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71
12. 친위조직 (9)
그들은 기사단의 조장인 요새 수비대장이 마련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데크리안 고원으로 출발했다. 이런 계절에 그런 곳으로 간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영주인 스타치온마저 허락한 일이라서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이반이나 그로센은 그리 힘들지 않게 행군하지만 베일리나 헤론은 조금 걷고부터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힘들면 천천히 가자. 물론 천천히 걷는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힘들면 마나 운용법을 사용해도 상관은 없다.”
이반은 마나 운용법을 사용하라고 지시했고 둘은 마나 운용을 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기색이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1km를 가자 다시 힘든 기색이 되었다. 그들이 지고 있는 짐은 10kg은 족히 나가는 상황이고 산길도 점점 경사가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반은 몬스터를 사냥할 때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 그로센이나 베일리, 헤론을 내보냈다. 수준에 맞춰서 둘을 보내거나 그로센을 합류시켰다. 물론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중대형 몬스터를 만나면 직접 나서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내세웠다. 그들은 한계에 달할 때까지 몬스터와 싸워야 했다. 도저히 감당할 상황이 아니라면 이반이 나섰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켜봤다.
“약초를 캐야지. 저기, 저기 있는 약초가 안 보이지?”
몬스터와의 전투가 끝난 후에 그로센이 나서서 베일리와 헤론을 닦달했다. 전에 이반에 당한 것을 두 명에게 그대로 행하고 있었다. 2년간 약초를 캤으니 제법 보는 눈이 있었다.
“그런데, 저기 돌 사이에 있는 오스크풀은 안 보이지?”
이반은 그로센에게 자기가 하던 말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로센은 이반이 가리킨 것을 보더니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약초 중에서 채집의 난이도가 극악인 것 중의 하나가 오스크풀이었다. 오스크풀은 뿌리를 사용하는 독초인데 바위틈에 자랐다. 그렇기에 그것을 채집하려면 바위를 깨거나 들어내야 했다.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소 영주님이….”
이반이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채집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하려면 한나절이 걸릴 일이었다. 이반은 억지로 시킬 수도 있지만, 시간만 잡아먹는 일이라 직접 손을 썼다. 간단히 검으로 몇 번 주변을 헤집자 약초의 뿌리가 드러났다.
어떻게 했는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게 뽑아냈다. 종일 몬스터를 사냥하고 숙영지에서는 약초를 다듬느라 피곤한 세 사람은 막사에서 곯아떨어졌고 이반은 자신의 막사에서 마법 통신구를 꺼내어서 캐서린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낮에는 왜 통신이 되지 않는 거야?”
마법 통신도 지형에 영향을 받았다. 그렇기에 깊은 계곡에 들어가면 통신이 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머무는 곳도 통신이 되지 않지만, 이반이 마법을 사용하여 통신할 수 있도록 했다.
“몬스터 사냥을 하다 보면 통신이 안 되는 지역에 있을 수도 있어요. 사실 지금도 잘 안 되는 지역에 있어 약간 이동하여 통신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반은 따로 이동하지 않고 마법으로 신호를 보내고 끌어오고 있지만,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도청을 하여 들을 수도 있었다.
“그래. 그보다 헤롯 총관이 네가 시킨 일을 물어서 말이다. 곳곳에 장원을 사거나 적당한 곳이 없으면 만들라고 했다면서?”
현재 헤롯은 몬스터 사냥꾼이라 명명된 자들이 사용할 거점을 마련하고 있었다. 비밀거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종의 안가 역할을 하고 각종 지원을 할 장소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일부는 영지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모자라는 예산은 이반이 댈 예정이라 적절한 위장이 필요했다.
“네, 제가 필요해서 은밀하게 구입하도록 했습니다. 저번에 말한 몬스터 사냥꾼들의 활동을 위한 기지로 말입니다.”
“그런데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장원을 구입하는 것이야? 론도 장원에서 나오는 수입을 쓰는 거야?”
“그것도 있고 여러 가지 부외 소득도 있고 할아버지에게 받은 것도 있어요. 돈 걱정은 하지 말아요.”
“알았다. 네가 알아서 하겠지. 정 돈이 필요하면 나에게도 말해. 그보다 네 성인식에 엘리자벳이 온다고 하는데 와도 문제없지? 요즘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이다.”
이반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거야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죠. 그런데 크로나 영지에서는 듀안 소 영주가 오기로 하지 않았어요?”
“사절로 한 명이 오건 두 명이 오건 오는 쪽 맘이지. 네가 싫지 않으면 그때 약혼도 발표했으면 하는데 어떨까?”
캐서린이 권유하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사실상 이미 다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사이에 엘리자벳과 혼약이 된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특별히 싫은 것은 없어요. 걔 정도면 괜찮은 것 같고요.”
이반은 대를 잇기 위해 혼인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럴 바에는 맘에 드는 여자를 짝으로 맞는 것이 좋았다. 엘리자벳이라면 원만한 부부생활을 할 것도 같았다. 물론 맘에 들지 않으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면 되었다.
“알았다. 그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이야기해보마.”
아마도 서로 확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당사자인 이반의 의견을 듣기로 한 것 같았다. 한 달 가까이 데크리안 고원의 북쪽에서 몬스터 사냥을 했다. 물론 5일에서 10일에 한 번 정도 요새에 내려와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갔다. 물론 사냥한 몬스터의 부산물도 처분했다.
“몬스터 사체와 약초가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도둑질을 잘하는 베일리가 그로센을 보면서 물었다. 약초를 다듬어서 이반에게 건네주면 모조리 사라졌다. 물론 마정석이나 몬스터 부속물도 마찬가지로 없어졌다. 나중에 요새의 거처에 들어간 이후에 몬스터 부속물 처리업자를 불러서 건네주었다.
“왜? 궁금해도 그러려니 해. 필요하면 말씀해 주실 것이다.”
그로센도 궁금하여 물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대용량의 마법 가방을 가진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이번에는 오우거 세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났고 그들 일가족은 이반에게 사냥을 당했다.
그리고 몬스터 전용 방수포에 어렵게 싼 직후에 그것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해체하지 않고 포장만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법 가방에 그렇게 거대한 양이 들어갈 수도 없었다. 설사 많은 양이 들어가더라도 적당히 작은 물건을 여러 번 넣는 것은 가능하지만 통째로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공간을 가진 것 아닐까요? 그렇게 큰 오우거가 들어갈 정도라면 아공간 밖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베일리의 추정에 그로센이나 헤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마. 그 사실이 알려져서 좋은 것은 없으니. 아공간이 적용된 마법 물품은 왕국에도 몇 개 없다고 하니. 큰 난리가 난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약초를 그렇게 모으는 것입니까? 소문에는 마력 포션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베일리의 질문에 그로센은 대답은 하지 않고 주먹을 들어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호기심이 많은 것은 좋지만 그대로 두면 나중에 그 책임은 그로센에게 돌아왔다.
“내가 말했지? 모든 것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참으라고. 누군가 항상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조심을 하라고. 누구 죽는 꼴을 보려고 그러는 거야? 죽으려면 혼자 죽어. 정신을 못 차리지?”
그로센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베일리를 타박했다. 평소 말이 많던 헤론은 오히려 조용히 있었다.
“넌 앞으로 질문을 하지 마. 차라리 헛소리하는 헤론이 낫다. 입만 열면 사기 치려고 하지만 그것이 낫지.”
그로센은 베일리에게 주의를 주면서 작업을 지시했다. 두 사람이 밑에 오면서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많아졌지만 어쨌든 다행이었다. 그들은 필요한 것들을 수배하여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가 있는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죠?”
“물론입니다. 전보다 3km 정도 더 외곽까지 몬스터 토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차 토벌이 끝나고 데크리안 고원의 몬스터 토벌을 진행할 때 기사 다섯 명을 별도로 운용하여 두리원 산맥의 계곡을 토벌할 계획입니다.”
산 위의 몬스터들은 겨울이 되면 저지대로 내려왔다. 그런 몬스터 중에 일부는 두리원 산맥의 깊은 계곡에 웅크리고 겨울을 보내었다. 주로 겨울잠을 자는 몬스터들인데 기존에 있던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내쫓았다. 그런 몬스터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대량으로 번식을 하였다. 그 전에 제거해야 좋았다.
“그렇게 하면 몬스터의 개체 수가 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리원 영지 쪽에서 넘어오는 것들이 있기에 당장 눈에 띄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지속해서 토벌하면 2~3년 후에는 변화가 있겠지요.”
“소 영주님이 데크리안 고원의 여러 계곡에서 먼저 토벌했기에 데크리안 고원으로 내려오는 몬스터가 확연히 줄었다고 합니다. 종종 소규모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딱 한 번 발생했다 들었습니다.”
중대형 몬스터가 이동을 하면 기존에 있던 몬스터가 도망치고 그러다 보면 연쇄작용이 벌어져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계곡에서 쏟아졌다. 대규모 웨이브는 아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민가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데크리안 고원에 이주한 자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나요?”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원래는 처형을 해야 했던 자들인데 저 정도 처분만 내린 것도 감사한 일이죠. 도망을 치기 전에도 호위무사는 처형이고 가족들은 노예로 팔았어야 정상입니다.”
그런 자들이 탈출하여 다른 영지로 갔고 붙잡혀온 상황이니 더 큰 벌을 받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 데크리안 고원으로 옮겨 광산 일을 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관대한 처분이었다.
“생산성은 어떤가요?”
“아직 초기 단계라 투자한 금액을 제하면 오히려 적자입니다. 하지만 체계를 잘 잡고 규모가 커지면 나아질 것입니다. 다행이라면 철강의 가격이 상승세입니다.”
일리안 부단장은 자신이 담당하는 사업도 아닌데 다 파악을 하고 있었다. 최근 노아 기사단장이 출정을 할 수도 있고 그러면 차기 단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영지의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기에 데크리안 고원의 상황도 파악했다.
“석탄의 생산량이 철광석의 생산보다 많은데 그것으로 연료를 하고 있나요? 여기서 생산이 되는 탄은 역청탄이라면서요?”
“역청탄이라 일반 연료로 사용할 수 없어서 다른 제철소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신 연료는 데크리안 외곽에 있는 1 탄광에서 나는 석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상단에서 개발한 광산은 어떤가요?”
“기사단 산하의 정보부서에서 올라온 내용을 보면 두 군데 상단에서 사실상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조만간 면허를 반납하거나 매각한다고 합니다. 다른 상단에서 개발한 광산은 그럭저럭 채산성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사단 산하에는 영지경비대에 버금가는 정보조직이 있었다. 기사들은 가업으로 장원이나 상회를 운영하는 때도 많았고 그들을 중심으로 하여 정보조직을 운용했다. 물론 이런 일은 영주인 스타치온도 알고 있는 내용이고 도미니크 일당이 기사단에 침투하는 것은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발을 포기했는데 면허를 반납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군요. 광산을 개발하지 않아도 면허를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
“다른 곳에 면허를 매각하려는 것 같습니다. 면허를 반납하면 모든 경비가 손해가 되니 일부라도 건지려는 것 같습니다.”
“매각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덤터기를 씌우겠다는 것인데 자칫 사기 사건에 영지마저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군요.”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설사 매각하더라도 영지에서 책임질 일은 아니고요. 채산성이 나오지 않기에 인근 광산에 매각할 것입니다. 아니면 데크리안 고원의 탄광에서 석탄을 사가도 되고요. 소형 선박을 이용하면 충분히 운송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데크리안 강을 이용하면 데크리안에서 론도의 외곽까지 짐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철광을 개발해도 석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광석은 돌멩이에 불과했다. 데크리안 고원의 역청탄을 이용하여 다른 철광에서 나오는 철광석은 제철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