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
10화
2010년 7월 9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경기 시작 4시간 전
FC 노르셸란 0 : 0 IFK 노르셰핑
& Match`s Best Eleven (홈/어웨이)
& Match`s Tactics (홈/어웨이) : 3-6-1 / 4-3-3
GK ? 예스퍼 한센 / GK ? 아바스 하산
CB ? 안드레아스 비엘란 / RB ? 바비 프리버그 다 크루즈
CB ? 헨릭 킬텐토프 / CB ? 안데르스 비크스트룀
CB ? 마이클 파크허스트 / CB ? 마르쿠스 포크-올란데르
LM ? 안드레아스 라우드럽 / LB ? 크리스토퍼 텔로
DM – 에녹 아두 / CM ? 아스트리트 아다레비치
CM ? 니콜라이 스톡홀름 / CM ? 마르틴 스메드버그
CM ? 파트리스 버니어 / CM ? 아르민 탄코비치
AM ? 라베즈 라완 / CF ? 군나르 하이다르 토르발드손
RM ? 토비아스 미켈센 / CF ? 슈페팀 하사니
CF ? 크리스티안 귀트케르 / CF ? 리키 카키치
.
.
리그 개막을 9일 앞두고, 본격적인 시즌 맞이가 시작됐다.
훈련의 강도는 부쩍 높아졌고, 새로운 전술을 맞이하는 선수들의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겨났다.
처음은 전부 낯설어만 했는데, 지금은 약간 제 몸에 맞는 옷이 된 듯하다.
그리고 난 지금, 클럽하우스에 딸린 훈련용 그라운드에서 홀로 슈팅을 하고 있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기분전환을 하는 의미다.
“후우······.”
오늘 우린, 스웨덴 프리미어 디비전의 전통적인 강호 IFK 노르셰핑(IFK Norrkoping)과 연습경기를 치른다.
작년은 성적이 썩 좋지 못했는데, 그래서 이번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했다고 들었다.
어차피 같은 리그에서 뛰는 팀이 아니라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전반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한 수 앞선다는 평을 듣는 팀이다.
이미 경기에 출전할 베스트 일레븐은 정해졌고, 난 벤치에 앉아 출전을 기다릴 예정이다.
개막전이 코앞이라 유망주에게 기회를 줄 여유는 그리 많지가 않다.
희박하나마 출전할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면, 1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
투?웅!!
촤라라라락-!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온 공에 그대로 발을 휘둘러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빠르게 뻗어 나간 볼은 그물을 갈랐고, 그러자 어딘가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모르텐이 서 있었다.
“일찍 왔군.”
“네?”
“일찍 왔다고 했어. 혹시 긴장되나?”
“아뇨. 괜찮습니다.”
“그렇군. 하던 걸 계속하도록.”
만약 내가 당황하지 않았다면, 어차피 선발로 뛰는 것도 아닌데 긴장할 이유는 없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모르텐을 만난 건 다소 의외였다.
보통은 여기까진 오지 않으셨으니까.
그나저나, 감독님이 근처에 있으니 무척이나 신경 쓰인다.
“저······.”
“뭔가?”
“혹시 한가하세요?”
“응? 하핫-! 내가 한가해 보이나 보지?”
“음- 조금이요?”
“하하하하-!!”
유쾌하게 웃는 감독님을 보고 있으니, 뭔가 말을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한가하게 보인다. 뭐, 그럴 수도 있겠군. 잠깐 이리 오겠나?”
“······.”
감독님이 손짓으로 날 부르시더니, 뒤를 돌아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어지럽게 흩어진 축구공을 남겨둔 채, 감독님의 뒤를 따라 걸었다.
우리는 곧 비어 있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새로운 전술엔 조금 익숙해졌나?”
“익숙할 것도 없죠. 아직 실전을 뛰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으니까요. 그렇지만, 스리백은 조금 익숙해요.”
“그래?”
“네.”
메탄 중학교 시절 항상 스리백과 포백을 오갔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스리백에서 뛰는 게 좀 더 편하다.
스리백 시스템에서는 좀 더 많이 뛰어야 하므로 힘들다고 말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야 많이 뛰어다니는 것만큼은 항상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내겐 수비 부담이 덜해진다는 점이 좋았다.
“수비 부담이 덜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네?”
“스리백이 쉽다고 말하는 수비수들은 주로, 전술적인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왜냐하면, 숫자가 그만큼 더 많으니까.”
“음- 제가 멍청한가요?”
“하하하.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반대요?”
“그래.”
감독님은 나를 ‘다르다’는 단어로 묘사했다. 본인에게도 한국의 축구를 접하는 게 처음이었고, 그래서 내가 배워온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노력하셨다고 했다.
“아무래도 한국은 측면수비수를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더군.”
“음- 혹시 이영표 선수를 아세요?”
“하하. 그는 좋은 수비수였지. 하지만 그 외에 딱히 인상적인 윙백들은 떠오르지 않는군.”
송종국 선수도 있지 않냐고 말을 하려던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감독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난 네가 훌륭한 풀백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어.”
“풀백? 윙백이 아니고요?”
“그래.”
이 두 포지션의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
우선 풀백(Full-Back)과 윙백(Wing-Back)의 차이점을 가장 쉽게 표현하자면, 전술과 공격력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풀백은 주로 포백 시스템 하의 측면수비수를 의미한다.
반면 윙백은 주로 스리백에서 측면에 위치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윙백이 좀 더 공격적인 이미지다.
그렇다는 말은?
“좀 더 수비적이 되라는 말이세요?”
“하하. 말했지? 네 나라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거긴 측면수비수를 쓰는 법을 잘 몰라.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군.”
감독님은 내게 자신이 생각하는 풀백의 진정한 의미를 말해 줬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전설 파올로 말디니(Paolo Maldini)와 프랑스의 전설적인 수비수 비셴테 리사라수(Bixente Lizarazu)의 예를 들었다.
“둘은 축구 역사상 최고의 왼쪽 수비수였지. 하지만 동시에 가장 다재다능했던 선수이기도 했어.”
“음- 그런가요?”
“물론. 말디니는 수비 전체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지. 그리고 클럽에서는 때때로 중앙미드필드 역할도 수행했어. 그리고 리사라수는 왼쪽 전체를 커버했지. 둘 다, 단순히 수비만 잘하지는 않았어.”
“몰랐어요.”
“아시아는 잘 모르지만, 거긴 유럽 축구의 정보가 부족할 수도 있었겠지. 아무튼, 풀백은 좀 더 다재다능하단다.”
다재다능이라.
여전히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은데.
“꼬마야.”
“네?”
“넌 지난 한 해 동안 배운 것이 무어라고 생각하니? 그리고 짧았지만, 이번 훈련이 시작된 뒤에 배운 것도 말이야.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따라만 오고 있었던 거니?”
“······.”
어쩐지 정곡을 찔려 버린 느낌이다.
난 지금까지 팀이 시키는 대로 따라만 가면 좋은 축구선수가 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항상 이런 태도야말로, 기량을 증가시키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이란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감독님은 내게 말했다.
어느 때보다도 더, 진지한 목소리로.
“난 네가 무엇을 배우고 있고, 그것이 네 축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의심해 보길 바란단다. 만약 훈련이 잘못되었다 싶다면, 언제든 넌 코치들에게 그것을 말할 수 있어야만 해.”
“······너무 어려워요.”
“훗. 한 번에 바뀔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지금까지 배워온 것을 잘 생각해보렴.”
“네. 그건 할 수 있어요.”
“그래.”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감독님은 이제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것 같았다.
나도 혼자 하던 놀이를 대충 관두고, 클럽하우스 내부로 돌아가 볼까 한다.
나중에 만나자는 감독님과 헤어져 앞으로 몇 걸음 걸어나간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등 뒤에서 다시 나를 부르는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난 뒤를 돌아보았고.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감독님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취미가 있으신가 보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단순히 깜빡하셨거나.
감독님은 크게 소리쳤다.
“오늘! 그걸 좀 보자 꾸나! 알겠지?!”
“어······ Ja?(네?)”
어쩌면 난 오늘, 경기를 뛸지도 모르겠다.
***
몇 시간 전 감독님과 나눈 대화는 여전히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풀백과 윙백. 다재다능.
그리고 풀백의 진정한 의미.
지금껏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분야였다.
삑-!
“응?”
.
.
·후반 07분
FC 노르셸란 2 : 2 IFK 노르셰핑
페널티에어리어 가까운 곳에서 노르셰핑의 선수가 쓰러졌다.
그는 고통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무릎을 붙잡은 채 바닥을 구르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엔,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오늘은 연습경기이다.
경쟁심이야 충분히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지만, 시즌을 앞두고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은 공통적이다.
잠시 뒤, 다리를 절뚝이는 노르셰핑의 선수가 사이드라인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킴!”
“야! 너 부른다!”
“나도 알아.”
후반 5분 무렵까지 몸을 풀다 벤치로 돌아온 지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오늘은 연습경기답게 전반이 끝남과 동시에 꽤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교체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내 차례다.
“몸을 풀고 있어. 때가 되면 부를 테니까.”
“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
사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코어를 달구고 다리를 스트레칭했다. 그러곤 한쪽에 서서 허리를 돌리며, 노르셰핑의 프리킥 장면을 지켜봤다.
지금까지 노르셸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를 꼽으라면, 16번의 슈페팀 하사니(Shpetim Hasani)와 나와 같은 포지션의 크리스토퍼 텔로(Christoper Telo)였다.
센터포워드로 뛰는 하사니와 같은 경우, 전방에서 정말로 많이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텔로 역시,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여줬다.
특히 텔로는 아직 20살도 되지 않았다.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은근 경쟁심이 일었다.
‘나도 저 정도는······.’
작년 합류 초반, 팀은 내 크로스가 눈 뜨고는 못 봐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썩 나쁘지 않단 말을 들었는데, 기준이 달랐다.
그래서 부단히도 큰 노력을 해왔다.
경기에 투입되면, 나도 텔로만큼 좋은 크로스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삑-! 삑-!
“아-젠장!”
“뭐야?! 벌써 3점이나 줬잖아?!”
“좀 잘 해봐 이 등신들아! 나 속 터지겠다고!!”
프리킥에 이은 코너킥에서 팀의 세 번째 실점이 나왔다.
높은 타점을 보여준 노르셰팡의 17번이 헤더를 꽂아 넣었다.
등에 적힌 이름은 군나르손이다.
{아무리 공짜 경기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아?!}
{이건 맥주라도 줘야 할 경기력이라고!}
{그럼 사서 먹어 이 등신아!}
{뭐?!}
관중석 한쪽에서 작은 소요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그것을 무시한 채 계속 몸을 푸는 일에 집중했다.
처음은 이런 분위기가 무척 낯설었는데, 이젠 익숙하다.
덴마크의 축구 팬들은 무척이나 극성이다.
잘할 때는 신앙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경기력이 나쁘면 여지없이 거친 말들을 보내오곤 했다.
때론 행동도 한다는 점은 한국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난 훌리건이라는 게 영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덴마크의 팬들도 만만치 않았다.
홈에서 3실점을 한 데에 따른 실망감이 쏟아지는 가운데,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던 나를 감독님이 호출했다.
드디어.
‘내 차례인가?’
예감으로는 오른쪽 미드필드로 이동한 안드레아스 라우드럽(Andreas Laudrup)과 나를 바꿀 것 같다.
그러면 자연스레 전술도 변할 거다.
라우드럽은 전형적인 측면미드필드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측면수비수다.
그리고 이런 전술적 변화에 대해서도 여태껏 훈련을 해왔다.
자신은 충분히 넘친다.
가까이 다가서자, 감독님이 전술보드를 보여준다.
“안드레아스와 바꿀 거야. 네 기본적인 위치는 여기이고.”
“네. 이해했어요.”
“좋아. 그리고 꼬마야.”
“네?”
“아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
개구쟁이와도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감독님.
이분은 내 등을 떠밀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중앙을 함께 커버해! 대신 크리스텐센을 조금 올릴 거니까! 자유롭게 뛰어! 뒤는 내가 책임지지!!”
“어······ 어······ 그러니까······.”
저기요, 감독님.
아무리 뒤를 책임진다고는 말씀하셨지만, 전 어쩌라고요?
이 말이 목구멍 바깥으로 튀어나오려던 찰나.
“교체인가?
”응? 오-! 어, 그러니까. 네. 네. 음, 저기. 라우드럽?“
”라우드럽. 알겠네.“
대기심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감독님은 어느새 자리로 돌아가 앉아 계셨다.
이런 젠장.
중앙이라니.
아무래도, 혼란스러운 하루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