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9
4. 정령사 (1)
한 달 정도 영지를 순례한 후에 영주관에 복귀했다. 순례하는 틈틈이 몬스터도 토벌했다. 스타치온이 없으면 몬스터의 토벌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강자가 있어야 중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수도 있었다.
기사단장인 노아는 스타치온과 별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사단장과 기사들이 주로 활약하고 스타치온은 그들이 챙기지 못하는 것을 추가로 수행했다. 데크리안 고원에서 오우거를 사냥했는데 이반의 경우에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시간을 두고 천리무영보를 전개하면서 대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맞상대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반면에 스타치온은 오우거와 맞상대하여 오히려 압도했고 몇 번의 공방을 하다가 검으로 팔과 다리를 잘라내고 목까지 베었다. 그러면서 칼질을 너무 많이 하면 가죽이 상해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로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스타치온은 로컨에 복귀한 이후에 마나를 갈무리하는 요령에 관하여 물었다. 일종의 마나 통제를 자유자재로 하는 요령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중원의 무인들도 내기를 갈무리하는 것은 절정 중반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물론 환마는 은신술의 대가이기에 무인 중에서는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었고 이반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이반은 환마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 그런 훈련을 했기에 더 능숙했다.
이반은 스타치온에게 그 방법을 말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위험할 수도 있고 내가 기공을 사용하지 않는 세상에 그런 내용을 알리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질문을 하는 상황이라 몇 번 주의사항을 말한 후에야 슬쩍 언질을 줬다. 문제가 되면 바로 중단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사실 여기에 마나 코어를 만들고 거기로 마나를 압축하여 거두어들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만, 여기가 모든 마나 로드가 집결하는 곳입니다.”
단전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한마디만 해주었다. 과연 내공심법을 모르는 상황에서도 단전에 내공을 모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스타치온의 무재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스타치온은 이반이 단전에 대해 언급하자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서서 단전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반은 스타치온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기감으로 살폈다. 처음에는 마나가 단전 주변에서만 활성화가 되더니 마나 로드라고 칭하는 경혈을 따라 점차 유동이 커지기 시작했다. 단전 주변의 마나가 단전으로 빨려들듯이 모여들었다. 경혈을 따라 주변에 마나를 흡수하여 단전으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단전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단전이 팽창하자 스타치온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고 땀마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반면 단전 주변은 마나의 농도가 얕아지면서 마나 공백 현상이 벌어졌고 인접한 다른 곳에서 점차 마나가 이동했다. 하지만 마나의 공백이 되자 마나가 이동하는 경로가 확연히 드러났다. 마나 로드라고 하는 경혈을 따라 마나가 단전으로 모여들었다.
“일단 멈춰요. 그렇지 않으면 마나 코어가 폭발합니다.”
환마가 살던 중원의 사람들보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단전이 발달하지 않았고 경혈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나라고 하는 것이 풍부하지만 내가 기공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전신에 마나를 담는 동공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반의 말에 스타치온은 단전에 마나를 모으려고 하던 것을 멈추었다. 그러자 단전에 모였던 기운이 경혈을 역류하여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스타치온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아는지 한동안 눈을 감고 몸 안의 변화를 살폈다.
“이게 가능하다니? 하지만 내 몸 안에 있는 마나의 10%도 모으지 않았는데 코어가 터질 것 같은데 전부를 거기에 모을 수 있을까? 이게 가능할까?”
조금만 시간이 지났다면 마나 코어라고 말한 곳이 폭발했거나 마나 역류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매일 그렇게 하여 마나 코어를 확장해 나가야죠. 그동안 막연히 있다고 알던 마나 로드를 명확히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몸 안의 마나가 이동하는 통로가 확실히 느껴졌죠?”
마나 로드가 알려졌지만 어디에 마나 로드가 있는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못했다. 하지만 스타치온도 마나의 이동이 진행되면서 그 존재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나 코어를 형성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략 알 것도 같다. 마나 로드를 정확히 안다면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전부 다 모을 필요가 없이 일부만 마나 코어로 집결시키면 될 것도 같다.”
“마나 코어가 확장되면 50% 정도는 모을 수가 있습니다. 물론 마나 코어를 지금보다 몇 배 키워야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마나를 몸 안에서 순환시키는 것입니다. 마나 로드를 따라서요. 필요에 따라 마나의 흐름을 멈추고 마나의 유동까지 최소화하면 일반인처럼 보일 것입니다.”
“대충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도 같다. 마스터가 되면 마나 로드를 볼 수 있다고 하더니 이제야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스타치온의 말에 이반도 이 세상에서 소드마스터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종종 마나 역류가 발생하여 죽는 일도 있는데 왜 그런지 알 것도 같았다. 한마디로 말해 마나 코어와 마나 로드의 단련이 이루어지지 않아 엄청난 마나를 감당하지 못해 신체가 손상되고 말았다.
소드마스터가 되려면 상급 검술을 익혀야 했다. 중급검술과 상급 검술의 구분은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었다. 소드마스터가 탄생하면 상급이고 탄생이 되지 못하면 중급검술이었다. 물론 하급과 중급도 엑스퍼트 상급에 오르는지에 의해 결정이 되었다. 론도의 장원에서 획득한 자금은 50%는 영지에 세금으로 냈고 50%는 이반에 주어졌다. 이반은 자금 일부를 상무관에게 소개받은 영지의 어용상인인 그란델 상단에 조건만 맞으면 투자하려고 방문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반 공자님.”
위험한 상황이니 호위를 데리고 다녀야 하지만 이반은 시종인 그로센만 대동하고 그란델 상단의 본점을 방문했다. 사실은 자신이 일종의 미끼 역할을 하면서 혹시라도 존재하는 도미니크의 잔당을 끌어내려고 했다. 그가 당도하자 건물 앞에는 관타모 그란델 상단주가 대기하고 있었다.
“페셀로 상무관님에게 간략하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반은 이야기하는 관타모를 보면서 같은 유칼라드 왕국이지만 방언이 많아 대화가 어려울 지경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환마의 기억에도 중원에서 지역마다 사용하는 말이 달라서 고생하기도 했다. 환마 같은 천재나 각 지역의 말을 다 능통하게 말할 수 있지, 다른 사람은 자기 지역 말만 사용했다. 그나마 상인이라서 그런지 표준어인 유칼라드 지역의 어휘를 골라서 사용하고 있지만, 북동부 지역 특유의 억양이나 발음이 남아 있어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절반가량 그란델 상단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상단이나 상인에게 투자를 할 것입니다. 듣기에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보통 투자라고 하지만 대여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인데 10~20% 정도의 고정된 배당금을 지급했다. 다른 하나는 특정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인데 이 경우 성공하면 수익이 높지만 실패하면 원금조차 건지기 어려웠다.
“두 번째 방식으로 하려면 투자할 분야가 정해져야 하는데 사실상 마땅한 것이 없습니다. 상단의 거래량도 그리 큰 것은 아니라서요. 몬스터 부산물을 매입하여 외부 상단에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라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어용 상단은 영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여 납품하고 영지에서 주로 생산되는 물품을 외부에 판매하는 일을 했다. 그러니 매출은 많지만, 수익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마정석은 어떤가요? 영지에 꽤 많이 유통되는 것으로 압니다. 점점 가격이 오르는 추세로 아는데요.”
환금성이 높은 품목 중의 하나가 마정석이었다. 돈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나석과 더불어 환금성이 뛰어나 화폐 대용으로 사용이 되었다. 더구나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더 비싸기에 지참하기에도 용이했다.
“마정석은 마탑이나 중앙의 상단들도 취급하는 물품이라 매집을 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영지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매달 5만 골드 정도 되는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곤란해집니다. 상단 전체가 고립될 수도 있습니다.”
왕도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중앙의 상단들은 흔히 7대 상단이라고 불리었다. 물론 그중에 3개의 상단은 지방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왕도에 진출하여 근거지마저 옮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몇 가지 품목을 주로 거래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마나석과 마정석이었다.
곡물, 소금, 옷감, 철, 무기, 말, 몬스터 부산물, 마법 도구 등이 그런 품목이었다. 지방의 상단은, 심지어 영지의 어용 상단마저 중앙의 상단에 사실상 예속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았다. 그란델 상단이 엔리케 영지에서나 힘을 쓰지, 외부에 나가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지방 상단에 불과했다.
“돈이 있어도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말씀이군요.”
이반은 자신의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는 것을 알아차리고, 사실인지 확인에 들어갔다. 물론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답했다가 나중에 사업을 확장하려고 할 때 이반의 반대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조금씩 거래를 늘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급격하게 규모를 키우면 다른 상단과 충돌할 여지가 많습니다. 혼자 시장을 독식하려고 하면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무난한 대답을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이반은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 굳이 원하지 않는 자에게 투자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자신이 상단을 하나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결국 그날의 대화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마무리되었다. 굳이 자금이 필요 없다는 곳에 억지로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급한 것은 아니니 천천히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란델 상단과의 일을 들었다.”
그날 저녁을 먹고 스타치온의 집무실에 단둘이 있게 되자 낮에 있었던 일을 거론했다. 이반의 행보가 다 드러나고 있었다.
“그란델 상단에서 마정석을 매집하는 것은 영지에 들어와 있는 다른 상단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자칫 모든 거래처와 거래가 끊길 위험이 존재한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할 마땅한 사업이 없는 것도 문제이고 외부 상단이 뭔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죠.”
결국 그 손해는 엔리케 영지와 영지민이 볼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거래를 끊는 순간 영지는 버티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물론 왕국 내부에 몬스터가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동쪽 해안을 제외하고 삼면에서 몬스터가 창궐하고 있다.”
엔리케 영지가 아니라도 마정석을 구할 곳은 여전히 많았다. 굳이 지금 그들과 척을 져서 어려움을 자초할 이유는 없었다.
“대책이 없는 이상 굳이 먼저 일을 벌일 필요는 없죠.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고 방법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너는 어린데 욕심이 많구나. 나나 웨델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갔는데 말이야.”
스타치온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반을 보았다. 그런 표정에 이반도 기분이 묘했다. 도미니크에게 압수한 장원에서 200권이 넘는 책을 가져왔지만 계속 외부에 다니느라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그저 한두 권만 시간이 날 때 소일 삼아 읽은 것이 전부였다.
더구나 책 상당수는 동북 지역 특유의 방언으로 기록되어 있어 익숙하지 않아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동북 지역이나 엔리케 영지 특유의 어휘나 어법을 배워야 했다. 그래도 두세 달이 지나면서 말하고 듣는 것이 능숙해지면서 읽고 쓰는 것까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여전히 그 의미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날이 풀리고 몬스터의 준동도 잠잠해지자 책을 읽을 시간이 났다. 책을 정리하다가 라고 적힌 서적을 하나 발견했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제목의 서적이었다. 혹시라도 제왕학에 관련된 책인가 하여 살폈는데 정령술에 대한 서적이었다.주인이란 땅의 주인이나 물의 주인이라는 말에서 나온 동북 지역의 언어로 정령을 말하고 있었다. 표준적인 언어로 바꾼다면 라고 해야 알기 쉽게 설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