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
1화
“전 세계의 어떠한 꼬마 아이건, 풀백이 현대 축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고 싶다면 다온의 플레이를 보라 말해 주고 싶다. 그가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어떠한 포지션의 선수보다도 더 압도적으로 경기를 빼앗아가 버린다. 패스. 드리블. 슈팅. 심지어 수비나 경기의 이해도 측면에서도 그는 단연 압도적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는 카푸 이후 최고의 풀백일 것이다.”
-위르겐 클롭(Jurgen Klopp)
사람들은 말한다.
넌 더는 축구를 할 수 없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말들을.
그래 나도 알고 있다.
난 앞으로 축구를 할 수 없을 거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다.
특출나지 않은 재능을 지녔기에, 축구장학금 따윈 바랄 수 없는 나라서 축구를 더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난 그게 없다.
집안 전체가 그렇다.
회사원이셨던 아버지는 3년 전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뒤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퇴직금 명목으로 받았던 돈도 어느새 떨어진 지 오래였고, 몇 달 전부터는 일용직을 얻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어딘가로 향하셨다.
엄마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시고, 누나는 대학진학을 미룬 채 성희롱을 해오는 상사가 있는 직장에서 서류정리나 잡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난 다짐했다.
이번이 내가 마지막으로 축구화를 신는 날이라고.
축구를 시작한 후 최초의 대표팀이다. 그렇기에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물론 보결의 보결로 뽑히게 된 것에 불과했지만, 한 번쯤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싶었다.
물론, 시합에 뛸 수는 없을지라도.
여긴 내가 낄 무대가 아니다.
최소한, 몇 분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
2009년 6월 5일.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 1동 월드컵로 310. 수원 월드컵 경기장.
·후반 37분
Ganah : 2
S.Korea : 0
삐빅-!
지훈이가 바닥을 뒹굴기 시작하고, 벤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교체카드를 준비 중이셨던 이광종 감독님은, 잠깐 교체를 미룬 뒤에 상황을 지켜보셨다.
3개월 뒤, 대표팀은 U-17 월드컵에 나선다.
부상이 심하면 안 되는데.
(강성재)
-아? 부상인 것 같은데요? 강한 태클에 쓰러지는 김지훈. 더는 뛸 수 없을 것 같죠?
이미 대표팀은 두 장의 교체를 사용했다.
일록이를 대신해 승우가 투입되었고, 금방 쓰러진 지훈이도 선주를 대신해 투입된 교체자원이었다.
만약 지훈이가 더는 뛸 수 없는 상태라면, 현재 팀에서 오른쪽 풀백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설마······.’
그렇지만 설마 그러려고.
난 정말 조금도 믿고 있지 않았다.
이광종 감독님의 지목으로 얼떨결에 대표팀에 소집되긴 했으나, 난 다른 형들보다 2살이나 어렸고.
또 기량 자체도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표팀에 뽑힌 것은 어디까지나 부상자들 때문. 또 때마침 대표팀 역시도 오른쪽 풀백을 볼 사람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훈련을 정상적으로 진행해야만 했으니까.
그렇다.
난 보결의. 보결의. 보결인 셈이다.
특히나 훈련을 함께하면서 더더욱 실력의 격차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U-17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의 일환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어째서 이광종 감독님이 날 뽑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런데,
“다온! 일루 와!”
“······!”
감독님이 지금, 날 부르고 계셨다.
화들짝 놀라 그대로 감독님에게 달려가자, 어깨동무를 해오시며 내가 교체 투입될 거란 식의 이야기를 하셨다.
어떻게 뛰면 되는지, 또 어떠한 플레이를 원하는지를 말한 거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습관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뭐라고 하셨는지 남아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바뀌었다.
기억나는 거라면, 어차피 0 : 2 로 뒤지는 중이니 부담을 가질 것 없이 마음 편히 뛰고 오라는 말씀 정도였다.
뒤늦게 생각이 나, 훈련용 셔츠를 벗는다. 그리고 대기심에게 다가가 교체를 알렸다.
경기 진행에 방해되거나 금지된 장비는 없는지, 대기심은 꽤 꼼꼼하게 살폈다.
얼른 좀 하라고요.
자꾸 그러면 내가 뛸 시간이.
응? 시간이?
‘······겨우?’
추가시간까지 포함하면, 기껏해야 7-9분 정도를 뛸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대표팀 경기가 10분도 채 되지 않을 거라니.
뭐, 축구에 대한 미련을 가지지 않기엔 이 정도가 딱 좋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삑-!
(강성재)
“아, 결국 교체입니다. 19번 김지훈 선수가 나오고, 22번 김다온 선수가 투입됩니다. 오른쪽 수비수 포지션에 계속 부상자가 생겨서 뽑혔던 선수였죠?”
(이우종)
“네 그렇습니다. 매탄중학교 출신이고요, 오른쪽 풀백포지션에서 꽤 잘 달리는 선수라고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렇게 정보가 많지 않아요. 다만, 이광종 감독이 남들보다 두 살이나 어린 친구를 뽑은 것에는 전부 이유가 있겠죠?”
(강성재)
“점수는 2 : 0. 대한민국. 가나를 상대로 무기력합니다.”
그라운드에 나선 순간부터,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리고 난 그 속에서 물에 물 탄 듯, 무색무취하게 플레이를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특색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수준.
분명 학교에서 뛸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얘네들은 뭘 먹고 이렇게 큰 거야?
가나의 선수들은 전부, 나보다 훨씬 더 컸다.
······하긴, 안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
두 살이 적다는 것을 떠나, 난 남들보다도 확연히 체격이 작았다.
엄마는 한창 먹어야 할 나이에, 또 운동하는 아들에게 맛있는 것 제대로 한 번 차려줄 수 없다며 늘 미안해하셨다.
그렇지만 난 괜찮았다.
어차피 관둘 거니까.
가난이라는 건, 현실을 보다 빨리 깨닫게 해준 것 같다.
나름 매탄중학교의 주전 풀백이었음에도, 내게 장학금을 포함한 스카우트 제안을 해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고등학교 팀 감독에게 줄 돈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뒤늦게 알게 된 건, 중학교 때에도 가족들이 돈을 쥐어짜서 감독님에게 나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는 거다.
이후, 난 훈련을 거의 참석하지 않게 되었다.
표면적으론 가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거였지만, 실은 좀 더 복잡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는 진짜다.
아버지가 공사현장에서 허리를 삐끗하시면서, 나도 학교를 마치면 식당에서 설거지하며 돈을 벌었다.
허리라는 게 좀처럼 쉽게 낫지 않는 부위이다 보니, 한 달이면 될 것 같았던 아르바이트가 두 달 그리고 석 달. 급기야는 1년 정도까지 이어졌다.
아마 앞으로도, 자주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축구 따위······.’
축구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지 않고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말.
축구 따위는······.
‘씨-팔!’
상황은 공세가 이어지는 중이었고, 왼쪽에서 진범이가 올린 크로스는 수비수의 헤더에 가로막혀 페널티 라인 바깥쪽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시합일 것이라는 생각에, 반쯤은 정신이 나간 채로 뛰고 있었던 나.
정신을 조금 차리니, 어느새 축구공을 향하여 돌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후방으로 물러나 상대의 역습을 경계해야 했겠지만······ 아마 나중에 혼나겠지?
진짜로 뭐 같네, 썅.
될 대로 되라지.
바닥에서 튕겨 오르는 축구공을 똑바로 바라보며, 난 오른발을 냅다 휘둘렀다.
발등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거의 없는 거로 보니, 나의 축구 인생처럼 똥 볼이 되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응?”
(강성재)
“김다온 슈우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오올-! 우와아아아아악-! 원더골이에요! 김다오오온!”
마치 레이저처럼 뻗어 나간 축구공은 비좁은 선수들의 틈을 헤집고 들어가, 급기야는 골키퍼의 손을 뚫고 그물을 가를 듯 강하게 꽂혔다.
솔직히 많이 놀랐지만, 셀레브레이션을 완전히 깜빡할 만큼 넋이 나가 있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 보고 있어요?
난 코너플랫을 향해 달리다가 날아올랐고.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면서 크게 외쳤다.
“씨부랄! 다 좆까라 그래!”
***
“Sir?”
“Na -”
같은 시각,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한쪽에는 스카우트의 목적을 지니고 온 하나의 무리가 있었다.
이들은 오늘 이곳에 모인 유일한 무리는 아니었지만, 지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한 선수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독일어/프랑스어처럼, 남들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이 난생처음으로 들어보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지금, 이들의 대화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현재 경기장은 온통 환호성으로 가득하다.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계속하여 의견을 교환한다.
“Hvordan er det? Er det ikke okay?(어때요?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Lav hastighed. Og magt. Hmm- Det er bestemt okay. Nej, det er meget godt. Hvorfor er den ven en kandidat?(속도. 그리고 힘. 흐음- 분명히 괜찮은 수준이야. 아니, 오히려 훌륭해. 어째서 저린 친구가 후보인 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의 다른 이들과도 의견을 나눈 이들 두 사람은, 경기의 시간을 확인하며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지금 이곳은, 대화를 나누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향하는 곳은.
삑! 삑! 삐익-!
시합이 끝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옆쪽 자리였다.
그리고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선 잿빛 머리의 남성은 기다리던 얼굴이 나타나는 것에 맞춰 큰 목소리로 외쳤다.
“HEY!”
“응?”
그런 그의 눈에, 붉게 상기된 얼굴의 어린 소년이 담겼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상체를 숙이며, 조금 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명함을 건넸다.
그러면서 말하길,
“Hvis det er okay, vil jeg tale med dig og dine forældre.(괜찮다면, 너에 네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구나.]
물론,
“······?”
상대방은 전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 남자는 그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저, 환한 미소만 지어 보일 뿐.
***
[(Official) 영입 : 대한민국의 U-17 대표 김다온 ? F.C 노르셸란 홈페이지]? 누구라고? 그보다, 15살? 진짜야?
? 점점 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네, 이 팀.
? 마케팅적으로 괜찮아 보이지 않아? 박지성과 맨유의 경우를 생각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