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31
6. 크로나 영지로 –과거의 유산 (3)
이반은 가장 구석 쪽 별도의 자리에 일리안과 같이 자리했다. 가문마다 한 테이블이 배정되었고 참석자는 여섯 명이었다. 하지만 엔리케 영지는 다 채우지 않고 네 명만 참석했다. 일리안 외에 다른 두 기사도 정복을 입고 참석한 상황이었다.
‘파라곤 영지의 제논이 저 인물이군. 아버지 또래인가. 그 옆에 나보다 더 작은 소년이 아들인 마빈이라는 녀석인가?’
그렇게 생각할 때 이반을 소개했고 역시나 다른 사람과 달리 제논이라는 자가 눈을 부라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 자리에는 보호자 형식으로 일리안 부단장과 기사들도 같이 참석한 상황이라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만찬 음식은 일종의 코스 요리였다.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식사가 마무리되고 디저트가 나오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곧이어서 음료가 나오자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마음에 맞는 사람이 무리를 지어 술을 마시기도 했다.
“다소 지루하지요?”
이안이 자리에 앉아서 음료를 홀짝거리고 있으니 듀안 크로나가 다가와서 말을 붙였다. 듀안이 다가오자 일리안 부단장을 제외한 기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반의 말 상대를 해주려는 것 같았다. 그도 막상 어른들 사이에 있는 것이 편하지 않기에 도망쳐온 것이기도 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골치 아픈 정치 이야기에 참여할 것도 아니니 자리나 지키는 것이지요. 조금 지나면 끝나겠지요.”
디저트가 나오더라도 바로 일어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한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예절에 어긋나지 않았다.
“조만간 성인식이라고 술을 주는 사람이 많아 벌써 다섯 잔이나 마셨더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얼굴이 조금 빨간 것을 아는지 변명을 했다.
“술을 잘 마시는 것 같습니다. 동북 지역에서는 나이 열다섯만 되면 다들 술을 마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겨울에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꽤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 술 냄새는 나지만 취한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전부터 술을 마신 것 같았다.
“이반 공자는 열세 살, 해가 지나면 열네 살이니 못해도 한두 해는 지나야 술을 마시겠군요. 술을 마실 때가 되면 같이 한 잔 합시다. 가까운 이웃이니 종종 보면서요.”
최소 삼백 리는 떨어져 있는데도 가까운 이웃이라니 다소 웃음이 나왔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귀족들은 같은 귀족만 같은 레벨로 생각하지, 그 이하는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귀족 특유의 가치관에 젖어 있었다.
“우리 영지는 아직도 몬스터가 창궐하는 곳이라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반은 어깃장을 놓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2년 후에 성인식을 할 때 듀안이 참석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듀안 공자님, 이반 공자님, 반갑습니다. 파라곤 영지의 마빈입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누군가 자리에 끼어들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이반의 맞은편에 앉았다. 시비를 걸려고 하는지 정면으로 앉았다. 이반은 제논과 마빈의 동태를 내내 주시하던 상황이라 그가 다가올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일리안은 마빈이 와서 자리를 잡자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이반의 뒤쪽에 시립했다. 그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문제는 아니지만 둘이나 귀족 가 자제가 있기에 자리를 피했다.
“나도 저기에 있기 답답하여 여기로 왔는데 마빈 공자도 그런 것 같군요.”
듀안의 말에 마빈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반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반을 살피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지 알지만 모르는 척을 했다.
“이반 공자는 나이가 열세 살이라고 하던데 키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엔리케 일족은 키가 크다고 하더니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엔리케 일족의 검술도 익혔겠지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질문이었다. 제법 머리를 쓰려고 하지만 너무나 유치한 도발이었다. 나이는 한 살 어려도 키가 크니 같이 대련해도 이반에 불리한 것이 없다는 식의 작업이었다.
“1년 전에 외가에 왔고 그동안 형식은 익혔습니다. 본가의 검법과 외가의 검법이 달라 교정하느라 조금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야 혼란을 수습한 상황입니다.”
이반은 아예 맘 놓고 도발하라고 없는 약점까지 내보였다. 중간에 익히던 검술을 바꾸었다는 말에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엔리케 검술이 그렇게 뛰어나다는데 한 번 살펴볼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같이 대련하면서 서로의 실력도 비교하고요.”
“그것도 좋겠습니다. 기사단에 시동이 있지만 제대로 대련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상대의 의도가 뭔지 알지만 쉽게 넘어가 주었다. 마빈은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 마나소드 상급에 도달해 있었다. 제법 검술에 재능이 있어 보였다. 1~2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마나소드 최상급이 될 것이고 스물 이전에 엑스퍼트가 될 것으로 보였다.
‘형인 레이나 시동인 그로센 정도의 자질이군. 이 정도라면 기사로서도 꽤 뛰어난 수준인가?’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빈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마빈을 상대하는 것은 어린아이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성인식을 하는 듀안도 마나소드 최상급이니 마찬가지였다.
“그럼 내일 점심을 먹고 연무장에서 만나도록 합시다.”
아예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제안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절하면 겁쟁이로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다시 한번 망신을 자초하는 파라곤 일족을 보면서 이반은 내심 미소를 지었지만, 한동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마빈은 잔뜩 기대어린 표정으로 이반을 보았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러면 연무장에서 그때 뵙도록 하지요.”
이반은 말을 하면서 자신의 뒤에 시립한 세 명의 기사들의 기운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물론 마주 앉은 마빈이나 그를 따라온 한 명의 기사의 기색도 좋아 보였다. 아마도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어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연회를 마치고 영빈관에 있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제논 파라곤은 이반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있었다. 아들인 마빈이 시킨 대로 이반에 대련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소문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이반의 실력이 달라 혼란스러웠다. 만찬장에서 접한 이반은 소문과 달리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체격이야 한 살 많은 마빈과 비슷했지만, 그것도 엔리케 일족의 특성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이게 말이 되나? 노아 기사단장을 능가할 실력이라는데 이게 가능한 이야기야? 잘해야 마나소드 상급 정도이던데?”
같이 따라온 대런이라는 시종을 보면서 반문을 했다. 아들인 마빈을 시켜서 도발하도록 만들기 전에 최종적으로 자신의 눈으로 확인까지 했는데 소문은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그런 말이 엔리케 영지에 파다하게 소문이 났습니다. 특히 궁술로 오우거의 숨통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마빈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이라 의구심이 들었다. 전에 한 번 실수하여 망신을 자초했던 경험이 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일리안 부단장이 나랑 비슷한 시기에 엑스퍼트 중급이 되었다고 했는데 그자의 실력은?”
마빈의 대련이 끝나면 기사 간의 대련으로 연결하려고 했다.
“웨델보다 1년 전에 엑스퍼트 중급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급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제법 기세가 강하지만 상급은 아니었어. 상급인 기사단장 도리안 경과는 차이가 있었고 나보다 더 기세가 약했는데.”
“저, 남작님께서 이번에는 절대 쓸데없는 일은 벌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직접 나서실 것입니까?”
시종인 대런은 제논이 직접 대련에 나설까 걱정이 되어 파라곤 남작을 거론했다. 엑스퍼트 최상급의 파라곤 남작은 나이가 60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정정하여 작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논은 파라곤 남작이 거론되자 움찔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웨델로 인해 자신의 앞길이 가시밭길로 변한 것은 도저히 용서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버지인 파라곤 남작 스키너는 여전히 작위와 영주를 물려주지 않고 있었다.
“이기건 지건 결판을 지어야지. 웨델이 죽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잖아. 마빈이 한 살 어린 애를 이긴다고 해서 내세울 일도 아니고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지.”
“하지만 일이 틀어지기라도 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그렇게 되면 캐논님이나 개빈님에게….”
“허튼소리 하지 마. 그놈들이야 아무것도 아니니.”
제논은 화를 벌컥 내면서 대런의 입을 막았다. 자신을 위협하는 동생과 조카가 거론되니 짜증을 냈다. 사실상 그로서도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작위를 물려받아야 하는데 반대하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런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원래는 마빈만 보내려고 했지만, 엔리케 영지에서 이반을 양자로 받고 이번에 사절로 온다고 하니 작정을 하고 찾아온 것이기도 했다. 결혼식도 아닌 성인식에 소 영주가 움직일 필요가 없는데도 온 것은 기사 대전이라도 벌여 설욕하기 위해서였다.
제논은 어떻게 설욕하고 싶었지만 웨델이 죽은 이후 제대로 다른 귀족과 교류가 없어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엑스퍼트 최상급인 스타치온에게 도전할 수도 없었다. 이런 제논의 움직임은 같은 건물에 있는 귀가 밝은 사람에게 포착이 되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하는지 같이 온 시종과 기사들을 들볶아서 뭐라도 알아 오게 했다.
이반은 품속에서 통신구를 꺼내었다. 스타치온이 건네준 것으로 기사들도 사용이 가능한 보안이 강화된 통신구였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신구가 아니었다. 대응되는 또 다른 통신구가 있어야 통신이 가능한 보안용 통신구였다. 대응되는 통신구는 스타치온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어지간한 통신제한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저예요, 할아버지. 역시 예상대로 파라곤에서 움직였어요.”
이반은 감청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했다. 일반적인 통신구보다 감청이 어렵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일리안 부단장이 보낸 통신을 봤다. 대련을 해서 이기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그 이후가 문제이구나.”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당장 설욕하려고 나서는 것과 일단 참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받아줄까요?”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좋은데 결국 일을 만들어. 이왕에 시작되었으니 결판을 짓는 것이 좋겠지. 도발하고 꽁무니를 빼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일을 벌일 수도 있다.”
스타치온의 말에 이반은 다양한 경우를 가정하여 향후 전개될 일을 예상했다.
“적당히 대응하면 되겠지요. 일리안 부단장과 이후의 일을 논의해 보도록 할게요. 영지에서 논의한 대로 처리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라. 돌아오는 길도 조심하고.”
스타치온은 귀로에 습격을 당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했다. 마빈에게 이겼을 때 바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항상 조심할게요. 그리고 내일 크로나 영지의 안주인인 로나님과 다과회를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헤세라 영지의 사람도 나중에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네요.”
혹시라도 사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는지 몰라 진행된 일을 말했다. 인간이라서 중요한 것인데도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더구나 혼담이기에 실수할 경우에 문제가 컸다.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대상을 물색하는 정도이니 그냥 만나보면 된다. 그들도 그런 목적으로 너를 만나려는 것 같고. 그들 외에 헤센 가문은 만나봤어?”
“저녁 만찬 시간에 참석은 한 것 같은데 따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내일 이야기를 해보죠. 제 또래로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같이 온 것 같은데 할머니가 말한 대상 같더라고요. 그리고 프레드릭 가문의 사람은 내일 오후에 당도한다고 하더군요.”
“거기서도 아마 대련을 요구할지 모르니 신중해라. 네 실력도 뛰어나고 잘 처신할 것이라 문제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