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89
16. 출정 (3)
물론 마탑에 도움을 받아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고 보안 때문에 진짜로 필요한 정보는 주고받을 수가 없었다. 이반은 혼자 방도를 강구하다가 몇몇 사람에게 방도를 물었지만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한두 가지 해결책은 떠올랐다.
‘할아버지 주변에 정보수집 담당자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군 내부의 정보와 적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의 정보까지 취합해야 한다. 아울러 그런 정보 중에 내가 알아야 하는 정보를 이곳에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
결국 정보담당자를 두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출정 전에 강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전생의 환마도 그런 일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으니 준비할 수가 없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막상 하려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야 하는 일이니, 계획을 세우면서 가용한 인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파사칸 왕국의 왕도는 유로파한이라는 곳으로 서 대륙의 중앙에 있었다. 유로파한에는 왕궁이 총 3개 있는데 정궁은 프로파한 궁이라 불렀고 별궁은 서궁인 와사카한 궁, 남궁인 율리스 궁이 존재했다.
국왕인 테라자한 1세는 프로파한 궁의 별원인 ‘테제’라는 전각에 머물고 있었다. 정 중앙에 있는데 ‘프로마’라는 전각의 뒤편에 일명 상왕궁이라 부르는 곳에 기거하고 있어 온갖 억측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상 테라자한 1세는 2 왕자인 로젠만 파사칸에 의해 왕궁에 유폐가 된 상황이고 그 누구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사실 그곳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레이스를 멘틀론 섬으로 보낸다는 말인가?”
테라자한 1세는 답답한 어조로 반문을 했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장내에는 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왕국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30대 초반의 무장이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는 2 왕자인 로젠만 파사칸의 휘하에 있는 인사였다. 하지만 로젠만 파사칸의 호위대장으로 왕궁의 모든 것을 장악한 인사이기도 했다.
“나는 로지에게 묻는 것이지 네 놈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테라자한 1세는 노기가 가득한 어조로 로젠만 파사칸을 노려보았다. 12년 전에 무력으로 왕실을 장악했지만 테라자한 1세를 폐위하지 않았고 형인 레이스 파사칸을 죽이지도 않았다. 사실은 내부 반발로 인해 폐위하거나 죽일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형을 죽일 때 내부에서 반발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복동생 크리만 파사칸만 제거한 상황이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적장자이면서도 우유부단하게 처신하여 왕국과 왕실에 재앙을 불러온 자입니다. 난신적자가 있다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처리를 해야 했지만, 방치했고 결국은 동생인 제가 나서야 했습니다. 그런 자가 유로파한에 있는 자체가 불안 요소일 것입니다. 그렇게 아십시오.”
로젠만 파사칸이 한 걸음 나서면서 테라자한 1세에게 통보를 했다. 이복동생을 제거하지 않아 후환을 남긴 것이 잘못이라는 말을 그 아버지 앞에서 대놓고 말을 했다. 결국 아버지에게 면박을 주는 로젠만 파사칸이었다. 국왕인 테라자한 1세가 이복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자 왕자의 난을 일으켜 로젠만 파사칸이 실권을 장악하여 10여 년간 파사칸 왕국을 통치한 상황이었다.
“그간 어머니 때문에 외삼촌인 샌들러 국왕을 처리하지 않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조만간 멘틀론 섬에 보낼까 합니다. 조카인 레이스가 가서 어른을 모실 준비를 할 것입니다. 물론 아버지도 제가 보기 싫으면 가셔도 됩니다.”
엘리야 왕국은 사실상 파사칸 왕국에서 합병이 되었고 오직 북방의 작은 영지 트라스에 왕실이 존재하고 있었다. 당장 쳐들어가서 멸망을 시킬 수 있지만, 외가라는 이유로 봉쇄만 하고 있었다. 국왕이 항복하라고 통첩을 하고 있었다.
“그거야 네 맘대로 하면 될 일이니 알아서 해.”
테라자한 1세가 관심이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
“원하는 대로 엘리야 왕국도 쳐서 합병하지 않았습니까? 엘리야 왕국을 처리하는데, 우리 형제가 걸림돌이 되니 크리만을 내세운다고 했지만 서 대륙을 일통한 것은 이 로젠만입니다.”
“네 놈을 일찌감치 멘틀론 섬에 보냈어야 하는데….”
“조만간 아버지도 옛 친구를 만나게 해드릴 것입니다. 15년 전에 틀어진 관계를 조만간 만나 풀어야 하지 않습니까?”
멘틀론 섬은 대륙 속의 바다인 카소트 해라는 염호의 중앙에 있는 섬으로 파사칸 왕국의 역사에서 유배지로 악명이 높았다. 사막인 호수 주변과는 달리 멘틀론 섬은 비가 자주 오고 온화한 날씨 때문에 휴양을 하기에 좋았다. 로젠만 파사칸은 아버지인 테라자한 1세마저 폐위하여 멘틀론 섬에 유폐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엘리야 왕국과 전쟁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유칼라드 왕국과 전쟁을 한다는 말이냐?”
“이미 왕국 제일의 전략가인 무사카가 남동지역 전선으로 갔습니다. 아울러 엘리야 왕국을 통합하는데 주력이었던 50만의 군사 중에 20만이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엘리야 왕국에서 징집한 30만의 군대도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서북부에서 정반대에 있는 남동부로 이동하는 것이라 시간이 걸리지만 2년에 걸쳐 진행한 일이라 조만간 마무리될 것입니다.”
“설마 네놈은 엘리야 왕국의 젊은이를 다 죽일 생각이냐?”
“그냥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잘 싸우면 사는 것이고 제대로 싸우지 못하면 죽겠지요. 다 그들의 운명일 것입니다. 그들이 전쟁에 나서면 후방도 안정이 되겠지요. 일할 사람이 없으니 하나라도 허튼짓하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것입니다.”
구 엘리야 왕국 지역은 전쟁으로 인해 젊은 남자가 수십만 명이나 죽은 상황에서 다시 30만 명이 전쟁터로 끌려간 상황이니 일할 사람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러니 부흥 운동이 일어날 여지는 거의 사라진 상황이 되었다. 그런 효과를 노리고 구 엘리야 왕국의 지역에서 징집했다.
“저들이 잘 싸워서 승리를 거두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왕국의 다른 지역에서 징집할 것입니다. 무사카가 전략을 세우고 엘리시안이 선봉에서 적을 무찌르면 유칼라드 왕국도 점령이 가능할 것입니다. 당장이야 무너지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10년이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로젠만 파사칸은 서두르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엘리야 왕국과의 전쟁도 10년에 걸쳐 진행했고 단계적으로 점령을 했다. 한 지역을 점령하여 2~3년간 안정화 과정을 거친 후에 다른 지역을 공략했다. 엘리야 왕국에서 결사적인 저항을 했지만, 매번 원하는 지역을 점령했고 마침내 서 대륙을 사실상 일통했다. 그런데도 엘리야 왕국의 국왕을 비롯한 잔당을 아직 처리하지 않고 압박을 가해 항복을 받으려고 하고 있었다.
로젠만 파사칸의 말에 테라자한 1세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고개만 가로저었다. 아직 왕의 자리에 있지만, 실권은 하나도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아직은 왕위를 차지하기에는 문제가 있어서 미루고 있지만 필요가 없으면 폐위할 예정이었다. 로젠만 파사칸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고 그 뒤를 호위무사인 카타칸이 뒤따랐다. 그들은 정궁인 프로파한 궁의 정전인 프로마 전각으로 이동을 했다.
“섭정공 전하께서 들어오고 계십니다.”
로젠만이 안으로 들어가자 시종장이 장내에 알렸고 장내에 있던 수십 명의 신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좌 바로 아래에 놓인 자리에 로젠만이 앉자 신료들도 자리에 앉았다.
“전하, 유칼라드 왕국에서 조만간 선전포고할 것이라 합니다. 내부 반발을 정리하고 선전포고문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저들에게 1만5천 골드를 보상해준다고 했는데 그 정도면 하찮은 자들이 죽은 것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졌다고 보는데, 이것들이 너무나 욕심이 과해.”
로젠만 파사칸이 툭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 왕국의 사람이 그들의 경을 무단으로 침탈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는데 그들은 왕국의 신민이 아닌 역도란 말이야. 역도들의 행위마저 우리가 책임질 이유는 없는 것이지. 국경이 뚫린 것이 문제이지 왜 우리 책임이야?”
국경을 침탈하는 행위를 책임지라는 부분에서 파사칸 왕국은 절대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 부분의 책임을 인정하면 배상을 해야 했고 단순한 인명 피해에 대한 보상과는 견주기 어려운 수준의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사실 자신들이 그들을 몰아붙여 도주하게 만들어 전쟁의 빌미를 만들었지만, 책임이 없다면서 유칼라드 왕국에서 먼저 선전포고를 하도록 만들었다. 빌미가 있다고 해도 선전포고를 먼저 한 쪽에서 개전의 책임을 져야 했다.
“저들이 무리하게 전쟁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응징을 하는 수밖에 없지.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로젠만은 사전에 계획한 일이지만 그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는 자들도 그런 사실을 알지만, 누구도 언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보상을 받고 물러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국가 간의 일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고 있었다. 국경 침탈을 단순한 인명 살상에 대한 보상만으로 넘어가는 것은 속국이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저들은 그간 전쟁다운 전쟁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 나이가 70은 되어야 20대에 전쟁터에 나섰을 것이다. 저들이 싸운 경험이라고 해야 고작 변방 영지에서 몬스터 사냥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 오합지졸의 군사들을 10년간 전쟁터에서 단련한 우리의 정예병이 압도할 것이라 믿고 있다. 저들이 먼저 군사적인 행동을 하는 이상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로젠만 파사칸은 그렇게 말하고 장내를 살폈다. 대신이라고 해도 누구 하나 토를 달지 못했다. 초기에는 몇몇 강직한 자가 나서서 국왕을 옹호하기도 했지만 그런 자들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입바른 소리를 한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라졌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고 싶다. 그렇기에 선전포고를 할지라도 다시 한번 전쟁을 철회할 기회를 주고 싶다. 외무대신은 그에 대한 외교 서신을 준비하도록 하라. 이번 불미스러운 일을 원만하게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하도록.”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에도 철저하게 기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신들은 그런 로젠만의 모습에 더욱 두려움을 느끼는지 긴장한 기색이 어렸다. 대신들은 로젠만 일당이 매사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또한 저들이 선전포고하면 우리가 외교 서신을 보낸 사실을 왕국 전체에 알려 결코 우리가 먼저 전쟁을 시작하지 않음을 알리도록 하라. 엘리야 왕국도 무도하게 먼저 전쟁을 시작했고 이번에 유칼라드 왕국이 먼저 전쟁을 시작했음을 알려라.”
로젠만의 지시에 그 자리에 모인 신료들은 대답하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로젠만 파사칸은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로젠만은 자신이 머무는 집무실로 들어왔다. 집무실에는 ‘무천武天’이라는 한자가 쓰인 휘장이 걸려있었다. 로젠만은 자리에 앉자마자 뭔가 불만스러운 어조로 뒤따라온 인물에게 한마디를 했다. 답답한 기색이 역력했다.
“화정, 굳이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하나?”
로젠만이 평소 사용하는 말이 아닌 중원의 말로 말을 건넸다. 보안을 유지하는데 제격이었다. 뭔가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을 하자 호위무사로 따라오던 인사가 자세를 풀면서 마주 앉았다.
“나도 운상이 너무 복잡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필요한 일이지. 전쟁에 이기더라도 맘대로 사서를 다 뜯어고칠 수는 없어. 최소한 명분은 확보하는 것이 좋아. 시간이 흐르면 명분이 필요 없지만,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필요해. 무도한 침략자보다 불의를 응징하는 응징자가 떳떳하지. 그리고 엘리야 왕국처럼 단계적으로 점령해야 하는데 명분이 중요해. 중원의 강역만큼 넓은 유칼라드 왕국을 한 번에 점령하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한데 여전히 환마의 종적은 없는 거야? 사실 이번 일도 환마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일이잖아?”
그들의 입장에서 유칼라드 왕국도 자신들이 나서면 어렵지 않게 정복할 것으로 보였지만 그것은 더 강한 적, 환마가 나선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가 있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환마를 찾아내서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우리는 항상 둘이 붙어 다니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혹시라도 왕국 내에 있는지 몰라 은거하고 있는 강자들까지 확인했지만 찾을 수 없었지. 있다면 동대륙, 유칼라드 왕국에 존재한다고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