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90
37. 암중모색 (1)
이반은 회의실 한쪽에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그가 그곳에 있는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버젓이 서 있지만 일루전 마법과 은신술을 전개한 상황이라 그가 있는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알레시안도 마찬가지였다.
“왕국도 글로셜이 몰려오는 것 같아. 유칼라드 왕국보다 1년 늦게 추위가 몰려오는 상황이지만 우리도 그리 좋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야 할 거야.”
“엘리야 왕국은 이미 올해부터 온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심하지 않은 편이고 거기까지 살필 여력이 없어서 무시한 것이지.”
로젠만이 마련한 자리에서 각자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국왕인 로젠만은 권위를 내세우고 싶지만 셋을 이길 수는 없기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이 표정에서 종종 드러나고 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유칼라드 왕국에는 파라운 공국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때문에 말이 나오는 것 같더군.”
무사카가 그렇게 말을 꺼내었다. 그도 별도의 정보조직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유칼라드 왕국까지 나가 있어 보였다.
“다녀온 자들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인구가 적어서 그렇지 하나의 왕국을 세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 같던데. 섬의 길쭉한데 남서, 북동향으로 비스듬한데 폭이 800km에 길이가 1,500km는 족히 되고 그 주변에 수많은 섬이 있어 본섬의 면적에 필적한다고 한다.”
로젠만이 자세히 보고를 했다. 이반이 알고 있는 내용과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배로 사나흘은 달려야 한다는데 거기가 독립한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까? 왜국이나 여송정도 떨어져 있다는 의미인데 해적이 되어 약탈하지 않는 이상 타격이 없어 보이는데.”
무사카가 그런 말을 하면서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로젠만은 유칼라드 왕국을 정벌하지 못한 것에 여전히 불만이 많아 기회만 되면 그 사실을 언급했다.
“내 은신술이 더 좋아졌나? 오늘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때 한쪽 구석에서 그런 말이 들려왔다. 아무것도 없던 벽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기의 유동이 없었으니 이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의미였다.
2m가 넘어가는 장신이 있는데도 모른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술법이 대단함을 의미했다.
“음, 설마?”
알레시안이 신음을 내뱉었고 그들도 이반을 보면서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그 정도는 알아차릴 능력이 있었다.
전에는 느껴지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감지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닿지 못한 곳에 먼저 도달한 것을 의미했다.
‘마운기는 내가 변한 것을 모르는 것 같았는데 이들은 아는 것을 보니 역시 다르군. 저들도 기회가 되면 벽을 넘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런 기회가 올까 모르겠군.’
“전에는 한 번 중간에 쉬었다 왔는데 이제는 직통으로 올 수도 있더군. 필요하다면 어떤 워프 게이트도 사용할 수가 있고. 무공은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데 당장 마법에서 크게 변화가 있어.”
물론 그렇게 하면 그런 사실이 알려질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그리 문제도 아니었다. 그런 사실을 이반이 밝히니 다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전에는 한자리에서 죽이려고 하면 저항이라도 할 수 있는 상대지만 이제는 넷이 저항을 해도 부질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목숨이 이반의 손에 달린 것을 모를 수 없었다.
“난 우리의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으니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진짜 그럴 생각이라면 굳이 이렇게 알릴 이유도 없지 않아. 그저 원만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괜히 낯을 붉힐 일만 없었으면 하는 거야.”
이반의 말에 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분명 이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유칼라드 왕국에서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반이 말한 낯을 붉힐 사안이기도 했다.
“여기도 글로셜이 올 것 같으니 잘 대처했으면 해. 듣기에 구 엘리야 왕국 지역은 상당히 좋지 않은 것 같으니.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지역의 백성을 챙겨야 민심을 얻을 것 아니야? 설마 환생을 했다고 호생지덕마저 잊은 것은 아니겠지?”
이반은 질책인지 빈정거림인지 모르는 어조로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어느새 도를 닦던 도인의 모습을 상실하고 귀족의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더구나 파사칸 왕국은 산이 많아 우리 유칼라드 왕국보다 몬스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날이 추워지면 몬스터가 폭주하면서 평지로 몰려올 것이야. 그런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지 않아?”
이반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로메른을 보았다. 왕이란 자가 그런 것에 관한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물론 나라가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여기는 유칼라드 왕국보다 몬스터가 더 많은 것 같더군. 물론 헤메른 산맥에서 멀기에 중대형 몬스터의 출몰은 드물지만. 어쨌든 외부로 군사를 보내지 말고 내부에서 잘 막도록 해.”
이반은 허튼짓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무인들은 어떻게든 싸우려고 궁리를 하는데 그런 경향이 있었다.
이반은 홀로 던파스 평원에 나와 있었다. 데코비 기지에서도 거의 2천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유리가 대습지 근처였다. 몬스터도 가끔 보이지만 이반의 기세 때문인지 화들짝 놀라면서 도망을 치고 있었다.
글로셜이 와서 그런지 고작 초겨울인데도 던파스 평원에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의 악천후이지만 이반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새로운 경지에 올랐지만, 그것을 수습해야 했고 한동안 새로운 무공을 익히고 마법도 익혀야 했다. 심상으로 수련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실내에서 수련하는 것도 그 파괴력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반은 한동안 무공과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수백 km 이내에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설사 있다고 해도 그저 천둥이나 번개가 친다고 생각할 것이니 걱정이 없었다. 그렇기에 걱정을 하지 않고 맘껏 전개했다.
“공간참.‘
이반은 검을 세워 일도양단을 전개했다. 어느 때보다 집중을 하여 검을 내리그었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깨끗하게 공간을 갈랐고 순간 바위를 긁는 것처럼 검과 부딪치는 공간에서 불꽃이 일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짓던 이반은 다시 한번 검을 내리그었고 몇 번이나 그런 동작을 반복했다.
반복할수록 검에서 발생하는 불꽃이 강해졌고 다섯 번이 넘어가자 백색의 광채가 퍼져나갔다. 횟수가 증가할수록 광채는 점점 강해졌다.
그러다가 10여 회에 도달하자 이반의 몸에서까지 광채가 솟구쳤다. 하지만 몸에서 나는 광채가 진해지는 것과 반대로 검에서는 빛이 점점 줄어들더니 몇 번 더 하자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그 순간 이반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어렸다.
검 주위에 먹물처럼 검은 기운이 순간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렇게 몇 번 더 하다가 멈추었다.
내려긋는 작업을 마친 이반의 몸에서 김이 났고 얼굴에는 땀마저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집중하여 검법을 전개한 것인지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공간을 훑다가 충돌이 발생했고 나중에는 점점 깊게 공간을 가르면서 광채가 솟구쳤다. 그렇게 몇 번 절단하다가 공간마저 가를 수가 있게 되었다. 마지막에는 확실하게 공간을 갈랐기에 광채가 사라졌다. 마침내 무형의 검, 공간을 가르는 심검의 경지에 도달했다.’
할 수 있는 것과 해내는 것은 달랐다. 공간을 가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모든 것이 맞아야 순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각종 고위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개될 것 같으면서도 막판에 뭔가 부족해서 전개되지 않던 마법을 전개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마법에 단번에 성공할 수는 없었다. 전에도 실패했던 마법이고 처음 전개하는 것이기에 실수가 잦았다.
하지만 전에는 기본적인 능력이 부족해서 전개하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숙련되지 않아 실수해서 실패했다.
그런 오류를 바로잡으면 전개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실패하는 때도 두 번 중에 한 번은 있었다. 그런 것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고 숨을 골랐다. 아무리 경지가 올랐지만 고위 마법을 전개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실패를 하다 보면 전개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고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불상사 때문에 더 힘이 들었다.
잠시 쉬다가 다시 마법을 전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검을 날렸다. 마법을 전개하는 사이 검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마법과 무공을 동시에 전개한 것이기도 했다.
점차 검이 분열하기 시작했고 검의 개수가 하나둘 증가하면서 이반의 주변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기 시작했다.
수백 개의 검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각기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있었다.
검 사이에 마법을 전개하면서 발생하는 광채가 반짝였다. 난무하는 검들 사이에 마법이 전개되면서 파괴력을 높였다.
그러다가 대략 100여 장(1장 ≒ 3m) 떨어진 곳에 있는 곳으로 마법과 검이 한꺼번에 폭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그 주변이 초토화가 되면서 땅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방원 1백 장에 가까운 지표가 초토화가 되었다.
‘힘을 줄인 덕분에 2장 정도만 파였지 그렇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면 지반마저 금이 갔을 것이다. 물리적인 파괴력도 문제지만 심즉살의 오의가 가미되었기에 살아있는 것이라면 타격을 하기도 전에 그냥 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고 블링크를 전개하다가 텔레포트까지 전개했다. 그러다가 한 자리에 잠시 멈추더니 정신을 집중했다.
마침내 워프를 전개했다. 순간 이반의 몸이 사라졌고 20여 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 워프 게이트가 없이 마침내 워프를 전개할 수 있었다. 축지법을 전개할 수가 있었다.
‘텔레포트보다 마나의 소모가 크지만, 안정성은 훨씬 뛰어난 것 같다. 물론 워프 반동이 발생할 위험도 있지만 마나를 포함한 물건까지 훨씬 용이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항마력을 가진 물건마저 안전하게 이동을 시킬 수가 있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한 워프와 직접 전개하는 워프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차이가 컸다. 워프 게이트에서 공간을 겹쳐 도약하기에 공간이 왜곡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없었지만 직접 전개를 하니 공간을 겹치는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공간의 이면을 이용하는 것인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물론 워프를 할 때도 그런 기운을 감지했지만 그대로 노출이 된 느낌이었다.’
이반은 마침내 자신이 벽을 넘긴 것을 절감했다. 하지만 아직은 다소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워프를 전개하고 나니 공력이 소진되어 탈진하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었다.
볼리비오의 조선소에 당도한 이반은 다시 얼어붙은 바다를 보았다. 그래도 얼마 전에 철로 만든 배가 있어 그것을 쇄빙선으로 이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매일 두 척의 배를 이용하여 얼음을 깨고 얼음을 먼바다로 내 보내고 있습니다. 먼바다로 보내면 바로 녹는 것 같습니다.”
헤론 마법사가 옆에서 설명했다. 6서클이 되면서 다시 기력을 회복하고 젊어진 것 같았다. 머리마저 전보다 색이 짙은 갈색이었다. 나이가 들면 고유한 머리의 색이 은발로 변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강화마법이 적용되었지만, 얼음으로 인해 배가 파손이 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빙산에 부딪히는 사태가 벌어지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항상 주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로나 강 어귀를 지난 후에는 속도를 줄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바다의 조류가 위로 향하기에 빙산은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난류가 북쪽으로 흘러가기에 북쪽에서 빙산이 흘러오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빙산 때문에 훨씬 위험할 수도 있었다.
“화물이 꽤 많군요? 거의 만선이군요.”
“그렇습니다. 철강의 양이 많아지고 몬스터 사체의 부속물도 그만큼 많습니다. 여기에 곡물도 꽤 수송하고요. 물론 역으로 왕도 근처에서 사치품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때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이주민들입니다. 이주민은 이삿짐까지 가져오기에 올 때도 짐이 많습니다.”
빈민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전 재산이라 그런지 이고지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짐 보따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만드는 철선은 2천 톤 규모라고요? 그러면 유칼라드 강으로 가기는 어렵겠군요?”
“첨저선이라 수심이 얕은 곳에서 운항하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유칼라드 강에는 들어가지 않고 에스테반까지만 운항할 것입니다. 철선이 완성되면 파라운 공국과의 항로도 개설할까 합니다. 브로넬 섬으로 거쳐 파라운 공국까지 운항하고 나중에는 파라운 공국과 에스테반 노선도 투입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