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92
37. 암중모색 (3)
그가 스타치온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스타치온은 직계혈족이라 불편한 면도 있었다. 그렇기에 예의를 갖춰야 했지만 탑 주는 그런 면에서 훨씬 자유로웠다.
어떤 면에서는 제자나 집사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었고 항상 눈치를 보면서 주의를 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막 검술에 대해 논의를 하고, 어떻게 보면 일방적으로 이반이 알고 있는 것을 설파하고 휴식을 취하는데 세스포 레온 후작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뭔가 보고할 것이 있어 보였다.
“왕궁에 들어갔다 왔습니다.”
“국왕은 파츨리아 태자에게 국정을 사실상 위임한 실정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양위는 신년 초에 하지만 이미 군권을 제외한 모든 것은 이양한 실정이고 모든 것을 직접 보고받고 지시하는 실정입니다.”
양위가 결정된 이후에 크랜들 3세는 일종의 인수인계를 진행 중이었고 이제는 군사 부문만 남아 있었다. 왕위를 양위하면서 중앙군과 근위기사단의 지휘권을 넘겨줄 예정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나?”
“감찰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일단 본격적인 감찰을 시행하기보다 제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것이 끝난 후에 일종의 염탐을 하고 그 자리를 마쳤습니다.”
세스포 레온 후작의 말이 끝나자 이반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서로 눈을 마주쳤고 빙긋 웃고 말았다.
“욕심이 없는데 뭘 그렇게 경계를 하는지. 무리한 것을 요구할 생각도 없고 그저 소소하게 영지의 발전을 도모하는 정도인데 너무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이반은 변명 비슷하게 말을 했다. 그것이 본심이지만 본심을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이반을 옥죄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반발하기 마련인데 그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정국의 중심에 있지만 비켜나 있으니 더욱 불안한 것입니다. 양위를 받더라도 전권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니 답답할 것이고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권력이란 것이 그러했다. 그냥 두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반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도 있으니 의심하면서 뭐라도 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 궁에 초청하여 갔는데 묻기에 욕심이 없다고 했는데 믿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강하게 말한다고 믿을 것 같지도 않으니. 사실 권력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아닙니까? 권력을 가진다고 해서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입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어느 정도 가지면 더 있어도 의미가 없는데.”
이반은 진심을 토로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둘마저도 진심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반신반의하는 기색이니 국왕이나 태자가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몰랐다.
“드래곤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알 것입니다.”
이반의 말에 달리 반문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민간의 설화에도 종종 등장하고 있고 엘프들이 남긴 문헌에도 언급이 되고 있었다.
“드래곤이나 세계수나 초월적인 존재들이라서 세상의 일에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그저 강해지는 것 정도이고 다른 존재가 어떻게 하건 관심이 없는데 다른 존재는 항상 경계하면서 귀찮게 합니다. 그러다가 파멸하고 말지요.”
이반은 중원의 설화인 대붕이나 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가 비유가 이상할 것 같아서 드래곤이나 세계수로 바꿔서 이야기했다.
“물론 그런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언제 파멸을 시킬지 모르고 막을 수도 없기에 불안한 것입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도 이반이 어떤 기분인지 이해를 하지만 국왕이나 왕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먼저 경험한 것이 있기에 이해를 했다.
그가 7서클이 되고 탑 주가 되면서 수많은 견제를 당했는데 그것을 이반이 당하는 것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행정청장님은 자주 접해야 할 것 같은데 오해가 없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굳이 대립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보다 파라운 공국으로 운항을 할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그러면서 브로넬 섬을 거쳐서 운항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물론 자주 운항을 하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운항하는 것을 말했다.
당장 몬스터 사체에 대한 수요가 많기에 손해는 아니었다. 따뜻한 지역이라 극소에서 나는 농산물만 가져와도 화물선을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배가 확보되면 그것도 좋겠군요. 하지만 원양항해를 하는 배는 훨씬 튼튼해야 하고 위험도 크기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도 에스테반에서 파라운 공국으로 가는 항로에서 1년에 10여 척의 배가 난파를 당해 실종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세스포 레온 후작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걱정부터 했다. 지금 운항하는 배들은 장거리 항해를 하지만 사실상 프레드릭 백작령 주변을 지날 때를 제외하고 연안 항해라고 할 수 있었다.
풍랑이 거세지면 긴급하게 연안으로 대피할 수도 있지만 파라운 공국으로 갈 때는 그런 것이 불가능했다.
“준비만 되는 운항을 승인받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지금은 사라졌지만, 해적들도 출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마탑과 이반의 이름이라면 그런 승인이 어려운 것이 없었다. 유칼라드 왕국만이 아닌 파라운 공국의 승인을 득해야 하지만 그것도 어려운 것이 없었다.
“파라운 공국은 글로셜이 오더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니 교역을 하면 이로운 점도 있습니다. 유칼라드 강 유역의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았는데 상당한 양의 곡물을 수입한 덕분에 그나마 곡물 가격이 안정했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수확량이 줄었는데 곡물 가격이 오르지 않아 농민들의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는 하소연도 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탑 주와 세스포 레온 후작이 그렇게 평가했다. 둘 다 맞는 이야기라 어떤 평가해야 할지 모호했다. 이런 것은 엔리케 영지도 마찬가지였다. 영지 차원에서 포테토를 보급하여 식량 사정이 좋아졌지만, 일부 농민들은 예년과 달리 낮은 곡물 가격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장원의 주인이나 부농들이 싫어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밀 한 포대에 1골드 이상이 나가야 하는데 그 절반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화가 나겠지요.”
그렇게 각기 이야기를 했다. 이반도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했다.
“일부가 손해를 보더라도 다 같이 사는 방향으로 일을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래도 여기는 작황이 몹시 나쁜 것은 아니니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엔리케 영지는 몬스터 사냥으로 풍족한 영지였다. 거기에 광산의 개발까지 진행이 되었으니 더 좋았다. 어쩌면 엔리케 가문이 영주 가문이기에 지금의 수준에 만족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반은 에라스쿠니아스의 거처에 들러 세계수가 봉인된 반지의 아공간을 열고 세계수와 대화를 시도했다. 다시 제압하려고 겨루면 지지 않겠지만 이기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가 이제는 겨루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반은 겨루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일종의 화해를 요청했다. 소모적인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네가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굳이 그럴 생각은 없다. 너도 뭔가 변화가 있었군. 시간이 꽤 흘렀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이 있었나?’
‘약간. 내 일을 하느라 다소 바쁜 편이었다. 그래서 너와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다. 너 스스로 봉인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인가?’
이반은 그것이 궁금하여 물었다. 자신도 당장은 봉인을 해제할 수 없었다. 물론 시간을 두고, 대략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들인다면 석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당장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봉인을 해제하는 작업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세상에 현신할 수밖에 없다.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아공간 안에서는 아무것도 살지 못한다.’
‘만일에 세상에 현신해야 한다면 전에 머물던 곳에 너를 내려놓으면 되는가? 그곳은 몹시 추운데 문제가 없나?’
이반은 세계수를 심어야 한다면 기존 세계수가 있던 자리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수의 영역이 반경 1천 km 정도에 달하는데 엔리케 영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몬스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세계수의 영역에 몬스터가 살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지면 이후에는 몬스터가 줄어들 수도 있었다.
‘날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마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나만 있다면 기온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마기에 침식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넌 나의 지킴이가 되기 싫은 것이겠지?’
이반의 속내는 세계수에게 이미 알려진 것 같았다. 이반이 감추려고 했지만, 상념의 잔재가 흘러가는 것마저 막지는 못했다. 그것을 알기에 이반은 겨루는 것을 포기한 면도 있었다.
‘너를 지켜주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단지 너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노예처럼 사는 것이 싫은 것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정도의 사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너를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다. 새로운 봉인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반은 그동안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봤고 그렇기에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여 검토한 것을 언급했다. 그런 것이야 인지상정이니 비밀로 감출 것도 없었다.
‘나를 영원히 이 안에 가둔다는 말이냐? 시간이 흘러 스스로 소멸할 때까지 말이야?’
세계수는 약간 흥분한 기색이었다. 그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었고 그런 존재마저 격동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렇다. 너도 알겠지만 원래 세상에는 세계수가 세 개체가 존재했고 그중 둘을 드래곤이 소멸시킨 것을 말이야. 소멸했는지 봉인이 된 것인지 모르지만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그 때문에 드래곤도 개체 증가가 불가능해져 소멸한 것으로 안다.’
기록을 살펴보면 세계수와 드래곤은 서로 대립한 경우가 많았다. 엘프들이 세계수의 영역 밖으로 나가면 드래곤에게 해를 입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너도 나를 소멸시키겠다는 말이지? 만일에 네 능력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면 봉인을 시키고?’
‘그렇다. 지성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자유를 억압하면 반발을 하기 마련이지. 그렇기에 드래곤과 세계수가 공멸한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그런 면이 있고. 널 떠받들 수는 없는 일이지.’
‘지킴이나 그들이 속한 종족은 그렇지 않았다. 너를 보면 그 지킴이 종족의 후손으로 보이는데. 약간 다르지만.’
‘현재의 인류는 순수한 그들의 후손이 아니다.’
그러면서 세계수가 봉인된 이후의 세상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마기가 세상을 침식하자 순수한 야만인이나 엘프는 멸족하고 혼혈만이 살아남은 사실을 알렸다. 그렇기에 엘프의 후손이면서도 다른 존재임을 강조했다.
‘세계수가 없어도 문제가 없는 세상이라? 혹시 다른 세계수가 봉인된 것은 아닐까? 나처럼 아공간이 아닌 다른 대륙에 말이야. 세계수가 없는 세상이란 존재할 수가 없어.’
이반은 세계수의 말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명히 이 세상이 넓은 것 같지만 중원의 서너 배 정도 크기였다. 다른 대륙이 더 있을 것 같았다.
‘설마 봉인이 되어 사라진 것처럼 보였고 드래곤이 소멸하고 시간이 흐르자 봉인이 해제된 것인가?’
아직은 봉인을 해제하는 것이 급한 것은 아니기에 그 정도만 이야기하고 다시 아공간 반지를 닫았다.
아직은 세계수를 꺼낼 시기가 아니었다. 물론 그럴 능력도 없지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글로셜로 인해 작년 겨울보다도 더 추운 겨울이 왔고 엔리케 영지는 가을부터 몬스터의 침공을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래도 영지 군과 영지경비대를 대대적으로 동원하고 각지에서 몰려온 용병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큰 피해 없이 막아내면서 몬스터를 사냥하여 오히려 수입을 늘리기도 했다.
이반은 사전에 일반 기사들도 버거워하는 중대형 몬스터를 사전에 제거하여 피해를 줄이면서 한편으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정령을 동원하여 영지 전체와 인접한 지역의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갑자기 이렇게 방문하시다니 무슨 일입니까?”
이반이 외부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자 테인즈 백작이 영주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에 통보하여 허락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백작일지라도 함부로 들일 수는 없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테인즈 백작은 왕도 유카리스의 행정청장에서 물러난 이후 특별한 직책이 없었다. 그나마 그동안 관료로 오랫동안 봉직한 공을 인정받아 종신 작위를 받아 그대로 백작의 신분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