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35
7. 음모중첩 (2)
이반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각종 음모가 횡행하는 것에 화가 났다. 변방의 영주라고 하여 힘없이 당해야 하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로델 남작이이 단순히 견제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 것을 전면적으로 내세울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변경 최전방 영지의 영역은 그동안 너무 확장되었습니다. 일부 지역의 개발권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그래서요? 그렇게 하려고 두리원 영지나 엔리케 영지를 압박하는 데 동참하라는 말입니까?”
벨라 백작의 사촌이라는 스트로인이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프레드릭 백작가가 왕국 초기에 합류했지만 벨라 백작가는 800여 년 전에야 왕국에 합류한 상황이었다. 최소 100년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당장 크로나 남작령이나 헤세라 자작령만 해도 다른 주의 백작령보다 영역이 넓습니다. 개발만 하면 곡창으로 변모할 크로나 평원만 해도 인구 50만을 수용할 것입니다. 그런 곳을 언제까지 비워두어야 합니까?”
“거꾸로 그런 곳에 사람을 보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영지를 강탈하지 않고도 개발이 가능할 것인데 말입니다. 그런 계획 자체가 중앙의 욕심이라고 봅니다.”
벨라 백작가의 사절단이 호응하지 않으니 로델은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결국 대화는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고 마무리가 되고 말았다.
이반은 저녁 만찬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는 그날 당도한 프레드릭 백작가와 다른 두 개의 귀족 가문의 대표가 새로 참여하여 총 11개 가문의 대표가 참여했다. 크로나 가문까지 합하면 12개 귀족 가문이 모이게 되었다. 여기에 새롭게 방문한 크로나 남작의 형제들과 사촌도 참석하여 전날보다 두 배나 참가자가 많았다. 여기에 영지의 중요 인사들마저 참가하니 북적거렸다.
이반은 전날처럼 역시 가장 귀퉁이 자리를 배정받았다. 중앙에 있는 자리로 배정해 준다는 말도 있었지만 다른 참석자들과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자리를 고수했다. 중앙보다 그런 자리가 한적하고 다른 사람을 살피기 좋았다.
“성인식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그다음 날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지금은 동한기라 몬스터도 움직임도 줄어든 상황이니 하루 정도 나중에 복귀해도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더구나 오늘 오후에 있었던 검술교류회는 애들 위주였고 기사들도 이제 갓 수습을 뗀 자들 위주였지 않습니까?”
로델 프레드릭 남작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제논 파라곤의 자리로 이동하여 검술 교류전을 갖자고 요구했다. 그 제안에 제논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좋아하지만 남에게 끌려가는 것은 내키지 않는지 썩 달가운 기색이 아니었다.
“오늘 당도한 우리와 다른 두 가문까지 합하면 총 열두 가문의 귀족이 연회에 참여했습니다. 기사들을 대상으로 검술대회를 열어 각 가문의 검술을 교류하면 어떨까 합니다.”
로델은 재차 제논 파라곤에게 동참을 요구했다.
“뭐, 다른 가문에서 참가한다면 우리도 나서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다들 일정이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논 파라곤은 내키지 않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조건부 동의를 했다. 그렇게 되자 저녁 만찬장에서 화제는 단연 검술대회가 되었다. 로델은 자신이 검술대회에 나서려고 하는 것인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설득하고 있었다. 동북 지역의 영지들 사이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검술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동참을 촉구했다. 다들 프레드릭 백작가에서 나서는 일이라 대놓고 반대를 못 하고 있었다.
“검술 교류전을 하자는데 어떻게 합니까?”
일리안 부단장도 난감한 기색으로 이반에 의견을 물었다. 다른 가문에서도 참여한다고 하니 엔리케 영지만 빠지기가 쉽지 않았다. 이반도 그런 것을 알기에 결정이 쉽지 않았다.
“다들 교류전에 참여한다면 우리도 빠질 수 없죠. 부단장님이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귀족이나 기사나 한 명씩 참여하자는 의견이고 엑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가 하나씩 온 것 같은데 영지 대표로 나서는 것 같고요.”
“그렇게 대세가 정해진다면 따르겠지만 저렇게 교류전을 갖자는 의도가 뭔지 궁금합니다. 이러다가 영지들 사이만 나빠질 것입니다. 지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빤히 보이는 이간계였다. 동북 지역의 영지들 사이에 분란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겨도 문제이고 져도 문제이니 고민이군요. 아예 참석하지 않고 출발하면 되겠지만 그것도 문제입니다.”
질 것 같아 도망쳤다는 불명예를 떠안아야 했다. 귀족들은 지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을 더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돌아가는 길도 험난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뭔가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오늘 참가한 사절단의 분위기를 보면 이반 공자님의 등장을 다들 반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리안 부단장이 낮은 목소리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반도 낌새를 눈치챘는데 일리안 부단장이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일단 상황에 따라 대처하도록 하죠. 다른 가문과 보조를 맞춰서 움직이도록 합니다.”
이반은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기에는 장소가 적당하지 않아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대신에 이반은 전날처럼 앉아만 있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인사를 했다. 마빈과의 대결이 끝난 후에 인사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사를 했다.
로델은 가장 귀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녀석이 영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고작 마나소드 중상급으로 보이는데 움직일 때마다 그 시선이 거치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니지만 나뭇잎이나 키가 큰 수풀처럼 신경이 거슬렸다.
자신이 제논 파라곤과 검술 교류전을 갖자고 논의하는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저기 다니면서 인사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할아버지인 마스터인 벡스터 후작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받고, 처음이었다.
“엔리케 영지의 이반입니다.”
로델은 이반이 다가오자 보이는 것과 느낌이 확연히 다른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아 멍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같이 상대를 했다.
“프레드릭 백작가의 로델 남작입니다.”
꼬맹이이지만 귀족의 예법에 맞춰서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어리다고 무시하여 결례할 때 자신의 평판은 곤두박질칠 수가 있었다.
“조금 전에 영지 간 검술 교류전을 제안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검사들의 검술을 서로 견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과열되어 부상자가 속출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반은 괜히 딴죽을 걸어 눈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적당히 견제하여 존재감을 내세우는 것은 득이라 생각하여 한마디를 했다. 눈치를 보면 이반을 신경 쓰는 것이 역력한데 조용히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다들 검술을 익힌 시간만 십 년 이상일 것인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봅니다. 적당히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다가 멈출 것이라 봅니다. 승패를 가르는 것보다 서로 뭔가 배우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니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외다.”
로델은 짐짓 근엄한 어조로 이반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물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검술을 비교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영지의 대표로 나선다면 누구도 쉽게 물러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전에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 봅니다.”
어린 이반이 반대 의견을 내자 모두가 주목했다. 어린 것도 이럴 때는 유리했다. 어리다는 것도 특권이었다. 로델은 영 맘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었지만 폭발하지 못했다. 어린 이반에 화를 내면 자신만 옹졸한 인간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재차 그런 일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애매했다.
다시 한번 더 장담했는데 불상사가 생기면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당장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대련의 결과 때문에 영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문제가 생기면 프레드릭 백작가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불씨만 던지고 쏙 빠지겠다는 심보인데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최소한 공동책임은 지도록 해야지. 처음에 동조한 제논 파라곤도 마찬가지이고. 아울러 일리안 부단장에게 영약을 두 개 정도 더 복용시켜 승자가 되도록 만들자.’
이반은 로델을 바라보았다. 적의나 살기가 아닌 잔뜩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다치는 사람이 생기기를 바라지 않는 천진무구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로델은 그런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반의 모습이 실로 가증스러웠지만 대응할 방도가 없었다.
“저 같은 애가 걱정을 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고 달리 방책도 없지만, 어른들이 문제가 없도록 만들기를 바랍니다.”
이반은 어리다는 핑계로 자신은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로델은 속으로는 이반을 붙잡아서 죽도록 패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어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웃고 말았다. 꼼짝없이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이런 조치는 불화를 조성하는 것과 거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다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겁내면 검사가 아니라고 욕을 먹었겠지만 어린 이반이 꺼낸 말이라 그런 핑계를 대지 못했다. 그렇게 되니 사실상 검술 교류전을 주관하게 된 크로나 영지도 적절한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열이 되면 적절하게 개입하여 제지할 명분을 확보했다. 이반은 연회가 끝나 처소로 돌아오자 일리안 단장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아마 오늘 결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내일 정도면 교류전 형식으로 영지 간 검술대회를 모레 여는 것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그럴 것이라 봅니다. 다른 곳에서 그런 제안을 했다면 반대를 하거나 무시했을 것인데 프레드릭 백작가에서 나서는 일이기에 성사될 것 같습니다.”
이반은 기공을 사용하여 말소리가 외부에 흘러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마나를 사용한다면 외부에서 들을 수가 있었고 그런 시도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여기 몸에 좋은 약이 열 개 있습니다. 가지고 가서 다른 기사들과 같이 두 개씩 복용하십시오. 오늘과 내일 하나씩 먹고 자기 전에 수련하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 약이 몸에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부작용이 없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리안 부단장은 정체불명의 단약을 먹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이반이 위험한 약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알지 못하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부작용이 없고 잠깐씩 검술을 수련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외부에 알려져서 좋은 것이 없으니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했으면 합니다. 외부에 나와서 이런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변해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일리안 부단장은 이반과 대화를 하면서도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그 약의 효과를 알기에 당장 가서 시험을 해보고 싶은 것 같았다. 사실 엑스퍼트 중급으로 7년 가까이 있으면서 벽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뭔가 조금만 계기가 있으면 벽을 깰 것 같은데 잘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뭔가 변화를 주는, 새로운 마나 포션을 얻게 되었으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마나포션은 소비된 마나를 보충해주지 마나 총량을 증가시키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반이 준 단약, 마나포션은 체내 마나 총량을 증가시켰다.
“일리안 부단장이 나서지 못하고 일반 기사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단약 두 개 정도면 한두 명은 엑스퍼트 중급의 초입에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리안 부단장을 따라온 엑스퍼트 기사들은 이미 엑스퍼트가 된 지 5년 이상 된 기사들이고 그 정도가 되면 언제라도 계기만 주어지면 중급이 될 수가 있었다.
“원래는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챙겨왔는데 다행입니다.”
“그러면 은밀하게 준비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대신 알려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그로센에게 그 단약의 출처에 대하여 들은 일리안 부단장이었다. 사실 이반과 마빈의 대결보다 내내 그 단약을 더 받을 수 없을지 여부에 관심을 두던 상황이었다.
“사실 대련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돌아갈 때입니다. 로델 프레드릭이 와서 하는 짓을 보면 뭔가 좋지 않은 의도가 있어 보이니 말입니다.”
이반은 몰래 감청한 내용에 대하여 말할 수는 없기에 일단 두루뭉술하게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당장 두리원 영지에 쳐들어가고 싶지만 마법 통신도 감청이 되기에 말할 수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검술 교류라고 하지만 사실 검술대회를 통해 각 영지 사이에 이간을 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친분이 별로 없는 남작의 장손 성인식에 멀리 있는 백작가에서 올 이유는 없는 일이죠.”
“그러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돌아갈 때는 내가 영지에 올 때 일어났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반의 말에 일리안 부단장도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이반의 실력도 좋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