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83
35. 세계수 (4)
이반과 식구들은 열흘에 하루 정도 왕도 유카리스에 가기로 했다. 이는 두 가지 목적으로 그렇게 했다.
왕도에 혼자 있는 캐서린이 가족들을 보고 싶어 했기에 만나게 해주는 것과 이반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시야에서 벗어나면 관심이 사라지고 두려움도 점점 사라질 것이기에 보이려고 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왕도 유카리스에 오는 것은 문제가 있기에 스타치온과 캐서린을 만난다고 핑계를 댔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고 왕도에는 볼 것도 많았다.
“오늘은 너와 대련을 하려고 조금 일찍 부대에서 나왔다.”
이반은 마침 연무장이 완성되었다고 하여 왕도에 당도하자 바로 그곳으로 이동했다. 연무장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캐서린이 마차를 가지고 와서 워프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다가 다른 가족들과 동행한 상태였다.
“한 번 제대로 대련해볼까요?”
마스터는 함부로 대련도 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 하수와 지도 대련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련일지라도 전력을 사용하여 싸우는 것은 금기이기도 했다.
이반은 스타치온에게 마음껏 공격하라고 했다. 스타치온도 그동안 다양한 수련을 하면서 벽을 깨려고 노력했고 이제 높은 경지에 한 발 들여놓은 상태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반은 이번 기회에 무너가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기도 했다.
“제가 제어를 할 것이니 마음껏 공격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뭔가 벽을 넘을 것이니.”
스타치온은 명상을 통해 마나 로드를 인식하고 마나의 순환을 이룬 상황이었다. 내공심법을 스스로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반은 따로 내공심법을 전수하지 않고 엔리케 검술에서 내공심법을 추출할 수 있도록 했다.
‘효율을 따진다면 여타의 내공심법에 비해 떨어지지만, 할아버지에게 최적화된 운기법이다. 이미 체화가 된 엔리케 검술의 동공을 버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상승 내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반도 적당히 준비한 다음에 마주 섰다. 이반이 들고 있는 검은 엔리케 검술을 전개하는 전용의 검이 아니라 다소 길이도 짧은 일반적인 장검이었다. 반면 스타치온은 여전히 도刀에 가까운 엔리케 가문의 전용 검을 들고 있었다.
스타치온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여 공격을 해왔다. 이반은 자연스럽게 스타치온이 발한 오러 블레이드를 감싸면서 방어를 했다. 그러면서 외부로 오러 블레이드가 발산되지 않도록 했다.
스타치온의 공격은 엔리케 특유의 검법과 어우러져 상당히 거칠었다. 힘을 조절하지 않고 전개를 하는 상황이라 체내의 마나가 뭉텅 줄어들고 곧이어서 외부에 마나를 빠르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캐서린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은 둘의 대결을 보면서 스타치온의 대단함보다 이반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깨닫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 자리에 있는 엔리케 영지 출신의 무관들과 연무장 관리인도 역시 이반의 실력에 놀라고 있었다.
엔리케 영지 기사 출신 무관들도 중앙군의 부대 공용 연무장 외에 적당한 수련공간이 없는 상황이라 스타치온이 연무장을 만들자 시간이 나면 모여서 수련을 했다. 더구나 마스터인 스타치온에게 지도 대련을 받을 수도 있으니 그것도 좋았다.
그들은 가끔 스타치온과 지도 대련을 했는데 스타치온의 모습이 마치 지도 대련을 받는 자신들과 비슷했다.
오러 블레이드까지 사용하는데 완벽히 차단하면서 외부로 발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물론 스타치온이 난사를 하지 않고 이반을 향해 공격하기에 가능한 면도 있지만 그런 것 하나만 봐도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이해가 되었다.
대략 5분 정도 공격을 하던 스타치온은 사실 무아지경에 들어가 있었다. 내공을 익혔지만 외공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완전하지 못했는데 오러 블레이드를 지속해서 사용하자 체내의 내기가 고갈되었다.
그러자 저절로 내가기공이 발현되어 외부의 기를 빨아들였다. 그러면서 완전하지 못한 내기와 외기의 순환이 마침내 완전하게 변하는 계기가 되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공심법의 결함을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반은 그런 것을 알기에 스타치온에게 전력으로 공격하라고 하고 무아지경에 이르자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하면서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힘의 세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너무 약해도 문제이고 너무 강하게 받아치면 그 충격으로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벗어나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기에 적당히 상대해 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직전의 상태는 초절정의 끝자락의 경지에서 이루어지는 검강으로 공격하는 것이지만 무아지경에 들어가면서 전개하는 검강은 화경의 고수가 발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만만치가 않았다.
이반은 일각, 대략 십오 분 정도 지나자 스타치온의 오러 블레이드가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몇 번 공격을 받아주다 강하게 반격하여 정신을 일깨웠다.
자칫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오랫동안 내기를 발산하면 자신도 모르게 내기의 고갈 상태에 빠지고 내상마저 입었다.
“조용히 실내 연무장으로 가서 명상하면서 내기를 다스리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은 씻지 말고 그냥 가세요.”
스타치온이 정신을 차리자 그렇게 말했고 바로 연무장 한쪽에 마련이 되어 있는 실내 연무장으로 갔다. 당장 얻은 것을 추스를 필요가 있기에 마음이 급해 보였다.
이반은 자신의 실력을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기에 영지 출신의 기사들과 대련을 했다. 전력으로 공격하라고 하고 방어 위주로 대련을 했다.
물론 그들 중에 스타치온처럼 무아지경에 드는 사람은 없었고 나중에는 비슷한 수준에 마나를 사용하여 공격하기도 했다.
“엔리케 검술은 힘을 위주로 하는 검법입니다. 하지만 강한 힘을 사용한다고 하여 빠르기나 변화를 등한시하면 안 됩니다. 스스로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더 높은 경지에 들 것입니다. 같은 힘과 빠르기로 공격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변화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반은 대련한 후에 기사들을 모아 놓고 엔리케 검술의 약점을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일부 기사들은 엔리케 검술을 익혔지만 잘못 연성하여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파라곤 검법과 유사하게 전개하는 때도 있었다.
“힘을 아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를 줄 수 있고 상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검을 멈출 수 있는 여력은 항상 남겨두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검에 휘둘리는 순간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전대 파라곤 영주인 스타키 자작은 마나를 더 많이 모으면 마나가 역류할 상태였는데 그들도 잘못된 방향으로 검술을 익혀 마스터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자들의 검술을 교정해 주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검술을 익히면 오히려 문제였다.
이반이 기사들과 지도 대련을 마치자 스타치온은 명상을 마치고 씻었는지 말끔한 모습이 되어 나타났다. 전보다 오히려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 이제 4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확실한 마스터 상급이 되었네요.”
“아직 무빙 소드를 익히지 못했으니 그건 아니지.”
“그거야 원리만 알면 바로 전개할 수 있죠.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죠. 사실 검을 들고 공격하는 것보다 특별한 것도 없고요. 그것보다 플라잉 소드를 익히도록 하죠.”
어검술 중에서 검신일체가 되어 사용하는 어검비행술에 대하여 언급했다. 파괴력을 높이려면 검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쇄도하는 어검비행술, 플라잉 소드가 제격이었다.
검의 경지가 높아지면 궁극적으로는 파괴력이 모든 것을 좌우했다. 막아도 무지막지한 힘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최고였다.
무상검이니 뭐니 하지만 그것도 힘이나 파괴력을 극대화한 경지였다. 그걸 극대화하는 방법의 하나가 어검비행술이었다.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플라잉 소드는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서나 가능하다.”
“물론 그렇게 알려졌지만, 그것도 계속 시도하면 가능해집니다. 오히려 플라잉 소드를 성공하면 마스터 최상급이 되죠. 순서가 다릅니다. 최상급이 되기를 기다려서는 절대 불가능하죠.”
이반의 말에 스타치온이 흥미를 보였다. 앞으로 갈 길이 많았다. 당장 수어검이나 목어검을 익히기도 쉽지 않은데 어검비행술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스터 최상급이 되어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익히면 마스터 최상급이 된다는 말이구나. 무슨 의미인지 알겠구나.”
그들은 적당히 마무리하고 마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온 이유가 있는 것이냐?”
이반의 행보는 다른 때와 달리 너무나 공개적이었다. 이반이 하는 대로 장단을 맞췄지만, 그 이유가 궁금했다. 기사들을 상대로 하여 지도 대련을 하는 것도 의외였다.
“보지 않으면 믿지를 않으니 보여준 것입니다. 기사들보다 거기서 일하는 자들에게 보이려고 한 것입니다. 기사들은 어떤 말을 해도 할아버지가 시켜서 하는 말로 듣지만 거기서 일하는 자들은 다릅니다. 심지어 몇몇은 각종 조직이나 다른 가문과 연관이 된 자들도 있습니다.”
이미 베일리를 시켜 그들의 출신에 대해 조사를 시켰고 레오닐 클로란을 통하여 채용된 이후에 포섭이 된 상황까지 파악을 시킨 상황이었다. 그곳에서 연무한 것까지 조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예 제 능력을 어느 정도 보이고 할아버지의 수준까지 알리려고 한 것입니다. 왕국에서 세 번째로 마스터 상급이 되었으니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줄을 설 것입니다. 그들 중에 괜찮은 자들을 받아들여 같이 수련하면 됩니다.”
이반의 말대로 연무장은 다소 외진 곳에 있었지만, 상당히 규모가 컸고 기사들이 검술을 수련하는 데 좋았다. 더구나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상황이니 보안도 유지가 되었다.
“연무장에 드나드는 것을 핑계로 공개적으로 유카리스를 방문할 것입니다. 왕궁에 드나들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여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롱에 오는 여자들을 봐도 가끔은 네 능력을 믿지 못하고 헛소문이라 말하는 때도 있으니. 보여주지 않으면 헛소문이라 말하는 자들이 있어.”
캐서린도 그렇게 한마디를 했다. 마차에 탈 수 있는 사람이 네 사람이라서 셋만 같은 마차를 타고 있었다.
스타치온에게 할 말이 있기에 그 마차를 탔다. 엔젤라와 엘리자벳, 헨리는 다른 마차를 타고 있었다.
손위 처남인 듀안은 내성에 있는 스타치온의 저택에서 전에 이반이 머물던 공간에 부인과 같이 살고 있었다.
별도의 저택을 마련하는 것보다 스타치온의 저택에 머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같이 머물고 있었다.
크로나 영지에서 지원해준다고 해도 외성 안에 작은 저택을 마련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니 고위 귀족의 저택에서 같이 지내는 것이 나았다. 그런 모양이 비호를 받는 모양새이기도 했다.
이반은 저녁 식사가 끝나자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같이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일은 할 만합니까?”
“그리 어렵지 않아 적응하고 있습니다. 영지에서 행정관들이 왜 눈치만 보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일을 하려고 해도 위에서 방해하면 아무것도 못 하겠더군요. 처음에는 시시각각으로 처리 방향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는데 지금은 적응이 되어 그러려니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어디건 다 그렇죠. 그 위도 더 높은 곳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죠. 영지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영지의 서기들도 매번 겪는 일입니다. 옳은 방향이 아니라 권세에 좌우되죠.”
“다들 매사에 정치를 하려고 해서 문제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어떻게든 상대가 못 하게 하려고 트집을 잡아대고. 저야 적당히 처신해서 그런지 그나마 낫지만, 파벌에 지역까지 얽혀 엉망입니다. 영지의 승격은 보류하면서 세금은 더 많이 거두려고 하는데 서로 의견이 대립하여 난장판입니다.”
“그건 그렇고 귀족원에 올라간 엔리케 영지 승격 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있던데 왜 그런 것입니까?”
이반의 질문에 듀안이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귀족들의 대표들이 모이는 원로회의가 몇 번 열렸지만, 의제로 상정되지 못하여 자동으로 보류가 되고 있었다. 이반이 상황을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듀안의 능력과 안목을 가늠하기 위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