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02)
969화 re – Pair (5)
.경기 결과(The MYC Semi-Final)
리버풀 4 : 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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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6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첫 번째 ‘The Manchester Youth Cup’의 결승전은 맨체스터 더비로 결정되었다.
“선수들이 묻고 있다고?”
“그래.”
“…….”
침묵하는 펩 과르디올라를 보며, 마넬 에스티아르테가 난감하다는 듯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오늘 하루, 꽤 많은 사람이 김다온의 복귀에 대해 물었다.
선수들과도 많은 소통을 하는 에스티아르테기에, 궁금한 것을 묻는 건 흔한 일이었다.
“요즘, 그는 괜찮아 보이네.”
“…….”
“목발을 짚고 있지 않아. 아직 어색하긴 해도, 자신의 두 발로 멀쩡히 걸어 다니고 있지.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훈련장에 돌아올지 궁금해하네.”
“…….”
“펩.”
“후우~”
부상의 형태나 중증도를 놓고 보았을 때, 현재 김다온은 초인적인 회복력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 맞았다. 환상통이라는 요소를 빼면, 당장 볼 있는 훈련을 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복귀까지 최소 12개월은 걸릴 거라던 최초의 진단을 생각해 보면, 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그러나.
“누구도 알지 못해.”
“…….”
“심지어 그 본인조차도 말이야. 환상통일세, 마넬. 말 그대로 환상 속의 통증이야. 물론 언젠가 그는 돌아오겠지. 하지만 말일세. 과연 그때의 다온이 아프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우리가 아는 그라면…….”
“그래. 참을 테지.”
“바로 그걸세.”
“…….”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한다. 거기엔 오늘 새벽 인쇄되었을 타블로이드지들이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화려한 사진은 ‘데일리 미러’의 것이다. 그들은 아마나 오케케의 멋진 플레이 후 환호하는 시티의 선수들과 김다온의 모습을 절묘히 편집했다.
그러곤 이런 헤드라인을 달았다.
[SOON?!]단 네 글자다.
하지만 그 네 글자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 오전 ‘BBC’조차, 자존심을 포기하고 ‘데일리 미러’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김다온의 복귀에 대해 10여 분 동안 토론을 했을 정도다.
“심지어 영국인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 그렇지.”
홈 그로운이란 특수한 제도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잉글랜드는 대체로 배타(排他)적이다.
자국 출신 유망주에 유별나게 관대한 이유도 그러한 성향 때문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쟁력이 저해되는 것도 있지만, 이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유독 김다온에게만은 관대했다.
“월드컵 결승전의 시청 인원이 어땠는지 아나?”
“15억이었던가?”
“17억. 자그마치 17억이야. 2014년 월드컵은 10억 명이었지.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지. 만약에 그 일만 아니었다면, 엄청난 일들이 있었을 거야.”
대다수가 부정하는 불편한 사실 중 하나.
세계는 돈에 의해 움직인다.
그리고 현대에서 그 돈은 정보(情報)와 상품(商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이디어는 정보의 확장이라 볼 수 있고, 컨텐츠 역시 상품의 새로운 형태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김다온은 모두가 군침을 흘리는 특등(特等)급 상품이다.
모국인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김다온을 모티브로 한 영화/웹툰/소설이 유행 중이었고, 매년 중국 정부에서 직접 김다온이 속한 클럽을 초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데 그런 그가 결승전에서 고꾸라졌다.
“모르겠네. 사실은 나도 그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곤 있지만, 100% 확신하고 있진 못해. 그런데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
“?”
“무려, 월드컵 결승전에서 고꾸라진 사내야.”
본래부터 김다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선수였다. 공격수도 아닌 수비수로서, 영원할 거라고 여겨진 메날두의 시대를 끝냈다.
그 결과, 수비수 최초의 발롱도르 3연패를 이뤄 냈다.
심지어 2018년의 절반은 뛰지도 않았다.
“실로, 기적과도 같은 동화 아닌가?”
처음 부상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김다온의 시대가 이대로 끝날 거라고 예상했다.
부상 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일은 불가능하며, 잠시나마 시대를 지배했던 그는 비운(悲運)의 천재로 남아 나쁜 의미로 회자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월드컵 결승전 이후 김다온의 곁을 떠난 스폰서는 단 하나도 없다. 본래 2018년 12월 31일까지가 계약이었던 랑에 운트 죄네만이 계약을 종료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가 예전의 모습을 돌아올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하다.
“어쩌면 그 일은…….”
“?”
“다온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이끌기 위한 작은 시련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이지.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그저, 그가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믿는 수밖에.”
“한 단계 더…….”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젊었을 적 너무 많이 써 버린 감정의 고갈에 시달리는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과르디올라의 말을 들었을 때, 에스티아르테는 그것이 낭만적이기보다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선수가 다쳐서 득이 될 것은 없다.
자신만 해도, 뛰어난 수구(水球) 선수가 부상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그런데도, 어쩐지 공감이 됐다.
“만약…….”
“응?”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죽기 전에 한 번쯤은 보고 싶군. 자네의 말처럼 월드컵 결승전에서 그런 참혹한 일을 겪은 사내야. 아마도 이젠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겠지. 이곳의 미디어가 보이는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어. 그런데 그런 그가 정말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후후. 실로 즐거운 상상 아닌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펠레의 이름을 댈 것이고, 실제로도 틀림없이 그럴 거다.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마이클 조던/미하엘 슈마허/ 마이클 펠프스/우사인 볼트와도 같은 이름을 댈 수도 있겠으나 어떠한 종목도 축구를 따라올 수는 없다.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상품성이 높고, 가장 많은 돈과 가장 많은 눈이 집중되는 스포츠다.
미디어의 발달로 월드컵 우승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어 버린 지금, 월드컵 트로피 없이도 얼마든지 최고가 될 수 있다.
만약 김다온이 부상에서 돌아와 전과 다름없는 활약을 펼친다면? 그리고 마치 마이클 조던처럼 다시 3번 연속 빅이어와 발롱도르를 차지하게 된다면?
NBA는 그 자체로 농구를 상징하고 있는 리그지만, 경쟁하는 선수들의 규모는 축구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자넨…….”
“후후후.”
“자넨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군.”
“하핫-!!”
시간이란 만인의 교사는 이번에도 공명정대한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줬다. 커다란 상처와 그로 인한 충격이 할퀴고 지난 과거를 똑바로 마주 보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마넬 에스티아르테 또한 김다온을 둘러싼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현재 미디어의 반응에서도 드러나듯, 온 세계는 그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각자가 각자의 바람을 담았다.
가슴속 한구석에 내려앉은 불안함 속, 펩 과르디올라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던 마넬 에스티아르테 역시 같은 미래를 바라볼 결심을 한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그리고.
‘뮤즈를 위해서. 말이지.’
피치를 반년 가까이 떠나 있었음에도, 김다온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 선수다.
***
2019년 1월 1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기대했던 대로, FFE와의 경기는 아마나에게 한 꺼풀을 벗어던질 계기가 된 것 같다. 자신감이 붙은 게 눈에 보였고, 그것은 훈련 태도에서도 잘 나타났다.
“보기 좋군.”
“네. 정말 그래요.”
“흠-”
“?”
“자네는 좀 더 선생님 같군. 축구 감독이라기보다는 말이야.”
“그거 칭찬인가요?”
“뭐, 그렇다고 해 두지.”
“……무슨 뜻인데요?”
“하하.”
웃음을 터뜨린 세드릭 프렛웰이 호기심을 참지 못할 줄 알았다고 말해 왔다. 머쓱한 기분이 들었지만, 뻔뻔한 얼굴을 유지하며 모호하게 말한 탓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프렛웰은 사과하며, 뜻을 이야기해 줬다.
“모든 유소년 감독들은 아이들의 태도를 바꾸려고 하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치 위에 한정되어 있네. 자네처럼 이렇게 피치 밖의 일까지 챙기는 일은 드물어.”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그야, 눈앞에 곤란해하는 아이가 있잖아요.”
아직 자신의 삶을 책임질 필요가 없는 나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때때로 잔인해지기도 하고, 아니면 어른들에 의해 삶을 강제당하기도 한다.
거대한 세상과 맞서기에, 아이들은 너무 작고 여리다.
그래서 나는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것뿐이다. 부모님이 내게 보여 주셨던 것과 유럽에서 지내면서 만나 온 존경하는 이들의 모습을 따른 것뿐이다.
전혀 수고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응?”
“정말 이대로 감독이 될 생각은 없나?”
“Come on, 프렛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전 피치로 돌아갈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는 점점 더 선명해져요.”
“시도해 볼 만했네.”
“네, 고마워요.”
프렛웰이 계속해서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감독으로서 잘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난 그 마음이 고마웠다. 하지만, 이건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한때 고민했던 라이선스 취득 관련 공부를 관두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난.
‘축구 선수거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The MYC’ 결승전을 이틀 앞두고, 난 왼쪽 발바닥을 살짝 그라운드에 부딪혀보았다.
쿵-
***
2019년 1월 18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와-우. 이게 다 뭐야?”
“하하. 집이 점점 더 요상해지지?”
“진짜, 그래. 그래도 자기에게 필요한 거니까.”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계속 이어지고 있는 재활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 나는 오늘 새로운 기기를 집 안에 들여다 놓았다.
‘Hydrowork 350’이라는 것으로 미국 ‘Hydrowork’ 사(社)에서 만들었으며, 현존하는 ATM(Aqua Therapy Machine) 중에 가장 좋은 것이다.
온수 요법에 기반을 둔 상태에서 물의 부력/저항/정수압을 통하여 하체의 수행 능력 상승에 도움을 준다.
가장 좋았던 점은 설치하는 장소를 손봐야 했던 ‘Hydrowork 300’과는 달리, 이 녀석은 따로 공사가 필요 없었다는 점이었다.
내부 공간을 넓히고 제트 출력까지 추가를 했음에도, 36인치 정도 되는 출입구만 있다면 어디로든 운반할 수 있다.
게다가 이것은 ‘Hydrowork’에서 나를 위해 따라 맞춤형 제작을 해 준 물건이다. 아직 시판되고 있진 않으며, 사 측이 자랑하는 모든 최첨단 기술이 집중되어 있다.
이 굉장한 녀석이.
“와-! 단 일주일이라고?”
“응. 놀랍지 않아?”
“젠장. 나도 이거 하나 집에 들여다 놓을 수 있어?”
“그야 모르지. 번호를 알려 줄게.”
“싫어!”
“엥?”
“거절당하면 쪽팔리잖아!”
“큭큭큭큭.”
오늘은 베르나르두도 여자친구와 함께 우리 집에 와 있다. 모처럼 경기 일정 사이에 일주일의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피곤했던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기계를 탐내는 베르나르두에게 명함을 하나 건네며, 난 열심히 설치 중인 인부들을 바라봤다.
전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기계와 함께 날아온 분들로, 설치가 끝난 후에 바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다.
“잠깐, 잠깐. 얼마라고요?”
당장 ‘Hydrowork’와 통화한 베르나르두가 가격을 듣고 나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맞춤형 제작인 데다가 미국으로의 운송 및 설치하는 분들의 비행기표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어, 총비용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비쌌다.
물론 우리에겐 별문제 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비싼 것은 비싼 것이다.
다만 나의 경우, 팬을 자처한 ‘Hydrowork’ 사의 CEO 덕분에 운송 및 설치 관련 비용을 제외한 남은 것들 전부를 할인받기는 했다.
베르나르두에겐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이 녀석이 날뛸 게 뻔하니까.
“후우~ 생각 좀 해 봐야겠어.”
“그래. 어차피 넌 이거 필요하지도 않잖아.”
“그거야 모르지.”
“?”
“일단 친구들이 오면 자랑할 수도 있고. 또…….”
“아, 이런. 또 시작이네.”
헛소리하는 베르나르두를 밖으로 밀어 보내며, 나는 재활실로 새롭게 탈바꿈한 실내를 뿌듯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볼파르트 박사님이 뮌헨으로 돌아간 후, 아영이는 이곳을 내가 운동할 수 있는 시설로 바꾸어 놓았다. 물론 지하 1층에 짐(Gym)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건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이곳엔 지금 설치되고 있는 ATM을 포함, 크라이오테라피 기기와 두 명의 박사님으로부터 공통으로 추천받은 두어 개의 기계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현재는 시티에 고용된 피지오 아바짓 프라사드를 추후 개인 트레이너로 계약하기로 했다.
“고생하셨어요.”
“얼마든지요.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대단한 사람도 아닌걸요.”
“하하.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요?”
“어디에다 사인하면 되죠?”
“제 유니폼이요.”
“잉?”
가슴팍에 J. 스팍스(J. Sparks)라는 명찰이 달린 직원이 돌아서더니, 가방에서 가져온 낯선 유니폼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하나가 아니라 꽤 많은 숫자였고, 스팍스는 이것이 자신과 함께 뛰는 조기축구회 동료들의 것이라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주(州) 대회에서 우승하고, 전미(全美) 3위까지 오른 팀이란다.
“물론 당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뇨, 아뇨. 전부 해 드릴게요.”
“진짜요?”
“네. 여기까지 오셨는데, 빈손으로 돌려보내 드릴 수는 없죠. 안 그래요?”
총 26벌이나 되는 유니폼이었지만, 난 스팍스 씨의 동료들 이름을 하나하나 물으며 정성스럽게 사인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함께 온 분들은 점심을 대접받았다.
맨체스터를 떠나기 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인데, 오후에 잠깐 시내를 관광하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간다고 했다.
찰칵-
“소셜네트워크에 업로드해도 되나요?”
“그럼요. 단순한 셀피인걸요.”
“감사합니다.”
‘Hydrowork’에서 온 사람들이 전부 집을 떠난 뒤, 나는 뿌듯한 얼굴로 설치된 기계를 바라봤다.
가족과 축구 외에는 딱히 관심도 없고, 특별히 무언가를 수집한다거나 하지도 않았던 나다. 기껏해야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를 모으는 정도다.
옷과 신발이야 아영이가 알아서 해 주고 있고, 외의 다른 것들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다.
그런데.
‘굉장해!’
오늘 설치된 ATM과 보름 후에 올 CTM. 그리고 독일과 스페인에서 각각 제작되고 있을 기계들을 떠올리고 있으니,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수집욕이 일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기계를 더 들이겠다고 하면, 아영이에게 과연 혼이 날까?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아내는 내가 필요하다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기꺼이 괜찮다고 할 사람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 난 그녀를 웃게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건강을 되찾을 것이다.
짝-!
“Okay. VAMOS!”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던지며, 반바지만 입은 채로 ‘Hydrowork 350’ 안에 들어선다. 300보다 7인치 더 길게 제작된 트레드밀 표면과 발바닥이 닿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좋다.
정면으로 보이는 10인치 크기의 터치패드를 조작하면, 난 이 안에서 재활운동을 할 수 있다.
“어디 보자…….”
사용법은 알고 있다.
사흘 전 우편으로 도착한 매뉴얼을 달달 외웠다.
톡-
터치패드의 한쪽을 누르자, 곧바로 머신 안에 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수심은 라몬 쿠가트 박사님이 권한 높이로 설정되어 있다.
우우우우웅-
쿠루룽-
쿠룽-
순식간에 물이 허리 높이까지 채워졌고, 다시 터치패드를 조작한 나는 평범하게 걷는다는 느낌으로 발을 움직였다.
확실히 물속이라 저항이 느껴져, 걷는 데 더 많은 근육을 써야 했다. 다리 전체를 사용한다는 느낌이었고, 왼쪽 발목의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내가 머신에서 빠져나온 건.
“자기! 늦지 않았어?”
“엥?”
서둘러야 Team CFG의 훈련에 늦지 않는 아슬아슬한 시각이 된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