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63
12. 친위조직 (1)
헤세라 영지에서 장원에 살던 자들이 몰살을 당한 사건이 벌어지고 두리원 영지에서 파라운트의 배일리프 일가가 죽고 파라곤 영지에서 스콜라 용병단이 사라지고 장원 하나에서 유혈참극이 빚어진 정도는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영지 내부에서는 다소 시끄러운 일이지만 외부에는 공표가 되지 않았다.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는 말처럼 이반은 은밀하게 사건 처리 과정을 살폈지만 보통 영지 내부에서 벌어진 평범한 사건으로 처리가 되었다. 그냥 좀 큰 살인사건 정도로 취급했다. 세 사건을 하나로 연결 짓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다 단순한 원한으로 누군가 잔인한 일을 저질렀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기에 미결사건이 되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흑석산의 산채에서 140명이나 죽어서 매몰된 일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도미니크나 흑마법사들의 일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추살령이 떨어진 도망자들이니 그들이 모두 실종되었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실종이 되었기에 알지 못했다. 이반은 영주관에 복귀한 이후에 조용히 며칠을 보내다가 던파스 평원으로 가서 몬스터를 토벌하면서 도로를 개설하는 일이나 몬스터 사냥꾼을 위한 쉼터의 개설을 살피기로 했다.
“아주 좋군요. 몬스터가 몰려와도 버틸 것 같습니다.”
이반의 부관 겸 호위대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일리안 부단장이 이번에도 동행했다. 영지를 방문했던 그룬힐트 일가를 벨라 백작령의 워프 게이트에 데려다주고 복귀한 지 5일 만에 다시 외부로 동행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가장 편하게 동행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 정도면 작은 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우거나 그리즐리 베어처럼 거대 몬스터가 나타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그런 몬스터를 타격할 수 있는 대형 발리스타를 10여 개 배치할 예정입니다.”
일리안 부단장이 말하는 것을 이반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이반이 세부 계획까지 세운 내용이지만, 재차 보고를 했다. 영주관에서 이반과 스타치온이 매일 영지의 일에 대해 논의하지만, 그 내용에 대하여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자리에는 누구도 배석하지 않고 둘이서 대화를 나누었다.
“전초기지 주변에 방벽을 만들고 병사들을 시켜 농사를 짓도록 할 예정입니다. 향후 어떤 농사가 적당할지 살피고 병사들이 먹을 채소 정도는 자급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아, 그래서 저기를 저렇게 방책을 만드는 것이군요. 본격적인 개발을 하기 전에 실험한다는 말이군요.”
“여기는 펠리시안과 직선거리로 20k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엔리케 산맥 북쪽이고 토질도 차이가 있기에 펠리시안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작이 가능하다면 이 근방에 개척촌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개척촌이 개설되면 상인들이 와서 용병들을 상대로 각종 상행위를 하기에 별도의 보급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었다. 제일 먼저 놀고, 먹고 하는 유흥시설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용병들의 대다수가 쉬는 시간에는 유흥으로 탕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몬스터 사냥꾼들의 거점이 될 수도 있겠군요. 몇 개의 경비초소를 두고 내부는 용병을 고용하여 경비를 맡기면 되겠군요.”
“그렇게 하려면 펠리시안 요새에서 이곳에 이르는 도로를 정비하여 마차가 다닐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아직 몇 군데 구간을 정리하지 못했지만, 마법사를 동원하여 작업하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물론 길이 뚫리면 몬스터도 그만큼 쉽게 요새로 올 수 있어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요. 관문을 만들 것입니다.”
“영지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일이니, 실패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펠리시안 요새가 돌파당하면 수백, 수천의 영지민이 희생될 수 있고 심하면 동부의 수만 명이 위태로울 것입니다.”
넓은 길은 몬스터 웨이브가 발발하면 몬스터의 통로가 되기에 위험했지만 밑에서 막아내야 했다. 그럴 자신이 있기에 시행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어긋나면 재앙일 수도 있었다. 물론 이반이 그곳에 있다면 그럴 자신이 있지만 언제나 그곳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반이 없어도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야 했고 그것이 영지의 힘을 키우는 길이었다.
이반은 저녁이 되면 마법을 익히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경공도 이동하는 속도를 높여 주지만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그것을 극복하는 길은 공간이동 마법이었다. 이형 환위의 원리와 유사한 블링크는 전개가 가능했다. 하지만 블링크는 눈에 보이는, 생각이 미치는 곳까지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야간이나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심안을 터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어검술에는 수어검, 목어검, 심어검이 있다. 손짓하여 검을 전개하는 수어검이나 눈으로 보면서 전개하는 목어검은 그 경지가 모호하다.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목어검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목어검에서 심어검으로 넘어가는 것은 몇 번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것처럼 블링크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감지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마나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야 가능하다.’
야간에 블링크를 전개하는 것은 심안을 획득해야 가능했다. 기, 마나로 주변을 감지하고 거리의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처음에는 50m 정도를 도약할 수가 있었지만, 차츰 노력하여 5km 정도까지 확대했다.
‘문제는 마나 유동이다. 마나 유동을 없애지 않으면 마법사가 있다면 들킬 수가 있다. 100m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마나 유동이 없지만, 그 이상을 이동하면 마나 유동이 발생한다. 거기에 시간도 정체가 되어 약점이 노출된다.’
이반은 한동안 전초기지 주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만 살피면서 마법 연습을 했지만, 점점 그 경지가 높아지면서 활동하는 공간도 확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넓게 반경 전체에 기감을 퍼트렸지만, 이제는 방향성을 가지고 직선으로 좁게 심안을 운용했다.
그 결과 기감이 미치는 거리가 빠르게 확대가 되었다. 가까운 곳은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을 살피고 그런 이후에는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좁게 탐색했다. 그렇게 하자 10km를 넘는 거리도 감지할 수 있었고 그곳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블링크를 익히면서 전에는 방안에서 나갈 때 시선을 신경 써야 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되니 편리했다. 전초기지에 있는 자신의 거처를 블링크로 벗어났다. 대략 2km 떨어진 곳에 나타난 이반은 세틀랜드 반도 쪽으로 이동을 했다.
무려 여섯 번 정도를 쉬지 않고 블링크를 전개했다. 확 트인 공중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기에 10km 정도까지 이동할 수 있었고 용감한 어느 용병단의 야영지에 당도했다. 야영지에 피워놓은 불빛이 보이기에 호기심에 접근했다.
모닥불을 피우면 강한 몬스터를 끌어들이지만 약한 몬스터는 접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한 몬스터의 경우에 알람 마법을 전개하면 멀리서도 알 수가 있었다. 전초기지에서 50km 이상 떨어진 장소였다. 거기에서 야영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몬스터가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번에 온 제안을 어떻게 생각해?”
“전쟁을 대비하여 7대 상단 중의 하나인 머찬트 상단에서 호위 용병을 모집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다른 상단도 그럴 것 같고요.”
“그것도 좋지만 그럴 바에는 중앙징병검사소에 가서 실력을 검증받고 기사가 되어 전쟁에 나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우리가 이렇게 몬스터 사냥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고 한편으로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상단 호위를 한다고 실력이 느나?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차라리 전공을 세워서 작위를 노리지.”
불침번을 서는 자가 속삭이듯이 이야기를 했다. 나이는 20대 중반인데 엑스퍼트 하급에 달하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렇기야 하지만. 이 실력으로는 영지에서 기사서임을 받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고. 되더라도 용병 출신이라 어렵고.”
“상단에서 하는 일은 군수물자 수송을 호위할 것인데 전방에 가면 습격을 받아 죽기 마련이라고 하더라. 그냥 여기에 남아. 오크야 수월하게 잡고 트롤 정도는 우리 두셋 정도만 모이면 상대할 수 있고 그것도 하다 보니 실력도 늘고 요령도 생기잖아. 그냥 잘하는 것 해. 한 3년만 고생하면 은퇴해서 먹고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잖아. 운 좋으면 벽도 깰 수도 있고. 한 10년 하다 은퇴하면 여기서 장원하나 정도 구할 수도 있잖아.”
몬스터 사냥에 나서는 엑스퍼트 검사들이 버는 돈은 한 달에 수십 골드에 달했다. 1년이면 수백 골드이고 3년이면 1천 골드를 상회했다. 그 금액이면 농사를 짓지 않고 땅을 사서 소작을 주고 소작료만 받아도 가족들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었다.
‘용병 중에 엑스퍼트 검사들을 기사로 서임하여 꾀어 가면 골치가 아플 수도 있겠는데. 돈만 충분히 있다면 신분 상승을 노릴 수도 있으니.’
용병들보다 기사의 녹봉이 적은데도 서로 하려고 하는 것은 신분이 보장되고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전쟁에 참전할 때 살아남기만 하면 기사 신분을 영원히 보장받을 수 있고 공을 세우면 귀족이 될 수도 있었다.
이반은 그런 사실을 떠올리자 전쟁이 영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 좋은 용병이 전쟁터로 떠난다면 몬스터를 막는데 지장이 생길까 걱정이 되었다. 이반은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남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남동쪽에 하얗게 빛나는 높은 산봉우리가 보였다. 여름이지만 산 하부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이반은 다시 블링크를 전개했다. 최대한 먼 거리로 이동했다. 무리할 정도로 의념을 확장하여 자신이 이동할 수 있는 최장 거리를 이동했다. 그런 다음 이동한 거리를 가늠했다.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것은 거리를 잘게 쪼개면 되기에 어렵지 않았다. 대략 15km 정도가 되는 것 같았다.
여유를 두고 전개하면 10km 정도인 것 같았다. 반면 15km 정도, 그렇게 최대 거리로 전개할 때 5분 정도 휴식을 취해야 다시 전개할 수 있었다. 다섯 번을 전개한 이후에야 세틀 산의 기슭에 당도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가까워 보이지만 직접 다가가니 꽤 먼 거리였다.
아직도 서너 번은 더 가야 높은 산 정상에 당도할 것 같았다. 이반은 아공간에 챙겨놓은 겨울용 옷을 꺼내서 갈아입었다.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여름에도 한겨울 날씨가 되기에 방한이 잘되는 옷이나 모자 등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산은 경사가 있고 봉우리가 겹쳐 있으니 산중에 들어가는 것은 만만치가 않구나. 거기다 산이 가로막고 있으면 심안도 통하지를 않으니 뒤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좌표를 계산하여 이동하는 텔레포트는 그 원리만 알지 사용이 쉽지 않고.’
천재였던 환마의 두뇌와 차이가 없지만, 이반은 텔레포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식을 이해하고 좌표를 계산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응 마법 진을 그린다면 그나마 수월하게 전개할 수 있지만, 그것은 좌표를 계산하는 것 못지않게 복잡했다. 오히려 더 실력이 뛰어나야 가능했다.
이반은 마침내 세틀 산의 최정상에 올랐다. 마법을 이용하여 산의 높이를 계산하니 해발고도가 대략 7,500m 정도가 되었다. 정확히 계산하지 않았기에 오차는 있을 것이지만 500m 안팎일 것 같았다. 환마의 세상에서 그 정도 높이라면 새외 천산의 높이였다. 그보다 더 높은 산이 서장에서 천축으로 넘어가는 곳에 있지만 어쨌든 엄청나게 높은 산이었다.
‘산 위에서 보니 사방으로 백 리 이상이 하얀 설원이구나. 하지만 몇몇 장소는 지대가 낮아서 그런지 파랗고 거기에 운무가 서려 있구나. 실로 장관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겨울이면 엔리케 영지도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지만.’
이반은 한동안 정상에서 주변을 살피다가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무려 다섯 개나 있는 것을 알고 그것을 마법 영상으로 담았다. 나중에 산의 모습을 지도로 남길 필요도 있어 보였다. 이반은 아공간에서 책을 꺼내 읽어 나갔다. 최근에 공간 마법을 배우면서 수학 실력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법사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텔레포트 마법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더욱 고차원적인 수학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