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9
2. 엔리케 영지로 가는 길 (6)
인솔한 기사 중에 선임인 글리스톤이 끝까지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보였다. 뭔가 큰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데 빠지고 싶지 않았다. 위험하더라도 동행하여 결과가 어떤지 보고 싶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일이 간단하지 않아 보였다. 설사 세라톤 영지를 벗어나 헤세라 영지로 넘어가서 사고가 나더라도 그런 사실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해준다면 우리야 고맙지만, 너무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한동안 어수선한 가운데 진형을 정비했다. 곧 습격해올 것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이곳 흑석산 주변은 산적들까지 출몰하는 곳이었다. 이반은 마차에 올라탄 채로 이동했다. 물론 병사 중에 궁수도 짐마차에 올라 역시 대비를 했다. 로엔 자작도 마차에 타지 않고 말을 타고 움직였다.
흑석산 중턱에 대기하고 있던 자들은 척후로 나가 있던 통신마법사의 전언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전에 침투시켜놓은 첩자가 색출되었다는 보고였다. 언덕 아래에 당도한 자들이 멈춰 섰고 세 명을 제압한 사실이 보고되었다.
“첩자가 침투한 것을 알면서도 여태 가만히 두다가 결정적인 시기가 되자 처리를 했습니다. 그나마 척후병을 내보낸 상황이라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요.”
파트리칸 용병단의 단장인 체자레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후드를 걸치고 있는 자를 보면서 한소리를 했다.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는 파트리칸 용병단이지만 흑마법사와 연관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막다른 상황에 몰리니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일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라톤 영지의 기사와 병사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작 기사 둘과 병사 열 명이지만 그 정도라면 소규모 전투에서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전력을 줄이려고 헤세라 영지로 넘어온 다음에 일을 벌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중간에 첩자가 들통이 나면서 틀어지고 말았다.
“그보다 마중을 나오는 자들은 헤세라 영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압니까? 만일에 영도를 지났다면 위험합니다.”
빨리 달리면 두 시간 안에 당도할 거리였다. 전력이 강해 전투가 길어지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
“아직 헤세라의 영도를 지나지 않았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거기에 중간에 몬스터를 끌어모을 것이니 헤치고 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크루밀을 사용하여 몬스터를 길가로 유인해 놓으면 그들을 뚫고 오기는 쉽지 않았다. 두세 번만 그런 작업을 하면 한두 시간 정도 지체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시작합시다. 언덕을 넘었다고 합니다.”
마법 통신이 들어왔다. 곳곳에 척후를 보내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산적들이 사용하던 척후 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길을 가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길이 잘 보이는 지점에 관측소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순식간에 좁은 계곡 지형을 선점하고 그들은 기다렸다. 병력이 무려 200명을 넘고 있었다. 용병단의 정예에다 산적 단에 속한 150여 명을 더한 숫자였다. 산적 단은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일반 병사보다도 못한 수준이지만 병사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이 매복하고 십여 분이 지나자 마침내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마차를 호위하는 70여 명의 인원이 보였다. 그들은 적들이 숨어 있는 것을 아는지 적당한 지점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마차 위에 있던 자가 일어서서 활을 쏘았다. 화살은 꽤 멀리 떨어진 한 지점을 향해 날아갔고 비명이 났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멈추더니 말에서 내려왔다. 좁은 곳에서 멈춰 서서 싸우는데 말 위에 있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 내려섰다.
“쳐라.”
어깨에 화살을 맞은 자가 큰 소리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파트리칸 용병단의 단장인 체자레는 마차 위에 앉아있던 어린 애가 쏜 화살에 어깨를 맞자 분기탱천하여 공격 명령부터 내리고 말았다. 어린 애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처음에는 어린애가 화살을 겨누자 진짜로 어린애 장난으로 알았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100여 m 떨어진 곳에서 쏜 화살 정도는 쳐낼 자신이 있었는데 그 화살에는 오러 궁수가 쏜 것처럼 강한 오러가 담겨 있었다. 그나마 검으로 쳐내면서 움츠린 덕분에 어깨에 맞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목이나 심장에 맞았을 판이었다.
“무슨 짓입니까? 무작정 공격이라니?”
옆에 후드를 입은 자가 타박을 했다. 원래는 궁수와 마법사를 동원하여 원거리 공격으로 숫자를 줄이고 압도적인 숫자의 우위로 기사들을 처리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체자레가 당하자 이성을 잃고 공격부터 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왔다. 체자레는 하필이면 자신을 향해 계속 화살이 날아오자 화가 나는지 씩씩거리면서 날뛰었지만 피하거나 화살을 쳐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후드를 입고 있던 자도 화살이 날아오자 실드를 전개했지만, 순식간에 뚫고 화살이 날아오자 급히 피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마법을 전개하여 공격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연속적으로 실드를 전개하면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속사 능력이 대단했다. 그런 궁술을 가진 자를 상대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오러 궁사는 둘 다 처음 상대해보는 상황이었다. 그사이에 뛰쳐나간 자들은 제대로 된 공격도 못 하고 병사들에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특히 엔리케 영지의 기사들은 양 떼 사이의 늑대처럼 산적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간간이 뛰어난 파트리칸 용병단원들이 기사들을 상대로 선전을 벌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반은 상황을 살피면서 적의 수뇌부로 보이는 자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당장은 그들을 견제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았다. 그러면서 간간이 위기에 처한 병사를 구원했다. 물론 속사를 하면서 기사들과 상대하는 강적들에게 화살을 날렸다.한참 싸우는데 기습공격, 그것도 오러를 잔뜩 머금고 이기어시의 수법마저 가미된 화살이 날아오니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화살을 피해도 그사이에 기사의 검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반은 전투를 앞두고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까 고민을 하다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가족에게 불상사가 벌어진 후에 후회하느니 최선을 다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기에 전처럼 마차 위에 올라가서 궁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적들이 포진한 계곡을 살폈다. 그냥 돌파한다면 중간에 양쪽에서 매복한 자들의 요격을 받아 전멸을 당할 수 있어 보였다. 그것을 알기에 로엔 자작이나 기사들도 멈춰 서서 정공을 통해 전면전을 벌이기로 했다.
적진을 살피니 강한 기운을 가진 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거리가 꽤 되었다. 못해도 30장은 되는 거리였다. 그 정도 거리라면 일반적인 궁수에게는 다소 먼 거리였다. 하지만 환마에게 있어서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기감으로 살펴보니 여기서 말하는 엑스퍼트 중급의 기사가 넷 정도 되었다. 거기에 마법사로 보이는 자가 있었는데 그가 봤던 요한의 마나와는 완전히 상반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요한이란 자가 내뿜는 기운을 양기라고 한다면 그자가 내뿜는 기운은 음기라고 할 정도로 전혀 상반되었다.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사악한 기운, 사기邪氣가 물씬 풍겼다. 화살을 재어 대장으로 보이는 자를 겨누었다. 후드를 쓴 마법사를 먼저 제거하고 싶었지만 대장이라는 자가 앞에 가로막고 있어 바로 겨누기가 곤란했다.
이반은 화살에 현천신공을 주입하여 쐈고 마지막에 이기어시의 원리를 이용하여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을 조정했다. 순간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검을 빼 막았지만 결국은 제대로 쳐내지 못하고 약간의 방향을 틀었다. 목을 겨누었지만, 방어 때문에 왼쪽 어깨에 화살을 꽂을 수가 있었다. 그것도 그냥 끝만 박힌 것이 아니라 화살촉이 전부 틀어박혔는지 화살의 꽁무니만 보였다.
어깨에 화살이 박히자 대장은 이성은 잃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계곡 주변에 매복했던 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들이 달려들었다. 병사들의 실력은 적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단체로 싸우는 능력은 뛰어났다. 몇몇 강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기사들이 나서서 저지했다. 이반은 연속하여 대장과 마법사를 공격했다. 제법 거리가 있지만, 이반이 연사 능력을 발휘한 덕분에 대장은 피하는 데 급급했고 마법사도 노출이 된 상황이라 공격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기감으로 바로 알 수가 있기에 적절하게 화살을 날려 무산을 시켰다. 대장은 화살에 기운을 실어 날려야 효과를 봤지만, 마법사는 약간의 기운만 실어 화살을 날리는 것으로 마법을 무산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대장을 공격하면 발생하는 오러 반동으로 인해 마법이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기도 했다. 오러 반동은 오러가 퍼지면서 주변의 기운을 요동치게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장을 주시하면서 위기에 처한 아군을 돕기도 했다. 적들이 결정적인 한 방으로 아군의 숨통을 끊으려고 할 때마다 적을 먼저 제거하기도 했다.
싸움은 혼전 양상이지만 간간이 이반이 화살을 날려 강자를 견제하거나 제거하는 덕분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 사이에 뒤쪽에서 10여 명이 나타났다. 그룬힐트 영지의 기사들이 은밀하게 이동하여 대기하다가 하레스가 보낸 신호를 보고 가세했다.
제임스 쿠도를 비롯한 기사들은 당도하자 산적들을 공격했고 이반은 여전히 마법사와 체자레를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산적들과 용병들이 도주하기 시작했고 기사들을 중심으로 하여 추격을 했다. 이반은 다른 사람은 놓아 주어도 후드를 입은 자와 체자레는 놓아줄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다소 무리하지만, 공력을 최대로 사용하여 도망가는 두 사람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지금까지는 중급 엑스퍼트 수준의 마나만 사용했지만, 그들이 도주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한 단계 위의 마나와 궁술을 사용했다. 이기어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원리마저 사용했다.
두 사람은 산적과 용병들이 후퇴하자 도주를 하려고 했지만 연이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맞고 말았다. 특히 후드를 입은 마법사는 순간 이동이 가능한 마법 물품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화살이 날아오면서 마법이 취소되자 기겁을 했고 허리에 그대로 화살이 꽂히고 말았다.
이반이 현천신공을 최대로 끌어올려 전개한 궁술은 파사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일종의 항마력이기에 안티 매직의 기능이 발휘되어 마법마저 취소를 시키고 말았다. 그 때문에 마나 역류마저 발생하여 입에서 피를 내뿜기까지 했다.
둘은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화살을 맞은 것 때문에 도주할 수가 없었고 쫓아온 제임스 쿠도와 기사들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강한 자들 위주로 30여 명이 도망을 쳤지만 15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죽은 자는 소지품을 챙긴 후에 길가에 버리고 중상을 입어 회복이 불가능한 자는 숨통을 끊어 같이 처리했다. 나머지 상처를 입었지만 당장 죽지 않을 자들은 포박하고 적당히 지혈을 시킨 후에 한곳에 모았다. 제임스 쿠도가 체자레와 마법사를 포박하여 데려왔다. 둘 다 죽지는 않겠지만 중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체자레는 어깨와 등판에 화살이 꽂혀 있었고 마법사는 허리에 화살이 꽂혀 복부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이자는 흑마법사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 장내의 모든 사람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후드를 입고 있기에 마법사인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흑마법사일 줄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런 인물이 잡힌 것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반은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