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58
11. 악연정리-도미니크의 최후 (2)
워프 게이트 입구에서 가족을 마주하자 로위나가 제일 먼저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세레나도 그간의 아쉬움을 표하면서 반가워했지만, 형이나 형수는 어색한 기색을 보였다.
“작년에 결혼했다면서요? 축하해요. 가야 했는데 가을 몬스터 토벌이 진행 중이고 워프 게이트로 오려면 혼자 올 수도 없는 실정이라 움직일 수가 없었어. 옛날에 한 번 뵈었죠?”
이반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 아직 레이는 엑스퍼트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연말이나 연초에 가능할 것도 같았다. 상황을 봐서 약간의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먼 거리이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키는 나와 비슷하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반이 확실히 컸다. 레이는 180cm 정도가 되어 보였다. 이미 성인이 되었기에 조금 더 크는 정도였다. 반면 이반은 185는 넘었고 아직도 나이가 어리기에 계속 성장 중이었다. 체형 자체를 보면 레이는 아버지 로엔과 닮았고 이반은 외가인 엔리케 가문의 사람처럼 골격이 장대했다.
“형도 벨라 백작님에게 인사는 하고 가야지.”
그렇게 말하고 영주관으로 안내를 했다. 로엔 자작은 오지 않았지만, 귀족들의 행차였고 해당 영지의 영주에게 문안 인사를 하는 것이 예법에 맞았다. 그들은 워프 게이트 옆에 있는 영주관으로 이동했다.
“오빠는 완전히 어른이 다 된 것 같아.”
로위나가 옆으로 다가와서 소곤댔다. 오랜만에 보는 것이지만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도 이제 숙녀가 되었는데. 조만간 결혼한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잘 지냈지?”
“헤헤, 나야 뭐 집에서 잘 지냈어. 헨리도 오고 싶어 했는데 아버지가 영지에 남으라고 해서 좀 삐졌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내가 가든지 헨리가 오든 만날 기회가 있겠지. 자,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고 영주관에 가서 절차를 밟았다. 사전에 면담을 청해놓았기에 바로 안내가 되었다. 그들은 가볍게 인사를 했다. 특별한 용건이 없기에 간단히 차나 한잔하고 자리를 파하였다. 레이도 그런 자리에서 제 역할을 수행했다. 소 영주가 되어 영지의 일을 해서 그런지 능숙했다.
“형은 마차에 같이 타. 나는 그냥 말을 탈 것이니.”
이반은 가족과 같이 이동하고 싶기도 했지만 더운 여름에 좁은 마차에 끼어 가고 싶지는 않았다. 더구나 형수가 있어 편하게 있지도 못할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이반이 있으면 형수도 편하게 있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세라톤 남작령의 영도에 오후에 당도했고 적당히 영주와 인사를 하고 영빈관에 머물렀다. 저녁 식사를 영주 일가와 같이 하면서 교분을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주로 이반이 상대했다. 다음날 일찌감치 출발하여 역시 헤세라 영지에 오후에 당도했고 거기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거기서 이반은 내키지 않은 사람을 한동안 상대해주어야 했다.
“연초 성인식을 하는 데 참석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인접한 영지이기에 성인식을 다녀와야 했지만, 그때는 스타치온과 캐서린 부부가 1박 2일로 방문했다. 이반은 자신이 방문하면 혼담이 거론될 것 같아 가기를 거부했었다.
“남작님과 남작 부인께서 오셨으니 오히려 더 영광이죠. 그보다 몇 번 통신을 요청했는데 통화를 하지 못해 아쉽군요.”
어투는 조용히 말하는 것 같지만 어감으로 보면 왜 자신을 거부하는지 따져 드는 것 같았다.
“주로 외부에 나가 있는 상황이라 통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특별히 나눌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것도 1년 반 전에 한 번 인사를 나눈 사이에 불과한 상황이고요.”
이반은 스칼라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음을 내보였다.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지만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지금도 제 뜻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지 노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이런 여자는 내가 불편해. 그렇다고 무례하게 대하면 원한을 품어 더 피곤할 수도 있어. 여자가 한을 품으면 그것도 피곤한 일이니.’
이반은 최대한 참으면서 스칼라를 상대했다. 싫은 기색을 내보이지만 무례하지 않도록 예의는 지켜야 했다. 그렇기에 잔뜩 긴장한 상태로 토씨 하나까지 신중하게 언급했다.
“저 여자 누구야? 왜 오빠를 찾아왔어?”
적당히 대화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로위나가 궁금한지 물었다. 오빠가 여자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니 궁금한 것 같았다.
“헤세라 자작님의 영애 스칼라, 전에 다른 영지에 갔다가 인사를 했는데 다시 보니 반갑다고 잠깐 안부를 물었어.”
“무슨 사이인데?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던데.”
“전에 혼담이 오고 갔는데 별로 내키지 않아서 거절했거든. 나이도 나보다 한 살 많고. 기사들 말로 나이 많은 여자는 피곤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거기다 성격이 꽤 직설적이고 조금 수다스러운 면이 있어. 내가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잖아.”
이반은 캐서린이나 엔젤라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을 그대로 다 말했다. 로위나는 그런 이야기에 재미난 표정이 되었다.
“싫으면 어쩔 수 없지. 멀리서 봐도 잔뜩 열 받은 것이 그냥 그대로 보이더라. 피곤한 스타일인 것 같아. 오빠는 귀찮게 하는 사람 싫어하지?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이반은 다른 오빠들과 달랐다. 또래의 귀족 가 여자들과 마법 통신을 하고 지내는데 조금만 친해지면 언니, 오빠, 동생을 흉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반이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자기 할 일 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잘해줄 사람이지. 동생 보살피듯이. 그런 여자를 찾는 거야?”
로위나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았다.
“그런데 그런 여자는 없어. 아무리 다소곳해도 여자는 여자야. 샘도 많고 질투도 많고. 여자의 내숭에 속으면 안 돼. 차라리 강짜를 부리는 여자가 편할 수 있어. 뚱한 표정으로 말없이 시위하는 여자가 얼마나 피곤한데.”
그러면서 로위나의 시선이 형네 부부가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말하는 것을 보면 형수에게 뭔가 불만이 있어 보였다.
“알았다. 뭔가 문제 있어?”
이반은 기막을 치면서 로위나에게 물었다. 험담하는 것을 들으면 좋지 않을 것이니 들리지 않도록 조치했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레이 오빠가 조금 허당끼가 있어 일을 저지르는데 아빠 성격에 그걸 바로 말하는 편이고. 그럴 때마다 분위기가 좀 그래. 대놓고 표를 내니 엄마나 아빠도 불편한 것 같고. 은근히 피곤한 스타일이야. 헨리는 그걸 아는지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겠지만 당사자는 피곤한 일이었다. 로위나와 한동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들어갔고 바람을 쐬러 나온 레이와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다.
“형수랑 문제가 없어? 오늘은 말을 타고 이동했는데.”
레이도 세라톤 남작령에서 출발할 때 예비 마를 타고 이동했다. 그러는 이유는 마차가 답답해서 말을 타고 이동한다고 했지만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특별한 것은 없어. 그냥 여자들 사이에 있으려니 불편해서. 더구나 엄마와 로위나만 말을 하는 편이고. 네 형수가 조금 말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럴수록 같이 있으면서 같이 어울리게 해야죠.”
“그게 참, 그렇다. 내가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 내가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아. 영지 일을 하는데 맘대로 되지 않아. 해놓고 보면 뭔가 문제가 생기고. 답답하다. 그럴 때마다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이 되니.”
영지 일은 검술 실력보다 행정이 주였고 그런 분야에 능숙하지 못한 레이는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로엔 자작에게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모습에 형수가 불편한 기색이니 레이는 더 위축된 것 같았다. 영지에 당도한 이후에 전처럼 세레나나 로위나는 캐서린이나 엔젤라와 시간을 보내었다. 이반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자리를 했다.
“몸에 좋으니 먹어. 엄마도 미용에 좋으니.”
이반은 까만 단약을 내밀었고 로위나와 세레나는 내키지 않은 기색이지만 그래도 거부하지 않고 먹었다. 이반이 몸에 좋다고 하니 그냥 믿은 것 같았다.
“자기 전에 적당히 몸을 움직여 주면 약이 훨씬 빨리 스며들 거야. 대신 내가 약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말고. 알려지면 문제가 되니.”
이반은 로위나와 세레나가 약을 먹는 것을 살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어떤 효과를 낼 것은 아니지만 몸에 좋을 것 같았다.
“기분은 좋은데.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나도 그런 것 같은데. 여행하느라 생긴 피로가 다 풀린 것 같다. 몸 안 좋으면 먹게 몇 개 줘.”
로위나와 세레나가 그저 소화제와 같은 것처럼 단약을 생각했다. 이반은 차라리 그것이 좋을 것 같아 귀한 것이라는 말만 하고 이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전에 준비한 것을 주었다. 자주 만날 수 없으니 상비약으로 주었다.
“이거나 먹고 자기 전에 조용히 몸을 풀어줘. 아니다 형의 검술 실력이 어떤지 보자.”
이반은 약을 먹게 한 이후에 연무장 한쪽에 있는 실내 연무장으로 데리고 갔다. 마법 등을 켜고 레이에게 검술을 전개하도록 했다. 이반도 잘 알고 있는 그룬힐트 가문의 비전 검술이었다. 레이는 달리 말을 하지 않아도 반복하여 검술을 전개했다. 뭔가 달라진 것을 아는 것 같았고 곧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엑스퍼트가 되는 것 같았다. 레이는 벽에 부딪힌 상황이라 약간의 자극에도 그 벽을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룬힐트 가문의 검술은 중급으로 엑스퍼트 상급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다. 몇 군데 손을 본다면 상급 검술이 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도움을 주자.’
이반은 레이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레이도 마침내 무아지경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게 뭐야? 무슨 약이야? 갑자기 마나가 증가하다니?”
“마나가 약간 증가하는 정도에 불과해. 그래도 마력 포션이니 어디 가서 말하지 마. 아버지에게도 하나 전달하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되는 것 알지? 특히 형수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이건 형이 미용에 좋다고 형수에게 하나 전달해 줘.”
이반은 조만간 전쟁이 날 것이고 로엔도 출정할 수 있기에 약을 하나 전달해 주라고 했다. 그런 다음 형수가 맘에 들지 않지만 로위나나 세레나에게 주었던 단약과 같은 단약을 전달했다.
“일단 씻고 몸이나 추슬러. 며칠간 마나 운용에 주의하고.”
이반은 괜히 생색을 내는 것 같아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레이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검술을 전개한 상황이라 그런지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고 있기에 씻는 것이 급했다.
“영지의 일에 이렇게 관여해도 문제가 없어?”
레이는 이반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맘대로 하는 것에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어린 이반의 지시에 행정관들이 불만이 없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모습이 신기한 것 같았다. 기사단이나 영지 군 관련한 일까지 처리하는 것에 의아한 기색이었다. 레이의 경우에는 일반 행정은 관여하게 하지만 기사단이나 영지 군에 관련된 일은 아직 관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별한 일도 아니고 통상적인 일인데 문제가 될 것은 없어. 사전에 할아버지와 이야기가 된 내용이고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견을 내세울 필요도 없고.”
이반은 무슨 말인지 알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로위나와 세레나에게 레이가 어떤 처지인지 들었기에 모를 수 없었다.
“넌 듣기만 해도 어떻게 할지 바로 판단이 되는 거야? 나는 행정관들이 말하는 내용이 파악되지 않던데. 더구나 보고한 내용도 전부 다 말하는 것이 아니어서 나중에 보면 문제가 되는데. 아버지는 생각이 없다고 짜증부터 내고.”
“여기도 마찬가지이지.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쏙 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그래봤자 손바닥 안이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훤히 보인다고 할까?”
이반의 말에 레이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말로 설명하지 않지만 모르면 안 되는 내용, 레이는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매번 혼이 나는데 이반은 그것을 다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