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33
6. 크로나 영지로 –과거의 유산 (5)
이반은 일리안 부단장에게 단약을 준 후에 처소에 앉아서 바람의 정령인 실프까지 동원하여 영주관에 있는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제논 파라곤이나 마빈 파라곤을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크로나 일족들과 손님들의 동태를 살폈다.
“알겠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바로 가서 베팅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파라곤 영지에서 온 헥슨이란 자가 깐족거렸는데 잘 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그로센은 바쁘게 달려가서 내기에 참여했다. 이반은 천천히 대련에 나갈 준비를 해나갔다. 물론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있을 변수를 고려하여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만전을 기했다.
일리안 부단장과 기사들이 처소로 왔고 그들과 같이 기사단의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연무장에 당도하자 이미 제논 파라곤과 마빈은 이미 도착하여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의 대련을 주재하기로 한 크로나 영지의 기사단장 앤드루입니다. 앞으로 20분 후에 대련을 시작할 것이니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기는 왕국 기사 학교 표준 훈련용 목검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방어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전에 일리안 부단장으로부터 결정된 사항을 통보받은 사항이기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반은 목검을 받아서 문제가 없는지 검사했다. 혹시라도 목검에 장난이라도 쳤을지 모르기에 일리안 부단장이 받아서 다시 검사했고 이반도 한 다음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주었다. 마빈과 이반은 앤드루 기사단장이 부르자 가로세로 30m 정도 되는 대련 공간에 마주 섰다. 갑옷과 투구도 착용한 상태에서 목검으로 격돌을 하기 시작했다.
이반은 공격보다 방어를 위주로 임하였다. 파라곤 검술이 어떤지 살피기 위해 바로 결판을 짓지 않았다. 검을 다루는 요령은 영지의 기사들과 차이가 없었다. 검술이 달라도 차이가 없고 엔리케 검술을 익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북 지역의 검술은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고 했지. 마나 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겉에서 보면 구별이 쉽지 않다.’
몬스터와 싸우는 것에 중점을 둔 검법이기에 그러했다. 파라곤 검술도 힘을 바탕으로 하여 상대를 몰아붙이는 특징을 보였다. 하지만 약간 차이가 있었는데 맺고 끊는 것이 불명확했고 끝부분에 약간 미는 느낌이 있었다. 그것은 파라곤 일족의 체형이 엔리케 일족보다 다소 왜소하기 때문이었다.
엔리케 일족, 영지민은 주변 영지보다 반 뼘 정도나 컸다. 그나마 두리원 영지민이 엇비슷했지만, 엔리케 영지보다는 작았다. 그렇기에 엔리케 일족은 고대의 거인족의 피가 섞였다는 말도 있었지만 불분명한 이야기였다. 이반은 2~3분 정도 공방을 했지만, 영지에서 기사들과 대련하던 것과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마나, 공력을 운용하여 공세를 취했다. 몇 번 부딪친 마빈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탄검을 운용하니 제대로 대응이 쉽지 않겠지. 검술로 압도하는 것도 좋지만 확실히 기술로 압도하는 것이 좋겠지.’
탄검이란 상대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고급 검술의 오의로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면서 점점 기운을 강하게 보내는 원리였다. 대등한 상대라면 서너 번 부딪치면 역부족이 되었다. 이 세상의 검술도 비슷한 기술이 있는데 카운터라고 했다.
물론 검술에 일가견이 있다면 흘리거나 피하면 되지만 그 정도 수준이 되지 못한 상황이니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섯 번 격돌하자 검을 놓치고 말았다. 점점 강해져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견딜 수는 없었다. 이반은 마빈이 검을 놓치는 순간 전진하여 마빈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검을 놓치고 목까지 내준 상황이니 패배한 것이 당연했지만 항복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실수로 검을 놓친 것 같습니까? 지금의 결과를 인정할 수가 없다면 다시 한번 더 하죠.”
이반이 뒤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한 번 더 준다고 했지만 그런 행동에 몇몇은 고개를 흔들었다. 마빈은 날아간 검을 보면서 어떻게 할지 몰라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달려가서 검을 주워 다시 싸울지 그냥 승복할지 갈등하고 있었다.
“졌습니다.”
마빈은 실수라고 하면서 다시 한번 싸울까 했지만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저항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그 힘을 마주한다면 결과는 똑같은 수밖에 없었다. 그도 도저히 정면으로 마주칠 수가 없어 흘리기를 했지만 불가능했다. 오히려 자세만 불안정해 감당하기 어려워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더구나 손아귀마저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손바닥이 갈려져 흐르는 피를 멍하니 봤다.
“엔리케 남작령의 이반 공자가 승리했습니다.”
앤드루 단장이 이반의 승리를 선언했고 박수 속에 이반이 대련장에서 물러났다. 이반은 승리가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은 한 살 많은 상대를 이긴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다들 치하를 하면서 말을 붙였다. 이반은 제논 파라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이반을 노려보고 있지만 달리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장 기사 대전을 벌이자고 나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이반이 대련장에서 물러나고 다른 대련이 시작한 이후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고 아들인 마빈만 데리고 처소로 돌아갔다. 이반과 마빈의 대련에 이어서 몇몇 사람들의 대련이 이어졌다. 보통 승부를 완전히 내기보다 적당히 우열이 갈리면 패배를 시인하면서 물러났다. 제논 파라곤은 어이없는 실수로 패배를 하고 돌아온 마빈을 노려봤다. 검사가 검을 놓쳐 패배하다니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검을 놓쳐지는 바보가 어디 있어?”
“오러를 사용하여 검을 부딪친 것처럼 버틸 수가 없었어요. 알지도 못하면서. 부딪칠수록 점점 강해졌단 말이에요. 여기 손에 피가 나는 것 보이지 않아요?”
마빈의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나고 있었다. 마빈이 말한 것이 거짓이 아니었다. 몇 번 격돌하고 손바닥이 갈라지는 상처를 입을 정도라면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격을 받았다면 약한 힘에도 상처를 입을 수 있지만 서로 대련하는 가운데 전력으로 부딪친 상황에서 그런 상처를 입은 것은 힘의 차이 때문이었다.
“다치지는 않았어? 혹시 팔이 저리거나 하지는 않아?”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처음에는 버틸 만했는데 두 번, 세 번이 되니까 밀리기 시작했고 네 번이 되니 손에 충격이 왔고 다섯 번째에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어요. 다시 검을 들고 싸워봤자 똑같을 것 같았고요.”
마빈의 변명에 어떻게 할지 몰라 시종인 대런을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엔리케 영지에 기사 대련을 제안하고 싶지만 마빈이 패한 것을 보니 자신감이 사라지고 말았다.
“스타인 경, 마빈의 말대로라면 엑스퍼트라는 말인데 오러를 전개한 것 같은가? 검사에 따라 보이지 않게 오러를 전개하는 때도 있으니. 상급이라면 오러를 씌우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행해온 기사들을 인솔하는 선임 기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도 엑스퍼트 중급이지만 얼마 전에야 도달했다.
“오러를 사용하면 강력한 마나 유동이 발생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카운터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카운터라고? 그것은 엑스퍼트가 된 기사들도 사용이 쉽지 않은 기술인데. 중급은 되어야 실전에 쓸 수 있는 기술인데. 저 어린 것이 가능하다고? 검술천재라는 말이야?”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부딪칠 때마다 강도가 세진 것은 카운터라고 생각이 됩니다. 흘리기를 했어도 효과가 없었다면 그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카운터란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기술로 탄검의 다른 말이었다. 흘리기를 무력화시키는 패검의 일종이었다. 무조건 힘만 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딪치는 순간 충격을 되돌리는 기교가 필요했다. 상당히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결국 엑스퍼트가 아니라면 이길 사람이 없다고 자신하기에 당당하게 대련에 나선 것이군.”
자신과 웨델의 일을 안다면 당연히 대비했을 것이고 이길 자신이 있기에 이반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나서는 것도 상대의 술수에 휘말리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기사 대전을 신청하는 것도 다시 한번 망신을 자초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일에 기사 대전을 벌여 망신을 당한다면 가뜩이나 자신을 맘에 들어 하지 않는 아버지 스키너 남작이 후계교체를 단행할 수도 있었다. 대련이 끝난 후에 이반은 헤세라 자작가에서 온 자작 동생의 초대를 받아 처소를 방문했다. 처음 엔리케 영지에 올 때 도움을 받은 상황이기에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여기는 전에 한 번 안면이 있었던 스칼라일세. 그때는 습격을 받아 경황이 없었겠지만.”
이반은 스칼라를 보자 만찬을 하면서 봤었던 기억이 났다. 습격을 받아 정신이 없던 상황이라 제대로 살피지 못했지만, 다시 보니 알아볼 수 있었다. 이반과 스칼라는 서로 인사를 했다. 장녀가 아닌 차녀이고 언니는 2년 전에 결혼한 상황이었다. 나이는 이반보다 오히려 한살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엘리자벳이 어린아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스칼라는 상당히 성숙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대련하는 것을 봤어요. 실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어제 그 녀석을 봤는데 계속 밥맛없는 소리만 해서 짜증이 났는데 속이 다 시원했어요.”
어른이 자리를 피해 주자 얌전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모습을 버리고 본색을 드러냈다. 상당히 수다스러웠다.
“운이 좋았죠.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 사이에 악연이 있다고 해서 긴장을 했어요. 그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요?”
“오전에 숙부에게 들었어요. 잘난 체를 하려다가 오히려 개망신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숙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도 뻔뻔스럽게 청혼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작위도 상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말이에요.”
이반은 아직 청혼하지 않고 그저 운만 떼는 단계인데 마빈은 청혼까지 한 것 같았다. 이제 열다섯 살이 되니 1년 후면 열여섯이 되어 성인이 될 것이니 그럴 시점이기도 했다.
“별로 맘에 들지 않나 보군요?”
“혹시 괜찮을까 해서 만나는 봤는데 별로예요. 더구나 죄 없는 하인들도 여러 번 패서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죄를 지었다면 몰라도요. 우리 엄마가 그 말을 듣고 기겁을 하기도 했고요. 나도 그런 사람은 맘에 들지 않아요.”
그동안 불만이 많았는지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엘리자벳이 다소곳하게 듣는 성격이라면 스칼라는 수다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악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같이 지낸다고 생각하니 내키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반은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다소 우유부단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태도로 대꾸를 했다. 혹시라도 적극적으로 혼사를 청하면 귀찮을 수가 있기에 조심했다.
“몇 번이나 확인했어요. 그런 것 말고도 엄청나게 많아요. 더구나 그 아버지인 소 영주가 한 일들을 들으면 끔찍해요.”
헤세라 영지와 인접한 파라곤 영지이니 더 자세한 소식을 들었을 수도 있었다.
“저야 남의 영지의 일이니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언제 몬스터 웨이브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우리는 외부의 일을 신경 쓰기보다 몬스터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합니다.”
이반은 생뚱맞은 태도로 눈치 없이 이야기했다. 그런 이반의 모습에 스칼라는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자기 말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야 하는데 미적거리니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엔리케 영지는 몬스터가 많아요? 우리 영지는 이제 다크 스톤 산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아요. 거기도 영지 군에서 지속해서 토벌하고 있고요.”
“아직도 마을 근처 산에 트롤이나 오우거가 있어요. 샤벨타이거가 나타나서 방책을 뛰어넘어 피해를 보기도 하고요. 기사들도 잡지 못해 그저 쫓아내는 것이 고작이죠.”
이반의 대답에 스칼라는 겁이 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 모습에 의도하는 대로 되는 것 같아 다소 안심이 되었다. 조금 거친 성격의 스칼라보다 조용한 엘리자벳에게 호감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