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29
6. 크로나 영지로 –과거의 유산 (1)
이반은 한 달 반의 몬스터 토벌을 마치자 노아 기사단장을 비롯한 토벌대와 같이 로컨으로 복귀했다. 눈이 잔뜩 내리자 한동안 몬스터가 준동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잦아들었다.
“크로나 영지에서 송년 연회를 겸해 듀안 크로나의 성인식을 한다고 초대를 했다. 전이라면 갈 사람이 없어 참석을 못 했지만, 이번에는 네가 다녀왔으면 한다. 너도 사교계에 얼굴도 알리고.”
스타치온이 연말, 연초 외부에 사절로 다녀오라는 말을 했다.
“가봐야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라서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어른도 없으면 무시나 당할 것 같고요.”
집안 어른도 없이 애만 참여하면 다들 만만히 볼 수도 있었다. 물론 기사들과 같이 가기에 안전이야 보장되겠지만 그 외에는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일리안 부단장과 같이 가면 된다. 가서 네 또래와 안면이라도 익히는 것이지. 거기다 크로나 영지나 다른 영지는 몬스터도 그리 많지 않아 귀족들도 모일 것이니 사윗감을 구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볼 것이다.”
엔리케 가문에서 이반을 양자로 들인 것은 북동 지역에서 꽤 중요한 뉴스였다. 그렇기에 다들 주시하고 있었다.
“결혼하려면 성인식을 해야 하고 그때가 되려면 3년이나 있어야 하는데요. 그냥 안 가면 안 되나요? 거기로 가는데 최소 3일은 걸린다고 하던데. 이 추운 계절에 눈 속을 헤치고 가려면 만만치가 않을 것 같습니다.”
눈이 내리면 초기에는 몬스터가 준동하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몬스터가 줄어들었다. 몬스터 상당수는 겨울잠을 자기도 했다.
“너야 이 정도 날씨에는 끄떡없을 것 같은데.”
스타치온이 그리 걱정되지 않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데크리안에서 눈이 오는 와중에도 산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토벌하기도 했고 데크리안에서 로컨까지 행군해 오기도 했다.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헤파른으로 가야 합니까?”
하지만 헤파른은 달랐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산과 들을 헤치고 가야 해서 몬스터가 많았다. 크로나 영지의 북부는 평원이지만 영도인 크론에 가려면 중간에 있는 산지를 통과해야 했다.
“그렇다고 헤세라 자작령으로 돌아서 갈 수는 없는 일이지 않아? 길이 좋지 않아도 거기로 가면 3일이지만 헤세라 자작령으로 돌면 7~8일은 걸릴 것인데.”
크로나 영지로 가려면 로컨의 남쪽에 있는 헤파른이라는 곳을 거쳐 크로나 강을 건너면 되었다. 그런 다음 계속 남쪽으로 가면 크로나 영지의 영도인 크론에 당도했다.
“하지만 거기로 가면 몬스터가 계속 출몰하지 않습니까? 겨울에 그 길을 가는 것은 저승으로 가는 길이란 말도 있는데.”
엔리케 영지와 크로나 영지는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산업구조가 비슷하니 물자의 이동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두 영지로 통하는 길은 통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몬스터가 들끓었다. 특히 겨울이면 굶주린 몬스터가 출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거야 상인들이나 해당하는 말이지 너나 기사들이 가는데 무슨 상관이냐? 가다가 오우거라도 만나면 처리하고 그걸 전리품으로 자랑하면 이름을 날릴 수도 있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반은 자신의 실력을 감추었다. 그렇지만 스타치온은 이반의 실력을 알았다. 심지어 밤이면 몰래 외부에 나가서 뭔가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뒤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영주관을 나가자마자 종적을 놓쳐 허탕을 치고 말았고 몇 번 시도하다 그만두었다.
“알았어요. 그보다 어머니나 할머니는 같이 안 가십니까?”
“같이 갈까 했지만, 올해는 눈이 많이 와서 관도도 언제 막힐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지 않기로 했다.”
캐서린이나 엔젤라가 같이 간다면 마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헤세라 영지로 돌아갈 것이지만 이반과 기사, 병사만 같이 가기로 했다.
“너에게 알려 주어야 할 것이 있다.”
크로나 영지에 가기로 결정된 후에 스타치온이 불러서 집무실에 가자, 심각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파라곤 영지를 알 것이다.”
“헤세라 영지 서쪽에 있는 남작령이 아닙니까? 두리원 영지 남쪽이고 세라톤 영지 북쪽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영지와는 경계를 맞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렇기에 분쟁의 여지가 별로 없는데 그들을 대면하면 껄끄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껄끄러운 상황이라니요? 혹시 도미니크란 자와 친분이 있습니까? 예전에 그를 지지한 것입니까?”
“그건 아니다. 단지 네 외숙, 양아버지인 웨델과 좋지 않게 엮인 적이 있다. 귀족들, 검을 익힌 귀족 검사들은 종종 대련하는 경우가 있다. 어디건 마찬가지지만 사내들이 만나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기세 싸움을 하는 것은 일상다반사이지.”
애나 어른이나 힘자랑하는 사람은 많았고 귀족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어쩌면 하층민들보다 더 그런 것에 예민했다.
“혹시 파라곤 남작가의 누구를 다치게 했습니까?”
“몸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지만,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이 열 살이나 많은 그 영지의 소 영주를 박살을 냈으니. 더구나 그자가 상당히 옹졸한 편이라 나이 서른여덟인데도 아버지가 작위를 물려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소 영주인 제논이란 자에 대하여 언급했다. 워낙 무례하고 행동이 거친 자라 다들 피하는 상황인데 나이 10살 아래인 웨델을 마치 아랫사람 다루듯이 대했는데 마침 그자가 엑스퍼트 중급에 도달하니 더욱 기고만장했다.
당시 웨델도 인근에서 검술천재로 이름을 날리던 상황인데 엑스퍼트 중급이 되기 직전 상황이었다. 엑스퍼트 하급인지 중급인지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구나 엔리케 검술은 패도적인 검술이라 다른 검술보다 한 단계 아래라도 대등하게 싸울 수도 있었다.
중급 엑스퍼트가 되자 제논은 검술 교류라는 명목으로 웨델에게 대련을 하자고 했다. 결국 웨델이 사양했지만, 각종 도발과 주변 사람을 이용한 압박으로 성사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웨델의 승리였고 제논은 대련 중에 엉덩방아를 찧고 바닥을 구르는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동북 지방에서 상급 검술이라 칭할 수 있는 검술은 우리 엔리케 검술과 남쪽의 프레드릭 백작가의 검술이 전부이다. 그 외의 검술은 상급이 아니다. 상급의 수준일지라도 그 검술을 익혀 마스터가 탄생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 그런 검술이 몇 개 있는데 파라곤 검술이나 벨라 백작가의 검술, 두리원 가문의 검술이 그런 수준이지만 마스터가 탄생하지 못했으니 중급에서 상급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파라곤 가문에서 귀찮게 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 나이에 제논이란 자가 나서지는 않겠지만 또 다른 자가 나설 수도 있겠군요. 아들이나 조카를 내세워서요.”
“그럴 가능성이 크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승부가 아니라 너에 대한 소문이 이상하게 날까 걱정하는 것이야. 그 나이에 엑스퍼트 수준에 오른 것을 알리면 좋지 못하니 말이다.”
스타치온은 이반의 실력이 전부 다 드러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마스터가 된 것은 크게 문제가 아니지만, 이반의 나이에 엑스퍼트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주의하죠. 마나소드 최상급 수준만 드러내면서 엑스퍼트 하급까지 상대할 수 있고 적당히 물러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그 나이 또래에게서는 아무리 잘해도 마나소드 최상급일 것이고 엑스퍼트는 다섯 살가량 많을 것이니 적당히 어울리다 패배를 자인하고 물러나면 그만이었다. 살수를 쓸 수도 있지만, 그거야 피하고 흘리면 되었다.
날은 점점 추워졌고 마침내 크로나 강마저 얼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주된 외부 통로인 헤세라 자작령으로 넘어가려면 크로나 강을 건너야 했다. 그렇기에 강이 어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을 초래하기도 했다. 걸어서 건너자니 위험하고 나룻배는 운항할 수도 없으니 한동안 발이 묶일 수도 있었다.
“헤파른 앞도 강이 얼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에 출발할 예정인데 문제는 없겠나?”
“그때면 꽁꽁 얼었을 것이니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조만간 볼리비오 앞바다도 얼음이 얼 것이라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볼리비오의 앞바다도 겨울에는 얼어붙었다. 거기마저 얼면 크로나 강의 얼음은 꽁꽁 얼어 위험하지 않았다. 강의 결빙기나 해빙기 열흘 정도가 애매했다.
“어제 조사한 결과 사람이 걸어서 건너는 것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라면 말을 끌고 건너가도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로센이 보고를 했다. 그로센도 이번 크로나 행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반과 그론센, 일리안 부단장과 기사 넷이 같이 여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병사들은 동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거치적거리기만 하지. 혹시 네가 모든 수발을 다 들어야 하니 귀찮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야?”
“헤헤, 그럴 리가요. 데크리안 요새에서도 병사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는데요. 단지 헤파른에서 넘어가는 길은 몬스터 때문에 위험하다는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죠.”
“병사가 있으면 각종 수발을 들어 편하기도 하지만 속도가 느려지고 정작 몬스터의 공격을 받으면 지켜야 할 것이 많아 오히려 힘만 들 수 있어. 데크리안 요새에서도 병사들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것을 구원하느라 번거롭기만 했고. 물론 병사들의 역할도 있지만, 여행할 때는 득이 되지 않아. 우리 영지라면 몬스터를 토벌할 필요라도 있지만 거기는 남의 영지야.”
내 영지니 남의 영지니 하는 말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인식은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한데 마차도 없이 간다면 결국 노숙할 때는 야외에서 자야 하는데 춥지 않을까요?”
“데크리안 요새에서도 노숙을 몇 번 했는데 그거나 다를 것이 없지. 눈이 왔다고 해도 천막을 치면 되는 일이고.”
이반은 내공으로 추위를 이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또한 자는 동안 몬스터가 공격해 오더라도 기감을 열어놓으면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나도 짐을 챙기겠지만 너도 철저히 방한 대책을 세워. 나보다 더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던데. 남쪽으로 내려가니 조금 덜 추울 것이지만 며칠 사이에 급격히 기온이 내려가 데크리안 코원과 차이가 없을 것이니.”
데크리안 고원은 한 달 전에 겨울이 온 상황이라 로컨에 왔을 때는 오히려 따뜻한 날씨였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로컨의 날씨도 데크리안 고원에 버금갈 정도로 추워졌다.
“그리고 여기 말씀하신 자료입니다. 참석이 예상되는 귀족 가 인물들에 대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총관님과 행정 총관님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귀족들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은 시종인 그로센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총관과 행정총관이 나서서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해야 했다.
캐서린과 엔젤라는 이반에 세 여자의 이름을 넘겨주었다.
“크로나 가문의 엘리자벳, 헤세라 가문의 스칼라, 헤센 가문의 조안나가 괜찮다고 해. 걔네가 참석은 하지 않더라도 가문의 사람은 올 것이니 슬쩍 평판이 어떤지 알아봐. 그들 중에 하나를 신부로 맞이할까 하니.”
“벌써 무슨 신붓감이에요? 나이도 어린데.”
“애가? 좋은 신붓감을 먼저 선점을 해야지. 좋은 신랑감이나 신붓감은 인기가 많아 일찌감치 혼처가 정해져. 결국 늦게 정할수록 맘에 들지 않는 짝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고. 개망나니와 처신이 엉망인 여자가 만나는 것도 그런 이유야. 나중에 가면 결국 제대로 된 짝을 구하기가 어려워져.”
캐서린이 열을 내면서 한소리를 했다. 이반이 듣기에도 그런대로 이유가 있는 말이라 반박을 하지 못했다. 좋은 사람이 먼저 임자를 만나는 것은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환마의 기억에도 뭔가 결격사유가 있는 자들이 혼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반은 그런 당부를 뒤로 하고 기사 다섯 명과 시종인 그로센과 같이 크로나 영지로 이동했다. 로컨을 나선 직후부터 자잘한 몬스터와 조우하여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그들은 첫날 저녁 무렵에 헤파른에 당도했다. 눈길이라 빨리 달리면 위험할 수가 있기에 천천히 걸었기에 느지막이 당도했다. 헤파른에서 하루를 보내고 난 다음에 크로나 강을 건넜고 강 건너에 있는 세스턴이라고 하는 관문마을에 입경 신고를 했다.
“병사 셋을 붙여 로덴까지 인도를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안내를 해야 하지만 자리를 비우면 이곳이 위험할 수가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