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51
9. 엘프의 유산 (8)
거기에 수명도 훨씬 짧았다. 엘프는 수백 년을 거뜬히 살지만, 인간은 고작 50~60년 정도밖에 살지를 못했다. 야만인들이 40년가량 사는 것에 비하면 길지만 너무나 짧았다. 그러 가지고 있던 책을 물려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그 책을 읽을 사람도 거의 없었다. 엘프어는 알지만 룬어는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유칼라드 왕국이 성립할 시기에도 각 지역의 말이 그런대로 통할 수가 있었다. 엘프어와 야만인의 언어가 섞였지만, 문자나 문법은 비슷했고 어휘만 달라 쉽게 동화가 되었다.
세계수의 지킴이인 엘프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엔리케 산으로 보이는 곳을 지나 다시 한참 동안 북쪽으로 갔고 쓰러진 세계수는 눈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세계수의 향기만이 주변을 맴돌아 그 아래 세계수의 잔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얼어 죽을 수는 없기에 다시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인간들 사이에 있을 수는 없어 인간들 세상과 동토의 경계 지대에 자리를 잡았고 그곳이 바로 이 동굴이었다.
인간의 세상은 인간과 엘프의 후손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강했다. 일부지만 정령과 계약을 맺었고 일부는 엘프의 검술을 전수받아 마나를 사용했다. 심지어 일부는 마법마저 전수받아 마법사가 되기도 했다.
바로 그들이 유칼라드 지역의 유칼라드 일족이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영지의 이름은 당시 엘프들 사이에 사용되던 이름이었다. 엘프들이 자신의 혼혈 후손에게 이름을 남겼고 그것이 부족 명이 되고 영지 명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
그들은 검술에 마법을 사용하면서 빠르게 주변 일족을 통합했고 어느 일족보다도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다. 마법이 퍼지면서 정령술은 그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정령술은 마법사에게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익힐 필요가 없었다.
엘프의 능력에 비해서는 미미하고 세계수의 가호도 없어 엘프의 수준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 같은 수준이지만 지역마다 그런 자들이 세력을 규합하여 지배자가 되었다. 정령사가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었고 검사의 우두머리가 사냥꾼을 통제했다.
하지만 정령사가 우위에 존재하는 상황은 계승의 문제가 생기면서 역전이 되고 말았다. 검사는 아들 대부분이 검사의 재질을 이어받지만 정령사는 제대로 계승이 되지 않았고 부족에서 한두 명만 정령 친화력이 있어 계약할 수 있었다. 결국에는 모든 권력은 검사들에게 넘어가고 정령사는 주술사로 상징적인 존재만 되고 말았다. 일부 정령사는 상급 정령을 소환하면서 강한 권력을 휘두르기도 했지만, 그것은 당대에 한했다.
그런 것을 지켜보던 엘프는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살아남은 다른 엘프들과 교류를 했지만, 엘프는 사실상 멸종하고 말았고 끝내는 혼혈들만이 남게 되었다. 지킴이는 오랫동안 살았지만 다른 엘프는 모두 소멸했다. 엘프가 멸종하니 삶의 의지가 사라졌고 결국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혼자만의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신이 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세계수의 버금가는 능력을 획득하여 스스로 엘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세계수의 지킴이가 마법과 정렬술과 검술의 최고에 올랐지만, 신이 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세계수를 복원하기 위해 차기 세계수의 지킴이를 찾았지만, 그들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대륙 가운데를 가르는 산맥을 넘어 서쪽 지역까지 살폈지만 차기 지킴이의 종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반은 처음에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그에게 새로운 기억을 주입하는 것이니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런 기억이 들어오면 머리가 터지거나 뇌가 손상되었을 것이지만 그나마 환마의 기억을 가지고 현천 신공을 익힌 이반이기에 버틴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이반은 자신이 어느 사이에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보았다. 차기 지킴이가 가지고 갔던 세계수의 분신이 봉인된 아공간 반지였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그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 이해가 되었다. 차기 지킴이도 결국은 죽었고 그러다가 세상을 떠돌면서 흑마법사에게 전해졌고 마침내 이반에게 왔다.
그런 생각을 하던 이반은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걱정이 되었다. 정신을 잃은 지 최소 한두 시간은 지난 것 같았다. 스타치온에게는 외부에 약초를 캐러 간다고 말한 상황이었다. 늦게 들어갈 때 스타치온은 문제가 아니지만, 캐서린이나 엔젤라가 걱정을 했다.
이반은 그곳을 더 살펴보고 싶지만 돌아가기로 했다. 세계수의 지킴이 에레스쿠니아스의 기억을 이용하여 모든 함정을 해제하고 밖으로 빠르게 나갔다. 이반은 밖으로 나온 후에 역시 그의 기억에 따라 함정이 작동하도록 조치한 후에 위장까지 했다.
‘아직 사위가 어두워진 것은 아니니 대략 두 시간 정도 지난 것 같군. 설마하니 하루가 넘게 지나지는 않았겠지?’
환마의 기억에 잠깐 정신을 놓았는데 하루가 넘게 흐른 일도 있기에 그런 경우인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경우라면 걱정이 크겠지만 일단 빨리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반은 빠르게 남하를 했다. 그곳에 올 때는 여러 일을 수행하느라 한나절이 걸렸지만 갈 때는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무슨 이유인지 내공의 운기가 전보다 능숙해졌다. 그러니 속도도 빨라진 것 같았다. 다행하게도 영주관에 도착할 때 저녁 식사를 하기 직전이었고 하루가 지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캐서린에게 점심도 먹지 않고 외부에 싸돌아다닌다고 걱정하는 것만 들었다. 이반은 외부에 나가서도 점심을 굶지 않고 잘 먹고 다닌다는 말로 걱정을 일축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늘 외교관이 두리원 영지에서 복귀했다. 전에 말했지만, 그곳으로 도망친 영지민은 돌려받기로 했다. 그들이 론도에 도착하면 심사를 한 후에 적절한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두리원 영지와의 협상한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도미니크에 관한 것은 항상 초미의 관심사이기에 가족들에게 전파를 했다.
“아울러 미카엘이 도미니크의 도주를 돕고 흑마법사들을 비호한 것은 우리 영지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이기에 법적인 면에서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사례로 영주인 수카엘이 보유하고 있던 15권의 고서를 넘겨주기로 했다. 금전적인 것을 떠나 성의를 표시한 것이니 그것으로 그간의 일은 이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스타치온이 협의한 내용에 대하여 재차 언급했다. 이는 나중에 그 문제로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고서라고 하는데 어떤 것이죠? 왕국이 성립하는 시기에 기록한 것들입니까?”
“그보다 훨씬 이전, 룬어로 기록된 것들로 아직 해독하지 못한 것들이라. 전대 영주 시절에 두리원 산맥에서 고대의 유적지가 발견되었고 거기서 획득한 것이라고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네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더구나.”
“고대 서적이라면 그런대로 희귀한 것인데 어쨌든 성의는 보이는 것이군요. 금은보화처럼 의미 없는 재물도 아니고. 귀족의 체면을 차리면서 보상을 하는 방식이군요.”
“네 방에 가져다 두었으니 살펴보아라. 고대 문자라 해독은 불가능할 것이지만 그 자체로 가치는 있으니.”
이반은 두리원 산맥에서 유적지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듣자 얼마 전에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한 유적지에 관한 생각이 들었고 먼저 두리원 영지에서 획득한 사실을 깨달았다.
‘하긴 두리원 산맥의 지형을 보면 서쪽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산맥 사이의 계곡도 평평하여 사람이 살기에 유리한 편이지. 그렇다면 유적도 그쪽에 있을 것이 뻔하지.’
이반은 에레스쿠니아스의 기억을 더듬어 봤다. 엘프들이 이주하여 야만의 땅에 정착한 곳일 가능성이 컸다. 고대 서적이 남아있다는 것은 서적에 보존마법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태까지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친 이반은 다시 에레스쿠니아스의 동굴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가기로 했다. 굳이 서둘 이유가 없었다. 대신에 아공간 반지 안에 있는 룬어로 된 서적을 꺼내었다.
‘기초마법의 이해’
내용은 일종의 마법 입문서였다. 룬어로 기록이 되어 있었다. 룬어는 엘프의 언어가 아닌 마법의 언어였고 마법에 관하여 기록할 때는 룬어로 기록했다. 그것은 엘프에게 최초로 마법을 전해준 초월적인 존재인 드래곤의 유산이었다.
‘드래곤은 오래전에 멸족했다고 했다. 그들에게 마법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드래곤은 마법 종족답게 용언이라는 언령으로 모든 마법을 전개했다. 그런 마법을 풀어놓은 것이 룬어이다. 마법 수식과 마법 진을 풀이하려면 엄청난 분량이 필요하지만 룬어로 기록하면 몇 줄이면 된다.’
이반은 천천히 책을 읽어나갔다. 책 자체가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마법으로 원본을 제작하고 물질창조마법으로 복제를 했다. 그렇기에 책이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위조 방지 마법이나 보존마법이 걸려 있었다.
‘청년교육위원회에서 제작한 것을 보면 일종의 엘프 국가의 교육담 당 분야라고 할 수 있겠군. 세계수 지킴이가 엘프들의 최종 수장이지만 각 부족은 장로라고 하는 부족장들이 실질적으로 다스렸다. 물론 부족은 씨족이라고 하는 하위 조직이 있고 씨족 아래에는 마을이라고 하는 조직을 두고 있었다.’
이반은 그렇게 엘프의 사회에 대해 생각하면서 기초마법의 이해를 읽어나갔다. 내용은 일종의 내공 운용법과 내공을 이용한 마법의 전개를 구결 형식으로 풀이해 놓은 것이었다.
‘엘프의 마법이라는 것은 중원의 무공과 상당히 유사하군. 정령술도 마법과 별개의 것이 아니고 검술이나 박투술, 궁술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엘프와 야만인의 혼혈이 전개할 수 있게 하도록 마법, 검술, 정령술로 구분해 놓았다.’
이반은 마법 서로 알았던 책이 무공서적이라는 것을 알자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이 해석해 놓은 것도 문맥이 맞지 않았다. 무공으로 해석을 해야 하는데 마법, 그것도 서클 마법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엉뚱하게 해석했다. 물론 마법을 다룬 것이지만 기본은 무공이었다. 그것도 내가 기공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심검에 이르는 무공이었다. 이반이 화경에 달한 환마의 기억이 있어서 이해되었다.
‘심즉생, 심즉살이라는 경지를 다양하게 응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는 선천적으로 상단전이 개방된 자들이나 가능한 일인데 엘프라는 종족은 모두가 천무지체인가?’
환마의 기억에 천무지체가 있는데 그런 신체는 날 때부터 기경팔맥이 개방되어 있고 임독양맥도 타통되어 있으며 천지현관이라는 상단전도 개방이 되어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엘프의 지킴이, 에레스쿠니아스의 기억을 본다면 사실인 것도 같은데. 정말 그런 자들이라면 천신의 후예이자 요정의 화신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정령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고 세계수의 가호로 인해 풍족하기 그지없고 여기에 검술과 궁술은 조금만 노력하면 절정의 경지에 들었고 수명도 수백 년이 되어 다들 초절정에 이르고 화경에 이른 자가 수백을 헤아렸다니. 하지만 이들도 마기가 침입하니 맥을 못 추었다.’
책을 다 읽은 이반은 그 책에 나온 무리가 초절정의 경지라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이 세상의 기준으로 말하면 마스터 초입이나 비슷했다. 여기에 에레스쿠니아스나 일부 강자는 자연경의 경지, 현경의 경지,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다.
‘심법은 마나 운용법이라는 명칭인데 서클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방식보다 무공처럼 마나 코어를 하단전에 형성했다. 아울러 오행 신공이나 태양 신공 같은 특수한 형태의 내공을 익혀 속성의 능력을 가미했다. 서클을 만드는 방식은 마나 친화력이 떨어지고 언령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자들이 익혔다. 그것을 혼혈이 되면서 재질이 떨어지는 자들에게 전수한 것이다.’
이반은 서클 마법이 언령 마법보다 하위의 기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가 흑마법 이전에 존재했던 신의 마탑의 마법이 이해되었다. 신의 마탑에서 익히는 마법이 엘프의 마법과 유사한 면이 있었다. 그러니 정신 마법이라는 반쪽짜리 마법만 남았다. 거기서 흑마법으로 넘어간 것은 모산파의 장안술이 사파로 넘어가서 사악한 사도의 수법이 된 것이나 유사한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