으로 근무하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당분간 거처는 할아버지의 저택으로 하시고요. 같이 지내면서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일도 좀 돌봐주시고요.”
다른 사람이라면 내성 저택에 머무는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한 면도 있었다. 서로 폐가 되지 않고 상부상조하는 것이라 도움이 되는 면이 컸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영지관리관이라면 각 영지에 관련된 일을 해야 하는데.”
“사실 모든 일이 어려울 필요가 없습니다. 영지 일도 마찬가지지만 상식만 있으면 해나갈 수 있습니다. 사특한 욕심만 내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영지 관리청 관리들이 하는 일은 자리를 차지하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영지와 관련이 있는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지만 휘하의 서기들이 모든 일을 했다. 행정관들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은 작위 계승자 선정 문제나 영지의 승격 정도였다.
“물론 세금을 배정하는 일이 골치 아플 것이지만 전년도 수준으로 배정하면 그만일 것입니다. 2급 행정관이니 준남작이지만 2~3년 안에 1급 행정관으로 발령을 받을 것입니다.”
듀안이 크로나 남작령의 소 영주이지만 나이도 고작 스물에 불과하고 아직 경험도 일천하기에 1급 행정관이 될 수는 없었다.
이반이 영주도 아닌데 백작의 작위를 받은 것이 특이한 경우였다. 일정 기간이 지나야 승급을 시켜 주었다.
“아마 부임을 하면 엔리케 영지의 자작령 승격 건으로 말이 나올 것입니다. 현재 귀족원에 송부가 되어 심사 중입니다. 그 건으로 뭐라고 하면 아는 것이 없다고 하십시오.”
“자작령으로 승격을 신청한 것입니까? 대부분의 영지에서 승격을 신청해도 보류를 하는 중일 텐데….”
“어떻게 하다 보니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지 개발계획에 대해서는 영지법이나 귀족법에 저촉이 된다는 태도를 보이면 됩니다. 영지 관리청에서 그런 계획을 공표하였지만, 영주들의 반대로 인해 철회한 상황입니다.”
이반은 듀안에게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사전에 주의를 시키지 않는다면 실수할 수도 있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조금만 잘못해도 구설에 올라 낭패를 당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 의혹을 살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이반의 처남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니 본인만 처신을 잘하면 귀찮게 하지 않겠지만 행동에 제약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영지로 돌아온 이후에 연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냉해를 입고 이후에 가뭄이 와서 농작물의 소출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만,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그런 중에도 당면한 현안을 처리해야 하기에 바쁘게 움직였다. 행정총관을 불러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해나갔다.
“날이 가물었지만, 가을 포테토의 작황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곡물의 수확이 예년의 80% 정도에 그칠 것 같지만 영지에서 소비하는 양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주민이 와서 인구가 증가했지만 올해도 대략 3~4만 명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이 남을 것 같습니다. 일단 세금으로 거둔 곡식은 절반 정도 저장하고 비축하고 있던 묵은 곡물을 방출할 것입니다.”
행정총관의 보고에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엔리케 영지와 크로나 영지는 포테토를 보급하면서 곡물의 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글로셜이 왔지만, 오히려 예년보다 곡물이 더 많이 남을 것으로 예측이 되었다.
“왕도와 유칼라드 공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파라운 공국의 작황이 좋은 편이라 거기서 꽤 많은 양을 수입한 덕분에 곡물 부족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예년보다 30% 정도 가격이 상승한 상황입니다.”
해상운송을 시작한 이후에 왕도의 소식을 전보다 훨씬 빠르게 알 수가 있게 되었고 정보의 양이나 질도 높아졌다.
이반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듣고 직접 가서 확인하지만 그런 것을 행정관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있었다.
“글로셜이 온 다음에는 몬스터가 줄어든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지난겨울 엄청나게 추웠기에 고지대의 몬스터가 몰려왔지만, 그들을 퇴치했기에 올해는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올겨울에 더 추워질 수가 있기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글로셜이 이어지면 더 추워질 수도 있었다. 이제 늦여름이기에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늦가을 날씨를 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일단 글로셜이 이어진다고 보고 대비를 하기 바랍니다.”
그런 지시를 내렸지만, 이반은 올해도 날이 추울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던파스 평원에 가서 조사하니 예년보다 얼음이 녹지 않고 있었다.
여름에는 아유리아 습지의 얼음이 전부 다 녹았는데 올해는 절반 정도만 녹았고 벌써 얼고 있었다.
“내년에도 글로셜이 이어진다면 피해는 훨씬 커질 것입니다. 곡물이 부족해질 수 있고 주변 영지들도 어려움이 처할 것입니다. 다른 영지는 포테토를 재배하지 않아 올해도 곡물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만일 엔리케 영지나 크로나 영지에서 포테토를 재배하지 않았다면 두 영지도 비축한 곡물을 추가로 방출할 상황이었다.
“그러니 개간한 땅에 포테토를 많이 심을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합니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땅을 개간하여 내년을 대비해야 합니다.”
곡물이 남아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문제지만 모자라 굶어 죽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더 큰 문제이기에 대비하도록 했다.
내년까지 글로셜이 이어진다면 더 많은 이주민을 데려올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했다.
세렝게 산에 있는 엘프의 유적지에서 이반은 모처럼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공간 반지를 열고 정령들에게 세계수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원소 정령과 자연계 정령을 모두 소환하여 봉인의 기운을 흡수하게 하였다. 그러자 전과 달리 상당히 봉인이 약해졌고 마침내 봉인한 수법을 살필 수가 있게 되었다.
물론 이반의 마법 실력이 그만큼 향상됐기에 봉인을 뚫고 그 내부를 살필 수가 있었다. 봉인은 일종의 결계였고 기운의 원천은 그 안에 봉인된 세계수였다.
하지만 그 세계수는 아공간에 있는 마나석에서 기운을 획득하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마기에 적응하기 위해 외부의 기운을 안으로 흡수하고 있다. 일종의 거름막을 통해 마기를 제거하고 있지만, 전부를 다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마기에 노출이 되면서 조금씩 저항할 능력을 갖추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세계수의 봉인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봉인을 유지하는 마나석의 마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계의 틈으로 마나를 주입하면 봉인이 해제될 것이다. 문제는 이 세계수를 어디에 심어야 할지 그것이 문제이군.’
마기의 침식이 문제이지 날씨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던파스 평원에 심어도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세계수가 있던 당시에 그 지역은 온화한 날씨였는데 지금은 동토의 땅이 되었지만. 세계수가 있던 자리에 다시 세계수를 심는 것이 좋겠지.’
마기에 침식이 될 수 있지만 마나석으로 마기를 제거하는 결계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마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었다. 더구나 오랜 세월 동안 마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 상황이니 적응한 상황일 수도 있었다.
‘더구나 엘프의 마법 중에 일부는 세계수의 도움을 받아야 수련할 수 있다. 상급이나 고급의 마법을 전개하려면 정신력이 강해야 하고 정신력을 높이려면 세계수와 교감을 해야 한다. 현경 이상의 경지에 오르면 가능하지만 요원한 실정이니 세계수가 필요하다.’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령을 살폈다. 역 소환하지 않았는데 원소의 정령은 정령계로 하나둘 떠나갔고 자연계 정령은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 상급으로 성장할 시점인가? 이제 갓 중급에 올라선 뇌전의 정령만 멀쩡한 것 같군. 점점 정령술도 무공과 마법에 근접할 정도가 되는 것 같군.’
이반은 뇌전의 정령이 마침내 중급 정령이 되자 새로운 정령, 빛의 정령과 어둠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빛의 정령이나 어둠의 정령은 자연계 정령과는 달라 보인다. 뇌전의 정령처럼 뭔가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한 것도 같고.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진행하자.’
이반은 뇌전의 정령마저 역 소환한 후에 평소에 하듯이 에레스쿠니아스의 아공간 반지를 살폈다.
그동안 마법의 수준은 전보다 높아졌고 마법진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진 상황이니 더 많이 파악할 것 같았다.
전보다 마법진을 살피는 능력이 향상됐다. 전에는 마나를 안으로 투사하여 살펴야 했지만, 지금은 기감으로 마법진의 구성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저절로 마법진이 감지되었다.
‘세계수의 기운을 이용하면 개방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혈액으로 각인하는 원리가 세계수의 기운을 가진 자를 판별하여 주인으로 인식하는 것이기에 편법을 사용하여 각인할 수 있어 보였다. 혈액에 세계수의 기운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시도해 보자.’
이반은 아공간 반지를 열고 세계수의 기운을 일부 모은 다음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낸 다음 그 피에 기운을 주입한 다음에 혈액을 반지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반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살폈다. 반지에 떨어진 혈액이 바로 사라졌고 마침내 반지에서 빛이 났다. 봉인이 해제된 것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만져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반은 그 반지를 들어서 아공간 반지가 없는 손가락에 끼었다. 그러자 반지가 자연스럽게 그의 손가락에 고정이 되었다.
이반은 마침내 반지가 연결된 것을 느끼고 기운을 주입했다. 금제가 해제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반의 혈액에 반응하여 이반을 반지의 주인으로 인식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마나를 운용하여 일루전 마법을 전개했다 취소했고 다른 마법도 점검했다. 일부 마법은 물리적인 파괴력이 있기에 보류했다. 그런 다음에 아공간을 개방했다.
이반은 아공간 안을 살피다가 공간의 절반 정도가 각종 물건으로 채워진 것에 놀랐다. 에레스쿠니아스가 반지에 있는 물건 대부분을 꺼내 놓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들어있었다. 주로 서적과 각종 금속으로 된 물건이었다.
‘이건 뭐지?’
이반은 책인 것 같지만 책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어 하나를 꺼내었다. 일종의 석판처럼 보였는데 글자, 룬어로 뭔가 적혀 있었다. 룬어를 알기에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설마 용언마법인가? 드래곤이 진짜로 존재한 거야?’
드래곤의 유물로 보였다. 혹시 그것에 대한 설명이 있는지 살폈는데 수기로 기록한 것에 그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세계수의 지킴이들이 기록한 일종의 일지였다.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은 드래곤이 엘프를 위해 남긴 마법서이고 드래곤의 용언마법을 엘프가 전개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마법의 위력이나 효율이 다소 저하되었다는 내용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