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46
9. 엘프의 유산 (4)
이반은 섭혼술이 깨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상당히 위압적인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원래 이반의 목소리와 다르게 발성을 했다. 그래야 정체를 감출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압박은 하더라도 살기는 죽였다. 환마의 경험을 보면 너무 살기를 강하게 투사하면 섭혼술이 깨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흑마법사 세르얀이 크로나 영지에서 죽은 직후 그들은 잠적했고 그 위치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같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파트리칸 용병대나 도미니크란 자도 마찬가지인가?”
“그들도 흑마법사랑 같이 떠났습니다.”
“그들이 너를 버리고 도망간 것인가? 왜 너는 도주하지 않았나? 남으면 책임을 져야 했는데?”
미카엘이 버림받은 것인지 물었다. 사실 이런 자극적인 질문은 섭혼술이 깨질 수가 있기에 피해야 하지만 풀어지면 다시 걸면 되었다. 그러니 궁금한 것은 전부 물으면 되었다.
“그건 아닙니다. 크로나 영지에서 흑마법사의 시신이 사라졌다고 의심하면서 수카엘 남작에게 계속 항의하는 상황이라 잠적한 것입니다. 내가 떠나면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그냥 남아서 끝까지 버티기로 한 것입니다.”
“정말로 어디로 간 것인지 몰라?”
“모릅니다. 서쪽에 인접한 세파렌 자작령일 수도 있고 엔리케 영지일 수도 있고 파라곤 영지나 헤세라 영지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로코스 백작령으로 갔을 수도 있고요.”
미카엘도 평소에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던 참이라 생각하던 것들을 바로 내뱉었다.
“연락하는 방법은 없나? 그들과 연락할 방법이 있을 것인데?”
이반은 연락할 방법을 듣자 짜증이 났다. 몇 군데 같은 메모를 남기고 난 다음에 몇 군데 일정한 표식을 남기면 메신저가 찾아온다는 대답을 했다. 장원의 주인인 미카엘이라면 가능하지만 다른 자는 사용이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설사 제대로 꼬리를 잡는다고 해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추적하는 순간 발각이 될 방식이었다. 그 후에 몇 가지 조사를 했지만 아는 것이 없었다. 주로 흑마법사와 같이 벌인 일들을 물었다. 그런 다음 파라운트 장원에 도미니크의 잔당이 모여 있는 것에 대하여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겉으로는 파라운트 장원 자체가 미카엘과 연관이 없었다. 일종의 숨겨진 장원이라 들켜도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았다. 사적으로 인적 지배의 형식으로 이어진 것이라 객관적으로 연관성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제논 파라곤과 공모하는 것 같던데 지금도 연락을 하나?”
“크로나 영지에서 논의할 적은 있지만, 그 후에 연락한 것은 없습니다. 얼마 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계속 연락하면 다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했습니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자가 먼저 협력하자고 한 것으로 아는데 안면을 바꾸다니 문제이군. 가만히 있을 것인가?”
“그자나 우리나 흑마법사와 접촉한 사실이 약점이니 둘 다 밝히기 곤란했습니다. 이번 일을 정리하고 암중에서 그자를 정리할 계획이었습니다.”
섭혼술은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본능에 따라 대답을 유도하는 술법이기에 감정이 격해질 때 본심을 그대로 토로했다. 제논 파라곤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기에 그대로 표출했다. 이반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이 되었다. 미카엘은 죽을죄를 진 것이 맞지만 총관이나 아들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죽였을 때와 살렸을 때의 득과 실을 고민하다가 그냥 살인멸구를 하기로 했다.
‘살아 있는 몬스터 중에 착한 몬스터는 없다고 했다. 이이제이란 말도 있지만, 그거야 자기 손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 사용하는 하책이다. 그냥 둘 다 내 손으로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처럼 살아서 나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면 죽는 것이 낫지.’
이반은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흑마법사와 연결고리가 없어야 추후에도 그들이 다시 돌아와서 자리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단도를 꺼내어서 정리했다. 사혈을 짚어서 죽이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 것도 같았다. 그렇기에 심장 부위를 찔러 하나씩 정리했다.
이반은 두리원 영지에 가서 미카엘 일당을 정리한 후에 신속하게 엔리케 영지로 복귀했다. 사건이 터질 때 부재중인 것이 알려지면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흑마법사나 도미니크, 파트리칸 용병대는 모두 잠적하고 말았습니다. 크로나 영지에서 흑마법사가 발각되니 꼬리를 자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카엘과 그 아들, 총관만 정리했습니다. 미카엘을 심문한 결과 은신처를 알지 못했습니다.”
“미카엘과 아들을 정리하면 돌아와서 다시 접근할 사람이 없으니 쉽게 돌아올 수는 없겠구나. 네 생각에 그들이 어디로 갔다고 보느냐?”
“파라곤 영지도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에 같이 공격을 받았기에 다른 곳으로 도주했을 것이라 봅니다. 더구나 제논 파라곤이 흑마법사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경계를 할 것이니 숨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서부의 헤밀론 산맥과 인접한 영지로 갔을 것이라 봅니다.”
“일단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자. 이번 일까지 처리했지만, 더 나서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 괜히 의심을 받으면 골치 아플 수가 있으니. 의심이 심증으로 바뀌면 해코지를 할 것이니.”
흑마법사의 표적이 되는 사태는 피하는 것이 좋았다.
“더 하는 것은 위험하죠. 우리 영지를 노리는 자들이니 정리를 한 것이죠. 일단 인근에서 우리에게 적대적인 세력은 파라곤 영지인데 그들이야 직접 경계를 맞대는 것은 아니니 일단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반은 더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 정도에서 그치기로 했다. 이후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면서 추후의 일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반이 저지른 일이지만 공식적으로는 미카엘의 죽음은 흑마법사와 도미니크, 파트리칸 용병대가 저지른 일로 결론이 났다. 그들이 미카엘 일가를 제거하여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카엘이 흑마법사와 결탁하고 도미니크 일당을 숨겨준 사실이 밝혀졌다. 그 때문에 이스턴 주에서 조사관이 파견되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치온이 집무실로 불러서 미카엘 사후 진행되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미카엘이나 총관, 그 아들 테이건이 사라지자 그동안 숨기던 것들이 전부 다 드러나고 있었다. 정보 통제가 사라지니 말하지 못하던 자들이 진술하기 시작했다.
도미니크가 도주하자 론도에서 그들이 자행한 일들이 속속 밝혀졌다. 그동안 눈치를 보던 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니 모두가 살기 위해 시류에 편승했다. 그동안 미카엘과 일당이 벌인 온갖 비행이 전부 다 밝혀지고 있었다.
“파라운트 장원에 있는 자들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미카엘이 사라지자 파라운트 장원의 일도 결국은 드러났다. 도미니크를 따라 도망친 호위무사들까지 그곳에 있는 것이 드러났다. 도미니크는 엑스퍼트 검사 다섯 명만 데리고 줄행랑을 쳤고 그 가족들만 도주한 상황이었다.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듯 수하들과 그 식솔을 다 버리고 도망을 쳤다고 한다. 일단 도망친 자들은 송환을 요구할 생각이다. 돌아오면 노예로 만들어서 광산 노역을 시키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데크리안 고원에서 철광과 탄광을 개발하려는데 그곳에 투입할 생각이다.”
엔리케 영지와 두리원 영지는 서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고 이번 일을 제외하고 분쟁이 없었다. 그러니 그 정도만 요구할 생각이었다.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들어줄 요구였다.
“미카엘이 도미니크를 도와준 일은 두리원 영지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실 것입니까?”
“외교관을 보내서 교섭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수카엘 남작에게 통신으로 연락을 할 것이고.”
이반이 돌아와서 미카엘과 아들 테이건, 총관을 정리한 것을 보고한 이후에 스타치온은 두리원 영지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미카엘과 두 사람이 죽자 수카엘이 조사를 했고 상황은 영주인 수카엘 남작이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크로나 영지에서 흑마법사 문제가 대두되었고 그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는데 결국은 흑마법사로 보이는 자들과 파트리칸 용병단, 도미니크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스턴 주에서까지 조사관이 파견되고 말았다.
결국은 증거인멸을 위한 살인멸구로 결론이 났지만, 미카엘이 흑마법사와 결탁한 일에 대한 수습은 만만치가 않았다. 엔리케 영지의 도미니크는 엔리케 일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었지만, 미카엘은 당장 영주의 동생이었다. 그렇기에 수카엘은 미카엘과 공동으로 흑마법사를 끌어들였다는 혐의를 벗기 어려웠다. 물론 연관된 증거는 없지만 그런 시선 때문에 함부로 은닉을 시도할 수도 없었다.
조사하니 크로나 영지에서 이반을 죽이려고 했던 사실마저 드러나고 말았다. 미카엘이 크로나 영지를 방문한 목적이 이반을 습격하기 위해서였고 흑마법사도 그런 목적으로 갔다는 사실을 사절단을 따라갔다가 풀꽃 여관에 머물렀던 자가 진술했다.
또한 흑마법사의 시신은 사건을 보고받은 미카엘의 지시로 빼돌렸는데 누구도 행방을 알지 못했다. 그저 한 번도 보지 못한 자가 찾아와서 시신을 인도받아 간 사실만 진술했다. 흑마법사와 연관된 자가 움직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또한 6~7년 전부터 도미니크와 서로 왕래하면서 공모를 하고 흑마법사가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면서 영주인 두리원 남작 수카엘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전대 남작인 클라크가 생존한 상황이라 그가 죽은 후에 본격적인 일을 벌이려고 했던 사실마저 드러났다.
“복잡하지만 수카엘의 혐의는 벗을 것 같다. 어쨌든 흑마법사를 비롯하여 왕국에서 수배한 자들이 영지에서 활동한 것은 사실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 같다.”
“책임을 진다면 어떤 형태입니까?”
“관련자 전원을 주지사에게 넘겨주어야겠지.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도 이스턴 주에서 관장할 것 같다. 아울러 크로나 영지나 우리 영지에도 적절한 해명과 더불어 보상이 필요하고. 영지민을 돌려주는 것 외에도 뭔가 해야겠지.”
“이번 일로 인해 우리 영지는 문제가 없습니까?”
엔리케 영지에도 흑마법사가 자리를 잡았던 적이 있었다. 도미니크와 연관된 문제이고 처리를 했지만,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면 그런 것으로도 문제로 삼을 수 있었다. 귀찮게 하려면 피해자도 가해자와 공범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뭐, 도미니크에 대한 것이 문제지만 이미 추살령을 내린 상황이고 미카엘과 공모한 상황이니 문제는 아니다. 생판 모르는 곳에 가서 일을 저질렀다면 우리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고.”
“우리 영지에 피해가 없다면 된 것이죠. 어떻게든 정리가 될 것인데 도미니크란 자가 다시 도망치고 말았으니 뒤끝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언제 다시 나타날지 말입니다.”
“귀족은 항상 위험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러니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귀족 중에 원한을 가진 자가 한둘 없는 사람은 없다.”
스타치온이 그런 일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생판 모르는 자가 공격해올 수도 있었다. 모두가 두리원 영지에서 진행되는 미카엘의 살해사건과 흑마법사 결탁 사건의 조사 및 처분에 관심을 가질 때 스타치온은 기사들을 한 명씩 호출하여 이반이 제조한 단약을 분배해 주었다. 이반이 아닌 스타치온을 내세워서 잡음이 나지 않도록 했다.
단약을 배포한 사실은 소문이 나겠지만 다른 영지나 귀족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고 설사 문제로 삼아도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단지 추적하거나 이반을 공격할 수 있었다. 고가의 마력 포션을 사용하여 마법사가 서클을 올리고 기사가 경지를 올리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었다. 단지 마력 포션이 워낙 귀해 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 그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었다.
이미 이반은 각 기사의 특성을 알기에 적절한 단약을 사전에 준비해 놓았다. 기사들은 모두 단약을 두 개 받았다. 힘이나 속도,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단약을 받았다. 같은 것을 두 개 받은 일도 있고 다른 것을 받은 일도 있었다. 약일 다를 경우에 특성에 따라 복용하는 순서가 달랐다.
“노아 단장님은 나중에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단장님은 어지간한 녀석으로는 아무런 효과도 없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