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97
17. 개전 (6)
유칼라드 왕국에서도 전선에 이르는 보급로가 차단될 상황이 벌어지면 최소 5만 이상의 군사가 고립되고 양면 협공을 당할 수가 있어 철저하게 대비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양국의 국경지대,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은 지점을 점령하고 예비대를 전진 배치하여 설사 선발대가 전멸해도 파사칸 왕국 군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6월 말 정도가 되면 사막은 열사의 땅이 되지. 그러면 누구도 그곳에 머물 수가 없을 거야. 조만간 저들도 철군할 거야. 더구나 희생만 커지고 군비만 커지는 상황이니 버티기 어렵지.”
“그때 뒤쫓아 가서 일단 관문 하나만 깨뜨리자는 말이지?”
“그렇지. 하나만 깨뜨리면 저들은 고민이 될 거야. 관문에서 데아트라 영도까지는 탁 트인 내리막길이니. 그러면 영도가 위태롭게 되고 영도가 점령당하면 모조리 다 고립이 되니.”
경계선 기준으로 중앙의 세 개의 길이 만나는 관문과 남북의 길, 도합 3개의 길 중에 하나면 돌파하면 되는 길이었다.
“자네 말은 우리가 하나를 선택하여 합류하면 된다는 말이군. 거기에 나머지 예비대까지 전부 투입하고 말일세.”
“맞아. 그것이 가장 확실하지. 문제는 과연 유칼라드 왕국에서 숨겨진 패를 내보낼까 그것이 문제이지.”
무사카는 그런 상황에서 벌어질 암중의 대응을 지적했다.
“만일에 7서클의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나 마스터 상급 서너 명을 동원한다면 우리로서도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울 것인데. 물론 자네와 내가 전력을 다하면 되지만.”
“여기에 환마의 환생자가 합류한다면 그것이 문제이지. 그러니 차라리 사전에 우리가 나서서 저들의 마스터나 6서클 마법사를 처리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거야. 변수는 사전에 없애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
무사카는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굳이 지금 나설 이유는 없지 않아. 괜히 초전에 일을 벌이다가 저들의 경계심만 높이면 골치가 아플 수 있어. 마법사들은 시간을 주면 어떤 변수를 만들지 몰라. 괜히 그들의 공간으로 쳐들어가서 위기를 맞고 싶지 않은데.”
알레시안은 암수를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전생에 명분을 중시하던 명문 대파의 인물이어서 그런지 자객으로 나서는 것을 꺼렸다. 더구나 자객행에 나섰다가 마법사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 죽을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하긴 마법사는 조심해야지. 마법은 환술처럼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조금만 방심해도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그렇다면 정공법으로 상대하도록 하자고.”
무사카는 자신들이 자객이 되어 일을 벌이는 것은 보류하기로 했다. 당분간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서 소모전을 벌이기로 했다. 환마를 색출한 상황이 아니기에 자제한 면도 있었다.
벡스터 후작은 로델 남작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용 탁자에 앉았다. 그러자 로델도 그 앞에 앉아 들고 온 서류를 펼쳐 들고 보고를 했다. 로델은 아군의 동향부터 시작하여 주변의 정세 등 다양한 정보를 보고했다.
“헬싱키 공작님이 지금의 전선을 유지하다 아군의 교대 시점에 관문으로 철군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합니다.”
로델 남작이 보고가 끝나자 한 마디를 덧붙였고 그러자 한숨을 내쉬었다. 벡스터 후작도 선제공격은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이 되었지만, 자신이 속한 정파적인 이익을 따진다면 어쩔 수 없이 선공을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 우리는 중앙군단을 마중하러 갔다가 다시 철군하면 되는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군. 하지만 저들이 과연 순순히 물러나게 할지 걱정이군. 누군가 뒤에 남아 추격을 차단해야 할 것인데 우군이건 좌군이건 희생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전장에서 가장 큰 피해는 대회전을 벌일 때가 아니라 후퇴할 때 추격전에서 발생했다. 낙오하는 순간 죽거나 포로가 되었고 뒤에 고립이 되면 전멸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마음 같아서는 우군을 내세우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그 원망이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좌군을 내세우면 그것도 문제이다.”
벡스터 후작은 누군가에게 적의 추격을 차단하는 임무를 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생각하니 골치가 아팠다. 그렇게 하면 그 부대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그 원망은 지휘관인 벡스터 후작이 감당해야 했다.
“그래도 가장 정예를 내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총참모장에게 임무를 맡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로델 남작은 벡스터 후작의 속을 잘 알기에 그렇게 권했다. 이미 스타치온을 희생양으로 던질 생각이었다. 단지 어떻게 해야 잡음이 없이 원만하게 일을 맡길지 그것이 문제였다.
“세부 작전계획을 직접 수립하도록 하여 스스로 나서게 만들라?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군.”
“그렇습니다. 좌군과 우군 각각 2개 전투대를 동원하도록 지침을 준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직접 참여할 전투대도 그가 지명할 수 있도록 하고요.”
자신이 계획을 세우는 상황이니 다른 전투대만 내세울 수는 없고 결국은 그가 솔선수범할 수밖에 없고 희생자가 발생하면 들려올 모든 욕도 스타치온이 감당해야 했다.
“명령이 내려오면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면 되는 일이고.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나?”
“엔리케 백작이 휘하의 기사들에게 돈을 뿌렸다고 합니다.”
“돈을 뿌려? 무슨 명목으로? 전별금도 아니고.”
“노아 전투대장에게 1만 골드, 다른 군장들에게는 5천 골드를 주었다고 합니다. 다른 영지에서 온 자들은 영지의 지원이 있어 활동비가 부족하지 않지만, 그들은 뒷배가 없어서 주어진 군수품만 받는 실정인데 그걸 보충해준 것 같습니다.”
“5만5천 골드나 뿌릴 정도로 엔리케 영지가 부자인가? 영주가 지원한 것이니 뭐라고 말을 하기도 애매하군.”
“그렇습니다. 부하들을 잘 챙기라고 한 것이니 트집을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개적으로 자금을 뿌린 것도 아니고 조용히 전달한 상황이었다. 당장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돈이 생겼으니 씀씀이가 달라질 것이지만 군수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받은 금전도 아니니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마탑과 상당히 밀접한 것 같습니다. 자금의 출처가 그란델 상단이나 다른 상단이 아닌 마탑이라 나중에 자금 출처를 문제 삼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자금의 전달 경로에 상단이 들어갔다면 나중에 논공행상할 때 문제를 제기하여 의혹을 만들고 공을 폄훼하거나 부정부패로 몰 수도 있지만 마탑이니 그런 공작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벡스터 후작이 마탑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엔리케 영지에 별원을 세운다고 들었는데 편의를 제공하는 것인가? 달리 알려진 것은 없나?”
“그저 마탑의 세스포 레온 백작이 나서서 추진하는 일이라는 점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소문에 불과하지만 마탑의 탑주님인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님이 엔리케 영지에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워낙 보안이 철저해서 진위는 확인이 불가합니다.”
마탑의 탑주가 어디에 있는지는 비밀 중에서도 최고의 비밀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소문의 진위도 함부로 조사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하다가 그 사실이 매직 나이트에 들어가면 그것도 문제였다.
“중립파의 중심에 마탑이 있는데 그것참 고민이군. 원만한 철군을 위해서는 마탑에서 나서주어야 하는데. 스타치온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그것도 문제이니.”
마탑 별원을 세우는 것은 영지에서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물론 마탑도 아무 곳에나 그런 설비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마탑에 도움이 되는 곳에 그런 시설을 만들었다. 또한 마탑 별원이 있는 곳은 마탑의 비호를 받기에 정치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렇기에 이스턴 주의 맹주를 자처하는 프레드릭 백작가로서는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잘 살피도록 하고. 친위대 안에 호위 조직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건 알려진 것이 없나?”
부대 편제는 법으로 정해진 것이 있어 함부로 하지 못하지만, 부대의 지휘관은 필요시에 내부 조직을 별도로 만들 수도 있었다. 스타치온이 강한 병사를 골라 호위대를 만든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호위 조직이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지휘관을 호위하면서 적의 정예를 상대할 것이니 못하게 막는 것은 어려웠다.
“기사들을 파견 보내고 친위대의 역량이 줄어들자 대안으로 마련한 방책 같습니다. 병사들이 익히는 보급형 엔리케 검법 대신에 가문의 비전 검법을 개방하여 수련하도록 했고 일부가 엑스퍼트가 된 것 같습니다.”
스타치온의 전력이 강해진 것은 휘하 부대의 전력이 강해진 것이니 좋아해야 하지만 탐탁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한 사람의 역량이 강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강한 기사들을 빼냈는데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았다.
엑스퍼트가 되었다고 무조건 기사로 만들 수는 없었다. 지휘관이 임시로 전투 기사로 임명할 수도 있지만 그런 권한은 전투대장의 권한이었고 소속 부대를 떠나면 다시 임명해야 했다. 더구나 스타치온이 데려온 부대는 일반 징집병이 아닌 친위군이기에 인사명령으로 보직이 바뀌어도 데리고 가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스터에게 주어진 일종의 특권이기도 했다.
“기사단을 통합으로 편성하는 것은 어떨까?”
“그건 금지하는 것이 아닙니까? 통합기사단의 편성은 기사를 사적인 목적에 동원하고 영지의 군사를 빼앗는 행위로 간주하는 상황입니다. 불가능합니다.”
기사를 통합하여 기사단을 만들면 전력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자칫 반란으로 이어질 수가 있어 금지했다. 왕국의 이름으로 징집했는데 반군이 되는 수가 발생했다. 거기다 기사의 손을 떠난 병사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 마련이라 불합리한 명령이 떨어져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지휘관의 전횡에 희생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패전하지 않고 공을 세우면 다른 군단의 지휘관으로 떠날 수도 있다. 그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야. 군단의 전력이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어떤 경우도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적당히 피해를 보고 철수를 하는 것이 성공하면 문제가 아니지만 아주 큰 피해를 보거나 오히려 공을 세우면 그것도 문제였다. 로델 남작은 벡스터 후작의 욕심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욕심이 많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통에 여기저기서 욕만 먹고 있었다.
“아직 작전계획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탑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작전을 수행할 수가 없기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좀 더 정보를 모아보겠습니다.”
“알았다. 전쟁을 모르는 자들이 무모하게 계획을 세워서 이 모양을 만들어 놓았으니, 원.”
로델 남작은 벡스터 후작의 성향을 알기에 일단 결정을 보류하도록 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좋지 않은 것만 내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하고자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다른 자들이 성장하는 것으로 인해 초조해진 것 같았다.
이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모처럼 세렝게 산에 있는 에레스쿠니아스의 은거지에 와서 연공을 한 상황이었다. 그곳이 가장 안전하게 연공을 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이반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몸 곳곳에는 검거나 회색의 딱지가 붙어 있었다. 마침내 환골탈태를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그의 키는 스타치온보다도 더 커진 상황이었다. 약간 달라진 눈높이가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되었다.
이반은 주변을 돌아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생소한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 눈을 감고 주변을 감지해 나갔다. 동혈 안에 있는 각종 마법 진을 탐색해 나갔다. 그렇게 하자 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미세한 마나의 흐름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왕국의 영토가 침탈되었지만, 그 땅은 황무지에 불과해서 아무런 피해도 없는 실정이지.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서 적의 군세를 차분하게 소모하고 있고. 적의 희생이 10만을 넘어가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고작 6만에 불과하고 더구나 그들은 구 엘리야 왕국 출신이라 실질적인 우리의 전력감소는 없다고 봐야 할 거야. 전장의 주인이 우리라서 전리품도 상당하다고 하더군. 문제는 우리가 현 상황을 타개하고 언제 반격할지 여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