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8
2. 엔리케 영지로 가는 길 (5)
일종의 안내원 겸 호위였다. 혹시라도 영지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예방하는 조치였다. 방문한 귀족에게 불상사라도 발생하면 영지 전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엄마, 아드리안이라는 기사를 잘 알아요?”
이반은 마차에서 목소리를 줄여서 슬쩍 물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기감으로 살폈는데 영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왜 무슨 일이 있어?”
“어젯밤에 수정 구슬을 가지고 누군가와 마법 통신을 하는 것 같아서요. 제가 기감이 예민해서 통신 마법을 전개해도 알아차릴 수 있거든요. 마나를 운용하면 멀리서 말하는 것도 들을 수가 있고요. 야영지는 좁아서 더 잘 들을 수가 있고요.”
순간 로엔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이반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상황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이반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자가 뭐라고 하는지 들었냐?”
통신 상대에게 세라톤 남작이 기사 둘에 병사 10명을 붙여 준 사실을 말하고 흑석산, 다크 스톤 마운틴이라는 곳에서 일을 치르기 전에 돌려보낼 것이니 헤세라 영지 쪽에서 일을 치르라고 했던 사실을 전달했다.
“네 생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첩자로 보인다면 사전에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흑석산 아래 세라톤 영지의 기사가 돌아가기 전에 아드리안을 정리하도록 하죠. 외부의 증인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중을 위해서 필요하고요. 그런데 부단장인 일리안은 믿을 수 있어요?”
“기사단장보다도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그에게 알리고 협조를 받아 처리하라고 하려는 것이지? 다른 기사들도 내가 영지에 있을 때 알던 자들이라 배신할 염려는 그리 없어. 아드리안은 나중에 들어온 자라서 잘 몰랐는데 그자가 첩자라니.”
세리나가 일리안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했다. 이반은 그나마 안심한다는 표정이 되었다. 로엔은 당장이라도 아드리안을 붙잡아서 끝장을 내고 싶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병사 중에도 한둘 정도는 첩자가 있을 수 있으니 잘 살피도록 하죠. 영지의 기사들에게도 계속 살피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당분간 이동 중에는 갑옷을 입도록 해요.”
그렇게 말하고 엔리케도 갑옷을 챙겼다. 이반이 사용하던 대부분 물건은 프렐류드 상단에 의뢰하여 옮기도록 했지만 몇 가지 소지품과 갑옷은 가지고 이동 중이었다. 그런 말에 세리나의 표정이 변했다. 그러면서도 이반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담담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외가의 상황이 복잡하다. 선대의 일인데 장남과 차남이 작위 승계 과정에서 부딪쳤고 차남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나마 장남이 승복했는데 내심으로는 불복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암투가 벌어졌다. 서로 아이들을 제거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네 외조부와 도미니크라는 먼 숙부가 각각 남게 되었다. 30년 전에 사실상 승리를 거두었는데 다시 도미니크라는 자가 일을 꾸며 3년 전에 외삼촌을 죽였다.”
“증거가 있나요?”
“그자가 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누군가 음모를 꾸민 흔적은 발견이 되었다. 바로 펠리시안 요새에 크루밀이라는 것이 살포된 것을 확인했다. 물론 몬스터의 소굴인 던파스 평원에서 요새에 이르는 곳곳에 살포가 되어 다수의 몬스터가 몰려오도록 했다.”
“크루밀이라는 것이 몬스터가 아주 좋아하는 향기이죠? 우리가 올 때 트롤이 온 것도 그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럴 것이다. 그런 흔적이 발견되었지만 살포한 자는 잡지를 못 했다. 크루밀은 금지약물이다. 만드는 것이나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만드는 방법은 오직 흑마법사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라 그게 있으면 흑마법사가 개입한 것이라 본다.”
“그러면 왕실과 마탑에 알려야 하지 않습니까? 흑마법사 일은 그들이 전담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크루밀의 특성이 몇 시간만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에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 어렵다. 설사 채취하여 밀봉해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아 증거가 되지 못한다. 살포 당시 냄새만 약간 이상하게 나는데 흔적을 잡기 쉽지 않다. 뿌린 후 서너 시간 동안 몬스터들만 반응을 한다.”
크루밀이 사용된 것으로 의심은 되지만 확실하게 증명할 수가 없으니 함부로 보고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몬스터 웨이브에 휩쓸린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혹시 이번에도 그런 장난을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가는 동안 길 주변에 그것을 살포하면 몬스터가 몰려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혼란을 유도하고 결정적인 순간 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진이 빠진 상태에서 공격받으면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사 10명을 사전에 보내놓았고 우리의 주변을 살피고 있다. 뒤에서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물론 엔리케 영지에서도 별도의 병력을 동원하여 구원할 것이고.”
“제시간이 당도하지 못하도록 모든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여기 있는 인원으로 구원 병력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엄마나 애들은 데리고 오지 않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너 하나만 표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전부가 표적이 될 것이다. 전력의 상당한 부분이 이번 일에 동원된 상황에서 위험할 수 있다. 영지라고 해서 안심하기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 대략 이해가 되었다. 로위나와 헨리마저 표적이 될 것이고 영지에 남은 레이도 표적이 될 수 있었다. 레이 하나라면 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 어린 로위나와 헨리는 불가능했다. 그러니 아예 전부를 데리고 움직인 것도 같았다.
‘어쩔 수 없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자. 몸을 사리다가 우리 식구까지 다치면 그것만큼 후회될 것은 없을 거야. 차라리 내 실력이 드러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거야 그때 해결하자.’
이반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자 과감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나중에 어떤 상황이 직면할지 모르지만,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흑석산, 다크 스톤 마운틴에 가까워지자 로엔은 행렬을 잠시 멈추도록 했다. 세라톤 영지와 헤세라 영지의 경계 지점이 멀지 않은 지점이었다. 두 영지의 경계는 오르막길의 꼭대기에 있었다. 보통 영지의 경계를 정할 때 강이나 산을 기준으로 잡았는데 산의 경우에는 능선을 경계로 했다.
“잠시 정비도 하고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로엔이 그렇게 말하고 마차 밖으로 갑옷을 입고 나왔다. 물론 이반도 역시 갑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간 몇 번 몬스터와 전투를 했기에 로엔이나 이반이 갑옷을 입은 모습이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둘이 나오자 기사들이 세레나와 아이들이 탄 마차를 네 귀퉁이에서 경계했다. 그사이에 이반도 마차 입구에서 경계를 서면서 병사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일리안 경, 시작하지.”
로엔의 지시에 일리안이 말 위에 있는 기사 중에 한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런 일리안의 움직임에 엔리케 영지의 기사들 모두가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마법 통신구를 가지고 있나?”
검을 빼들은 일리안이 맨 뒤에 있는 젊은 기사에게 다가가서 검을 겨누고 물었다. 반항한다면 언제라도 목을 벨 수 있는 자세였다. 순간 아드리안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종종 몰래 마법 통신을 하던데 누구와 했나?”
순간 다른 기사들도 검을 빼 들었다. 그들도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순식간에 깨달은 것 같았다. 첩자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저 언덕을 넘으면 우릴 습격하기 위해 누군가 기다리고 있겠지? 도미니크의 사주를 받고 그동안 영지의 기밀을 빼돌렸겠지?”
일리안의 설명에 아드리안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어렸다. 도망을 치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당장 움직이면 기사 넷의 공격을 받을 상황이었다. 아니라고 발뺌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당장 달려들어서 소지품을 검사할 것이고 통신구를 찾아낼 것이 분명했다.
순간 이반은 휘익 몸을 날려 마차 위로 올라가서 준비해둔 활과 화살을 챙겨 들었다. 그 움직임이 워낙 빨랐고 어느새 도주하려고 하는 병사 하나를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한편인 아드리안이 들키자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화살이 날아가서 언덕을 향해 달려가던 병사의 등에 적중했고 말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거기 세론이라는 자도 나오지.”
이반은 병사 하나를 향해 활을 겨누면서 지시를 했다. 그렇게 하니 다들 놀란 기색이 되었다. 가만히 있던 자이지만 지명을 하니 그자도 첩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같은 무리잖아? 뭘 시치미를 떼고 있어.”
순간 병사는 당황한 기색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변호해 달라는 표정이지만 병사 하나가 도주하다가 화살을 맞고 말에서 굴러떨어진 것을 본 상황이라 도와줄 수도 없었다.
“어젯밤에도 몬스터를 불러들이는 뭔가를 볼일 보러 간다고 가면서 사용했잖아? 품 안에 사용하지 않은 시약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자도 마찬가지고.”
그러자 아직 바닥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병사에게 다른 병사가 달려가서 품속을 뒤졌고 주머니 하나가 나왔다. 이반이 말한 시약인지 모르지만 작은 포션 병처럼 생긴 것이 두 개 있었다. 이반은 잠을 자기는 하지만 사실 제대로 잠을 잔 것이 아니었다.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기감을 펼쳐 주변의 상황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난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멈춰라.”
병사 조장으로 보이는 자가 달려들어서 말 위에 있는 병사를 붙들었고 다른 자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역시 비슷한 모양의 병이 하나 들어 있었다. 다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죽일 놈, 이놈들이 이 약으로 몬스터를 불러들인 것이군.”
모닥불을 환하게 켜놓으면 어지간하면 몬스터가 몰려들지 않았다. 몬스터도 자기들보다 큰 무리는 공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작정 달려들었다. 심지어 이종의 몬스터가 동시에 달려들기도 했다. 겨울이라 굶주려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이거 크루밀 아니야?”
병사들이 수군거리면서 그것을 기사에게 전달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세라톤 영지에서 온 기사와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상황을 대략 파악했는지 그들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셋 다 포박하여 마차에 싣도록 하게. 그리고 하레스는 대기조에 출동하라 연락하게.”
그러자 기사단 부단장인 하레스가 통신구를 꺼내 마나를 주입했다. 그런 다음에 뭐라고 말을 했다. 일리안은 아드리안을 제압했고 품속에서 수정구와 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병을 두 개 압수했다. 고함을 질러 상황을 알릴 수도 있기에 입에 재갈을 물려 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만든 다음에 짐을 실은 마차에 올려놓았다. 이반도 슬쩍 그 옆에 다가가서 그들의 마혈을 제압했다. 혹시라도 전투 중에 적군이 접근해 포박이 풀리면 그들이 난동을 부릴 염려가 있기에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배신자 놈들. 그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놈들이 저지른 것 같습니다.”
엔리케 영지의 기사단 부단장인 일리안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면서 이반을 바라보았다. 자신들 사이에 그런 첩자가 있어도 몰랐는데 이반이 알아낸 것이 신기한 것 같았다.
“돌아가셔야 하죠?”
로엔 자작이 세라톤 영지의 기사에게 의중을 물었다. 영지의 경계가 코앞이니 그들의 임무는 사실상 끝이 났다고 할 수 있었다. 돌아갈 것인지 묻지만 사실상 돌아가지 말라는 요구였다.
“아닙니다. 일단 안전한 곳까지 동행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그냥 갈 수는 없고 헤세라 영지의 영도까지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