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24
4. 정령사 (6)
“참, 그룬힐트의 레이가 헬포트 백작의 장녀와 약혼을 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겨울에 약혼식을 하고 내년 겨울에 식을 올릴 것이라고 하더라.”
캐서린과 세레나 모녀는 거의 매일 마법 통신을 하고 있었다. 이반의 근황부터 시작하여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녀가 다 이야기를 했다. 종종 식사할 때도 이반에 그룬힐트 영지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이반이 성인이 되려면 3년가량 남았으니 그사이에 신붓감을 물색해 보죠. 직접 평판을 조사도 하고요.”
“그렇게 하자. 못된 짓을 일삼는 애들도 있으니 그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면 사전에 파악해야지. 또한 가문에 손이 귀하니 어떻게든 건강한지 살펴야 한다.”
“하지만 이반의 의견도 중요하니 시간이 나면 인근 귀족 가의 연회에도 데리고 가서 살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간 다른 가문에서 초청해도 참석 하지 않았는데 이반을 보내도록 하죠.”
웨델이 죽은 연후에는 인근 영지와의 교류도 거의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영주인 스타치온은 영지를 비울 수가 없었고 그 외에 다른 사람은 나갈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영지의 귀족들과 교류하는 것도 좋지. 이반은 강하니 외부에 나가도 그리 걱정할 상황은 아니고.”
스타치온도 다른 영지와의 교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문할 상황이 아니기에 다른 영지의 귀족을 초대할 수도 없었지만, 이반이라면 가능했다. 더구나 도미니크 일당이 사라진 상황이고 설사 나타나도 상대할 수 있었다.
“크로나 영지에서 연말에 차기 소 영주로 유력한 듀안 크로나의 성인식을 맞이하여 연회를 한다고 합니다.”
엔젤라가 다시 크로나 영지의 소식을 말했다. 거기에 이반을 보내고 싶은 것 같았다. 이반이라면 그런 자리에 가더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크로나 남작도 조만간 작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물러날 것 같군. 그이는 나보다 네 살이 더 많을 것인데.”
귀족은 죽기 전에 작위를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전제조건이 후계자의 나이가 서른이 넘고 영주의 나이가 50살이 넘은 경우였다. 또한 손자가 하나나 둘은 성인이 된 경우였다.
“로나의 말로는 3년 안에 물러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로나는 크로나 남작의 부인으로 캐서린과도 친분이 있고 종종 마법 통신으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엔리케 가문은 인근 영지의 귀족들과 방문은 못 하지만 꾸준히 교류는 하고 있었다.
“어쨌든 다른 영지도 방문하여 얼굴을 알릴 필요는 있지. 그러면서 신붓감도 물색하고.”
이반은 막상 결혼이라는 말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환마의 경우에는 젊은 시절 가정을 이루기도 했지만, 당시 적대적이던 자와의 다툼 속에서 실종이 되고 말았다. 실종을 당했다고 하지만 적대적인 자가 해코지를 한 것 같았다.
물론 그 보복으로 상대의 가족들을 역시 몰살시키기도 했다. 그 후에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가정을 만들지 않았다. 남자로서의 욕구야 권력이 있기에 적당히 해결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가정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환마의 삶이 일반인의 삶은 아니었다. 그것을 고려한다면 적당한 시점에 결혼하는 것이 좋았다.
“알겠습니다. 크로나 영지를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룬힐트 영지에서도 연회가 있어 참석한 경험도 있고요.”
그룬힐트 영지에서도 1년에 한두 번 귀족들을 모아서 연회를 베풀었다. 그런 행사에 이반도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예법을 몰라 창피를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반은 엔리케 영지에 온 이후에 항상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언제라도 기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주변의 상황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주관을 살폈지만, 적응을 하게 되자 행정관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시간이 지나자 로컨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영주관의 경우에는 마법을 이용하여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기에 외부에 나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마법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저녁에 여유가 생기면 외부로 나가기도 했다.
“소 영주가 만만치 않다면서?”
이반은 영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란델 상단에 침투하여 상단주인 관타모 그란델을 지켜보았다. 그는 거래처인 유칸 상단의 엔리케 지부장인 시몬을 만나고 있었다.
“그런 것 같아. 나이에 맞지 않게 똑똑하다는 말도 있고.”
두 사람은 아주 친한 것인지 경어가 아닌 평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로 보였다.
“얼마 전에 방문하여 투자를 문의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거야? 상단을 확장하기로 했어?”
이반은 관타모 상단주가 어떻게 대답하는지 궁금했다. 어용 상단으로 영지에서 80%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 운영하는 것은 상단주이니 그의 의사가 중요했다.
“보류하기로 했어. 굳이 자금을 받아도 당장 투자할 곳도 없는 상황이고. 괜히 사업을 확장했다가 너희를 비롯한 다른 7대 상단과 충돌할 이유도 없고.”
“하지만 우리도 걱정일세. 몇몇 영지에서 문제가 생긴 상황이니. 어쨌든 서로 공생을 하려고 하지만 우리도 장사꾼이니 이득을 봐야 하는데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여 적대적이니.”
“그거야 알지만, 귀족들의 처지에서 맘대로 못하는 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네. 이번에 영지에서 철광과 탄광을 개발하는데 우리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있네.”
“알고 있네. 조만간 데크리안 고원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것이라 하던데 결국 영지 주도로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하려는 것 같아. 영지의 행정관에 들락거리면서 눈치를 살피는데 말이 없어. 이렇게 되면 밖에서 들어오는 물품이 이제 옷감 하나 정도밖에 없지 않나?”
“옷감도 모직은 해당이 되지 않고 오직 면직 정도이지. 그 이외는 아쉬운 것도 없지. 당장 마정석이나 기타 물건의 출하를 막는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고. 철광도 이미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량은 충분하지 않나?”
“그렇기는 하지. 소 영주의 성격을 보면 외부 상단이 시장을 좌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아. 당장은 아니지만 머잖아 한 번 일이 벌어질 것도 같아.”
이반은 자신에 대해 안줏거리로 삼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그런 내용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하는 것이야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다 그런 생각을 하지. 단지 여건이 달라 타협하면서 지내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지 여부지. 이득과 손실을 따져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고. 손해가 막대한데도 강행한다면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고.”
시몬은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생각일 수도 있었다. 손해가 더 크다면 아무리 맘에 들지 않더라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게. 나이는 어리지만 노련한 상인을 대하는 것 같았으니. 더구나 소문에 영주님과 대련하여 밀리지 않을 정도로 무예가 출중하다니. 더구나 영주님도 중앙에 진출할 것이란 말도 있으니. 그러니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세.”
“도미니크가 사라진 이상 그에 따른 조건의 변경은 불가피할 것이고. 하이컨 상단의 지분은 변동이 없는 것이겠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일세. 그들은 도미니크와 거래를 한 상황인데 굳이 영지에서 챙겨줄 이유는 없다고 보네. 단, 자네들도 성의는 보여야 할 것일세.”
이반은 무슨 내용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도미니크 때문에 중앙의 7대 상단과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이제 도미니크 일당이 사라졌으니 그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했다.
“흑마법사와 연관된 상황이니 그들과 연계할 수도 없네. 하이컨 상단과 같은 행위를 한다면 퇴출일세. 사실상 그들은 퇴출이 되었다고 보면 될 걸세.”
7대 상단 중에 론도에 기반을 두고 도미니크와 유착이 되었던 하이컨 상단은 당장 장원과의 거래가 끊기었다. 그러니 다른 거래처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세. 영지 입장에서야 하이컨 상단의 행위가 문제지만 각 상단의 입장에서야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대일세. 그들과 공동보조를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네.”
“계약의 승계 같은 편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네. 3자 납품이나 매입 정도로 진행을 해야 할 것인데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야. 그러다가 적발이 되면 얼굴을 붉힐 수도 있고.”
도미니크가 있을 때는 상인들이 강자였지만 이제는 처지가 바뀐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유독 그들과 밀착을 했던 하이컨 상단은 그에 따른 대가를 내야 했다. 이반은 하이컨 상단의 지부로 알려진 에렌시아 상회로 침투했다. 대화하고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그런 것이 없다면 적당히 문서를 찾아서 은밀히 독서를 할 계획이었다.
“론도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나?”
“여전히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가을 토벌을 하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데 만나주지를 않습니다.”
“장원에서도 마찬가지인가?”
“그렇습니다. 도미니크와 같이 엮어서 처벌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태도입니다. 이번에 출장소장도 바뀌지 않았습니까?”
영지의 관리들도 이반이 오면서 도미니크 일당을 처리한 후에 교체가 되었다. 일부는 물러났고 일부는 좌천을 당했고 일부는 승진하기도 했다.
“전에는 최소 월 5천 골드의 거래를 했지만, 지금은 2천 골드가 고작이니. 이러다가 나나 자네도 교체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야.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야 해. 가장 큰 물량인 경비대와 장원들이 거래를 기피한다면 용병단이나 사냥꾼들과 거래를 해도 실적을 채우기 어려워. 행정관이나 서기들은 뭐라고 해?”
“상대 자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주님을 찾아가서 해결하라는 태도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도가 없습니다.”
이반은 현재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대충은 들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도미니크 일당을 제거한 이후에 영지 정비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주님을 먼저 찾아가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심기를 거슬리면 흑마법사들과 연결을 지어서 문제를 키울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본단이나 이스턴 주의 지단에서 선을 그을 수도 있어.”
도미니크가 흑마법사와 연관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들과 연결이 되었을까 싶어 계속 거래를 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영주와 대립하는 도미니크와 거래를 하기도 했다. 그런 하이컨 상단 엔리케 지부였고 그들은 그동안 도미니크와 거래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곧 있으면 가을의 대토벌이 진행될 것이고 거기서 제대로 거래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반은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대충 상황이 이해되었다. 경비대는 몬스터를 토벌한 이후에 마정석과 부속물을 처리했다. 그것들을 거래하는 상단은 어용 상단인 그란델 상단과 중앙의 7대 상단이었는데 지금까지 하이컨 상단은 제외가 되었다. 하이컨 상단은 도미니크와 주로 거래하면서 론도의 장원에서 획득한 것들을 독점적으로 거래했다.
스타치온은 도미니크를 지지하면서 그들과 거래한 하이컨 상단을 영지에서 축출하고 싶지만, 그 배후인 드셀리온 백작과 중앙 3군단 때문에 소극적으로 신규거래만 제한하고 있었다.
“지단주님에게 보고하여 이번 건을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실 지단주님이 도미니크와 거래를 텄지 않습니까? 아울러 도미니크를 대신하여 귀족원에 청원도 올렸고요.”
도미니크가 중앙에 연줄을 대는 것도 중앙귀족인 드셀리온 백작이 지원해 주어서 가능했다.
“그걸 엔리케 영주님이 모르겠나? 다 알고 있지. 알기에 지금처럼 하는 것이야. 그나마 참고 있는 것이고. 엔리케 영지에서 우리까지 흑마법사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하면 골치가 아파지네. 아니라고 증명할 책임이 우리한테 있어. 세금을 아무리 줄였지만, 그 물량이 만만치 않아. 그러면 나와 자네가 책임져야지.”
“본단에서야 엔리케 영지에서 철수하면 그만이겠지만 지단이나 우리 지부는 상황이 다릅니다. 철수하는 순간 우리는 쫓겨나거나 좌천을 당할 것입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생기는 사냥팀이나 용병단을 접촉하여 물량을 확보하면서 시장에서 활동하는 암상들에게 물건을 건네받는 것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