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4
2. 엔리케 영지로 가는 길 (1)
그룬힐트 영지에서 워프 게이트가 있는 헬포트 백작령의 영도인 헬포트 시티까지 가려면 무려 300km를 가야 했다. 보통 영지에서 마차를 타고 가면 하루에 50km를 가는 것이 고작이라 대략 6~7일이 걸렸다. 길이 그렇게 좋지를 않아 마차로 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종종 산길을 가다 보면 몬스터도 출현하는 상황이라 지체되기도 했다. 물론 말을 타고 달려간다면 이틀에 주파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세레나와 어린 로위나, 헨리를 데리고 가는 상황이라 마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고 시중을 드는 시종과 호위를 하는 기사와 병사까지 움직여야 했기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날이 꽤 추워서 노숙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우리는 준비가 철저한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죠. 걱정은 어린 로위나나 헨리가 문제이죠.”
원래 두 아이는 영지에 두고 가려고 했지만,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장남인 레이만 남고 나머지 식구들은 다 같이 외갓집에 가기로 했다. 한 번 가면 다시 오기 힘들 이반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게 하려는 부모의 배려이기도 했다.
이반의 옆에는 로위나가 달라붙어 있었다.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볼지 모르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아는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로위나가 안쓰러워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 로위나를 앞으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로위나의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쑥 옆에 다가와서 머리를 기댔다.
“이반 오빠를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가거나 네가 보러 와야지. 아니면 네가 나랑 같이 살거나. 그냥 외갓집에서 같이 살까?”
그러자 로위나가 한참 고민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같이 살자고 하자니 집을 떠나서 부모와 다른 형제와 헤어져야 했고 그렇다고 가장 좋은 오빠인 이반과도 떨어지기 싫으니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시간이 나면 보러 갈게. 집안에 일이 있으면 우리 로위나 보러 갈 거야.”
“그럼 자주 오는 거야? 그럴 거지? 그럼 약속?”
로위나가 손가락을 내밀었다. 결국 이반도 손가락을 내밀어서 장단을 맞춰주었다. 자주 갈 수는 없지만 갈 마음은 있었고 그렇게 하려고 생각 중이었다. 정 어렵다면 그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경공인 천리무영보를 익혀 빨리 다녀오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6천 리가 넘는 길이니 못해도 사나흘은 걸릴 것 같았다.
아니면 마법을 익혀 텔레포트를 전개할 수 있다면 한 번에 다녀올 수도 있었다. 물론 텔레포트의 경우 천 리 안팎으로 이동을 하기에 네댓 번 전개해야겠지만 워프 마법까지 전개할 수 있다면 한 번에 이동하는 것도 가능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마법의 수준이 그냥 익힌 정도가 아니라 대마법사라 할 정도로 높아야 했으니 희망 사항이었다.
그런 로위나와 이반의 모습을 보는 로엔과 세레나는 맘이 불편하여 고개를 돌렸고 그러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자 피하고 말았다. 왠지 어린아이들에게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아이는 애틋한 남매의 정을 드러내면서 신파극을 연출하고 있었다. 대략 50여 명의 무리가 마차 네 대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시종과 야영을 할 때 사용할 짐마저 마차로 이동 중이고 호위하는 기사나 병사는 전부 말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뭔가?”
기병 셋이 달려왔다. 안전을 위해 전방에 척후병을 먼저 보낸 상황이었다. 그들이 정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상 유무를 보고했는데 속도가 평소보다 빨랐기 때문에 뭔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했기에 당도하자마자 이유부터 물었다. 이상이 없으면 속보로 달리게 되어 있는데 최고속도로 구보를 했기 때문이었다.
“1km 앞에 몬스터 무리가 길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오크 40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나무가 많아 더 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경계병의 조장이 보고를 하자 호위대장의 표정이 변했다. 그러자 마차가 멈추고 곧이어서 영주인 로엔이 상황을 보고받자 갑옷을 걸치고 완전무장을 하고 난 다음에 대기하던 흑마에 올라탔다.
“너도 싸우려고?”
“병사보다 나은 실력인데 당연히 나와서 마차 주변을 지키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마차 지붕에 올라가서 활을 쏘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이 단검을 던져서 처리하고요.”
로엔도 이반이 활이나 단검 같은 투사 무기에 능한 것을 알기에 말리지 않았다. 앞으로 나서서 싸우는 것도 아니니 마차 안에 무방비하게 앉아있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 전생의 환마의 능력 중에 발군인 것이 암기술이었다. 특히 환마십팔살예라고 하는 하오문 암살단의 독문무공은 무림에 악명이 자자했는데 환마가 창안한 암기술과 용독술이었다.
이반이 마나소드가 되면서 궁술이나 투척 술은 일반 병사들의 수준을 뛰어넘어 엑스퍼트 중급인 로엔마저 낭패를 당할 정도로 위력을 보였다. 먼저 다섯 명이 앞서 달려갔다. 호위대장은 그들에게 오크 무리의 규모를 좀 더 정확히 조사하라고 지시를 했다. 말을 타고 앞장서서 달려간 자들은 언덕의 중간에 멈춰 말을 한 사람에 넘기고 길 양쪽으로 두 사람씩 숨어 들어갔다.
그들은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마냥 그 자리에서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니, 몰살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돌파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도로를 달려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가니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고 평평한 길이 시작되는 어귀에 오크 무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다행이라면 길 주변에 모여 있는 무리가 전부인지 30여 마리가 나타났다.
“최대한 빨리 돌파한 후에 따라오는 놈들은 처리하도록 한다.”
그러자 맨 선두에 기사 하나가 섰고 병사들은 그 뒤로 마차를 둘러쌌다. 호위대장과 로엔은 마차 바로 앞에 자리했고 다른 기사 둘은 양옆으로 서서 일행과 마차를 보호했고 마지막으로 기사 하나가 맨 뒤로 이동하여 후미를 보호했다.
이반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상황을 파악했다. 마차의 지붕에 올라앉은 다른 세 명의 궁수를 보면서 화살을 쟀다. 속보가 완보로 천천히 접근했다. 근접한 상황에서 속도를 높일 예정이었다. 100m 정도 남겨두고 속도를 조금씩 높여갔다. 이반도 사정거리에 들자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가장 앞장서서 접근한 오크를 겨냥한 화살은 움직이는 마차 위에서 쏘았어도 맞히고자 하는 오크의 목이나 심장에 틀어박혔다.
완보로 가다가 속도를 조금씩 높여 오크 무리가 있는 지점에 도착했을 때는 속도가 높아져 속보로 바뀌었다. 그사이에 이반은 다섯 발의 화살을 속사로 쏘았고 다섯 마리의 오크를 죽일 수가 있었다. 픽픽 소리와 함께 옆에 있는 오크가 쓰러지니 다른 오크들도 동요를 하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길을 가로막고 있던 오크들은 빠른 속도로 일행이 다가오자 조잡한 망치나 창을 들고 덤비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기사가 오러를 잔뜩 머금은 검을 세차게 휘두르자 선두에 있던 오크가 나뒹굴었다. 그 순간 이반은 선두에 선 오크 대신 바로 뒤에 있는 오크를 향하여 화살을 날렸다. 화살이 향한 방향은 선두에 선 오크의 머리였지만 기사의 검에 베이면서 옆으로 나뒹굴자 그 뒤에 바짝 따라오던 오크의 목에 그대로 화살이 박혔다.
기병들도 기사를 따라서 돌진했고 그들은 한칼을 날리면서 전진하고 뒤따라가던 자들이 다시 한 칼을 날렸다. 선두에 선 기사는 앞에 있는 오크를 교묘한 검술로 옆으로 밀어내면서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숲에 있던 오크들이 튀어나오면서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대응도 못 했고 기병들에게 몇 번 공격을 당하면서 중상을 입고 바닥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일행이 오크가 있던 지점을 완전히 통과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한두 번 기병이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리 중한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고 갑옷 위를 스치는 정도였다.
“무려 열두 마리나 맞추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마차가 일단 멈추자 마차의 지붕에 있던 이반이 바닥으로 내려왔고 그러자 마차 뒤에 있던 궁수가 내려와서 칭찬했다.
“도련님이 놓치는 경우에 발사하려고 대기를 했는데 모조리 적중하여 그냥 손 놓고 있었습니다.”
“일단 오크를 정리하고 가기로 했다. 여기도 우리 영지인데 저런 놈들이 있다면 큰일이다.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모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굳이 돌파하지 않고 먼저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혹시라도 다른 몬스터가 나타나 마차를 공격할지 몰라 같이 움직인 면도 있었다. 기사 둘과 병사 10여 명이 말에서 내려왔던 길을 가면서 쓰러져있는 오크를 처리했다. 일부 오크가 달려들었지만 바로 처리가 되었다.
“마정석이 있는지 확인해.”
마정석은 일종의 마나석인데 몬스터의 몸에 있는 것을 지칭했다. 오염된 마나이기에 바로 사용을 못 하고 정화를 해야 마나석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소형에는 없고 오크 정도나 되어야 열에 한두 마리 정도 있었다.그러자 기사가 오크의 사체에 뭔가를 가져다 댔고 덩치가 큰 사체에서 ‘삐’하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체내에 마정석이 있으면 알람을 발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확인 사살을 하면서 마정석을 채취했고 그사이에 정비를 마친 일행은 오크 사체를 길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버리고 출발했다. 오크의 경우 가죽을 벗겨 가면 판매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없기에 그냥 버려두고 떠났다. 나중에 로엔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영지경비대에 연락하여 가죽을 벗기고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토벌했다. 그룬힐트 자작령에서 주요 도로에 몬스터가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오빠가 오크를 12마리나 죽였어?”
마차가 출발하자 로위나가 전공을 확인했다.
“운이 좋았지. 다른 궁수들은 뒤에 있어서 옆으로만 쐈으니 쉽지 않았을 거야. 나는 앞쪽에 있어 쏘기 좋았고.”
정면으로 쏘는 것과 옆으로 지나가면서 쏘는 것은 난이도가 달랐다. 물론 예측 사격을 하면 모르지만, 그 정도 실력을 갖춘 것이 아니라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 일쑤였고 운 좋게 맞더라도 그저 생채기만 내는 정도에 그쳤다.
“실력이 좋은 것은 알았지만 대단했다. 마나소드가 되어 힘이 좋아졌지만, 급소만 맞춘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심장과 목만 맞추었더구나. 그러니 일격필살이었고.”
로엔이 사실을 짚어주었다. 이반의 궁술 실력이 좋은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 것은 예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처가인 엔리케 남작가로 이반을 보내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잘 키운 아들을 다른 가문의 자식으로 보내려니 아까웠다. 그대로 있다가 그룬힐트 자작가를 이어받게 하는 것이 나은 것은 아닌지, 설사 작위를 이어받지 않더라도 가문에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인원이 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수는 없는데 몇 명이나 같이 가나요?”
“한 번 워프 하는데 10명 이내이니 여기 있는 다섯 명에 기사 네 명이 따라갈 것이다. 기사 한 명은 남아 병사들을 통솔할 것이다. 엔리케 영지에서 벨라 백작령에 호위할 인원을 보내기로 했다. 나머지 인원은 영지의 전용 상단인 프렐류드 상단의 출장소에서 마차를 가지고 5일간 대기할 것이다.”
영지의 어용 상단인 프렐류드 상단은 이름만 프렐류드 상단이지 사실상 그룬힐트 자작이 8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룬힐트 상단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상단의 출장소도 영주의 소유나 마찬가지였다. 단지 다른 영지에 영주 명의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어 상단 명의로 보유 중이었다. 다른 귀족들도 그렇게 재산을 관리했다. 왕도나 다른 영지에 진출하면 차명을 사용했다.
“그러면 아홉 명이 가는 것이군요.”
“벌써 오크가 나타났으니 걱정이다. 앞으로 며칠은 가야 하는데. 듀랑 자작령과 헬시몬 남작령을 지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