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50
9. 엘프의 유산 (7)
심지어 200년 이상 묵은 것도 세 뿌리나 캤다. 그것만 제대로 가공해도 신단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마기도 강하고 양기만 강해 반쪽짜리였고 어떻게 보면 독초보다도 더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정화를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군. 일단 그대로 시간이 나는 대로 정화를 해야겠군. 하지만 제대로 정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내 공력이 부족하니.’
이반은 다른 약초를 정화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마나가 대량으로 응축이 된 200년짜리 블랙 사포닌은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욕심이 나기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이반은 고개 위에서 돈레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지의 다른 마을과 차이가 없었다. 데크리안 고원보다는 낮지만, 상당히 고도가 높아 보였다. 그곳은 분지이자 고원이었다.
‘이곳은 몬스터도 그리 많지 않으니 목장으로 개발을 하면 좋을 것 같군. 겨울에는 축사를 지어서 추위를 피하게 해야 하겠지만. 석탄도 생산이 되니 연료로 사용하면 난방을 하기도 어려운 것은 없고. 저쪽은 철광으로 개발해도 되겠군. 양질의 철광석이 매장되어 있는데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이반은 한쪽에 탄광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교통이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냄새가 많이 나는 석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채광하지 않고 있었다. 철광마저 개발하면 탄광의 가치도 그만큼 높아질 것 같았다.
‘물이 필요한데 저쪽을 막아서 저수지를 만들면 될 것 같군. 인구가 증가하면 물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니.’
이반은 한쪽 계곡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계곡의 폭이 좁은데 안쪽에는 제법 넓은 지형이 있었다. 계곡 입구를 가로막으면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을 가둘 것 같았다.
‘목장을 만드는 것은 사람만 동원하면 가능할 것 같군. 문제는 몬스터가 내려와서 해치는 것인데 영지 병을 배치하고 부족하면 용병을 고용하면 될 것도 같군.’
이반은 수첩에 간략하게 지형을 그린 다음에 저수지나 목장을 만들 장소나 개설해야 할 도로를 그려 넣었다. 일단 목적 하나는 달성한 상황이니 진짜로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렝게 산을 향해 달려갔다. 산은 꽤 높아 보였다. 눈이 잔뜩 쌓여 있어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오를 생각을 못 하겠지만 이반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반은 산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산에서 아이스 사포닌을 채취하기 위해 찾아왔다.
‘블랙 사포닌은 두리원 산맥에서 200년 이상 된 것으로 세 뿌리를 캤지만, 그것만으로 영단을 만들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마기가 아닌 순수한 음기가 강한 약재, 아이스 사포닌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런 약재를 캤다는 사람이 있다.’
이반은 산의 초입에서 자리를 잡고 기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좌우로 움직이면서 그늘진 곳 위주로 탐색을 했다. 사포닌은 양지보다 그늘진 곳에 주로 자라고 있었다. 몇 가지 마나를 많이 포함된 약재를 구했지만, 목표로 했던 아이스 사포닌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천년독왕이라 이름을 붙여도 과하지 않을 독초를 몇 뿌리나 채취하기도 했다. 독성이 강하지만 적당히 사용하면 영약의 효능을 키워줄 수도 있었다.
남쪽 면을 살피는 데 두 시간이 걸렸고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산을 넘어가서 북쪽을 살폈다. 남쪽을 살피고 정상에 올라간 이후에야 자신의 멍청함을 탓했다. 중원에서도 고산지대에서 산의 북쪽 면에 설삼雪蔘이 자랐는데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이반은 천천히 북쪽으로 내려가면서 기감을 끌어올렸다. 꼭 아이스 사포닌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순음의 기운을 함유한 약초를 구하면 되기에 기감을 집중했다. 환마의 기억에 설련실 같은 약재도 설삼에 버금가는 음기를 담고 있었다.
그러다가 원하는 약초가 아닌 묘한 기운을 감지했고 그 근원을 탐색하다가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서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냥 절벽 속에 뭔가 이상한 것이 들어 있나 했는데 일루전 마법이 전개된 마법 진으로 입구가 위장되어 있었다.
이반이 마법 진의 마나를 차단한 후에야 동굴이 드러났다. 이반은 마법 진을 파괴하지 않았다. 그저 기능만 정지시켰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작동되도록 했다. 마법인 자체도 살상을 위한 것보다 위장을 위한 것이었다. 아공간에서 마법 램프를 꺼내서 킨 다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몇 번이나 위험한 함정을 만났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던전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고대인의 유적인가? 이렇게 고생을 시켰다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어야 할 텐데.’
이반은 몇 번이나 위기를 돌파한 후에 그런 생각 하면서 마침내 넓은 동공에 당도했다. 야명주 같은 것, 자세히 살피니 마법 램프가 있었는데 마법 진으로 자체적으로 마나를 수급하는 반영구적인 조명 장치였다. 대략 30여 개가 벽에 있었는데 다섯 개는 꺼져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고장이 나서 멈춘 것 같았다. 그런 장소에 당도했다고 하여 방심하지 않았다.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방심하는 순간 최후의 함정이 발동하는 것을 환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사람이 이런 동굴 속에서 살 수 있나? 물론 환기를 잘한다면 문제는 없을 수도 있지만 나라면 답답해서 살지 못할 것인데. 물론 적당히 들락거리면서 산다면 그리 문제는 아니지만.’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총 10개의 문을 바라보았다. 직경이 30m 정도 되는 동공에 입구와 반대편에 열 개의 문이 대략 6m 간격으로 하나씩 있었다. 총 여섯 개의 기둥이 중간에 있고 천장은 둥그렇게 파여 있는데 아주 매끄러운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모양이 보였다. 적당히 파내다가 만 것 같았다. 그래도 둥그렇게 적당히 높아서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반은 일종의 거실 같은 공간을 둘러보았다. 휴게실인지 몇 개의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고 한쪽에 앉아서 일을 볼 수 있는 책상도 놓여 있고 옆에 책장도 있었다. 나무로 되어 있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을 것인데 책까지 멀쩡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았는데 역시 일종의 보존마법이 걸려 있었다. 공간 전체에 마법 진이 전개되어 있고 개별적인 물건마다 마법 진이 부여되어 있었다.
‘대단하군. 마나석도 없이 마법 진만으로 영구 마법을 전개하다니 7서클 마법사도 불가능한 일인데. 얼마나 마법 수준이 대단한 거야? 설마 드래곤의 레어인가? 드래곤의 레어라고 하기에는 조금 빈약한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책상으로 다가갔고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살폈다. 책상 위에 놓인 책도 먼지 하나 앉아 있지 않고 깨끗했다. 책 표지에 있는 글자를 살피다가 어디선가 봤던 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공간 안에 있는 책에 있던 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지? 오브도 아니고 마나 볼인가? 마나가 머금은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군. 상당히 많은 마나가 깃들어 있는데.’
이반은 책상 한쪽에 놓인 반투명한 옥 같은 것으로 이루어진 주먹 크기의 구를 살폈다. 금속 받침대도 마법 진이 덕지덕지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거기서 마법을 모아서 공급하는 것 같았다. 마나 코어가 없는 마법 진이기에 신기했지만, 그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중원의 진법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무공도 마찬가지였다. 마나 코어가 없는데도 단전에 내공을 담는 것이나 차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일종의 마나 충전기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피니 원리가 이해되었다. 마법을 전개하지는 못해도 이해하는 것은 매우 가능했다.
이반은 천천히 마나 볼에 손을 댔다. 대충 뭔가를 저장해놓은 장치로 보였다. 영상저장장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마법 통신구와도 유사한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을 댔고 그러자 머릿속에 뭔가 영상이 떠올랐다.
‘기억 저장장치인가?’
언뜻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니 엘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이 들려왔다. 생전 처음 듣는 말이지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기억이 밀려오면서 그 언어가 이해되었다. 어떤 사람의 기억을 그곳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영상저장장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여러 가지 있었다.
‘쿵 하는 느낌과 함께 지진이 발생하여 세상이 요동을 쳤다. 그런 후에 기후가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다. 기후만 추워졌다면 문제가 아닌데 세상에 이질적인 기운이 감돌면서 각종 동물이 갑자기 변이하기 시작하여 흉악하게 변했다. 마침내 몬스터가 나타났다. 몬스터의 기원이 이변 때문이었다.’
마법이나 정령술이나 검술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몸에 이질적인 기운이 잠식하면서 능력을 쓰기 곤란해졌다. 물론 강한 자들은 그나마 그런 기운을 몰아낼 수 있었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마기에 잠식이 되어 무능력자가 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보다 너무나 추워졌다. 그 이유는 지축이 흔들려서 햇볕이 내리쬐는 각도가 점점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여름에 머리 위에 태양이 있었는데 이제는 머리 위가 아니라 앞산 위에 겨우 보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겨울이면 앞산에 가려 햇빛을 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매년 조금씩 추워졌고 사시사철 푸르던 대지는 높은 지역부터 흰 눈이 쌓여갔고 대지는 꽁꽁 얼어붙고 나무나 풀이 얼어 죽었다. 그들을 지켜주던 세계수마저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힘을 잃더니 결국은 동사를 하고 말았다.
그런 사실을 직감했는지 세계수는 분신, 새로운 세계수를 남겼다. 세상이 마기에 잠식된 상황이기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 심어야 하는데 당장은 불가능했고 아공간에 봉인을 하여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했다. 나중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이전할 생각이었다.
세계수가 죽자 이제는 가호도 받을 수가 없고 마기와 추위에 바로 노출되어 죽는 자가 속출했다. 그러니 엘프들은 살고 있던 지역을 떠나야 했다. 차대 엘프 지킴이인 아들은 세계수가 봉인된 아공간 반지를 가지고 떠났지만, 그는 떠날 수가 없었다.
다른 엘프들이 부족 별로, 마을별로 따뜻한 곳으로 떠나갔지만, 이곳의 주인은 혼자 고향이던 곳에 남았다. 세계수를 지키던 지킴이로서 세계수가 죽었다고 해도 그냥 떠날 수가 없었다. 20여 년이 지나자 고사한 세계수는 거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거기서 버티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기에 엘프들을 찾아 역시 여행했는데 남쪽으로 떠난 자들 대부분은 몬스터에게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마기에 잠식되어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세계수의 가호를 받지 못한 엘프는 굶주린 각종 몬스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망을 쳤지만 결국은 갈 곳이 없었고 그나마 안전한 곳은 그들이 야만인이라 칭하는 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거기에는 원시인으로 보이는 야만인들이 있었다. 엘프들은 그들과 합류한 예도 있고 싸우다가 사로잡혀 노예가 되기도 했다. 일부 엘프는 인간과 짝을 짓기도 했다.
엘프와 야만인의 혼혈은 야만인보다 키가 컸고 외모도 훨씬 뛰어났다. 지금의 인류와 외형이 비슷했다. 하지만 엘프 특유의 뾰족한 귀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은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에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나 마기에 잠식되지 않았다.
인간들이 살던 야만의 영역은 갑자기 더워진 탓에 질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인간도 죽어 나갔고 엘프도 병에 걸려 죽어갔다. 그나마 엘프와 인간의 혼혈만이 질병에 잘 버티지만 역시 그들도 마찬가지로 죽어갔다. 그렇게 지옥과 같은 아비규환이 몇십 년간 지속되고 그러는 사이에 차츰 안정되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생존한 인간, 주로 엘프와 인간의 혼혈이나 그들의 후손만이 살아남았다. 야만인이건 엘프이건 순혈들은 마기에 잠식이 되어 질병을 앓다가 사실상 멸종하고 말았다. 멸종한 엘프들은 인간들 사이에 문명을 전파했다. 혼혈인 후손들에게 자신이 알던 것들을 가르쳤다. 가장 먼저 엘프의 언어를 인간들 사이에 전달했다. 순수한 엘프의 문자와 마법의 문자인 룬어를 전파했다.
그러면서 농경술, 의술, 식생활을 전파하고 각종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 주었고 궁극적으로 몬스터와 싸워서 승리할 수 있도록 마법, 정령술, 검술을 전했다. 하지만 엘프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다 전달하지 못했다. 혼혈들은 엘프보다 지능이 떨어졌고 마나를 다루는 능력도 떨어지고 정령 친화력도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