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98
39. 변방영주 (1)
귀족회의가 개최되어 영지 법과 귀족 법이 통과되었다. 안건 자체를 폐기할 정도로 파란이 있었고 몇 번의 논쟁이 벌어졌지만, 국왕의 강력한 개혁 의지와 이반이나 마탑의 지지마저 더해지면서 결국 80% 정도의 찬성으로 모든 안건이 통과했다.
지금과 같은 국왕과 영주, 왕국과 영지라는 두 단계 통치구조로는 넓은 왕국과 영지민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한 단계 더 필요했는데 그걸 법제화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주지사가 있지만, 그것은 왕국과 국왕의 결정 사항을 통보하고 영지에서 올라오는 내용을 위로 보고하는 연락책에 불과하니 크게 의미가 없었다.
결국 단계를 늘려야 했고 왕국과 영지 사이에 단계를 넣는 것보다 영주 아래에 넣는 것이 용이했다.
그런 사실을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 법이 통과되면 휘하에 귀족을 임명할 수 있으니 권한이 커질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주지사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수평적인 분할이 불가피할 수도 있었다.
이반은 귀족회의가 끝난 후 보름 뒤에 성대한 연회를 열어 엔리케 영지가 백작령이 된 것과 자신이 후작이 된 것에 대해 자축했다.
또한 크로나 영지도 비슷한 시기에 자작령으로 승격을 하여 조만간 백작령이 되기 위한 자격을 갖추기도 했다.
“글로셜이 온 3년 동안 인구가 무려 20만 명이나 증가했다. 심지어 파라운 공국마저 글로셜로 피해를 보았으니.”
대륙에 글로셜이 오는 동안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고 오히려 곡물 수출로 승승장구하던 파라운 공국도 마침내 글로셜의 여파가 미치게 되면서 큰 타격을 받고 말았다. 그나마 그동안 풍년으로 많은 곡물을 생산한 덕에 겨우 자급자족을 했다.
글로셜은 바다마저 변화를 일으켜서 심각할 정도로 바람과 비를 유발했다. 그 때문에 파라운 공국에는 두 달 가까이 태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졌고 평원이 물에 잠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거기다 바다에서 거대한 태풍이 몰아져서 유칼라드 강이나 프레드릭 강 유역이 초토화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수가 나면서 경작지는 물론이고 평소 물에 잠길 걱정이 없던 거주지마저 삽시간에 물에 잠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나마 글로셜의 종말을 고하는 태풍과 홍수가 몰아친 것은 다행이었다. 글로셜은 냉해로 시작하여 가뭄이 들고 마지막으로 홍수가 오면서 끝이 났다. 그 기간이 길수록 피해는 컸다.
“그나마 우리 영지는 글로셜이 약해지면서 정상적인 작황을 거둔 것이 다행이었죠. 크로나 영지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비가 충분히 오면서 풍년이 들기도 했으니. 곡물이 남아 왕도 인근과 다른 영지를 지원할 수 있었으니.”
이반은 스타치온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재 엔리케 영지는 4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있었다.
백작령의 인구 기준 30만 명을 가뿐히 초과한 상황이었다. 용병과 상인 등의 유동 인구를 포함하면 50만 명이 넘을 수도 있었다.
“영지 분봉은 하지 않을 것이냐?”
“가문의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굳이 영지를 분봉할 이유는 없죠. 노아 백작이나 일리안 단장의 가문, 몇몇 행정관의 가문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급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몇몇 장원 주들에게 작위를 줄 이유도 없고요. 나중에 작위를 주어서 분봉을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아이들이나 헨리의 애들까지 포함해서요.”
헨리는 이반이 고위 귀족이 되면서 진로가 애매해졌다. 그렇다고 그룬힐트 영지에 돌아가기도 애매했다. 다른 길이라면 왕도로 가서 군에 투신하는 것인데 자칫 견제를 받을 수도 있었다.
결국 엔리케 영지에서 기사로 임용이 되어 기사단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이반의 존재가 컸다.
현재 헨리는 전진기지에 나가서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이반의 상황에서 당장 영지를 분봉할 이유는 없었다. 나중에 공이 큰 자들이 있다면 분봉을 해줄 수도 있지만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혼란보다 안정이 필요했다.
“그거야 그렇지. 더구나 절반 정도는 근래에 외부에서 이주해온 자들이니 개발비용을 회수하지도 못한 상황이니.”
이반이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엄청난 자금이 필요했다. 나중에는 이주비가 들지 않았지만 50만 골드 정도가 필요했다. 그것의 대부분을 이반의 사비로 충당을 했다.
“마력 포션이 판매한 자금이 들어온 덕분에 이주민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파산을 했을 것입니다.”
이주민이 20만 가까이 들어온 상황이니 그들이 살 공간을 마련하고 경작지를 확보하는 것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런 자금은 결국 영지나 영주가 부담해야 했다. 장부상으로 엔리케 영지의 부채는 엄청나게 많았다. 몇 년 사이에 30만 골드에 달했고 그 채권자는 영주인 이반이었다.
“왕도 주변이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 네가 곡물을 지원해준 덕분에 이재민들이 재기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아사자가 속출했을 것이다.”
이반이 대비한 덕분에 그나마 유칼라드 왕국의 상황이 지금처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칼라드 강 홍수로 인해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유민이 되어 떠돌 수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영지에서 유민을 데려와도 말이 없었죠. 이제는 이주민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내실을 다질 때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다시 글로셜이 오고 영지를 키울 기회가 올 것이라 봅니다.”
글로셜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였다. 그렇기에 사전에 곡물을 비축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었다.
하지만 가뭄이나 홍수가 같이 오는 것이라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너는 어떤 목표가 있느냐? 네 능력으로 영지의 일만 하는 것은 아쉽지 않으냐? 왕국을 위해 일할 생각은 없어?”
“전에 말씀을 드렸지만, 하루 세끼 먹으면 족하고 옷도 한 번 갈아입으면 그만입니다. 그 이상은 낭비이고 오히려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러니 엔리케 영지나 잘 다스리면 족합니다. 그러면서 검술과 마법이나 열심히 익히고 싶습니다.”
이반의 말에 스타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권력이 좋지만, 그 정도로 족했다. 더 욕심을 부리는 것은 화를 초래할 수가 있고 나중에 문제가 되었다.
국왕이 된 파츨리아, 파론 2세는 왕국의 상황에 불만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항상 불안한 심정이었고 그것은 몇몇 존재들 때문이었다.
그중에 첫 번째가 이반 엔리케 후작이고 두 번째가 마탑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었다. 위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라도 돌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니 불안했다.
하지만 자신의 역량으로 어떻게 하기는 불안하고 동태나 살피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파사칸 왕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왕국기밀총국의 수장인 테인즈 백작에게 적국인 파사칸 왕국의 동향에 관해 물었다. 얼마 전에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여 마침내 양국의 왕도인 유카리스와 유로파한에 각기 연락사무소, 일종의 대사관을 설립한 상황이었다.
“로젠만 국왕과 3대 권신의 위세가 극에 달한 실정입니다. 근위대장인 파타칸 공작, 왕국 군 총사령관인 알레시안 공작, 재무 총령인 무사카 후작이 왕실과 조정을 확실하게 장악했고 현재 왕국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사칸 왕국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첩자도 그만큼 보내기 쉬워졌고 그렇게 되자 그곳의 상황을 훨씬 자세히 알게 되었다.
“개혁이라 어떤 방향입니까? 왕권의 강화입니까?”
“왕권의 강화인 것 같지만 기존에 있는 법 중에서 불합리한 것을 개정하고 있고 우리 왕국의 주에 해당하는 조직을 강화하여 왕국의 통제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구 엘리야 왕국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민심을 수습하고 있습니다.”
“타크라칸 사막 지역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글로셜이 발생하면 사막 지역의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닐 것인데.”
“가뭄으로 인해 목초지가 사라져 문제이지만 사막의 외곽에 구호소를 운영하여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 왕국에서도 전에 발생한 불상사가 다시 일어날까 염려하여 샌디아 주 곳곳에 경계를 강화한 상황이라 무단 월경이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 왕국 내부를 살펴봅시다. 파라운 공국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마탑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던데 이후의 움직임이 없는데 이상하군요.”
“그게 고위 마법사들이 반대하여 무산되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가 분리될 때 마력 포션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 때문이라 합니다. 지금도 공급이 부족한데 분리되면 아예 배분에서 제외가 될 것이니 마법사들이 소극적입니다.”
6서클 마법사가 4명이기에 분리를 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마력 포션을 공급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이후 마탑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정체가 되는 문제로 인해 마법사들이 마탑에 남기로 했다. 그 때문에 분리 계획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공왕가와 두 백작가의 대립은 어떤가요? 왕국의 영지 법이 통과된 이후에 파라운 공국에서도 자체적으로 법령을 정비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두 백작가가 영지 법과 귀족법을 핑계로 공국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있던데.”
“왕국의 직할 영지가 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공국에서 작위를 받은 상황이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차크라 백작령의 피해가 커서 분리 움직임은 수그러들고 말았습니다.”
태풍이 직통으로 차크라를 덮쳤다. 그 때문에 차크라 항구 시설마저 초토화가 되었고 차크라 강이 범람하고 해일마저 덮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엔리케 영지나 북서쪽 상황은 좋은 것 같군요?”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요사이 용병들이 그쪽으로 모여들어 몬스터 사냥이 절정에 달하고 있고 마정석의 30%를 생산하는 실정입니다. 헤메른 산맥이나 엔리케 산맥마저 몬스터가 급감하여 골치가 아픈 것 같습니다.”
“마정석 생산이 줄어 문제라고 하던데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요? 심지어 파사칸 왕국에서 수입하자는 의견도 있던데?”
“마탑에서 마정석의 수명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그리고 수입을 하더라도 채산성이 크지 않아 보류 중입니다.”
몬스터가 많아도 문제지만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였다. 글로셜이 왔을 때 산에서 내려온 몬스터가 소탕이 되면서 글로셜이 끝나자 몬스터가 격감했다. 산에 몬스터의 밀도가 낮아지니 산 아래로 내려오는 숫자가 별로 없어 사냥이 쉽지 않았다.
“이반 후작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특별한 것이 없습니까?”
“영지에서 움직이는 것이야 종종 드러나지만, 영지 밖으로 움직이는 것은 알기 어렵습니다. 왕도에 가끔 오지만 내성의 저택에 들어간 이후에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텔레포트나 워프도 사용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런 마법은 마나 유동이 심해 외부에서 바로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내성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상식이지만 그런 상식도 이반 후작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친분이 있는 마탑의 장로에게 들은 내용에 의하면 마나 왜곡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마나 동결을 하더라도 마나의 공백이 아니기에 추적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엔리케 영지에 있는 영주관은 허가된 자가 아니라면 안에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추적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왕도에 있는 듀안 남작의 동태는 어떤가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영지 관리부의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상황이고 철저할 정도로 주변을 단속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영지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크로나 영지가 자작령으로 승격을 했고 조만간 백작령으로 승격할 것이 유망하기에 굳이 더 높은 작위를 받을 필요가 많아 줄어들었다. 벌써 왕도에 근무한 지 5년 차에 달하는 상황이니 퇴직할 시점이기도 했다.
“최근 그쪽 출신의 행정관이나 기사가 여럿 임용이 되었죠?”
“그렇습니다. 기존에는 전무한 실정인데 이제야 몇 명 진출한 정도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아직도 미미합니다.”
이스턴 주는 중앙에서 소외가 되어 있었다. 더구나 벨라 백작이 중앙 진출에 소극적이었고 프레드릭 백작가는 자신의 가문 사람만 챙긴 상황이라 행정관이나 기사로 중앙에 진출한 경우가 드물었다. 둘 다 고위 귀족의 추천을 받아서 임용하는 상황이니 당연했다.
“마탑의 탑 주님은 여전히 엔리케 영지에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세스포 레온 후작도 자주 그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소문에는 7서클이 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직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