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76
13. 왕도행 – 작위 수여식과 마탑 (5)
스타치온이 따로 움직여서 자리로 왔고 중앙의 자리에 좌정했다. 그러자 국왕의 입장을 알렸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왕이 중앙에 마련한 단상 위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모두 앉으라는 말을 한 이후에 다들 다리에 앉았고 곧이어서 궁중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음악이 끝나자 다시 지루한 식전 행사가 진행되었고 30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연회가 시작되었다. 국왕, 태자, 각 대신이 한마디씩 하고 전쟁에서 승리하자는 결기를 다져갔다. 작위 수여식은 곁다리고 출정식을 하는 것 같았다.
곧이어서 궁중 무희들의 춤이 이어졌고 그사이에 몇몇 남녀들이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런 자리에서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사교계에 데뷔하는 예도 있기에 일종의 선을 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들은 고위 귀족의 혈족들로 능숙하게 춤을 췄다.
“너도 앞으로는 이런 연회에 참석해야 할 것이다.”
지방에 있는 백작 이상의 귀족에게 초청장이 갔고 당사자가 오지 못한다면 대리로 직계 혈족이 참석했다. 그러니 스타치온이 참석하지 못하면 이반이 대신 참석해야 했다.
“매년 신년하례회에 참석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지. 그것이 의무일 수도 있고.”
연회에 익숙하지 않은 엔리케 일족은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키면서 가까이 다가와서 인사를 하는 다른 귀족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 외에 다른 자리로 가는 때는 없었다. 그들은 저녁 무렵에 연회에서 돌아와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마탑을 방문했다. 마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긴장이 되었다. 일이 틀어지면 생사를 걸고 탈출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엔리케 백작님.”
세스포 레온 백작이 마탑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마탑의 고위 간부로 보이는 자들이 10여 명 같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5서클의 마법사들이었다.
“마탑은 6서클 마법사가 장로를 맡고 있고 각 파트의 수장을 맡고 있지만 사실 실무는 5서클의 주임 마법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은 주임 마법사들입니다.”
그러면서 남작의 작위를 가진 마법사들을 소개했다. 굳이 그들과 인사를 나눌 필요가 없지만 마탑을 이끌어가는 자들과 안면을 익힌다면 손해는 아니기에 정중한 태도로 소개를 했다.
“탑주님이 연구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곳으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서로 소개를 마치자 마탑 안으로 안내를 했다. 행정청장인 세스포 레온과 탑주의 수발을 드는 주임 마법사인 캐록, 행정청 부청장인 카스텔로라는 마법사만 동행했다.
“일단 탑주님의 연구실에 가려면 내부 워프 장치를 이용해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 일반 통로는 봉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쪽에 바닥에 그려진 문양으로 안내를 했다. 그 위에 서자 워프 마법 진이 작동되었고 마탑의 한 구역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반은 이미 어디로 이동을 했는지 워프가 진행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당도한 곳은 12층의 마탑 건물의 최상층인 12층의 중앙 현관이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마법사들의 연구실이 있었다.
12층은 허가된 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통제구역이었다. 이반은 곳곳에 있는 수많은 마법 진을 보면서 눈빛을 빛내었다. 대부분 무슨 기능을 하는 마법인지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런 장치 대부분은 기능이 정지되어 있었다. 비상시에만 작동을 시키는 것 같았다.
“마법 진의 9할은 작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하지만 버튼 하나만 누른다면 가동이 됩니다. 현재는 가장 기본적인 마법 진만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반이 곳곳을 살피는 것을 아는지 그렇게 설명했다. 이반의 시선이 머문 곳이 마법인지니 그런 설명이 이상한 것도 없었지만 스타치온을 제외한 두 명의 마법사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세스포 레온이 어린 이반이 마법을 잘 아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었다.
“주로 마나 왜곡을 일으켜서 각종 마법이나 이동마법이 발현되지 못하도록 하는 마법 진이군요. 특히 마기까지 발생시켜 마나를 상쇄하는 마법 진까지 곳곳에 있군요. 마나 공백을 발생시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군요. 하지만 흑마법사라면 오히려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이반은 세스포 레온의 짐작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사실 머릿속으로 맹렬하게 이런 마법 진이 발현되었을 때 파훼하고 탈출할 방도를 강구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마법 진은 강한 기운으로 파괴하면 작동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작동하여 연쇄작용을 하면 간단히 해결되지 않았다.
“마기까지 파악을 했다니 놀랍군요. 마기가 마나를 상쇄하는 원리까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다들 알고 있죠. 단지 마법을 전개하는 데 상당히 방해하는 것을 모를 뿐이죠. 더구나 몇몇 마법 진은 마법의 생성을 방해하는 면도 있고 오러의 생성마저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체내의 마나까지 교란을 일으키고요.”
그들이 다가가는 구역에는 마스터가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마법 진마저 있었다.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마스터 중급에 해당이 되지 이반과 같은 수준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들어오게.”
그들이 문 앞에 당도하자 저절로 열렸다. 그들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마법사의 연구실은 던전이나 마찬가지이기에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행위나 마찬가지이지만 굳이 개의치 않고 따라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엔리케 백작님, 이반 공자.”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두 사람을 환영하는 말을 했다. 실제는 120살, 누군가는 150살이 넘었다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나이가 5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환골탈태라는 바디체인지를 겪은 것으로 보였다.
“엔리케 백작 스타치온입니다.”
“이반입니다.”
둘은 그렇게 소개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들은 한쪽에 놓인 응접세트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잘 정리가 되어 있었고 박물관처럼 여러 가지 마법 물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법연구실이라고 하지만 실험실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행정청장만 남고 다른 사람은 그만 물러가게.”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축객령을 내리자 안내하느라 따라온 행정청 부청장과 주임 마법사가 문밖으로 나갔다. 그 자리에는 네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이반 공자는 나와 잠시 저쪽에 가서 이야기하세.”
문이 닫히자 로에난 크리에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장소를 가리키면서 그곳에서 단둘이 이야기하자는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이반도 자리에서 일어나 로에난을 따라갔다. 그곳에 가자 상당한 양의 서적이 책장에 꽂혀 있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고 책상에는 여러 가지 서적과 종이가 널려 있었다.
“이것을 읽을 수 있는가?”
그러자 이반은 받아서 읽어 나갔다.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다. 이반이 해독한 마법서의 한 구절이었다. 그렇기에 해석하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읽는 방식이 마탑의 방식과 다소 다르네. 그게 엘프들이 읽는 방식인가 보군. 어떻게 룬어를 아나? 마법사도 아닌데.”
“마법사가 아닌지 어떻게 아시는지요? 서클 마법만 마법은 아닙니다. 용언 마법은 아니지만 언령 마법은 전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라이트 마법을 전개했다.
“역시 예상대로군. 혹시 메모리 볼이란 것을 얻었나? 그렇지 않는다면 룬어에 능숙하고 마법을 익힐 수는 없겠지.”
“엘프의 기억을 담은 물건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요. 물론 탑주님도 마찬가지로 그런 물건을 얻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클 마법에 입문하고 인간이 가진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언령 마법을 익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흔히 천무지체라고 하는 신체가 아니라면 엘프들이 익히던 언령 마법을 익힐 수는 없었다. 선천 지기가 필요한데 그것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맞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기억의 상당한 부분 파손이 되어 겨우 룬어를 해석하는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네. 그 정도만 해도 그동안 모은 각종 엘프의 마법서 상당한 부분을 해독할 수가 있었네. 하지만 해독한다고 해서 익힐 수는 없고 그것을 전개할 수 있도록 개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네.”
“그래서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장 원하는 것은 없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중에도 원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네. 자네가 어떤 능력을 갖춘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뭐를 해달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마음 같아서는 뭐라도 하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니.”
그러면서 날카로운 눈동자로 이반을 노려보았다. 이반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다면 붙잡아놓고 모든 것을 뽑아낼 기세였다. 하지만 로에난 크레스포가 자신보다 그리 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프의 마법서가 이렇게 산더미처럼 남아 있군요.”
발견되는 엘프의 마법서는 모조리 다 모은 것 같았다. 보존마법이 걸려있기에 실내에 있는 경우에는 훼손이 되지 않았다. 그런 것만 보아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보존 연한이 줄어드는 것 같네. 마나의 기운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 보이네. 일부는 벌써 부서지기 시작하고 있네. 그리고 이렇게 책이 많지만 같은 종류가 많아 실제는 350여 종에 불과하네. 중복된 것이 많아. 출판한 곳이 대략 20여 곳으로 분류가 되네.”
이반이 400종이 넘는 마법 서적을 가지고 있는데 마탑은 절반 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법 서로 알고 보관하는 책들 절반은 마법이 아닌 다른 것들에 관한 서적이었다.
“그런 것 같군요. 그리고 시나 노래, 영웅의 이야기나 농사, 천문, 약초학 등에 관한 서적도 절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럴 것일세. 하지만 모든 서적에 마법에 관해서 언급되어 있으니 마법 서적이라고 해도 될 것일세. 노래와 시를 논하는 책도 마법을 사용하여 노래하는 법이 들어있기도 하니. 마탑에 와서 같이 마법을 연구하면 어떤가? 마탑에 있는 것이 싫으면 내가 머무는 곳의 연구실도 괜찮고.”
“굳이 마탑과 연관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연구하더라도 혼자 자유롭게 했으면 합니다. 마탑은 마탑의 역할이 있고 저는 엔리케 영지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반은 마탑에 들어와서 마법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
“그러면 마탑에 적을 두지 않더라도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되면 어떤가? 자네의 실력이라면 아쉬운 것은 없겠지만 세상일이란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 것이고.”
이반은 고작 엔리케 영지만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기반이 약하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내팽개치지 않는 이상 그런 구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영지가 평안하고 적당히 발전하는 정도면 만족할 것입니다. 그런 삶을 누릴 권리는 있다고 봅니다. 그것마저 방해할 때는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겠지요. 말은 소박하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욕심이겠지요.”
풍수지탄이라고 가진 것이 많으면 그만큼 걱정도 많았다. 인구가 십만 명이 넘는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로서 그런 것을 달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얼굴이라도 익혔으니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해보세. 오늘은 마탑에서 봤지만, 시간을 내서 엔리케 영지를 방문할 수도 있으니. 엔리케 산이나 세틀 산의 경관이 아주 좋다고 하더군. 그런 곳도 둘러볼 생각일세.”
“시간이 된다면 찾아오셔도 무방하지만, 워낙 변방이라 제대로 대접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높으신 분들의 방문으로 영지의 일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영지민의 일상도 파괴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원합니다.”
이반은 마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쓸데없이 귀찮게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야기를 했다. 대놓고 찾아와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