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86
36. 초월 (1)
이반은 명상하고 있었다. 낮에는 집무실을 지켰고, 밤이면 며칠째 외부 활동을 줄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하면서 세계수와 교감할 때 느낀 것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벽에 금이 갔다. 내 그릇의 한계를 넘을 실마리를 잡았다. 더구나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불가능해 보였던 워프를 전개할 실마리를 잡았다. 한계를 초월할 단서를 잡았다. 그것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아울러 드래곤이 남긴 마법서에 남아있는 용언마법의 흔적을 이해할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반은 한 번 교감을 한 후에 너무나 두려워서 세계수와 다시 교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결되면 가심공으로 세운 마음의 벽이 무너질 것 같아 선뜻 아공간을 개방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면서 가심공의 약점을 보완했다.
‘다시 교감을 해보자. 그동안 술법에 불과했던 가심공을 내가기공과 접목하여 강화를 시켰다. 이번에는 전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거짓 속에 진실의 편린이 섞여들지 않도록 할 것이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 읽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대신에 세계수의 무한한 내면의 세계를 탐색할 것이다.’
세계수와의 교감은 위험한 시도이지만 벽을 넘기 위해서는 필요해 보였다. 그런 심연을 접하면서 자신의 내면세계마저 확장이 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그릇이 커지는 것 같았다. 몇 번만 더 접하면 성과를 거둘 것 같았다.
이반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아공간을 개방한 다음에 세계수와 교감을 시도했다. 전보다 틈이 명확히 감지되었다. 그렇기에 그가 교감을 하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세계수의 존재감이 감지되었다.
‘신기한 수법이야. 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다니. 기억을 봉인하다니. 자신의 내면을 나에게 보이는 것이 싫은 것인가?’
교감을 시도하자 이번에는 바로 반응을 보였다. 전처럼 아이처럼 어수룩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빈틈이 별로 없었다.
‘당연하다.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자신의 비밀을 내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아를 상실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너에게 종속이 되어 허수아비가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그렇게 될 것 같으면 아예 너와 접촉하는 자체를 피할 것이다.’
‘그거야 네 마음이니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세계수는 어느새 이반의 뇌리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가심공으로 세워놓은 방어막을 그대로 감싸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미 한 번 경험했던 기세라 그에 대응하여 정신을 추슬렀다. 그러면서 역으로 세계수의 내면을 탐색했다.
‘너는 자신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나를 살피려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도 똑같이 하겠다.’
그러자 세계수의 내면에도 이반이 만든 가심공의 벽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서로 내면을 감추면서 상대의 내면을 탐색하는 공방이 벌어졌다. 칼을 들고 싸우지 않지만, 심상의 장에서 서로 치열하게 다투었다.
마법인지 무공인지 모를 공격과 방어가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이반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사용하여 막고 방어를 했고 세계수도 차츰 이런 공방에 적응하는지 능숙하게 대처했다.
‘재미있구나. 나보다 약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힘은 약할지언정 정신력 하나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는구나.’
세계수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공방에 임하였다. 봉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상대의 정신을 침식하고자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가 결국은 무승부를 이루고 대결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아공간을 닫고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적셔 있었다. 심지어 몸에서 썩은 냄새마저 진동하고 있었다.
벽을 넘거나 환골탈태를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 벌어진 것 같았다. 오직 심상으로 대결을 했는데 정신력과 더불어 체력도 소진이 된 것 같았다.
‘재미있군. 진짜로 이렇게 몇 번 하면 벽을 넘을 것도 같은데. 언령마법이라는 것은 결국 창조마법의 아류인가? 아울러 용언마법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군.’
세계수가 심상 속에서 이반을 상대로 사용한 것은 일종의 정신마법이자 창조마법이었다.
그것을 상대로 이반도 비슷한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전에 터득하지 못한 마법도 이해가 되었다.
‘마법은 고도의 계산을 수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고도의 의념으로 전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발현되는 의념은 그만큼 강했고 계산에 앞서 마음이 앞섰다. 어쩌면 경험을 수반한 상상력이 마법으로 발현이 된다.’
이반은 세계수와 진행한 공방을 복기하면서 생전 처음 본 마법을 전개한 것을 깨달았다. 물론 순수한 마법도 아니었다. 검술인지 마법인지 경계가 모호한 것이었다. 방어도 공격도 모두 경계가 모호했다.
‘의지나 의념이 오의마저 초월하는 것인가? 이건 초월경이다.’
이반은 현묘한 경지를 초월경이라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충 이해가 되었다. 세상의 법칙마저 극복해야 도달하는 경지였다.
하지만 뭔가 잡힐 것 같은데도 여전히 안개가 낀 것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답답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안달하지 말자. 집착하다가 자칫 주화입마에 들 수도 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조바심을 낼수록 멀어지고 만다.’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있자니 냄새가 진동하여 참기 어려웠다. 바로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무당파 청학 도장의 환생자인 알레시안은 다른 환생자와 달리 다소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또한 다른 자들이 첩까지 두고 있지만, 그는 오직 부인 하나만 두고 있었다.
“케이트, 애들은?”
그는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었다. 2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장녀와 두 아들 순이었다. 그는 로퍼츠 남작령의 3남이지만 일찌감치 왕도인 유로파한에 진출하여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다 수련을 하다가 자신들의 거처에 있죠. 당신이 너무 늦게 돌아온 거예요. 매일 이 시간까지 수련해야 해요? 당신 실력은 파타칸 근위대장보다도 더 높다는데.”
“누굴 이기기 위해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한계를 능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나는 조금 있다가 잠자리에 들 것이니 먼저 잠자리에 들어.”
알레시안은 그렇게 말하고 평소처럼 서재 겸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안에도 일하거나 책을 읽을 장소를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런 알레시안을 보던 부인은 한숨을 내쉬다가 집무실의 맞은편에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
“역시 오랜만이군.”
이반은 세계수와 대결을 하는 동안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정신적인 수양이 필요한 것 같아 가장 도력이 높아 보이는 알레시안을 찾아왔다. 전생과 현생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면 그가 가장 도인에 가까웠다.
“역시 가장 부담이 되는 존재는 자네인 것 같아. 집에 들어오는 순간 안 것 같더군.”
“일부러 기운을 감추지 않은 것 아닌가? 그런데도 감지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문제이지. 물론 다른 자들은 파악하기 쉽지 않겠지만. 다른 자들은 선천지기가 약해 문제지만. 그런데 무슨 일인가? 갑자기 나를 찾아오고. 설마 배신을 종용하거나 각개격파를 노리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은 없네. 전생의 악연이지만 그것도 인연이고 조물주의 섭리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니. 그저 도학에 대해서 논하고 싶어서 말일세. 내가 우연히 태극혜검을 검결을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말일세. 서로 깨우침에 대해 논의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
이반의 말에 어이가 없는 기색이지만 달리 발작을 하지 않았다. 도둑질을 한 것도 모자라 가르침까지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태극혜검을 알고 있네. 장로가 되면 어지간한 무학은 다 허용이 되네. 장문인이 아니라도 태극혜검은 익힐 수가 있네. 장문인만 익힐 수가 있게 되면 절전이 되는 수가 있으니.”
무당이나 정파는 장문인이 아닌 장로라도 최고위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다행이군. 내가 알고 있는 태극혜검은 심검에 이르는 길이 있는 것 같던데 내가 깨우친 것을 말해볼까 하네. 물론 나에게 그걸 알려준 것은 청학 자네라고 할 수 있지.”
그러면서 이반은 자신이 깨우친 태극혜검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사실 세계수를 심상 속에서 공격하려면 심검이 필요했다.
물론 태극혜검은 공격력도 뛰어나지만, 방어력도 우수했다. 특히 무형검막의 방어력은 이반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냈다.
“그건 잘 모르겠군. 하지만 한 가지 말하자면 그저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어서는 안 되지. 중요한 것은 마음을 지키고 중심을 잡는 거야. 그걸 간과하면 그저 기교에 불과해.”
알레시안은 이반이 깨우친 태극혜검에 대한 오의를 일러주자 방어에서 중심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고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이반이 풀이한 것은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니 미흡한 부분만 모호하게 언급을 했다.
이반은 스타치온에게 추천을 받은 사람과 영지의 행정관, 그룬힐트 영지의 로엔 자작에게 추천받은 사람의 명단을 세스포 레온 후작에게 전달했고 하급 서기이지만 각종 감찰 부문에 임용이 되었다.
“다섯 명이 발탁되었다고?”
레오닐 클로란에게도 괜찮은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레오닐 클로란이 추천한 자는 남의 뒤를 캐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그라나다에서 협조를 해줄 것입니다.”
“잘 되었군. 특별히 알아야 할 것이 있나?”
“매직 나이트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산하 조직의 조사원 몇 명이 염탐하다가 검거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배후에 대해 모르는 자들이라 조만간 석방될 것 같습니다.”
정보를 수집하다가 충돌을 하는 경우 권력을 가진 자가 보통 승리를 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살해하고 도주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마탑도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중간에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철저하게 확인할 것이야.”
마탑 주도로 정변을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반동을 노리는 자들이 없는지 감시하는 상황이었다.
만일에 이그니마가 태자로 복위하고 두 공작이 정계에 복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세스포 레온 후작은 죽임을 당한다고 봐야 했다.
“희생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엔리케 백작님이 마스터 상급이 되었다고 하는데 무공을 알려준 것입니까?”
“이 세상의 검술은 외공을 익혀 내기를 형성하는 방식이지. 그건 알 것이고 내기가 형성된 경우, 엑스퍼트가 된 이후에 경혈, 마나 로드에 마나가 흐른다는 사실도 알 거야. 그러면 적당히 그 흐름을 통제하는 방법을 익히면 화경에 들 수도 있음을 알 거야. 스스로 내가기공을 창안한 것이지.”
“그게 가능합니까?”
“혹시 마스터를 직접 본 적이 있나? 그들은 외공의 고수일세. 그렇기에 일반적인 내공 고수와 같이 생각하면 오산일세. 중원에서도 같은 경지라면 외공 고수가 더 강하고. 그렇기에 삼재심법 수준의 내가기공만 터득해도 화경에 드는 것이지. 하지만 내기의 운용에서 미숙하기에 다소 미흡한 실정이지만.”
“마스터나 5서클 이상의 마법사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했는데 그런 면이 있습니까?”
“어쨌든 마스터의 경우 일반인과 달라. 엑스퍼트를 상대하기는 쉽지만, 마스터는 만만치 않은 존재야. 네 밑에 있는 요크도 1~2년 후면 마스터가 될 것인데 그때 잘 살펴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절감할 거야. 마치 외공으로 벽을 넘은 자들을 상대하는 것처럼 쉽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인체도가 있기에 애들에게 조금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가 있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무공을 전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