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84
15. 출정 준비 (4)
세스포 레온 백작도 무슨 말인지 알기에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한 것이 없었다. 이반은 그로센이 들고 온 영지 내부의 정보보고서를 살폈다.
베일리와 헤론까지 움직여서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피고 있었다. 전생인 환마의 기억 때문인지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영지의 암흑가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며 그런 일은 나라나 단체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는 것을 알기에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디서 영지를 뒤집을 음모가 진행될지 몰랐다.
“베일리를 도둑길드에 접근시켰고 헤론을 정보 길드와 접촉하도록 했다고? 그들의 정체를 알 것인데 문제가 없나?”
“두 길드의 배경이 되는 순찰대장을 통해 이야기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다는 약속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정말로 그럴지 의문이지만요. 여기 나와 있는 내용 중에도 그들에게 파악한 것도 있습니다.”
도둑 길드나 정보길 드는 영지경비대의 감시를 받고 있었고 각기 로컨을 담당하는 순찰대장에게 줄을 대고 있었다. 그 사실이 치안관과 영지 경비대장에게 보고가 된 상황이었다. 그로센은 다소 고지식한 면이 있었다. 이반이 듣지 않는 곳에서는 그들을 지칭하여 도둑놈이니 스파이니 사기꾼이니 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었다.
“도둑질을 하는 자나 사기꾼이나 도박꾼이나 돈 주고 여자를 사려는 자들은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존재할 수밖에 없어. 그런 놈을 다 잡아들였다고 해도 조금 지나 다시 살피면 그 자리에 똑같은 놈들이 자리하지. 그러니 없애는 것보다 덜 나쁜 놈, 통제가 가능한 놈을 골라서 적당히 관리하는 것이 나아.”
특히나 변방 영지다 보니 용병이 많았다.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우는 용병들에게 전투가 끝난 후에 이루어지는 유흥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유흥가가 번성하면 거기에 기생하는 무리도 그만큼 커지는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쪽도 관심을 두고 살피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협조하면서 공존할 방도를 찾으려고요.”
그로센은 영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토벌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소 불만인 표정이었다. 싹 다 잡아다 죽일 놈 죽이고 강제노역을 시키면 간단한 것을 가만히 두는 것이 불만이었다.
“어쨌든 베일리와 헤론이 그쪽에 아예 물들지 않도록 하면서 그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하거든. 거기다 나쁜 놈들은 잘 어울리기 마련이니 눈을 떼지 마. 네 말대로 그놈들이 의기투합하여 한통속이 될 수도 있으니.”
베일리와 헤론을 밑에 두고 있지만, 그들이 끝까지 충성을 다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강하니 통제가 되는 것이지 약하거나 제대로 통제를 못 하면 반기를 들 자들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이상하게 영지를 기웃거리는 자들이 많은데 어떻게 합니까? 부쩍 그런 자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소속도 없으면서 어슬렁거리는 어중이떠중이들 말입니다.”
“영지에 보물이 있다고 소문이 나서 그렇지. 그런 자들은 조만간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이니 적당히 지켜보라고 해. 그들도 자기들 영역에서 맴도는 자들을 가만두고 싶지 않겠지만 부딪치지 않도록 하고. 진짜 양아치인지 배후가 있는지 살피고.”
출정을 앞두고 암흑가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하여 영지의 분위기가 흉흉하게 변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암흑가의 분위기가 흉흉해지면 용병들까지 영향을 받아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컸다.
“계속 살펴보도록 해. 그나마 달리 큰 문제가 없어 다행이군.”
이반은 그로센이 나가자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환마가 살던 세상에서 하오문에는 온갖 인간쓰레기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중에도 가장 악질은 살수와 낭인들이었다. 이 세상에서 보면 어세신과 용병의 탈을 쓴 도적들이겠지. 그런 자들이 온갖 나쁜 짓을 다 했다. 돈 받고 사람을 죽이고 강도질하고 심지어 납치하고 인신매매도 했다. 돈이라면 가족이나 친구라도 배신하는 놈들이었지.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세상에도 그런 자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어디건 인륜을 저버리는 자들은 존재했다. 물론 이반도 필요하다면 서슴지 않고 행할 생각이었다. 자신의 본성이 어느 사이에 환마와 같이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여기는 마법이 있어 더욱 은밀하게 나쁜 짓이 진행되고 있다. 흑마법은 아니지만, 인간을 조정하는 마법도 많다. 섭혼술보다 훨씬 지독한 마법이 존재한다. 거기에 공간이동 마법이 있어 범죄의 흔적을 없애준다. 물론 마법으로 그만큼 추적이 용이한 면도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힘을 가진 악인이 천국인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도 그런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필요로 정상적인 사람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다시 사는지 모르지만 살아가는 이유가 있겠지.’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로센이 가져온 보고서를 다시 읽어나갔다. 물론 다 아는 내용이지만 다시 읽으면서 자신이 놓친 내용이 없는지 다시 살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제자인 세스포 레온 백작이 보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마탑 별원의 건립을 위해 엔리케 영지에 나가 있던 그가 마침내 워프 게이트가 개통되자 마탑에 복귀했고 로에난 크리에포의 은거지 연구실로 방문했다. 겉으로는 별원의 건립하는 일의 책임자로 나간 것이지만 실제는 이반과 엔리케 영지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가 아공간을 사용하는 것 같다는 말이지?”
마탑에서는 이반이나 엔리케 영지에 대하여 면밀하게 조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 이반을 주시하게 된 것은 마력 포션으로 알려진 단약을 사용하면서부터였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몬스터 사냥꾼을 모집하고 룬어로 된 교재를 배포하는 시점이었다. 그때부터 매직 나이트가 철저하게 조사를 했지만 밝혀진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사실 그가 영주관을 비운 사이에 곳곳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두리원 영지에서 받은 14권의 고서만 서재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 외 엘프의 유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아공간에 넣어 둔 것 같습니다. 연회에 사용한 패물도 보이지 않고 보석함이 사라졌습니다.”
이반은 도둑이 들끓을 수 있기에 가족이 영주관을 비우는 상황에서 중요한 물건을 모조리 아공간에 담아두었다.
“그의 손에 보이지 않는 반지 하나가 있더군. 그것이 아공간 반지인 것 같아. 자세히 살피기 전에는 워낙 교묘하게 감춘 것이라 알기 어렵더군. 그런 것만 봐도 그자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겠지. 굳이 대립하여 물의를 일으킬 필요는 없지. 그보다 도미니크란 자의 행방은 모르나?”
이반의 존재를 알게 되고 도미니크, 흑마법사, 파트리칸 용병단의 일까지 알게 되면서 재차 조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방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매직 나이트가 동원되고 세스포 레온 백작까지 합류하여 조사했지만, 종적을 찾지 못했다.
“매직 나이트를 동원하여 추적 중이지만 작년 6월 이후에 종적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헤세라 영지나 파라곤 영지에서 단편적으로 흔적이 보이지만 그 이후에는 없었습니다.”
세스포 레온이 직접 나서서 전말을 조사했지만 드러난 것은 없었다. 세세하게 조사를 했지만 추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곧 파사칸 왕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아 그쪽을 살피느라 전력을 투입할 여유가 없었다.
“몇몇 잔당이 잡혔지만, 그들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도주한 것이 아니라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소탕을 했다고 보기에는 흔적이 너무나 없습니다.”
어세신 조직에서 암살하더라도 면밀히 조사하면 흔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라진 인원이 최소 수십, 많으면 수백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그런 인원이 흔적 없이 사라졌으니 조사를 하면서도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엔리케 영지에서 그들을 토벌했는지 살폈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도 영지의 인사들에게 함부로 접근하다가는 바로 발각이 될 것입니다. 은밀하게 토벌하려고 했다면 기사단 전체가 움직여야 했을 것인데 그들이 움직인 증거는 없습니다.”
엔리케 영지와 마법 별원의 건립을 논의하면서 한편으로 현지 조사까지 병행한 세스포 레온 백작이었다. 매직 나이트의 핵심 조사원을 동원하여 샅샅이 살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을 것 아니야?”
“당시에 세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그것과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초기에 대충 조사를 한 상황이라 전모를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파라곤 영지, 두리원 영지, 헤세라 영지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이 있는데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만 조사를 해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도주하기 전에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조사한 내용을 살피는 로에난 크리에포의 얼굴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뭔가 더 감춰진 것이 있어 보이는데 알 수가 없었다. 굳이 그렇게 흔적을 제거하지 않아도 방법은 있었다.
“이 정도면 되었으니 그만둬. 더 파고들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 그들이 몬스터 토벌을 하러 간 던파스 평원이라는 곳은 얼마나 조사를 했나?”
“대략 알려진 곳은 이 정도입니다. 던파스 평원이나 세틀 반도에 포테이토라는 알뿌리 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그것을 먹이로 하는 각종 동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포테이토는 생으로 먹으면 독이 있지만 삶거나 구우면 독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서류에는 간략한 지도도 있었다. 엔리케 영지에서 확보한 영역만큼 펠리시안 요새 북쪽으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 이상은 용병들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깊숙이 들어갔다 고립이 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기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았다.
“펠리시안 요새를 기점으로 북쪽을 던파스 평원이라 부르고 동쪽을 세틀 반도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세틀반도의 면적은 엔리케 영지의 두 배 이상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 세틀 산에 올라가거나 세틀반도를 전부 탐사한 용병은 없어 지도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추운 지방이니 사람이 살기 불편한 지역이지만 몬스터가 많으니 사냥터로 제격이겠군. 그래서 흑마법사 놈들이 거기를 노린 것이기도 하겠지. 왕국에서 생산하는 마정석의 5% 이상이 거기서 나온다고 했던가?”
“금액 기준으로 그렇고 암중에서 밀거래되는 수량을 따지면 7% 이상일 것입니다. 상단이나 용병단도 점점 그곳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다른 영지에서 엔리케 산맥을 넘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워낙 산맥이 험해 이동도 쉽지 않고 보급이 어렵습니다.”
세스포 레온은 질문을 하면 바로바로 대답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박학다식한 사람을 좋아했기에 제자인 그도 항상 묻는 모든 것을 다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엘프 마법을 익히는 애들은?”
“거기도 살폈는데 대부분 마나소드가 되었고 일부는 마법을 발현했다고 합니다. 아직은 라이트 수준에 불과하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진짜로 새로운 마법을 익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당장이야 변변찮지만, 시간이 흘러 파이어볼을 전개하는 수준만 되어도 문제일 것입니다.”
“언령 마법이라고 해도 서클 마법과 차이가 없다. 따지면 둘 다 마나를 이용하여 마법을 전개하는 것이다. 능력이 되지 않는 자들에게 언령 마법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단지 전투마법사의 육성에 유리하다는 정도일 것이다. 문제는 엘프의 신체와 유사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언령 마법에 대하여 언급했다. 엘프의 마나 운용법을 어떻게 익힐 수 있는지, 그렇게 하려면 어떤 조건인지 설명했다.
“전쟁이 터지면 마탑도 참전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미 사전에 정한 것이 있지만 다시 한번 점검하고 로에난 크리에포의 참전 여부를 묻는 것이기도 했다. 그의 참전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했다. 여기에 이반의 참전 여부도 묻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