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85
35. 세계수 (6)
결국은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전생에 천마나 검마는 현경에 도달했다는 말이 있었다. 사실 그들과 만날까 두려워서 몸을 사린 면도 있었다.
그때의 자격지심이 떠오르자 마음이 불편했다. 벽을 깨지 못해 움츠러들었던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한번 세계수를 향해 의념을 투사했다. 그렇게 한동안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아공간을 닫았다. 한 번에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실망을 하지 않았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과 더불어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공부하고 있었다. 물론 엘프의 마법에서 다루는 개념과 마탑의 마법에서 다루는 개념의 차이에 대하여 비교하기도 했다.
“시간에 대하여 가역성을 부정하는 것이 현재 마탑의 입장입니다. 연구 결과 시간을 초월하거나 거스르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가 있다면 변화된 세계마저 다시 돌려야 하는데 그것은 신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엘프의 마법을 보면 복구마법이나 리커버리 마법에서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의 상태로 회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을 다소 초월한 면이 있습니다.”
“그것도 상태의 재배열이지 복귀는 아니라고 봅니다. 부서졌다 다시 복구하는 것은 상태의 변화이지 시간의 회귀는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마탑의 복구마법과는 다른 법칙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언령마법의 특징이라고 봅니다. 시간의 역류란 세계의 회귀이고 그것은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신의 존재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가는데 신은 존재한다고 봅니까?”
“사실 그 부분은 마법에서 다루기 어려운 가장 큰 난제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흑마법으로 넘어갈 수가 있습니다. 마나와 신의 관계, 마기라고 하는 이질적인 기운, 이 모든 것에 대한 규명해야 하는데 사실 이것은 세속의 권력과도 연관이 크기에 논의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사실대로 언급했다. 신의 존재 자체가 마법과 어울리지 않았다. 법칙의 파괴로 이어질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삶과 죽음, 영혼마저 마법의 영역이 되었다.
“마탑의 역사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겠죠? 물론 왕국의 성립이나 역사와도 연관이 있고요.”
“그렇습니다. 마탑을 책임지는 탑 주의 처지에서 마탑의 분열로 이어질 소지가 있기에 함부로 언급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습니다. 7서클에 도달하려면 그런 금기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고 8서클이 되려면 신의 영역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할 것이라 봅니다. 그 한계는 엘프의 마법을 익히면서 극복하고요.”
이후에 둘은 신이나 흑마법의 영역까지 논쟁을 벌였다. 이반은 전생의 환마가 습득한 유불선에 대한 지식을 설파했고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논박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지도를 받는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이 세상에는 전생과 현생, 내세에 대한 것을 제대로 논한 것이 없었다. 특히 전생의 삶을 기억하는 이반으로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은 없었다.
“소 영주님이 갑자기 불러서 오기는 했는데 무슨 일입니까?”
일리안 기사단장의 집무실에는 어용 용병단 중의 하나인 갤럭시 용병단의 파론이 와서 궁금하다는 어조로 물었다.
어용 용병단을 통제하는 것은 기사단장과 영지 경비대장이었다. 겉으로 상관은 아니지만, 업무상으로는 실질적인 상관이었다.
일리안 단장과 파론은 비슷한 시기에 기사로 발탁이 되었지만, 실력에서 차이가 나서 파론은 조기에 퇴직하고 용병단을 창단하게 되었다.
그 후에 이반이 배포한 마력 포션 덕분에 엑스퍼트 중급이 되었지만, 실력에서 차이가 컸다.
“자네에게 지시할 것이 있어서 불렀을 것일세. 그리고 호칭은 백작님으로 부르기로 했으니 주의를 하게. 소 영주님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엿하게 고위 귀족인데 그렇게 부를 수는 없으니.”
“아, 평소 부르던 버릇이 있어 실수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문이 열리고 이반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일리안 단장과 파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자리에 앉아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고 두 사람이 맞은편에 자리했다.
“파론 단장님도 레우스 장원을 알 것입니다.”
사실 이반이 안가로 사용하는 레우스 장원은 영지의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일명 또 다른 영주관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는 행정이나 상업을 담당하는 인원이 꽤 많았다.
“거기에 영지에서 운영하는 몬스터 사냥꾼이 있습니다. 그들이 이번 가을 몬스터 토벌이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몬스터 사냥을 할 것입니다. 그들이 사냥할 때 보급부터 사체 처리를 담당할 인원이 필요합니다. 지원팀이 있지만, 행정적인 부분은 가능하지만, 현장까지 지원할 여력은 없습니다. 이번에 갤럭시 용병단에서 지원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영지 소속 몬스터 사냥꾼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우리도 직접 사냥하는 용병들이 있습니다.”
용병단의 소득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얻는 몬스터 사체에서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용병단의 지원팀이 다른 일에 나서면 사냥을 하는 용병은 할 일이 없어졌다.
“아마 용병단 전체가 나서야 지원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처리해야 할 사체도 평소보다 배는 될 것이니 사냥에 나서는 용병이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사냥터가 던파스 평원이나 세틀 반도의 깊숙한 곳이라 호위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반의 설명에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되었다.
“올봄에 데코비 기지가 몬스터 웨이브로 무너질 위험에 처한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몬스터가 모이는 것을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먼저 건립한 여섯 개의 전진기지에서 방어 작전을 전개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선발대를 보내 몬스터를 사냥해 선제적으로 줄일 것입니다.”
이반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이었지만 반문을 하지 않았다. 사냥팀이 기사들보다 무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사냥하는 몬스터는 일반 용병단보다 2~3배 정도는 될 것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소득도 몬스터 사체가 많은 만큼 줄어들지 않을 것이요.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냥한 몬스터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용병단의 권리로 해줄 것이니 그것만 해도 벌충이 가능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일을 하면서 뭔가 배우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용병단도 뭔가 변화할 필요가 있고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십시오. 글로셜이 끝나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될 것이라 봅니다.”
이반이 덧붙인 말이 무엇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지역은 점점 몬스터가 줄어들고 이번 글로셜로 인해 몬스터의 번식이 줄어 더 감소가 될 것입니다. 다른 영지의 용병들이 그만큼 더 몰려올 것입니다.”
이반의 말에 일리안 단장이나 파론 용병단장도 공감을 하는 기색이었다. 그들도 대충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결국은 용병들 상당수는 몬스터 사체를 처리하거나 영지에 정착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한 실험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반의 말에 파론 단장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이반은 매일 시간을 내서 세계수와 교감을 하려고 했다.
5일이 지난 후에 이반이 의념을 보내면 약간의 기척을 보이는 것을 감지했다. 그것은 이반의 신호에 반응한다는 의미이고 헛된 일은 아니라는 증거였다.
이반은 정령을 불러서 세계수의 기운을 취하라고 했고 그러자 봉인도 조금 약해졌고 의지를 조금 더 강하게 보낼 수가 있었다. 또한 봉인이 약해져서 그런지 세계수의 기운이 강해진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
‘누구지? … 뭐지? … 뭐라고 하는 거야? … 뭔가 이상해.’
이반은 세계수가 보내는 신호에서 정확한 이성을 가지지 않은 것을 깨닫고 세계수에 관련된 사실을 생각하면서 그 내용을 알려주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마저 봉인이 된 것 같았다.
전에는 대략 15분 정도 교감을 나누려고 했지만, 이제는 30분 정도로 시간을 연장했고 처음에는 단답형 정도만 반응하던 세계수가 어느 정도 문장 형태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세계수라고? 세계수가 뭐지? 전에 있던 세계수가 마기의 오염으로 고사를 하게 되자 분신을 만들어 이렇게 봉인했다는 말이지?’
‘그렇다. 너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것도 같아. 이질적인 기운이 마기라는 말이지. 마나와 달리 그 기운을 접하면 느낌이 좋지 않다.’
세계수가 마기를 감지한 것 같았다. 아무리 봉인했어도 아공간 반지를 통해서 안으로 침투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예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내가 너에게 메시지 마법으로 어떤 이미지를 보내려고 하는데 교감을 할 수 있을까?’
세계수의 내면으로 접근하고자 했지만, 정신력이 강해서 불가능했다. 교감이 이루어져야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기에 허락을 구했다. 허락하면 내면을 살필 수도 있었다.
세계수가 봉인 안에 있을 때는 불완전하지만 봉인이 해제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사전에 파악하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하려고 가심공을 전개하여 자신의 본심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그저 알려주고 싶은 내용과 단순한 호기심만 드러나게 위장을 했다.
‘이 봉인이라는 것 때문에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뭔가 실 같은 것을 따라서 생각을 전달하면 되는 것이지?’
‘맞다. 내가 거기로 생각을 보낼 것인데 받아들이려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반은 사전에 심상을 연결한 후에 어떻게든 극복할 방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종속될 정도는 아닐 것이라 예상했다.
‘아득하군. 가심공으로 생각을 차단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생각을 다 읽힐 뻔했군. 이러면 어떤 사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겠는데.’
그러면서 세계수의 내면을 엿보려고 했다. 그러자 아득한 심연을 접하는 것 같았다. 가볍게 접촉한 것만으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가심공이 아니었다면 망망대해에 정신이 빠져들 것 같았다. 그나마 마음의 벽을 세워둔 덕분에 휩쓸리지 않았다.
‘신기하군. 그런데 중간에 뭔가 내가 보지 못하게 벽을 세운 것 같은데 왜 감춘 거야? 나만 보여주기 싫은데.’
마치 망치로 때리는 것처럼 강렬하게 압박하면서 가심공으로 형성한 마음의 벽을 공격해왔다. 봉인의 틈새로 연결이 된 상태에서도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라 놀라고 말았다.
만일에 봉인이 없이 직통으로 연결이 되었다면 그냥 종속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두렵기까지 했다.
이반은 세계수의 침식에 맞서서 벽을 보강하면서 역으로 세계수의 내면을 살폈다. 심연처럼 크기나 깊이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한은 아니었다. 가늠은 되지 않지만, 끝이 있음은 어렴풋하게 짐작이 되었다.
이반은 심연 같은 세계수의 내면을 접하자 자신의 내면도 확대가 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세계수에 저항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그의 심상이 요동을 치면서 확장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너에게 휩쓸리면 이성을 상실하는 문제가 생기기에 마음속에 벽을 세울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너와 격이 다르기에 내 정신 전부가 파괴되고 말아.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가 되지. 죽지 않는다고 해도 네 꼭두각시가 되고 말아.’
이반은 그렇게 사실대로 실토하면서 자신을 지키려고 했고 막 교감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하자 침식이 멈추었다.
‘넌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내게 보여준 것에 담긴 네 생각을 보면 사실과 거짓이 공존하고 있다. 아마도 흐릿한 생각이 진실일 것이라 본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어느새 세계수는 한껏 성장한 모습이었다. 전처럼 어수룩한 모습이 아닌 완전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아직은 부족한 모습이었다. 힘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지적인 능력에서 향상한 것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