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91
37. 암중모색 (2)
브로넬 섬으로 굳이 갈 필요가 의문이지만 꽤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니 의미가 있을 것도 같았다.
더구나 브로텔 섬은 전략적인 요충지였고 영지의 영향력 아래에 두지 않으면 해적의 근거지가 될 가능성이 컸다.
‘배핀 영지에 속하지만 사실상 무주지나 마찬가지이니 그곳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굳이 영토 욕심을 내서 갈등을 유발할 필요는 없지.’
이반은 굳이 땅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기항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파라운 공국에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도 좋지. 더구나 금을 비롯한 각종 광산이 많으니 나중에 권리를 확보하여 개발해도 되고. 우리 영지에도 지하자원이 많지만.’
중원에 있을 때도 각종 광산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지만, 이곳은 중원보다 훨씬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중원에서는 그저 도가니에 녹이는 정도가 고작 이만 마법과 연금술을 사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제련이 이루어지고 있고 합금까지 사용이 되었다.
“자금은 부족하지 않습니까? 충분히 지원해주라고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자재도 우선하여 배정하고요.”
“에스테반에서 할 때 비하면 천국입니다. 거기서는 온갖 파리가 모여들어 뜯어 먹으려고 했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으니 다행입니다. 절반의 비용만 들여도 충분합니다.”
“지금은 거기도 영주 대리가 바뀌면서 전보다 나아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자들 상당수가 감옥에 갔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일부 질 나쁜 마법사들이 설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요? 아, 그건 알아봐야 하겠군요.”
마탑과 마탑이 장악한 감찰 관련 부문이 비호할 수도 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왕립 마법원에 파견 나간 마법사가 허튼짓을 할 수가 있었다. 어디건 부패한 인사는 있기 마련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로서는 그러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볼리비오 조선소와 에스테반의 조선소가 경쟁해야 합니다. 철선에서 우리가 앞설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헤론은 에스테반의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을 했다. 부정부패로 새어 나가는 돈이 많으면 가격 경쟁력이 상실할 것이니 이득이라는 입장이었다.
“거긴 나무부터 각종 자재를 멀리서 가져와야 해서 우리보다 불리합니다. 그런데 외부에 새는 돈이 많으면 두 배의 원가가 들어갈 것입니다. 우리가 준비된 후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헤론도 욕심이 있는지 그런 이야기를 했고 이반은 당분간 큰 문제가 없다면 그런 사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마탑에서도 굳이 나설 생각이 없는데 나설 이유가 없었다.
크로나 영지의 캐빈 남작이 영지를 방문했다. 사적으로 장인이지만 귀족 집안의 예법에 따라 서로 존대를 하고 있었다.
“우리 영지에도 이주민이 1만 명 이상 왔는데 문제는 사채업자들입니다. 캐롯 장원에서 이주민들에게 가구당 20골드 가까이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알아보니 장원의 주인이 백작이더군요.”
이반은 엔리케 영지에 레우스 장원을 개인적인 금고로 사용하고 있고 크로나 영지에는 캐롯 장원을 확보하여 그런 용도로 사용했다. 항구도시의 외곽에 있는 캐롯 장원은 꽤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이주민으로 오는 자들은 유민들입니다. 그들을 무작정 데려올 수는 없고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일단 임시일지라도 주민으로 등록해야 하고 다시 영외이주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 비용만 해도 1인당 5골드가 넘어갑니다. 그렇다고 그 비용을 무상으로 대주면 그것도 문제이고 그들이 유민이 되어 다른 곳으로 도망가면 그냥 돈만 날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을 잡아두기 위해서 일단 사채로 묶어 둔다는 말인데 영지민이 그런 빚을 지고 있는 사실이 불안하군요.”
“그렇다면 크로나 영지에서 사채를 인수하실 것입니까? 그렇게 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비용을 빨리 회수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채라고 해도 인수할 때 조건을 변경한 상황이라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자가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형식은 사채를 인수한 것이지만 실상은 이반은 그라나다 조직에 건넨 선금을 차감한 것이었다.
또한 이주민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원금만 받는 조건이었다. 사채 상환 시에 세금까지 일부 감면받아 부담을 줄여주고 있었다.
“그건 알고 있지만 어쨌든, 외부인이니 말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호의로 이주민을 돕는 것이지만.”
“곡물로도 상환을 받을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엘리자벳의 입장도 있는데요. 그보다 어선의 운영은 어떻습니까? 공동어로는 하지 않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우리 연안에서도 고기가 잘 잡히는데 굳이 강을 넘을 이유는 없겠지요. 그건 엔리케 영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연안에 어족이 풍부한데 멀리 가서 잡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문제가 없어 다행이지만 헤세라 영지나 두리원 영지, 파라곤 영지 등에 판매하는 문제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
“영지 외부로 판매하는 문제는 크로나 수운에 일임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개별로 움직이면 운송비도 만만치 않고 가격도 달라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영지에 돌아가서 논의해보도록 하죠. 그것이 합리적일 것도 같으니. 그런데 듀안이 언제까지 왕도에서 근무할 것 같습니까? 나이가 있으니 서른까지 근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장인어른의 연치를 생각하면 왕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말단 행정관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영지 관리청에서 이스턴 주의 각 영지의 의견을 대변하는 위치가 될 것입니다.”
이반은 듀안을 대리인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듀안에게도 손해가 아니었다. 나이 서른 정도가 되면 작위를 이어받지 않아도 직위에 따른 작위가 자작은 될 수가 있고 그러면 영지 관리청의 청장 아래 국장을 맡을 수 있었다.
“중앙에 연줄을 두면 영지나 가문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놀고 있는 가문의 사람들을 서기로라도 넣어줄 것이니.”
귀족일지라도 작위가 없으면 평민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지에서야 귀족의 후손이라고 해서 대접을 받겠지만 왕국 법에서는 평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기로라도 임용이 되어 승진하고 작위를 받고자 했다.
“인재가 있다면 추천해 주십시오. 자리가 있어도 적당한 사람이 없어 양보하는데 그것도 모양새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반은 그렇게 말을 했다. 처가의 사람을 중앙에 보내는 것도 권력을 공고히 하는 작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승진을 시켜 요직을 차지하면 자신의 힘이 되었다.
세스포 레온 후작은 태자인 파츨리아와 국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각 부서를 맡은 공과 령, 그 외 관청의 청장 등 백작 이상의 고위급 대신이 있지만, 현재 왕국에서 실권을 가진 인사는 서너 명 정도였고 그중에 하나가 세스포 레온 후작이었다.
“각 부서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습니까?”
사실상 감찰에 대한 모든 권한이 마탑에 넘어간 실정이었다. 각종 예산에 대한 집행 권한이 중요하지만, 감찰은 모든 관료에 대한 생사를 쥐고 있는 것이라 막강한 권한이었다.
“일단 관료들의 복무 기강 확립을 위해 공사 구분에 대하여 감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적발하여 벌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과오가 발견되더라도 중한 것이 아니면 시정조치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모든 관료가 크고 작은 과오를 범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법이 이현령비현령이니 걸려고 하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영지 법에서 보면 월권이나 직권남용일 경우가 많아 거부하는 것이 옳고 그러면 지시 불이행으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귀족법에 따르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상급자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그렇기에 감찰에서 처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고 싶으냐에 따라 편리한 법을 고르면 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감찰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세스포 레온 후작의 말에 파츨리아는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왕과 귀족이 왕국과 영지를 통치하는데 용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얼마 전에 이반 백작을 따로 만났습니다.”
업무에 대한 논의를 마치자 의제에 없는 사안을 언급했다.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왕궁으로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난감합니다. 듣기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되니 생각할 때마다 헷갈립니다.”
파츨리아는 이반과 대화를 나눈 후에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권력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영지만 발전시키기를 원하는 것인지 종을 잡을 수 없었다.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뉘앙스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럴 것입니다. 탑 주님과 가끔 마법을 연구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보통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종종 딴 세상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딴 세상 사람이라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뭐랄까 권력이라는 것과 거리를 두려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예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니 그것이 참 애매합니다.”
“탑 주님의 견해를 보면 그냥 지켜보면 된다는 태도입니다. 가까이해서 문제 될 것은 없고 존중만 해주면 문제 될 것도 없으니 알아서 챙겨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알아서 적당히 챙겨주기도 하고요. 공간확장마법이 적용된 아티펙트나 마력 포션의 경우 달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마탑에 위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왕국의 위기를 알고 적국의 초인들을 처리하기도 했고요.”
마탑도 그런 것을 위탁 판매하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챙기기도 했지만 그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이반에게 사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적당한 방법을 강구하여 서로 득이 되도록 했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서 문제입니다.”
국왕과 왕실은 존귀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마탑처럼 자존심을 버리고 무작정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탑이야 마법을 잘하면 그가 왕이고 상전이겠지만 왕실은 달랐다. 이반을 굴복시키거나 이반 스스로 굴복해야 해결이 되었다.
“그렇다고 오만하게 처신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열여덟이 되어가는 나이인데 탑 주님과 대화를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노련합니다. 선의로 다가가면 선의로 대하고 악의로 다가가면 악의로 대합니다. 그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우회적으로 말을 했지만 파츨리아도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반을 굴복시키려고 하면 큰일 난다는 경고였다.
그냥 강자로 예우를 하면서 원하는 대로 해주라는 충고였다. 물론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왕실의 입장에서 대등하거나 더 강한 존재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세스포 레온을 통해 마탑에서 이반이 굴복하도록 만들라고 사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오기 전에 탑 주님을 뵙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세스포 레온 후작은 개인의 자격이 아니라 마탑과 탑 주를 대리하여 파츨리아와 만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왕궁에 오기 전에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의견을 들어야 했다.
“마침 그 자리에 이반 백작도 같이 마법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어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통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넌지시 비유적인 문답을 나누는데 오크 눈에는 오크만 보이고 정령의 눈에는 정령만 보인다고 합니다.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봅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지요.”
파츨리아는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있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데 또 다른 상전을 두어야 하는 것이 싫은지 씁쓰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반이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연구실에서 엘프의 마법에 대하여 같이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라고 하지만 이반이 주로 강론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이해의 수준이 다르니 당연했다.
사실 말이 통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었다. 서클마법의 대가이지만 한편으로 엘프의 마법을 익힌 자이기에 마법을 익히는 과정을 살피는 것도 상당히 유익했다.
거기다 엘프의 마나 운용법을 터득한 이후에 검술마저 익히고 있어 향후 무공을 전수하는 방식을 강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면도 있었다.
엑스퍼트 최상급에서 마스터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 고심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