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22
4. 정령사 (4)
“엔리케 검술은 힘이 좋은 자들에게 적합한 검술입니다. 사라가타 검술은 체격이 다소 작은 기사들에게 적절한 검술입니다. 기사 중에 몇몇은 엔리케 검술보다 사라가타 검술을 익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소 도를 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엔리케 검술에 맞지 않는 신체조건을 가진 자들이 엔리케 검술을 익히고 있었다. 뛰어난 재능 덕분에 엑스퍼트가 되었지만 이제는 발전하지 못하고 한계에 직면해 있어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면 레드 울프 검술은 누가 익히고 있는지요? 사라가타 검술의 흔적은 보이는데 다른 검술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레드 울프는 레만이라는 기사와 몇몇이 익히고 있는데 그들이 속한 조는 현재 볼리비오에 나가 있습니다. 다음 달에 교대하니 그때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삼대 검술이라고 하지만 현재 두 검술은 겨우 명맥만 잇고 있고 엔리케 검술이 주류가 된 지 오래였다. 두 검술 명가도 사실상 몰락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당연할 수 있었다. 세 검술 중에 하나를 익혀야 한다면 가장 강한 검술을 익히는 것이 당연했다. 엔리케 검술을 익힌 자들이 승승장구하니 그 검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마법이나 정령술에 대해 기록된 서적을 모아서 연구했다. 그런 과정에서 엔리코 용병단을 알게 되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 용병단에 5서클 마법사가 있었다.
“그 용병단도 사실 어용 용병단이라는 말씀이군요.”
어용 상단처럼 영지에서 사실상 운영하는 용병단도 존재했다. 정규 병사로 감당이 되지 않을 경우나 구린 일을 하는데 동원하기 위해 영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자를 내세웠다. 그런 관계라고 해도 상단과 달리 그 관계를 대부분 숨기는 편이었다. 어용 용병단이라 하면 기존 용병들이 이탈하고 신규 단원을 모집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사실 도미니크를 상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용병단이니. 물론 몬스터 사냥을 하여 영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도 있고. 알다시피 영지 군이 할 수 없는 일도 많이 있고. 영지의 책임 문제도 있으니.”
도미니크를 공격할 목적, 또는 공격을 방어할 목적으로 만든 용병단이었다. 그냥 놀릴 수가 없으니 몬스터 사냥을 주로 했다. 한때 영지의 기사였지만 비리에 연루되어 물러난 자가 단장으로 있었다. 물론 그에게 용병단을 맡긴 것은 스타치온이었다.
“그런데 용병단의 마법지원대장이 5서클 마법사라는데 사실입니까? 그런 고위 마법사라면 왕립 마법단에 들어가서 남작이나 자작의 작위를 받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죄를 짓고 잠적한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 정도 고위 마법사가 이런 변방에 와서 용병단에 속해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 이유가 궁금하여 물었다.
“물론 왕립 마법단에 있을 때는 남작의 작위를 받았지만,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작위를 반납했다. 사실 마탑이나 마법단에 있으면 제약이 많아 다들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오려고 한다. 빚이 있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왕립 마법단은 주로 워프 게이트를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고위 마법사도 순시하면서 정비를 한다고 했다. 그 일은 마법의 수준을 높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법사가 연구하는 데 지원해 주지만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마법을 익히는데 필요한 마나석을 구해야 하는데 사실 만만치가 않지. 왕립 마법단에서 지급되는 마나석이야 연간 중급 10개, 하급 20개가 전부인데 2~3일만 제대로 마법을 수련하면 소진되고 말지. 나머지는 개인의 자금으로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한 번 실험할 때마다 수십 골드를 까먹지.”
그 정도 지원도 당장 100골드를 호가하는 정도이지만 마법사가 바라는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별도로 가외 수입을 얻기 위해 마법 도구를 제작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용병단에 들어왔다는 말이군요.”
“그렇다. 사실 흑마법사가 왔다고 하니 그들을 상대할 목적으로 영입을 한 면도 있다. 더구나 마정석을 정화해야 하는데 그 작업을 하려면 최소 3서클 마스터가 되어야 가능하고 제대로 정화하려면 4서클은 되어야 한다. 더구나 정화하지 않고 오래 두면 마기에 침식이 되는 현상이 벌어져 마정석의 품질이 저하된다. 그것만 해줘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정화된 마정석의 가격은 20% 이상 비쌌다. 더구나 개수가 그만큼 많다면 정화하는 것도 어려웠다. 마법 진을 사용해도 마법사의 손이 필요했다.
“원래 영지마법사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몇 가지 이유로 용병단에 머물게 했다. 왕립 마법단에 있던 마법사를 빼돌린다는 문제도 있고 영지에 소속될 때 주나 다른 영지에서 차출을 요청할 수 있다. 거기다 도미니크에게 경각심을 줄 수도 있고. 그래서 용병이란 소속으로 했다. 영지로서도 도움이 되는 면이 있기에 후하게 대접을 해주고 있다. 마정석만 정화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래서 별도의 마법실험실도 만들어 주고.”
“만나서 마법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마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데 마법사라고는 3서클 엑스퍼트 수준인 통신마법사만 만난 것이 고작이고.”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나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니 예의는 차려라. 물론 네가 그럴 사람은 아니지만.”
이반이 마법이나 정령술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그런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야 호기심이 생겨서 관심을 두지만, 마법을 익히지 못하고 그 위력도 그리 뛰어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시큰둥해졌다. 그러니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둔다고 뭐라 하지 않고 아예 호기심을 충족하도록 도와주었다. 어느 정도 알게 되면 다들 싫증을 내고 다른 것에 관심을 두었다.
엔리케 영지의 영주관에는 그룬힐트 영지에 없는 조직이 하나 있었다. 바로 치료실이었다. 치료마법사 한 명과 일반 치료사가 한 명 배치가 되어 있었다. 보통 치료실은 기사단이 있는 곳에 있지만, 이반은 그 이유가 대략 이해가 되었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것도 아픈 과거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영주관에 음식 재료가 들어오면 검사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독으로 사람을 해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요. 안전을 위해 항상 조심하고 있고 각종 포션도 갖춰 놓고 있고 일부 포션은 직접 제조도 합니다.”
치료마법사는 3서클에 불과하지만 제법 능력이 있었고 하급 포션을 제조할 줄 알았다. 영지에서 나는 각종 약재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독창적인 포션이었다.
“엔리케 영지는 좋은 약재가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몬스터 때문에 산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발길이 닿는 곳이 많아지면서 좋은 약재를 구하고 있습니다.”
약재는 야생에서 오랜 시간 성장을 해야 하는데 처음 개척한 지역에서 좋은 약재가 많이 발견되었다. 몬스터 사냥을 하러 나가는 사냥팀에 전문 약초꾼이 포함되어 있거나 짐꾼들이 부수적으로 약초를 채집했다. 약재를 살피던 이반은 약초를 살피다가 영약에 버금갈 정도로 기운을 많이 포함한 약초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중원에서 영약이라고 할 정도로 기운이 강한 약재가 있었다.
“대부분 약초는 독을 포함하기에 해독작업을 하거나 정화작업을 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냥 먹는다면 그 부작용으로 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원의 약재도 독을 품은 것이 많지만 이반이 사는 세상의 약재는 대부분 독을 품고 있었다. 과일도 독을 품고 있기에 정화작업을 해야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여기 있는 이 블랙 사포닌은 마나포션의 주된 재료입니다. 깊은 산속에 그늘진 곳에 자라는 약초인데 뿌리를 사용합니다. 10년 정도 지나면 새끼손가락 크기로 자랍니다. 수명이 아주 길어 수십 년 자란 것도 있고 수백 년 자란 것도 있습니다.”
이반이 살피자 환마의 기억 속에 있는 산삼과 모양이 상당히 유사했다. 기운도 비슷했다. 단지 산삼이 은은한 기운을 내뿜는다면 이것은 마기처럼 독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또한 색깔도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기운은 마삼과 비슷하군. 산삼인데 독지에서 자라 마기와 독기가 강한 산삼이 있는데 그런 기운이군.’
“이건 비싼가요? 얼마나 해요?”
“대략 이 정도 크기가 3 실버, 이건 10 실버, 이 정도로 좋은 것은 1 골드 정도 합니다.”
10년 정도 되는 것이 3 실버 정도 나갔고 30년 정도가 10 실버, 50년 정도라면 1골드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중원의 산삼가격에 비하면 아주 낮았다. 물론 마기에 침식된 상태이지만 중원에서라면 못해도 10배, 많으면 100배 정도 비싸다고 봐야 했다.
“많이 나오나 보네요?”
“5년 전까지만 해도 훨씬 가격이 낮았는데 정화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마나포션에 사용이 되면서 지금은 가격이 10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산에 가면 계곡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그래요? 주로 어디서 자랍니까? 바위틈인가요?”
“유독 몬스터의 배설물이나 사체가 썩은 곳에 많이 자라 몬스터 식물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마나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약초는 몬스터의 사체가 썩은 곳에서 많이 자랍니다. 이건 마기를 정화한 것인데 마정석을 정화하는 방법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신기하네요. 몬스터 특유의 기운이 사라지고 일반 마나와 비슷한 기운이 되다니. 마나포션을 마시면 마나가 증가하나요?”
“맞다고 하기도 그렇고 틀렸다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마나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체내에서 소진된 마나를 채워주기는 하지만 몸 안에 가용하는 마나의 총량을 늘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싸우다 보면 마나가 소진되는데 그때 마나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것입니다.”
대충 이해가 되었다. 소진된 내공을 채워주지만, 영약처럼 단전에 쌓을 수 있는 내공을 늘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반은 블랙 사포닌을 받아서 살폈다. 이름에 블랙이라는 말이 붙은 것에서 보듯 검은 뿌리가 보였다. 정화한 것과 정화하지 않은 것을 살피다가 그 차이가 커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정화한 것은 기운이 너무나 약했다. 정화하는 과정에서 진이 다 빠진 것 같았다.
“마나가 확 줄었군요. 고작 10%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기를 정화할 때 마정석은 대략 5% 정도 마나의 소실이 있지만, 블랙 사포닌은 식물이고 사람이 먹어야 하기에 독성을 전부 제거하면 그 정도만 남습니다. 그렇다고 마기라고 하는 독성이 잔류하면 부작용이 엄청나기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마기가 몸 안에 들어가면 마나를 파괴하여 마나 역류를 일으킵니다.”
“정화한 것은 그냥 먹어도 됩니까?”
“그냥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몸 안에 마나가 들어온다고 해도 그냥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흡수가 잘되도록 마나포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반은 종류별로 몇 개를 달라고 하여 챙겼다. 실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정화한 것도 챙기기도 했다. 나중에 비교하려면 견본이 필요했다. 거처로 돌아온 이반은 그로센을 시켜서 마정석도 정화하지 않은 것과 정화한 것을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물론 그것들을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기에 자신의 용돈에서 사용하라고 했다.
먼저 마정석을 놓고 정화한 것과 정화하지 않은 것을 비교했다. 그 차이를 비교했다. 양손에 하급 마정석을 하나씩 쥐고 일종의 흡공을 전개했다. 그러자 마정석에 담긴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왔다. 양손으로 이질적인 기운이 들어왔다. 하나는 이질적이지만 안정적인 기운이고 다른 하나는 이질적이면서 한편으로 사악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기운이 혼재했다.
‘마이너스 마나인가? 사악한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그런 기운이군. 이걸 정화하려면 마이너스 마나를 뽑아내면 될 것도 같은데. 아니면 인위적으로 안정적인 마나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은데.’
그러다가 마정석의 정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한 내용이 떠올랐다. 추출법과 융합법이 있었다. 보통 추출법을 사용하는 데 안전하고 에러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단지 문제는 마나의 손실이 5% 정도 발생하는 점인데 그것은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반면 융합법은 마이너스 마나를 융합 작용을 통하여 안정적인 마나로 치환하여 마나의 손실이 없다고 했다. 단지 문제는 융합 작용을 유도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조금만 실수가 발생하면 마정석의 변질이 발생하거나 파손되는 위험이 존재했다. 심지어 마정석이 폭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