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43
9. 엘프의 유산 (1)
이반은 크로나 영지에 다녀온 후에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영주관에 머물렀다. 주로 책을 읽거나 혼자 생각을 하거나 엔젤라나 캐서린과 대화를 하면서 보내었다. 물론 낮에는 그렇지만 밤에는 외부에 나가 활개를 치면서 정찰을 했고 로컨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렇게 하려면 밤이면 자신의 거처에 누구도 오지 않도록 했다. 마나 수련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밖으로 나다니지는 않지만, 종종 연무장에서 기사들과 대련을 했다. 기사들 사이에 포션 이야기가 돌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직접 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이반은 그로센을 시켜서 약재를 준비했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단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만든 다음에 기사들에게 줄 생각이었다. 물론 기사들의 체질에 맞도록 세 가지 종류의 단약을 만들었다.
익히고 있는 검술이나 체형에 따라 힘, 속도,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단약을 만들었다. 1인당 2개 정도를 배분할 예정이기에 최소 100개는 필요했다. 한 번 만들면 대략 20개 정도를 만들기에 5회 정도를 만들어야 했다. 약을 만드는 것 외에 이반은 자신에게 주어진 거처에 있는 서재 겸 집무실에서 주로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와 달리 매일 머리를 싸맬 정도로 뭔가에 몰두해 있었다.
바로 흑마법사에게서 강탈한 아공간 반지와 그 안에서 획득한 것들을 살피면서 아공간 반지의 봉인을 해제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다가 아공간 반지를 얻으면서 같이 획득한 것으로 보이는 책을 흑마법사의 서적 사이에서 발견했다.
한 권의 서적과 그 서적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남긴 상당한 분량의 메모였다. 서적을 만든 사람과 메모를 남기 사람이 다른 것 같았다. 서적에 사용된 문자는 처음 보는 글자인데 자세히 살피면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룬문자와 유사했다.
책에 사용한 문자에 관한 연구와 서적의 내용을 해독한 것을 적어 놓은 것인데 끝을 내지 못하고 중간에 멈춘 상황이었다. 원래 문자의 해독이 쉽지 않아 마무리 짓지 못한 것 같았다. 반면 메모지에 적힌 문자는 유칼라드 왕국이 성립되고 난 이후에 사용되기 시작한 공용어의 초기 형태였다. 고어라서 지금 사용하는 언어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예 해석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메모의 내용은 서적을 해석한 것으로 보였다. 거기서 그 문자가 엘프들이 사용한 문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반지는 서적과 같이 발견되었는데 메모의 주인은 그것을 해석하다 중단하고 말았다. 내용을 살피면 마법 서로 보였는데 초반에는 간단한 마법이 언급되어 있었고 후반에는 상당히 복잡한 마법에 대하여 언급했다. 대략 중간 정도가 해독되어 있었다.
초반에 쉬운 마법이라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역으로 책의 문자나 단어를 유추는 내용도 있었다. 또한 반지를 소유하고 있던 흑마법사가 남긴 메모도 몇 개 있었다. 그 내용은 반지를 얻는 과정이나 그가 행한 일이나 익힌 마법에 대한 것들이었다. 흑마법사가 소유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물건도 꽤 많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원소 마탑이라는 곳의 물건이 여러 가지 있었다.
아울러 원소 마탑과 연관이 된 서적도 꽤 있었다. 마법서도 있고 마법을 익히는데 필요한 참고서적도 있었다. 또한 일부는 마탑에서 소속 마법사들에게 보내는 공문도 있어 당시의 상황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서 당시 마법을 어떻게 연구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일부 서적에는 미완성의 마법술 식이 적혀 있는데 연구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었다.
원소 마탑이 존재할 당시에는 유칼라드 마탑과 태양의 마탑, 신의 마탑 등 무려 여섯 개의 마탑이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칼라드 왕국의 지원을 받은 유칼라드 마탑이 다른 마탑을 제치고 독주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용도 당시의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일종의 대응 방안을 적은 문서도 있었다.
여러 세력이 대립하는 가운데 하나의 세력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곳은 죽기 마련이고 그렇게 하나둘 사라졌다. 메모의 주인은 원소 마탑 소속의 마법사로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최소 800여 년 전 사람이었다.
팔백여 년 전에 유칼라드 왕국은 대외적으로 변경지역을 복속하는 작업을 했고 안으로는 지금의 행정체계를 수립하고 왕실이 영향을 미치는 유칼라드 지역을 공국으로 재편했다. 그 과정에서 왕국에 협조하는 유칼라드 마탑도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가 있었다.
왕궁 마법단을 지원하여 왕국 차원에서 마법사를 통제할 권리를 획득하기도 했다. 여기에 각 마탑의 중요 마법사를 회유하는 작업도 진행되었고 그런 정책에 대항하여 원소 마탑과 지도부가 소속 마법사들을 단속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 문서들은 흑마법사가 아공간 반지를 획득할 때 같이 있었거나 아공간 안에 들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물건의 상태가 아주 멀쩡한 것을 보면 아공간 안에 보관이 되어 있었다고 봐야 했다. 외부에 800여 년 동안 방치가 되었다면 보존할 수 없었다.
메모 뒷부분에 반지에 대하여 간단하게 언급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 반지를 고대 유적에서 획득했다. 마법사의 거처로 보이는 곳에 놓여 있었다. 유골 사이에 반지만 있었는데 오래전에, 최소 5백 년 전에 죽은 것으로 보였다. 반지를 발견하고 끼려고 하니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혹시 몰라 피를 묻혔더니 반지를 낄 수가 있었다. 기존의 각인을 없애고 새로운 각인을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아, 대충 알겠군. 반지가 주인이 없이 100년 정도 되면 초기화 준비단계에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된 것이군. 흑마법사도 원소 마탑의 마법사가 남긴 반지를 획득했고 피를 묻혀서 봉인을 해제하여 임시의 주인이 된 것인가?’
처음에는 반지만 획득했고 나중에 그 기능을 하나씩 개방했다. 하지만 반지를 감추는 인 비주얼 마법은 언급이 되지 않았다. 그 마법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고작 아공간을 여는 것과 미지의 공간이 별도로 존재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아공간의 크기에 대하여 언급이 되어 있는데 대략 마차 30대 분량 정도라고 언급이 되어 있었다. 그 이상을 넣으려고 하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물건을 많이 담으면 열거나 닫는데 많은 마나가 소요되고 통제하기 버겁다는 언급이 있었다. 사용이 가능한 공간이 그 정도는 되어 보였다. 아울러 이 반지를 사용하려면 최소 5서클 마법사는 되어야 가능해 보였다. 사용되는 마나의 양도 많고 아공간을 열려면 그 정도의 마나 통제력이 있어야 했다.
‘흑마법 서가 있군. 4서클까지는 서적으로 되어 있지만 5서클은 각인이 되어 있어 살펴보는 것이 어렵겠군. 그런데 흑마법사의 본거지가 당시 6대 마탑 중의 하나인 신의 마탑이었다니 아이러니하군. 그들은 치료마법이나 주술을 주로 연구했는데 제일 먼저 공격을 받았군. 신성 마법을 사용하던 자들이 유칼라드 마탑에 대한 원한 때문에 한순간 저주마법에 특화된 흑마법사가 되다니. 그러니 흑마법사라면 마탑이 치를 떨면서 토벌하겠지.’
이반은 흑마법의 서적에 신성 마법이 절반가량 있어 의아했는데 마침내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신성 마법이 영혼 마법으로 바뀌고 다시 저주마법으로 변화를 했다. 그런 과정이 보관된 마법서 곳곳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힐링 마법이나 보존마법이 부패마법으로 바뀌고 큐어 마법이 포이즌 마법으로 변형되었다.
‘신성 마법은 원소 마법보다 물리적인 위력이 떨어졌다. 그러니 결국은 도태되었고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네크로멘서나 저주 쪽으로 눈을 돌려 지금은 일반 마법보다도 더 잔혹한 마법이 되었다. 키메라도 연구하고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까지 손을 뻗었지만 사실상 실패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크루밀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반쪽짜리 성공이군. 냄새를 이용하여 몬스터를 몰려가게 했지만, 통제할 수 없으니.’
이반은 모든 것이 마법과 연관이 되기에 마법을 익히기로 했다. 마법을 익히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클을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마법을 익히는 것은 서클만 형성하면 되었다. 이미 마법서의 해독은 4서클 마법까지 완료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대로 따라서 행하면 되었다. 문제는 되느냐 여부였다.
이반은 자리에 앉아서 서클을 형성해야 하는 마나 코어, 중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몸 안에 마나를 끌어왔다. 이미 하단전에 내공 축적을 위한 하단전이 만들어진 상황이라 가능성 유무는 사실 미지수였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가능할 것 같았고 실제로 중단전에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의식을 중단전에 두면서 마법서에 나와 있는 방식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서클을 형성해 나갔다.
마나가 어느 정도까지 모이기는 하지만 서클을 만들려고 하면 흩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하다가 생각을 바꿔 충분한 양의 마나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 중단전이 터질 정도로 기를 모은 다음에 단번에 회전을 시키면서 서클을 만들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형성되었다고 생각하여 통제력을 놓는 순간 서클을 이루던 기가 흩어지면서 중단전이 그냥 텅 비고 말았다. 흩어진 기는 하단전으로 몰려가서 덩치를 키우고 있었다. 하단전이 새로운 마나 코어의 형성을 방해했다. 마치 두 집 살림은 절대로 안 된다는 본처 같았다. 작은집에 가서 세간 전부를 꺼내오듯 모든 마나를 끌어가고 말았다.
‘중단전을 개방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기를 빼내 가다니 신기한 일이군. 하단전을 충분히 채워야 가능한 것인가? 아직은 마법을 익히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군. 몇 번만 시도하면 하단전에 모이는 기의 양이 많아져 문제가 되겠군.’
이반은 괜히 시도하다가 중단전의 개방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에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 많이 성장했지만 이제 고작 열네 살이 되었다. 최소 2년은 더 지난 이후에나 시도해야 했다.
‘결국 흑마법일지라도 4서클 마법 서를 살피는 것 정도가 고작이군. 정신과 육체가 괴리되니 그것도 괴로운 일이군.’
깨달음은 화경에 이르러 있지만, 몸이 성장하지 못해 억제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분간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공간 안에 들어 있는 서적을 하나씩 꺼내서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침 정령이 생각나서 소환했더니 기분이 좋은지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아공간 반지가 신기한지 왼손으로 모여들었다.
“아공간을 열어달라는 거야?”
이반은 정령이 아공간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자 열어 주었다. 그러자 아공간 안으로 네 정령이 들어갔다. 그러더니 아공간 안에 있는 봉인의 네 귀퉁이로 다가갔다. 각기 정령 하나하나가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뭐야? 설마 정령이 있어야 봉인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인가? 엘프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인가?’
정령은 네 귀퉁이에서 뭔가 하는 것 같은데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정령의 기운이 조금 강해졌고 이반에게서 가져가는 마나도 조금 많아지고 있었다. 이는 정령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대략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정령이 하나둘 아공간에서 빠져나왔다.
‘뭐야? 봉인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정령의 기운은 상당히 강해졌다. 티 나지 않게 봉인에 담긴 기운을 빨아들인 것 같은데 계속 진행하면 봉인이 해제되는 것인가?’
이반은 봉인을 해제할 가능성이 보이자 조금 기대가 되었다. 밖으로 나온 정령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지는 것 같더니 조금 지나자 역 소환을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디가? 다시 돌아와 봐?”
하지만 정령은 아무리 소환해도 나타나지 않았다. 뭔가 소환을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같았다. 걱정되었지만 뭔가 짐작되는 것이 있어 포기했다. 그런 다음에 아공간을 닫았다.
‘다음에 소환이 가능해지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정령이 성장할 때는 소환이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중급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였다. 이반은 정령이 소환되지 않은 것을 알자 다른 것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간 정령과 접하면서 정령에 대해 깨달은 것이 있기에 시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