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65
12. 친위조직 (3)
“이걸 해독했다고? 룬어를 읽는 것은 마법사만 가능한 것 아닌가? 마법사도 일부만 해독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엘프들이 남긴 서적은 아직 완전히 해독한 책이 없다는데.”
스타치온에게 ‘기초 마법의 이해’라는 책을 해독할 수 있다고 말하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반이 다른 사람과 달리 뛰어나지만, 그 정도일지는 몰랐기에 이번에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룬어는 어려운 문자이고 어려운 말이지만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만 이해하면 해독할 수 있습니다. 모호한 부분은 책을 읽다 보면 이해가 되고요.”
그러면서 이반은 전날 열심히 해석하여 만든 주해서를 보여주었다. 주해서만 안다고 하여 바로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해서에 언급되지 않은 일종의 밀결을 알아야 수련할 수 있었다. 내용이 유출될 것을 대비하여 주해에 넣지 않았다.
“일단 룬어로 된 서적 일부를 무조건 외우게 한 다음에 주해서도 마찬가지로 토시 하나 빠지지 않게 달달 외우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각자에게 풀이하도록 하고 미흡한 부분은 보완해줄 것입니다. 익혀야 할 것은 마나 운용법, 검술 하나, 마법 두 가지, 총 네 가지입니다. 제대로 해석한 것은 8가지 목차 정도입니다.”
이반은 전부 다 해독했고 대부분 전개도 가능하지만, 일부러 초입 부분만 해독했다고 밝혔다. 실수로라도 그런 사실을 말할까 염려가 되기에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며칠 후면 몬스터 사냥을 할 50명의 지원자가 훈련을 마칩니다. 그중에 35~40명 정도를 선발할 것입니다. 적당한 자가 없다면 그 이하로 선발할 수도 있고요.”
“그거야 네가 알아서 정하면 될 일이니 알아서 해라. 그런데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엘프들은 검술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했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한 것이냐?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인간은 엘프가 아닌데 그게 가능할까?”
이반은 고대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지, 말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믿어줄지 고민을 했다. 대략 어떻게 말할지 정하고 설명을 해나갔다.
“룬어를 읽을 수 있기에 다른 사람이 해독하지 못하는 고대의 서적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엘프가 사라진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반은 서두를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 다음에 갑자기 지축이 뒤틀리면서 따뜻한 곳이 추워지고 추운 곳이 더워지는 상황이 벌어져 세계수가 죽어간 상황에 대하여 설명했다. 중원은 땅이 평평하다고 알려졌지만 이 세계는 땅이 둥근 구이고 태양을 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또한 지축이 기울어진 탓에 계절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보편적인 지식이었다. 이반으로서는 한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논리적이었다. 그 때문에 엘프가 살던 엔리케 산맥 북쪽이 동토가 되고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던 엔리케 산맥 이남은 비슷해졌지만 추운 지방이던 남부는 갑자기 더운 지방이 되고 말았다.
“엘프가 살던 시기에 엔리케 산맥 이남에는 야만인이라 칭하는 인간의 조상이 살고 있었습니다. 두 종족은 좋아하는 기후가 다르기에 큰 충돌이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인간에 비해 키가 훨씬 작았지만, 추위에 강했다고 합니다.”
“엘프들이 엔리케 산맥 남쪽으로 이동을 했고 야만인들의 일부는 북쪽으로 이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어 엘프와 야만인이 중간 지점에서 마주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더구나 갑자기 마기마저 퍼지면서 동물에서 변이된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엘프와 야만인들도 마기에 침식이 되어 멸종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지금의 인간은 어떻게 나타난 것이냐?”
스타치온은 두 종족이 사라지게 되었다면 난데없이 현재의 인류가 나타난 것이 이상해서 물었다.
“어떤 연유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아마도 한쪽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드는 상황이 벌어져 혼혈이 생겨났습니다. 아니면 배우자가 사라져 이종족일지라도 짝을 짓거나 말입니다. 아수라장이 벌어지니 별 이상한 일이 다 벌어졌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엘프와 야만인의 혼혈은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나서 생존할 수가 있었습니다. 엘프와 인간의 혼혈이 생겼고 그들은 엘프인 엄마나 아버지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반은 그렇게 말하면서 유칼라드 왕국의 언어나 파사칸 왕국의 언어가 유사한 것인지, 문명의 수준이 비슷한 것인지 설명을 했다. 또한 검술이나 마법의 출현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혼혈들이 멍청해서 엘프의 마나 운용법이나 룬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말이구나.”
“그런 면도 있고 수백 년 사는 엘프가 배운 것을 짧은 시간 동안 익히는 것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재앙이 터진 지 100년 정도 지난 후에 순혈의 엘프나 야만인은 사실상 멸종하고 혼혈들만 생존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일부 남은 혼혈들이 살아남아 지금의 인류가 되었다고 합니다.”
에레스쿠니아스의 기억과 기록을 참조하여 적당히 각색하여 이후의 상황을 설명해나갔다.
“엘프의 마나 운용법은 마법, 검술, 정령술이 하나로 되어 있는데 당시에도 재질이 떨어지는 자들을 위해 한 가지에 특화된 마나 운용술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법은 서클 마법이 그것이고, 검술은 검식과 마나 운용법이 하나로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령술은 정령 친화력을 가진 자가 간단하게 해당 속성의 정령을 소환하여 계약했고요.”
이반의 설명에 스타치온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논리적으로 아귀가 딱 맞는 내용이라 부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고대의 책이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런 것이 사실일 수도 있었다.
“인간이 엘프의 혼혈이기에 엘프의 마나 운용법을 익힐 수가 있다는 말이냐?”
“그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검술이나 마법을 익힌 자는 익힐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평민의 아이, 그것도 검술을 익히지 않은 사람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기사나 관리들의 아들은 어릴 때부터 검술을 익히니 말입니다.”
“그러면 엘프들은 왜 혼혈에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냐?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인데.”
“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엘프의 몸은 워낙 순수했고 혼혈은 달랐습니다. 거기다 마기마저 요동을 치던 시대라서 어쩔 수가 없었죠. 저야 나름대로 고대 문서를 해독하면서 방도를 찾았고요. 남과 다르게 마나를 다룰 수 있고요.”
“음, 하긴 너는 올 때부터 달랐지. 오래전부터 엘프의 마나 운용법을 익히고 있는 것이겠지?”
스타치온 뭔가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반이 뛰어난 것이 그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궁술이 뛰어난 것도 그런 면에서 이해가 되었다. 엘프들의 특징이라고 알려진 것이 정령술과 궁술이었다.
“그러니 그룬힐트 검법이나 엔리케 검법이나 자유롭게 익힐 수가 있고 검술의 장단점도 바로 파악을 했을 것 같구나. 네 덕분에 요사이 뭔가 길이 보이는 것 같은데 그것도 엘프의 수련법과 연관이 있는 것이겠지?”
이반이 스타치온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자 다시 한번 부가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오해할 여지가 충분했다. 올 때부터 강한 것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나한권이나 각종 유연성 훈련도 엘프의 수련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반은 아니라고 부정하기로 애매하여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편리한 점도 있어 보였다.
“룬어나 주해서를 공개하고 이후에 개별적으로 보완을 해준다고 해도 엘프의 마나 운용술이나 검술, 마법이 유출될 수가 있는데 걱정이 되는구나. 이런 것이 알려지면 마탑이나 귀족들이 꺼릴 수도 있고.”
“유출이야 되겠지만 입문을 하려면 일종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그 각성 과정이 마법사가 서클을 만드는 것이나 정령사가 계약을 하기처럼 어렵습니다. 마법사는 4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서클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마나를 모아서 혼자 서클을 만들면 3~4년은 걸린다고 하니까요. 그것처럼 강제 각성을 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평생을 수련해도 각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강제 각성을 시킬 능력을 갖춘 사람은 저 외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것은 사실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고 진짜는 강제 각성이라는 말이구나. 엘프와 체질이 달라서 강제 각성을 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지. 넌 운 좋게 강제 각성이 아닌 자연 각성으로도 각성이 가능했고?”
“그렇습니다. 인간에게는 마나 코어가 세 군데 있습니다. 한 곳은 알고 있을 것이고 다른 한 곳은 바로 이곳, 마법사들의 마나 코어입니다. 다른 한 곳은 정수리, 머리에 있는데 하늘의 문입니다. 이 두 곳 중에 하나 정도가 개방되어야 하는데 자연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너만 가능하다면 당분간 퍼져나가는 것은 예방이 되겠지만 강제로 각성한 애들이 성장하면 가능한 것 아니냐?”
“그들이 그 정도 되려면 룬어를 해독하여 그와 관련된 책을 스스로 익혀야 하는데 쉽지 않죠. 그건 그때가 되면 생각하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른 자들이 강제 각성을 시켜줄 능력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그런 능력을 갖춘 자는 고위 마법사나 무공을 익혀 화경에 든 자들이었다. 1군단장이자 소드마스터인 킴벨 누아스 후작은 데아트라 영지에서 파사칸 왕국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집무실로 두 사람이 방문했다.
근 1년 동안 파사칸 왕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국무경 프랄린 자작과 군국경 데릴로 자작이었다. 유칼라드 왕국은 부처마다 부처의 수장인 ‘공’이 있고 그 아래 실무적으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령’이 있고 그 아래에 일정 분야를 책임지는 ‘경’이 있었다.
‘공’은 왕족이나 은퇴한 고위 귀족이 맡았다. 실무적인 것을 맡기보다 정치적인 부분에 휩쓸리지 않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담당하고 실무를 총괄하는 령에 대한 감찰을 담당했다.
‘령’은 보통 백작급이 맡았는데 실무를 통괄하고 휘하의 2~5명의 ‘경’을 지휘하여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 ‘경’은 사실상 실무적인 부분에서 최고 책임자이면서 일반적인 관료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상위직급이기도 했다.
유칼라드 왕국은 외무와 내무를 구분하지 않고 영지와의 협력이나 타 왕국과의 협력, 내무와 외무를 국무에서 담당했다. 그렇기에 국무부에는 국무령 휘하에 ‘경’이 유일하게 5명이나 있었다. 그만큼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부처였다.
“결국은 협상은 결렬되고, 전쟁입니까?”
누아스 후작은 두 사람을 보면서 물었다.
“그건 이미 협상을 시작할 때 정해진 것이 아닙니까? 단지 명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협상에 임한 것에 불과합니다.”
프랄린 자작이 냉소적으로 대답을 했다. 둘은 조금 전에 파사칸 왕국과의 협상을 마치고 복귀한 상황이었다. 중앙에 보고하기 전에 현지 책임자의 역할을 맡은 킴벨 누아스 후작과 보고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방문했다.
“전쟁을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 같군. 데아트라 남작은 뭐라고 합니까?”
파사칸 왕국과의 협상에는 대표인 프랄린 자작과 부대표인 데릴로 자작, 피해자인 데아트라 남작령의 데아트라 남작이 참여했다. 그들은 약탈에 대한 파사칸 왕국의 공식적인 책임의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원했지만 견해차 때문에 아무것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정해진 일이라 생각하는지 달리 말이 없었습니다. 같이 오자는 말에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영주관으로 갔습니다.”
“저들이 보상을 언급할 때부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드러났고 재발 방지도 사실상 약속할 수 없다는 견해입니다. 아예 관문을 폐쇄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군국경인 데릴로 자작이 국경에 설치된 관문폐쇄를 주장했다. 일이 터진 직후부터 사실상 폐쇄가 되었지만, 공식적으로 폐쇄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 관한 권한은 군사 책임자인 누아스 후작에게 있었다.
“그건 오히려 저들에게 전쟁의 명분을 주는 일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소이다. 국경폐쇄는 사실상의 단교이니 신중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의 결의를 보여 저들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지만 파사칸 왕국 내에 전쟁을 바라는 자들의 입장을 강화해 주어 우리의 입지를 약화할 수도 있습니다.”
누아스 후작은 전쟁 상황으로 돌입하는 것에 신중한 생각을 보였다. 파사칸 왕국을 압박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기에 함부로 결단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