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88
36. 초월 (3)
“그러면 다시 수련해야 하나요? 요사이 외출도 거의 않으면서, 잠도 자지 않고, 명상에 열중하던데.”
“그 정도는 아니야. 물론 지금도 매일 수련을 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 이번에 얻은 것을 수습하면서. 할아버지도 요사이 새로운 것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깨달음을 얻어 경지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깨달음을 수습하는 것도 중요했다.
흔히 어떤 장비나 무기를 새로 구하면 길들이기를 하는데 수습은 바로 깨달음을 자신의 몸에 체화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러면 아침저녁으로 바쁘겠군요. 사실 나도 좋은 소식이 있는데. 뭔지 맞춰 봐요?”
“알아. 사실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는데. 언제나 알아차릴까 했는데 오늘에서야 확인한 거야?”
이반의 말에 엘리자벳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혹시나 하는 의심을 한 것이 이틀 전이고 확인을 한 것은 오늘이었는데 이반은 더 빨리 알았다는 말이었다.
“고마워. 나도 사실을 알고 정말 기뻤는데.”
엘리자벳의 임신을 알았지만, 저절로 알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마나의 흐름이 달라진 것을 알고 살피니 배 안에 태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자 기분이 묘했지만 혼자 조용히 있기도 했다. 전생에 아이가 있었지만, 중간에 적의 손에 부인과 같이 변을 당했기에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 안위를 확보하기로 마음을 먹기도 했다.
“어른들은 알고 있어?”
“어머니가 아시니 할머니에게 연락을 드렸을 거예요. 할아버지께는 할머니가 말씀드릴 것이고 크로나 영지에는 지금 알려드릴 생각이에요.”
“사실 너무 이른 것 같아 조금 나중에 갖기를 원했는데 결국은 일찌감치 찾아온 것 같아. 사실 빨리 애를 가지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
이반은 일찍 아이가 생기면 나중에 작위 계승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조금 시간을 두었으면 했다. 이반의 나이가 50살이 되었을 때 아들이 33살이라면 너무 차이가 작았다.
‘그나마 첫애는 아들이 아니어서 다행인가? 큰 차이는 없지만. 그런 사실까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니.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확실해질 것이고.’
아무리 기감에 예민해도 갓 생겨난 아이의 남녀를 확실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지 여자의 기운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인 엘리자벳의 기운 때문일 수도 있기에 확신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타치온이 만든 연무장에는 스타치온 외에도 다른 기사들이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최근에 기존 연무장을 확장하는 공사마저 진행하고 있었다.
“산타나와 조이라는 엑스퍼트 상급 기사가 군단장님과 대련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둘 다 2군단에서 군장으로 복무 중입니다. 주위의 평판을 보면 강직하다는 평입니다.”
군단장의 부관이자 호위대장을 맡은 안드리아가 그렇게 보고를 했다.
“대련을 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으니 시간이 날 때 잡아봐. 대련해보고 연무장 출입을 허가할지 판단하도록 하지. 그보다 노아 단장, 전투대장은 오지 않았나?”
“먼저 당도하여 지금은 명상의 방에서 마나 운용을 익히고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나올 것입니다.”
사실상 연무장의 관리 책임을 지는 것이 안드리아였다. 비용을 조달하거나 관리하는 인원을 통제하는 것은 그란델 상단이지만 스타치온을 대리하는 것은 호위대장인 안드리아였다.
“그보다 이반 백작도 조금 있다가 당도할 것입니다.”
“이반이 온다고 했지. 나가도록 하세.”
이반은 왕도에 올 때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여 공개적으로 오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스타치온과 정기적으로 대련을 하고 하루 정도 내성의 저택에서 머물다 돌아갔다.
“오늘도 대련하실 것입니까?”
“그렇게 할 것이니 사람을 통제하게. 대신 영지의 기사나 출입이 허락된 검사들에게 관전하고 싶다면 조용히 관전하라고 하게. 그들에게는 이런 대련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니.”
“알겠습니다. 그러면 대련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무장 한쪽에 마련된 스타치온 전용의 대기실 겸 응접실 밖으로 나오자 막 마차 한 대가 당도하고 있었다. 워프 게이트에서 대기하다가 이반이 당도하자 타고 온 마차였다.
“혼자 온 것이냐?”
“헨리와 같이 왔어요. 어머니와 집사람은 영지에 있고요. 집사람은 워프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니.”
이반의 옆에는 그와 비슷한 체구의 헨리도 같이 있었다.
“그러면 일단 대련부터 하자. 몸부터 풀자.”
이반과 스타치온은 준비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헨리도 같이 옆에서 거들었다. 이반과 스타치온이 대련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여 명에 달하는 엑스퍼트 중급 이상의 검사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엔리케 영지 출신의 기사와 스타치온과 대련을 하고 연무장을 출입을 허가받은 자들이었다.
“네가 전수한 검술부터 먼저 보여주마. 라이트닝검술 말이다.”
하북팽가의 뇌정도법을 엔리케 검법에 맞도록 개조하여 스타치온에게 전수를 했다. 뇌정의 기운을 모으는 것을 가르쳐 주면서 그에 걸맞은 검법을 전수해 주었다.
스타치온이 연무장 한가운데로 가서 자리를 잡고 혼자서 검법을 전개했다. 검술을 전개하기 시작하자 검에서 불꽃이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 지나자 검을 내지를 때마다 펑펑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지만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나기에 듣는 사람의 귀청마저 괴롭게 했다.
“저번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습니다. 소리의 크기는 작아지고 훨씬 날카로워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둔탁합니다. 이 정도 되어야 합니다.”
가까이 다가간 이반이 검을 뽑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쨍하는 소리가 작게 났다. 하지만 그 소리가 나자 스타치온이 겁을 먹은 표정이 되었다.
“그것에 비하면 아직 멀었구나. 방향마저 지정이 가능한 것 같구나. 아직은 어렵구나. 그러면 무빙 소드를 전개해보마.”
그러자 엔리케가 검을 한 방향을 향해 내던지듯이 날려 보냈고 날아간 검은 주변을 돌았다. 아직 초보 수준이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허공섭물을 전개하는 형상이라 그리 위력적인 것은 아니었다.
스타치온이 손으로 검을 조종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직 손을 사용해야 하는 수어검의 단계였다. 손을 사용하지 않는 목어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스타치온은 더 이상 검을 운용하지 못하고 결국 멀리서 움직이는 검을 회수했고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손으로 기를 조정하지 않아도 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눈으로 봐야 하기에 제약이 있습니다. 주변을 자신의 영역으로 장악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전후좌우 할 것 없이 검을 운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반은 마침내 완전한 심어검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굳이 검을 따라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반은 하늘로 솟구쳤고 날아가고 있던 검을 낚아챘다.
그러면서 육지비행술을 전개했다. 플라이 마법을 전개한 것처럼 공중에 떠 있지만, 속도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또한 얼마나 방향 전환이 기민한지 눈으로 쫓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마치 블링크를 연속적으로 전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형환위를 전개하는 것도 아닌데 잔상만 어른거리고 있었다.
이반이 그런 시범을 보이는 것은 스타치온의 안계를 넓혀주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그의 무위를 드러내어 그 자리에 있는 검사들을 심리적으로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다들 얼이 나갔군. 이 정도면 그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 그리고 다른 검사들에게 이 사실을 퍼트리겠지.’
이반은 그 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다음에 적당히 숨을 고른 후에 스타치온과 대련을 시작했다.
스타치온은 힘을 조절하지 않고 이반을 향해 공격했다. 전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졌지만, 이반도 마침내 벽을 넘은 상황이니 공격을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단하구나. 전보다 파괴력이 훨씬 높아졌는데 그것을 오히려 더 쉽게 막아내다니. 적당히 타격감을 느끼게 조절하다니 놀랍구나. 더구나 그 충격마저 완전히 상쇄하면서.”
“영역이라는 것을 형성하면 그 안에 있는 마나를 장악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것이 더욱 강화되면 상대의 마나까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상대가 강하다면 효과가 없지만요.”
그렇게 말하고 이반은 스타치온의 마나 마저 장악했다. 그러자 스타치온은 그물이 걸린 고기처럼 바둥거렸지만, 그저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러 블레이드는커녕 오러도 발현이 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정도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내 경지가 높아지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마나 운용 능력이 높아지면 엑스퍼트 상급 정도까지는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영역을 확보할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겠지만.”
이반은 그렇게 말하고 물러났고 곧이어서 영지의 기사들 사이에 대련이 벌어졌다. 그들은 스타치온과 이반에게 조언을 받을 기회라고 생각하는지 최선을 다했다.
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부의 재무 공인 조아선 후작은 헬싱키 공작의 후임을 맡고 있었다. 그에게는 안드롱이라는 조카가 있었다.
조아선 후작가의 사람이 아니라 여동생의 아들로 명문 검가인 크랙슨 자작가의 차남이었다.
“오늘은 스타치온 백작의 연무장에서 검술 수련을 했다고?”
파사칸 왕국과의 전쟁에 출전하여 공을 세운 덕분에 남작의 작위를 받고 중앙군 5군단에서 군장으로 복무 중이었다. 자작가이지만 마땅한 거처가 없기에 조아선 후작의 저택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마스터인 엔리케 백작 스타치온의 연무장에서 다른 검사들과 같이 수련을 하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하여 언급했다.
“이반 백작이 왔습니다. 마스터 이후의 경지를 보여주었는데 대단했습니다. 인간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구심마저 듭니다.”
이반이 끝난 후에 대략 어떤 원리로 어떻게 전개한 것인지 설명을 해준 덕분에 설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스타치온 백작에 비해서는 어떤 수준이냐?”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천지 차이였습니다. 왜 초인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비교할 수준이 아닙니다. 전에 스타치온 백작을 봤을 때는 너무나 대단해서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반 백작의 시범을 보고 나니 이반 백작에게는 스타치온 백작이나 저나 똑같은 수준일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스타치온이 마나 동결상태에 빠진 것을 설명했다. 조아선 후작은 문관이지만 꾸준히 검을 수련하여 엑스퍼트 중급에 도달한 검사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마나 붕괴에 접어들었지만, 일반인보다 훨씬 건강한 상태이기도 했다.
“네 생각에 엔리케 일가와 대립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권력을 탐하거나 이권을 탐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그들의 내밀한 속사정은 모르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요. 하지만 이반 백작의 수준을 보면 왕국의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탑 전체가 나선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몇몇 귀족들이 뭉쳐 그를 견제하자고 하는데 문제이구나.”
“절대 나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마 그것을 알기에 오늘 무력 시위를 펼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반이 연무장에서 스타치온과 대련을 하거나 실력을 보이는 것에 대하여 말이 많았다. 그 자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그에게 대립하려는 자들에 대한 무력 시위라고 판단했다.
“그럴 것이다. 영지의 기사가 아닌 외부 기사들까지 불러서 참관하게 한 것은 그런 목적이었을 것이다. 지금쯤 왕도 곳곳에서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스타치온의 연무장에 모인 자들은 검술을 익히기 위해 모였지만 그들은 사실상 장래가 촉망을 받는 뛰어난 검사들이었다. 미래 엑스퍼트 최상급 정도는 기본이고 마스터가 될 것이라 기대를 받는 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