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28
5. 가을 몬스터 토벌 (3)
“물이 다 증발하면 밑에 약이 남을 거야. 그러면 그것을 환약으로 만들 거야.”
“환약이요? 그게 뭔가요?”
“약초 상에 가면 검은 색으로 둥그렇게 만들어진 약을 팔잖아? 보통 새끼손톱만 한 것, 배 아플 때 먹은 소화제 말이야. 그걸 환약이라고 하지.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거야.”
이반은 약탕기에 물이 사라지는 것을 알고 불을 끈 다음에 식기를 기다렸다. 물론 실프를 이용하여 열기를 빨리 사라지게 만들기도 했다. 마침내 약탕기를 개방하자 바닥에 검은색의 걸쭉한 액체가 보였다.
“여기에 약간의 곡물가루를 넣어서 재차 가열할 거야.”
그러면서 걸쭉한 액체에 밀가루를 조금 넣고 저어주었다. 그런 다음에 화덕에 올려놓고 불을 피운 다음 계속 저었다. 물기가 전부 사라지고 죽이 떡처럼 굳어가자 불을 껐다. 조금 식기를 기다렸다가 맛을 보고 약간 떼어서 먹었다. 독기가 없는지 재차 검사했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자 한쪽에 환을 만들어서 놓았다. 환은 손톱만 한 크기로 20개가 나왔다.
이반은 토벌하는 내내 그로센을 시켜서 약초를 모았고 적당히 약초가 모이면 그것을 가공하여 각종 단약을 만들었다. 약초의 종류가 다르기에 매번 만들 때마다 성분과 효능이 달랐다. 그렇기에 만들 때마다 들어간 약재, 만든 방식, 기대되는 효능까지 철저히 기록으로 남겼다.
대략 15일 정도 토벌이 진행되고 요새 남쪽 지역의 몬스터 토벌이 완료되었다. 그 사이에 데크리안의 출장소에서는 겨울 동안 개척할 지역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몬스터도 토벌해야 하지만 농한기인 겨울에 개척도 진행했다. 이반도 그 자리에 참석하여 논의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일에 관여할 권한은 없지만 차기 소 영주이고 여전히 행정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밟는 중이기에 누구도 참석을 반대하지 않았다.
“A-35 지역에 방책을 건설한다는 말입니까?”
노아 단장은 데크리안 출장소장인 미켈로의 브리핑을 듣고 반문을 했다. 매년 겨울이면 새로운 농지를 개척했다. 인구가 증가하면 당연히 영역을 확장해야 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그 외곽에 대한 추가적인 토벌을 했으면 합니다. 대략 250 헥터 정도 되는 면적입니다. 마을을 건립하고 길도 내고 경작지도 확보하려면 그 정도 필요합니다.”
“데크리안의 인구가 1천 명 정도가 증가했다는 말입니까?”
영역을 확장하면 그만큼 지켜야 할 곳이 많아졌고 그에 걸맞게 영지 군의 숫자도 증가해야 했다. 무작정 확장만 해서는 문제가 발생했고 당연히 기사단장도 알아야 했다.
“몬스터 사냥꾼들이 헤세라 영지와 크로나 영지에서 상당수 넘어오는 추세입니다. 그곳마저 안정이 되면서 몬스터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이주를 하고 있습니다.”
몬스터 사냥은 사냥감이 충분해야 수지가 맞았다. 쫓아다니면서 몬스터를 사냥해서는 하루에 10여 마리를 잡기도 어려우니 그들은 몬스터가 많은 영지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자칫 과욕을 부리다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노아 기사단장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작업을 할 때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영지 병은 기존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추가로 용병을 고용하여 작업을 하는 영지민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도록 했다. 며칠간 휴식을 취하면서 정비를 하는 사이 어느새 첫눈이 와서 사위가 하얗게 변했다. 양지에 내린 눈은 곧 녹았지만, 산그늘에는 잔설이 남아 겨울이 다가옴을 알 수 있었다.
500여 명의 병사가 동원되어 데크리안 고원의 몬스터를 토벌하기 시작했고 10여 일에 걸쳐 일차적으로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은 전부 토벌했다. 그런 다음에 평원 곳곳에 벌목하기도 했다. 일종의 이동로를 내기 시작했다.
“조만간 노천의 탄광과 철광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길을 내야 하는데 나무가 있으면 불가능합니다. 특히 그루터기도 파내야 하는데 일찌감치 베어 놓으면 나중에 처리하기 용이해집니다.”
노아 단장이 그런 작업을 하는 이유에 관해서 설명했다.
“탄광과 철광을 개발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인력이 있을지 걱정이군요. 더구나 산에서 몬스터가 내려오는 길도 수십 개입니다. 그곳을 다 지켜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방책을 만들고 개발한 영역만 방어하면 됩니다. 나머지 지역을 몬스터 사냥꾼들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리고 일할 사람은 외부에서 유입이 되지 않으면 자체 인구로 해결하면 됩니다. 철광을 개발하면 상인들이 몰려올 것이고 노예라도 사 오면 가능할 것입니다. 모자라면 용병을 구해서 투입하면 되고요.”
주로 오크가 서식하는 데크리안 평원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몬스터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았다. 멀리 있는 엔리케 산에서 내려오는 각종 몬스터를 막기는 쉽지 않았다.
“데크리안 고원마저 어느 정도 정리를 하면 서쪽은 용병들만 사냥해도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 계곡에 여전히 많은 몬스터가 있으니 사냥하기에 적당할 것입니다.”
노아 단장이 10여 개의 계곡을 가리켰다. 그 계곡마다 꽤 큰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하천이 크다는 것은 그 유역이 그만큼 넓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정도 하천이라면 계곡 안쪽의 길이가 최소 20km는 된다는 의미입니다. 몬스터는 하천을 따라 서식하는데 여기로 모여들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가 주된 사냥터가 됩니다.”
몬스터가 주로 출몰하는 계곡을 표시해 놓고 있었다. 그런 계곡 서너 개 정도를 사냥팀이나 용병단에서 맡고 있었다.
“영지 병은 제대로 사냥이 이루어지는지 살피고 사냥팀에서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사실 론도 인근은 이런 사냥터를 도미니크의 장원에서 관장하기도 했습니다.”
순간 사냥터에 관련된 이권이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계곡은 안전한 사냥터이기에 서로 차지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충돌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영지 군에서 배정해주는 실정이었다.
“몬스터 사냥터도 이권이 첨예하게 걸려있군요?”
“흑마법사들이 도미니크에게 접근한 이유도 몬스터 사냥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영지에서 활동하는 몬스터 사냥팀이나 용병의 절반은 7대 상단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지 군과 그들이 몬스터 사냥, 마정석 쟁탈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아 기사단장의 말에 이반의 표정이 바뀌었다.
“변경 영지의 경우에 인구가 증가해도 승작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 크로나 영지나 10만이 넘은 것은 오래전이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숫자나 병사의 숫자를 늘리지 못 하게 하려고 중앙에서 막고 있는 것입니다.”
“들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하는데 유동 인구와 경계 획정 요구도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인구가 증가했지만 몬스터 웨이브가 나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인구이기에 아예 심사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승작 심사를 받는 대신 현재 미확정된 북방의 경계를 확정하자는 요구입니다.”
“던파스 평원과 세틀랜드 반도를 포기하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엔리케 산맥과 펠리시안 요새까지만 엔리케 영지의 영역으로 하고 바깥 지역은 왕국, 실제는 귀족원에서 결정하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를 도미니크는 받아들이겠다고 하여 귀족들이나 7대 상단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그런 숨겨진 사정이 있습니다.”
현재 엔리케 영지는 크로나 강 이북과 두리원 산맥 동쪽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북쪽은 두리원 산맥을 기점으로 계속 확장을 할 수가 있었다. 그것을 엔리케 산맥 이남으로 확정하고 던파스 평원이나 세틀랜드 반도에 대한 권리를 왕국에 양도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남작님이 마스터가 되면서 작위 이야기나 중앙으로의 진출에 관해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한동안 언급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이 나서 출정이 필요하기 전에는 마스터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은 어용 용병단인 엔리코 용병단을 키우는 수밖에 방도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기사단이나 영지 병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가 없기에 비공식적인 사병집단인 용병단을 키우는 수밖에 방도가 없었다.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하는데 들은 것이 있습니까?”
“타크라칸 사막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명확하지 않지만 조용한 것 자체가 하나의 증거입니다. 조만간 침략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왕국에서 그 지역을 복속하기 전에는 침략이 계속될 것입니다.”
“할아버지도 차출이 된다고 보십니까?”
“왕국에 12명의 마스터가 있는데 숨겨진 마스터까지 더하면 20여 명 정도 될 것입니다. 보통 마스터가 되면 일반 기사는 자작을, 영주인 남작이나 자작은 백작을, 백작은 후작의 작위를 수여해 줍니다. 전쟁이 나면 누군가 출정을 해야 하는데 영주님도 대상이 될 것이라 봅니다.”
필요하기 전에는 마스터로 인정을 하지 않다가 전쟁에 내보내기 위해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반은 데크리안 고원에서 노아 기사단장과 같이 오우거를 사냥했다. 막 토벌을 끝마치려는 시점에 정 중앙을 흐르는 데크리안 강 본류가 흐르는 계곡에 오우거가 나타났다.
“미친 화살을 날려도 머리에 박히지 않는군. 목이나 가슴에도 고작 끝부분만 박히고 말다니.”
그로센에게 화살을 건네받으면서 푸념을 했다. 노아 기사단장이 맞서 싸우고 있지만 스타치온과 달리 피하면서 다리를 공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이반이 30여 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화살을 날리는 덕분에 평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눈알을 향해 쏘아도 항마력이 높아 눈을 감으면 끝이니.”
항마력은 일종의 호신강기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오우거의 경우에는 타격을 받기 직전에 마나를 보내어서 특정 부위를 강화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오러를 사용하여 베어도 상처만 조금 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항마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습적으로 화살이 박히는데도 순식간에 강화하여 막아내고 심지어 화살을 밀어내기까지 한다니.”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연속적으로 화살을 날렸다. 그러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다. 그 덕분에 노아 단장은 좀 더 여유롭게 오우거를 공격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공격을 하려면 상체를 공격해야 하는데 너무나 높아서 불가능했다.
“만일에 달려오면 도망을 쳐라. 내 근처에 있지 마. 내가 앞으로 나가도 따라오지 말고 이 자리에서 기다려.”
이반은 앞으로 뛰어나가면서 그로센에게 다가오자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껏 마나를 끌어올렸다. 대략 15m 근처까지 다가간 다음에 심어검의 오의마저 가미하여 화살을 가슴에 날렸다. 조금 전 30m 거리에서 날리면 피하거나 손으로 막아냈지만, 절반으로 거리가 줄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그대로 가슴에 박혔다. 단지 약간 움직인 덕분에 심장이 있는 곳이 아닌 그 옆이었다.
‘정령의 기운까지 사용했는데 끝내지 못했군.’
이반은 다시 한번 화살을 재어서 날렸다. 이번에는 목젖을 향해 날렸다. 입으로 날릴까 했지만 닫아버리면 이빨을 뚫기는 불가능했다. 오우거의 이빨은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로도 단번에 자를 수는 없었다. 이반은 심어검의 오의에 오러 블레이드라고 하는 검강까지 화살에 실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게 하지 않았기에 평범한 화살처럼 보였지만 지금까지 날린 화살과는 차이가 컸다. 화살은 다시 한번 빠르게 날아가서 목젖 아래 움푹 팬 곳에 박혔다. 가슴에 박힌 화살은 절반 정도밖에 박히지 않았지만, 목에 박힌 화살은 작은 구멍만 보일락 말락 할 정도였다.
그 순간 오우거가 목을 감싸더니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고 넘어진 오우거의 목 뒤로 화살이 삐죽 나와 있었다. 그렇게 넘어가자 앞으로 다가서던 노아 단장은 황급히 피하는 모습이었다. 화살이 목을 관통하고 숨골 부분마저 관통한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오우거는 바로 즉사했는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대단합니다. 화살로 오우거를 그냥 끝내다니.”
“다 단장님이 오우거의 시선을 붙잡고 막아주어서 가능했죠. 그렇지 않았다면 도망 다니다 결국은 당했을 것입니다.”
이반은 자신의 공을 노아 단장에게 미루었다. 없었다면 무리를 하더라도 검강을 사용하여 처리했을 것이니 차이가 없겠지만 같이 있는 상황에서 실력을 전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