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39
7. 음모중첩 (6)
하지만 이런 일에 크로나 영지에 책임을 묻기도 애매했다. 죽은 장소가 여관이니 영지에 경비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더구나 엑스퍼트 검사가 죽어 나간 상황이니 영지의 치안이 엉망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들을 죽일 정도로 능력 있는 어세신이 날뛰는 것을 막는 것은 왕도에서도 불가능했다.
이반은 처소에 머물기도 애매하여 영빈관으로 가서 일리안 부단장과 합류했다. 기사들이 머무는 곳은 다소 외진 곳에 있는 객실이었다. 손님이 많아서 한 곳에 합숙하는 형태로 머물렀다. 기사 다섯 명에 시종인 그로센까지 합류한 상황이지만 침실이 단 두 개만 주어져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다고 봅니까?”
이반은 일리안 부단장에게 물었다. 소문이 돌고 있고 그런 소문을 접하는 것은 귀족보다 기사가 유리했고 기사보다 시종들이 더 유리했다. 자신이 했고 들킬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범죄 현장을 둘러보듯이 수사상황을 점검했다.
“그로센이 전한 내용은 어세신 조직이 나선 것 같고 동북 지방의 분란을 조성할 목적으로 자행한 것 같다고 합니다. 배후는 중구난방으로 거론이 되는데 그저 막연한 추측입니다.”
이반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사들도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반이 저지른 일이라고 짐작조차 못 하고 있었다. 크로나 영지에서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거 영지로 돌아가다가 어세신의 습격을 받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어세신이 노리는 것이 저들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인적이 없는 산길에서 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흑마법사 무리가 관여한 일이 아닐까요?”
“무슨 목적으로 노려요? 설마 동북 지역의 영지들이 서로 협력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살인을 한 것인가요?”
이반은 기사의 말에 동조해 주었다. 다들 걱정을 하지만 실체 없는 범인 때문에 중구난방으로 추측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릅니까?”
이반은 기사의 처소를 나와서 듀안 크로나를 방문했다. 듀안 크로나는 자신의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들이 변을 당하자 스스로 자책을 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죄책감은 아니지만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굳이 엑스퍼트만 제거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돌아갈 때 습격하는 예비조치라고 하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공통점도 그리 없고요. 흑마법사가 개입되었다는 소문도 있지만, 마기가 감지된 것도 없고요.”
듀안은 이반의 질문에 알려진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어쨌든 오늘 진행하기로 한 검술교류회는 일단 취소하기로 했고 각 영지에서 오신 분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영지의 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어세신의 표적이 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영주관의 경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영주관을 노리고 외부에서 일을 벌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반은 혼란을 주고자 그런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럴 위험도 있기에 영주관, 특히 영빈관 쪽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헤세라 영지 쪽이나 남쪽으로 가는 길은 귀족들이 뭉쳐서 이동하면 되지만 엔리케 영지로 가는 길은 너무 외진 곳이라 걱정입니다. 그래서 기사 5명, 병사 100명으로 로덴, 세스턴까지 같이 이동하도록 조치할 것입니다.”
이반이 찾아온 것이 귀로의 안전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호위에 대하여 설명했다. 이반은 그런 정도로 호위를 해준다면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논이나 미카엘이 움직이지 않겠지만 불확실했다.
“그렇게 해준다면 습격에 대한 염려는 덜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세신이 야간에 침투한다면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기사나 병사가 경계한다고 해도 사실상 특급 어세신이 노린다면 의미가 없었다. 물론 다소 방심했기에 쉽게 당했지만, 그들이 안전을 위해 사용된 아티펙트는 만만치 않았다.
“그건 어떻게 하건 마찬가지입니다. 마나에 민감한 자들을 이용하여 경계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듀안도 어세신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제시하지 못했다. 이반은 자신이 한 일이니 내심으로 걱정이 되지 않지만, 겉으로는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 보였다. 결국 검술 교류회가 취소되고 성인식 축하 사절이 하나둘 집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검술 교류회를 하지 않았다면 각자 알아서 떠날 것이지만 모두가 대기하던 상황이었다.
이반을 비롯한 엔리케 영지도 호위를 받으면서 크론을 떠났다. 크로나 남작 헨스는 모든 귀족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사죄를 했다. 범인이 누구이건 영지 내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반은 내심 크로나 영지가 곤란한 처지가 된 것이 미안했지만 그저 괜찮다고 말하고 호위를 해주는 것에 고맙다고 사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영지에 출발한다고 연락을 했습니까? 다들 걱정이 많으니 제때 통신을 보내 주십시오.”
“출발 직전에 연락하도록 했습니다. 영지에 추가 병력을 요청했습니다. 일단 헤파른에 영지 병 100명이 대기하도록 했습니다. 내일 오후에 세스턴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크로나 강을 건너 헤파른으로 가서 저녁을 보낼 것입니다.”
크로나 영지에서 접경지대인 세스턴까지 호위를 해주기로 했다. 중간에 습격당할 위험이 크기에 로덴이나 세스턴도 비상대기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마나 동결로 인해 통신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정해진 시간에 통신이 되지 않으면 바로 대기 병력이 출동하도록 조치를 했다.
“그렇다면 그나마 안심이군요. 로덴으로 가는 길은 문제가 없을까요? 눈이 오는데 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동북 지역에서 겨울에 폭설이 내려 길이 막히는 경우도 허다했다. 심하면 사람이 파묻힐 정도로 눈이 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항상 날씨 예보부터 챙겼지만, 정확히 예측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 정도라면 그리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단지 날씨가 추워서 이반 공자님이 괴롭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눈은 그렇게 많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날씨는 올 때보다도 훨씬 추워진 상황이었다. 물론 더 북쪽인 엔리케 영지에 비하면 그리 춥지 않았다. 눈발이 날리지만, 통행은 가능했다.
“이 정도는 데크리안 고원 날씨와 비교하면 그리 추운 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비하면 포근한 날씨입니다.”
이반의 말에 다들 공감한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크로나 영지의 기사들은 영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추운 날에 예정에 없던 호위를 하려니 짜증이 나는 상황에 춥지 않다고 말하니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병사들은 바람이 불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하지만, 기사들은 먼 거리에서도 대화를 들을 능력이 있었다.
“로덴에 당도하려면 길을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산길로 접어들면 말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하니 말입니다.”
이반은 혼자 달려가면 한나절이면 갈 거리를 사흘에 걸쳐 천천히 가야 해서 답답했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달리 알려진 내용이 없습니까?”
일리안 부단장이 병력을 인솔하는 기사에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물었다. 마법 통신구를 사용하는 통신병이 영지의 통신마법사와 계속 통신하고 있었다.
“특별한 문제 없이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남쪽이나 서쪽으로 가는 일행들도 경계 지역을 향해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다들 어세신이나 방해꾼이 없이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뭘 노리고 그런 끔찍한 일을 벌였는지, 참.”
일리안 부단장은 그 주인공인 이반인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탓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했으니 귀찮은 일을 피하고 그나마 여유 있게 돌아가는 것이지 그냥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 돌아가다가 계속 습격을 당했을 것인데. 이렇게 평화롭게 이동하는 게 어디야? 죽일 놈들을 잘 죽인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삐를 잡은 손에 느껴지는 아공간 반지를 슬쩍 가늠했다. 흑마법사가 소유한 그 반지의 출처가 어딘지 궁금했다. 그 반지를 만든 사람은 흑마법사와 관련이 없는 고위마법사로 보였다. 이반은 말 위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지루한 행군이 이어졌지만, 딴생각해서 그런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야 요새 도시 로덴에 당도했고 그들이 머문 곳은 도시 내부의 여관이 아니라 요새 안에 있는 일종의 관사였다. 영주나 고위 인사가 왔을 때 머무는 곳답게 꽤 편리하게 꾸며진 곳이었다. 경계도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당장은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 번거롭지만 어세신을 막기 위함이니 참아야 했다. 사실 어세신은 이반이니 아이러니였지만 밝힐 수도 없는 일이었다.
“로덴 요새 안의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반은 처소에 들자 스타치온에게 마법 통신을 보내었다.
“다행이구나. 네 할머니나 엄마가 네 걱정을 얼마나 하는지 말이야. 너를 습격했다가는 오히려 어세신이 당할까 걱정을 해야 한다고 말해도 믿지를 않고 있구나.”
스타치온은 이반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이반이 몰래 영주관을 들락거릴 때 스타치온이 쫓아오는 것을 알고 따돌린 경우가 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아직 어린 애인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두 분이 저처럼 연약한 아이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반이 슬쩍 아니라고 부정하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보안이 강화된 마법 통신이지만 고위마법사는 감청도 가능했다. 그러니 말을 조심할 필요도 있었다.
“알았다. 어쨌든 내일 사람을 보낼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 병력은 세스턴에 오후에 당도하여 대기할 것이니 만나서 오거라.”
“예, 자세한 이야기는 영지에 가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죠.”
이반은 그렇게 말하고 통신을 종료했다. 자신이 일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돌아가서 사실대로 보고할 예정이기도 했다.
“모두 다 습격은 없었다고 합니다.”
식사하러 한자리에 모이자 일리안 부단장이 상황을 전했다. 범인을 추적 중이지만 알려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두리원 영지에서 온 자들의 행적 중에 이상한 것이 발견되어 그에 대하여 조사 중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죽은 자들이 자던 방 중간에 마법사로 보이는 인물이 숙박했는데 가운데 방에 묵었던 자가 종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자가 범인이거나 범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두리원 영지의 인물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두리원 영지에서 온 마법사로 보이는 자가 범인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어세신에게 쫓기는 중일 수도 있고요?”
“두리원 영지에서도 그자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자도 있고 죽었는데 시신을 치웠다는 말도 있는데 어떤 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두리원 영지에서는 모르는 일이라 발뺌을 하지만 조만간 밝혀질 것입니다.”
로덴 요새에서도 그 일은 초미의 관심사이기에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있었다. 결국 두리원 영지에서 흑마법사의 시신을 치운 탓에 곤란한 처지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시신이 없기에 흑마법사라는 사실은 확인이 되지 않아 버티는 것 같았다.
“거기서 뭔가 단서가 나올 것 같군요. 거기서 죽은 엑스퍼트는 미카엘이 고용한 용병들이라면서요?”
“그자들이 파트리칸 용병대 출신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영지에 돌아가서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만일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냥 두지 못합니다. 지금 두리원 영지와 사절단 대표인 미카엘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그 부분을 조사 중입니다. 더구나 죽은 자들은 대표인 미카엘의 사병이라고 합니다.”
파트리칸 용병대는 용병대 자체에 속한 용병 전부가 추살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두리원 영지의 경우에는 미카엘의 사병은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의 주변을 살피면 도미니크나 그 잔당의 종적을 찾을 수도 있었다.
“마법사가 흑마법사일 수도 있겠군요. 그 때문에 시신을 감춘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설마하니 흑마법사가 버젓이 움직였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시신을 없앴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들이 온 이유가 우리를 중간에 습격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저번에도 흑마법사가 붙잡혔지 않습니까?”
1년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여전히 도미니크와 흑마법사 관련된 일은 해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략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들이 엔리케 영지의 사절단을 습격하려고 예비 병력을 이끌고 왔다면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남의 일이 아니군요. 만일에 그런 일이 없었다면 길을 안내하는 병력 일부만 대동하고 움직였을 것이고 중도에 습격을 받았다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두리원 영지의 사절단 대표가 미카엘이란 자인데 지금의 영주인 수카엘 남작의 동생이고 영주가 되려고 하다가 경쟁에서 밀려난 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흑마법사가 접근했을 것이고 결국은 도미니크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일리안 부단장은 몇 가지 가정만 제시해도 대략 상황을 추리해냈다. 하지만 증거가 없기에 모든 것은 추정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