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36
7. 음모중첩 (3)
날이 밝아오자 영주관은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북적거렸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정식으로 성인식을 거행하고 성인식을 마친 직후에 공식적인 기념 연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오전에 각 가문의 대표자가 앤드루 기사단장이 주재하는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거기서 검술교류회의 기본 요강을 정했습니다. 내용은 지명 도전방식입니다. 제한이 없이 무한하게 도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상대와 대련을 할 수가 있습니다. 대련 시간은 최대 5분이고 그 이후에는 무승부로 끝내기로 했습니다.”
우승자를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류회의 목적에 맞게 대련만 하기로 했다.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했다. 참석한 귀족 중에 한 사람이 나가서 추첨하여 도전할 가문을 선정했다. 해당 가문의 대표자는 나머지 가문에 대련을 요청하기로 했다.
물론 추첨으로 선정된 가문이나 지명을 받은 가문에서 대련을 원하지 않으면 거부해도 무방했다. 총 세 개의 추첨함을 만들었다. 12 가문에서 원하는 상대를 세 번 불러내서 대련할 수가 있었다. 한 가문에 여러 가문이 계속 도전을 하는 수가 있기에 추첨함 하나당 단 두 번만 지명을 받도록 했다.
또한 지명을 하건 도전을 받았든 간에 한 번 대결하면 두 가문은 다시 대결할 수가 없었다. 사람을 바꿔가면서 지명과 도전을 반복되는 것을 차단했다. 그렇기에 한 가문에서 적으면 세 번, 많으면 아홉 번까지 대련할 수가 있었다.
“지명을 받으면 부단장님이 먼저 나가고 그 이후에는 세턴이나 클라크를 내보내죠. 다들 두 번 정도는 싸울 수 있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분 정도 대련을 하기로 했으니 가능합니다. 먼저 지명을 받으면 우리가 지명할 차례에서는 건너뛰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굳이 한 번 싸우고 났는데 다른 가문을 지명하여 대련할 이유는 없었다. 굳이 프레드릭 백작가의 수작에 놀아날 이유는 없었다.
“그것도 방법이군요. 파라곤 가문이나 프레드릭 가문이 지명할 때 부단장님이 나가도록 하십시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로델 프레드릭 남작과 한 번 제대로 겨루고 싶은데 그러면 일이 커질 것 같습니다.”
일리안 부단장은 마나를 사용하여 대련해도 이반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약을 두 개나 복용하여 마나의 운용이 훨씬 원활해졌지만, 아직 이반에 견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문제가 커질 것입니다. 기사들만 나가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같이 훈련하다 보니 다들 실력에 변화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좋은 결과를 거둘 것도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기사들을 내보내 경험을 쌓도록 해주려고 합니다.”
일리안은 자신이 전적으로 나서 승리를 거둘 생각을 했지만 단약을 복용한 이후에는 생각을 바꿨다. 교류회에 내보내서 벽을 깰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나자 성인식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성인식은 결혼식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예식이었다. 이반은 크로나 가문의 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식전 행사를 보면서 가문의 사당에 제사를 지내는 환마의 기억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중원의 관례처럼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조상에게 고하는 것은 비슷하군. 거기다 머리에 모자를 씌워주는 것도 비슷하고. 여기에 가문의 족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도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비슷하고.’
이반은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행사를 보면서 자신의 성인식을 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했다.
‘영주관이 다소 비좁을 수도 있겠군. 지금처럼 손님이 많이 온다면 절반 정도는 영주관에 머물지 못하고 밖에 머물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영빈관의 크기가 너무 작다.’
엔리케 영지의 영빈관은 크로나 영지의 영빈관보다 훨씬 작았다. 손님이 와야 사용하고 평소에는 비어있는 영빈관이니 굳이 클 필요가 없지만, 손님이 많이 오면 문제였다.
‘환마의 하오문도 제대로 된 총단이 없었지. 외부에 드러나면 옮기기 급급했지. 만일에 그 위치가 발각되면 무림맹이나 각 문파나 세가의 공격을 받을까 두려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이반은 이번 생에는 반듯한 기반을 가지고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큰 욕심을 부리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위치만 해도 불만은 없었다. 그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고 싶었다.
‘국왕이 되더라도 자기 맘대로 다 하고 살지는 못한다. 그저 엔리케 영지를 조금 더 발전시키고 안전하게 만들고 싶다. 몬스터의 위협도 제거하고 주변 영지나 음모를 꾸미는 자들로부터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하객으로 성인식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로델 남작이나 제논 파라곤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뒤로 각종 음모를 꾸미면서도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좋은 사람인 척을 하고 있었다.
‘영지 개발계획, 그것의 핵심은 광활한 변방의 영지를 분할하여 중앙의 귀족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몬스터의 위협이 사라진 각 영지는 지속해서 인구가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구가 백만 명이 넘는 영지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워서 어떻게든 영지를 분할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스턴 주에서 프레드릭 백작령이 가장 인구가 많지만, 그것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헤세라 자작령의 경우 인구 30만에 달하고 있었다. 프레드릭 백작령이 인구 40만이지만 그것도 지금처럼 인구가 불어나면 10년 후면 역전이 될 수가 있었다.
현재 자작령은 백작령으로, 남작령은 자작령으로 모두 승급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아예 영지를 분할하여 남작령을 여러 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이스턴 주도 프레드릭 주와 벨라 주로 나눌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계획에서 걸림돌은 바로 각 영지였고 각개격파를 하기 위해 일종의 불씨를 남기려고 했다. 반면 크로나 영지는 이런 움직임에 반하여 각 영지 간 화합을 도모하여 중앙의 시도를 가로막으려고 했다.
‘몇몇 영지는 크로나 영지를 지지하고 몇몇 영지는 프레드릭 백작가를 지지하고 있다. 거기에 두리원 영지의 미카엘은 영지 분할을 통한 새로운 영지의 탄생을 바라고 있다.’
이스턴 주를 두 개의 주로 나누고 각 영지도 2~3개로 분할하자는 의견에 동조하는 때도 있었다. 단지 그럴 때 중앙에 내주는 것이 아니라 영주의 자녀나 방계 귀족이 영주가 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영주관에 마련된 연회장으로 이동했고 마침내 공식적인 성인식 행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밖도 어느새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서 어두워지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성인식이 진행되고 마지막에 일종의 선물 증정 행사를 진행했다. 사절단이 온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성인식을 축하하고 그 증표로 선물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아울러 선물 증정 행사와 더불어 공식 성인식 연회도 마침내 개막되었다. 이반도 사전에 준비했던 선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공식 사절단 임무를 마무리했다.
연회의 주인인 듀안과 마주 앉은 것은 연회가 시작되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전에 엘리자벳과 스칼라와도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먼저 엘리자벳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스칼라가 끼어들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엘리자벳이 눈치껏 자리를 피해준 덕분에 큰 문제가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 때문에 스칼라가 아닌 엘리자벳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전날 헤센 자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썩 달갑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고 이반이 양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기에 이반도 아예 혼처로 생각지도 않았다. 더구나 당사자의 얼굴도 못 본 상황이니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이제 어른이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이반은 듀안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약간 장난스럽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듀안도 웃고 말았다.
“어른이라고 하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데요. 다들 축하해준다고 모였지만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듀안은 자신의 성인식인데 분탕질을 치는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묘하기는 합니다. 저도 이제야 무슨 일인지 대충 알 것도 같고요. 엔리케 영지가 이런 모임에 참여하지 않아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아요.”
“남쪽의 프레드릭 백작가가 굳이 올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찾아온 것이 이상하기는 합니다.”
듀안도 연회장의 중앙에서 마치 호스트처럼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로델 남작을 보면서 그렇게 한마디를 했다. 아마도 그들이 자신의 성인식을 망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조만간 뭔가 일을 꾸미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일지 모르지만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주변 영지들끼리 긴밀하게 협력하면서요.”
듀안도 바보는 아니기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간질을 하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 그래서 더 문제이기도 했다. 대놓고 반발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 성인식보다 내일 있을 교류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일 누가 나올 것이고 각 가문에서 어떤 가문을 지명할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민폐가 아닐 수가 없죠. 2년 후에 제 성인식에는 외부 손님을 많이 초청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렇게 와서 분탕질을 치는 손님은 달갑지 않죠.”
“하지만 누구는 초청하고 누구는 초청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귀족의 체면 때문에라도 온다면 환영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반의 말에 동조하면서도 그럴 수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온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맘에 들지 않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여간 다들 귀는 열어놓고 뭐라고 하는지 들으려고 하는군. 원하는 대로 다소 철없는 어린 애가 되어 주는 것도 좋겠군. 어린 애가 내키는 대로 지껄인 것으로 트집을 잡기도 애매할 것이고. 듣기 싫은 말을 해도 어린 애에게 따질 상황도 아니고.’
주변에는 이반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많았다. 이미 전날 한 번 로델 남작에게 따져 들었던 사실을 알기에 더욱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한편 이반이 말을 할 때마다 로델의 기운이 내부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 화난 기색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었다.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귀를 곤두세우고 이반과 듀안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곤대듯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들었다고 와서 따질 수도 없으니 화가 난 것 같았다.
‘내가 성인이었다면 결투라도 신청했을 것인데 애라서 어떻게 하지도 못하니 미치는 것 같군. 오늘 밤에 밖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군. 모레 출발한 후에 조금 편안해지려면.’
“뭐, 엔리케 영지는 가난한 영지라서 오더라도 제대로 대접할 수도 없습니다. 영주관도 절반 크기에 불과하여 손님이 많이 오면 여관에 재워야 할 판국이고요.”
이반의 말에 몇몇은 한심하다는 기색이었고 일부는 의아한 기색이었다. 반면 그 말에 로델 남작의 기세가 다소 가라앉은 것도 같았다. 경계하는 것보다 철부지 어린애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에 이반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이반은 자신과 같이 다니는 일리안 부단장이 다소 불편한 기색이라서 신경이 쓰였지만 달리 내색하지 않았다. 철없이 내뱉는 이반의 언동이 맘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연회가 끝났지만 영주관은 어수선했다. 하지만 이반은 일찌감치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린 이반이 잠자리에 들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반은 진짜로 일찌감치 잠을 잤고 두 시간 정도 지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 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주변의 동태를 살폈다. 그러자 아직도 잠을 자지 않고 술을 마시는 자리가 두 군데나 있었다.
‘술을 마시고 도박까지 하는군. 잔칫집이나 상갓집에서 밤에 노름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지.’
중원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영주관 한쪽과 영빈관 한쪽에서 술을 마시면서 도박에 열중하고 있었다. 도박을 지켜보면서 술을 마시는 자들도 여럿 있었다. 이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복장을 갖추었다. 혹시라도 모르기에 역용술을 전개하여 얼굴을 바꾸었다. 그런 다음 얼굴마저 꽁꽁 싸매었다. 밖이 추우니 위장이 아니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았다. 또한 무기와 단검을 챙겼다. 밤이기에 창문이 열리는 것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알람 마법이 있지만 마법도 마나를 사용하고 마나는 기와 일맥상통하기에 통제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알람 마법이 사용되었지만, 진법을 사용하여 도둑을 방지하는 것이나 차이가 없다. 그러니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은 어렵지 않아. 영주관이나 영빈관에 있는 자들도 무섭지만, 별도로 따라온 자들이 더 문제이다.’
이반은 이틀간 조사한 내용을 떠올리면서 크론 시내에 있는 여관으로 갔다. 여행하는 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여관이 가장 적절했고 그렇기에 다들 여관이 머물렀다. 하지만 파라곤 영지에서 온 자들은 어용 상단인 글로얀 상단의 지부에 머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