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04)
971화 re – Pair (7)
2019년 1월 2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재활 치료를 시작한 뒤, 일주일에 한 번 이곳을 찾아 한나 마이호를 만나는 건 나의 일상 중 하나였다.
“헤이, 한나. 좋은 아침이에요.”
“헤이~! 어제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멋지던데요?”
“전부 아이들이 열심히 한 덕이죠.”
“하하. 그 멋진 왕자님들은요?”
“지금 한창 꿈나라에 있죠.”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어제, 나는 Team CFG의 아이들을 전부 집으로 초대했다. 그토록 바라던 ‘Hydrowork 350’을 체험하게 했고, 이후 푸짐한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이제는 아이들에 완전히 익숙해진 아영이의 팀 스태프들과 함께, 늦은 저녁까지 시끌벅적한 하루를 보냈다.
“이걸 챙겨 가면 되죠?”
“네. 당신 몫이에요.”
“늘 고마워요. 당신은 우리의 모든 것이라고요.”
“하하하. 빈말이라도 고마워요.”
“빈말이라뇨. 먹는 게 곧 전부인데요.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몽땅 관리하는 사람이니, 당신은 우리의 모든 게 정말 맞아요. 아무튼, 고마워요.”
“See Ya~”
지금 내가 집어 든 것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먹을 영양 보조제들이다.
한나는 나의 몸 상태에 맞춰 이전과는 다른 보조제를 준비했는데, 이것들은 전부 나의 회복에 도움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환상통에 도움이 되는 것 역시도 있었다.
내가 환상통을 겪는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인 다음 날, 나는 한나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에 그녀는.
[“흐음- 제 친구 한 명도 환상통을 앓았죠.”] [“진짜요?”] [“네. 저와 같은 사이클 선수였는데, 한 날 크게 사고가 났죠. 오른쪽 어깨 아래로 전부 잘라 낼 만큼 크게 다쳤거든요. 마이라라고 하는 앤데, 참 좋은 사람인데 그렇게 되어서 정말 슬펐어요. 그래서 저도 백방으로 방법을 알아봤죠.”]마이라 존스(Myra Jones)는 OAS 출신이다. ‘Olympic Academy Squad’를 뜻하는 말로,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태릉에 함께 입소한 사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나와는 U-16 사이클 대표팀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본래라면 2008 베이징 하계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OAS 도중 휴가를 얻었던 한 날, 마이라 존스는 바이크를 타다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결국 그녀는 오른쪽 어깨 아래를 통째로 절단해야 했고, 이후 6년 넘도록 환상통에 시달렸다.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요?”] [“소수죠. 사실은 지금 제가 당신에게 말하는 것도 어쩌면 혼날 일인지도 몰라요.”] [“그렇군요.”]한나는 내게 철저한 비밀을 약속하며, 자신의 친구가 환상통에서 벗어나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교감신경 관련 보조제를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들에게 권유되는 약물은 아니지만, 그 어떠한 도핑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당당히 밝혔다.
경기력 향상 관련만 아니라면 다소 범주를 벗어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나는, 한나의 그런 말에 안심하며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탁-
“후우~”
운전 속에 올라타 한나가 따로 준비한 약통을 보조석 쪽에 놓아둔다. 그리고 쓰러져 뒹구는 흰색 원기둥 모양의 녀석을 보며, 난 아픈 건 참으로 괴로운 거란 생각을 했다.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버거라고 했었지?’
아영이는 아이들을 대접할 점심 메뉴로, 맨체스터 시티 미슐랭 1성 식당에 주문한 버거를 선택했다.
본래는 주문할 수 없는 메뉴지만, 단골인 아영이의 부탁에 쉐프가 흔쾌히 허락했다. 다이애나 홀(Diana Hall)은 아내의 둘도 없는 친구로, 나도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맨체스터에서의 지난 1년 반, 아영이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다양한 분야에 많은 친구를 만들었다.
축구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친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나와는 많이 다르다.
‘그럼 어디 가 볼까?’
딸깍-
부릉-!
시동을 걸고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가려고 했을 때,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 7월 반년 이상 이어져 온 협상 끝에 6천만 유로의 이적료에 시티로 합류했지만, 활약이 기대에 비해 미미하면서 점차 출전 시간이 줄어들게 된 남자 말이다.
리야드 마레즈.
내 새로운 동료다.
빵!
“??”
위이이이잉-
경적에 깜짝 놀란 마레즈를 보며, 난 운전석의 창문을 아래로 내렸다.
“오늘 휴식 아니었어?”
“이게 누구야!”
전날 허더즈필드 원정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후, 펩은 선수단 전체에 하루 휴가를 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곳에 A팀 선수들이 있으면 안 됐고, 다들 집에서 쉬는 걸로 알았다.
“여기에서 뭘 하고 있어?”
“그냥…….”
“??”
“……잘 됐다. 지금 시간 돼?”
“지금?”
난 마레즈에게 당장은 어렵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녁은?”
“저녁이라면…… 뭐, 어떻게든?”
“멋지네. 그러면 나랑 저녁을 먹자.”
“갑자기?”
“응. 안 그래도 너랑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혹시 몸에 좋은 음식만 먹어야 한다거나…….”
“술만 아니라면, 뭐.”
“좋아. 그럼 내가 이따가 메시지를 보낼게.”
생각지도 못했던 약속이 잡히고, 약간 얼이 빠진 사이 손을 흔든 마레즈가 자신의 차량으로 가 클럽하우스를 떠났다.
푸른색 재규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약간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사실 마레즈와는 몇 번 클럽하우스에서 마주친 것이 전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눴을 뿐, 어떠한 깊은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개인적인 약속이 생겼다.
‘일단 아영이에게 보고를…… 아!’
뒤늦게 아차 싶어, 얼른 벨트를 매고 차를 출발시킨다. 다이애나 홀은 꽤 엄격한 여성으로, 약속한 시간보다 늦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한다.
나의 체면은 곧 아영이의 체면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난 서두르며 속도를 붙여 나갔다.
부웅-!
오늘 저녁, 나는 리야드 마레즈를 만나게 됐다.
***
【저녁 7시】 맨체스터 M60 2DS, 잉글랜드. 16 피터 스트리트. 아담 리드 앳 더 프렌치(Adam Reid at The French. 16 Peter St. Manchester M60 2DS, England).
“이해를 못 하겠다고?”
“응.”
“…….”
리야드 마레즈가 내게 메시지로 보낸 장소는, 맨체스터에서 유명한 프렌치 식당이었다.
하이엔드(High-End) 레스토랑 중 하나로, 예약제로 운영되며 영국 땅에서 자라난 재료들을 프렌치에 융합한 독창적인 메뉴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난, 버터와 부용(Broth)으로 맛을 낸 훌륭한 돼지고기를 앞에 두고 마레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작년 12월부터 출전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6천만 유로의 사내는, 약간의 조급함을 느끼는 듯했다.
“대체 펩은 어떤 사람인 거야?”
“무슨 의미야?”
“그러니까, 그가 원하는 축구 말이야. 네 앞에서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난 레스터에서 제법 잘했거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마레즈는 레스터 시절 PL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중 하나였다.
플레이 스타일로만 놓고 본다면 알렉시스 산체스와 흡사했지만, 양발을 모두 쓸 줄 아는 테크니션이라는 측면에서는 ‘하얀 늑대’로 명성을 떨친 알략산드르 흘렙에 더 가깝다.
그리고 사람들이 수비력을 지적하는 것과는 달리 내 기억에 마레즈는 늘 부지런한 선수였고, 체력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약점이 그리 도드라지는 유형도 아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맨체스터 시티의 일원이 되기 이전에 해당되는 말이지만 말이다.
“넌 펩의 모든 것을 알잖아.”
“하하. 나는 그가 아니야.”
“Come on~ 그러지 말고. Vamos, Amigo. 우린 이제 동료잖아. 그러니까 제발. 감추지 말고 말해 달라고.”
“하-! Vamos, Amigo??”
“뭐, 나도 배운 게 있거든.”
“큭큭큭. 아무래도 그런가 보네.”
여전히 따뜻한 돼지고기 조각 하나를 입으로 가져가며, 난 포크로 마레즈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넌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녀석이야.”
“내가?”
“응.”
“아니야! 난 팀 플레이어거든?!”
“그래? 누가 그런 말을 하던데? 물론 레스터가 잘나갈 때까지는 다들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난 2년? 2년 동안은 어땠는데? 미디어가 너를 두고 뭐라고 했었지?”
“…….”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써 내려갔던 레스터 동화(童話)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만 해도, 그 누구도 리야드 마레즈를 이기적인 선수라고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법과도 같았던 계절이 지나고 냉혹한 현실이 레스터 시티에 찾아들면서, 한때 마레즈를 칭송했던 이들은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이런 이야기들을 쏟아 냈다.
“리야드 마레즈는 이기적인 개자식이야. 리야드 마레즈는 수비할 줄 몰라. 리야드 마레즈는 블랙홀이야. 리야드 마레즈는 절대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어.”
“…….”
“기억하고 있지? 당연히 그렇겠지. 나도 미디어들이 나쁘게 말하는 것들을 전부 기억하거든.”
“네가?”
“응. 나라고 신일 것 같아?”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친 2013/14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간 2016/17 시즌. 그리고 결국 펩과 재회했던 지난 2017/18 시즌.
이 세 개의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판과 비난을 들어야만 했던 시기였다.
내게 날을 세웠던 이들은 언제든 내가 미끄러지길 바라는 사람처럼 보였고, 패배라도 하는 날이면 누가 더 큰 지분이 있건 무조건적으로 나를 탓하기 위해서 글을 적었다.
“But. So What?”
“?!?!”
“도대체 뭐가 중요한데? Come on, Riyad. 너는 그런 방식으로 성공한 녀석이야. 그리고 펩은 그런 너를 높이 샀기에 시티로 데려온 거고. 그런데 요즘 너는 어떤데? 최근 넌 피치 위에서 마치 다른 사람이 되려는 것만 같아.”
“…….”
펩의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Overload to Isolation’이다.
‘O’ to ‘I’.
‘O’ur to ‘I’.
펩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펩의 축구는 조금 어려워. 네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해는 가. 그렇지만 봐. 넌 기본적으로 클래스가 있는 녀석이야. PL,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중 하나라고.”
펩이 리야드 마레즈를 원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 남자가 기존 시티의 공격수들이 가지지 못한 재능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친구 베르나르두는 연계를 하고 주변 동료를 이용할 때 더 빛이 나며, 자네와 스털링은 본인의 컨디션이 좋을 때 빛이 나는 유형이었다.
그런데 마레즈는 O to I/I to O가 가능하다.
‘우리(Our)’가 만든 플레이를 ‘그 스스로(I)’로 마무리할 수 있고, 반대로 ‘그 스스로(I)’가 만든 플레이를 ‘우리(Our)’가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시티가 마레즈를 영입한 거다.
“펩은 네가 베르나르두가 되길 원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다비드나 라힘이 될 필요도 없지. 마레즈는 마레즈여야 해. 그가 펩이 바라는 것일 테고.”
“나다워야 한다는 거야?”
“응. 애초에 넌, 무엇을 바라고 여기에 온 건데? 너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둬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어?”
제아무리 베테랑 프로선수라고 해도, 경기에 뛰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저하된다. 지금 눈앞에 리야드를 보며 드는 생각이 바로 그렇다.
최근 마레즈는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선발은커녕 교체 명단조차 포함되지 못할 때가 많다.
극성맞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언론은 벌써 마레즈를 실패한 영입리스트에 올려놓기 시작했고, 대중은 클럽을 향한 성토를 서슴지 않았다.
6천만 유로.
그것을 아꼈다면 나의 부상 이후 풀백을 수월하게 영입할 수도 있었을 거라면서, 경기에 나오지조차 못하고 그나마 올린 공격포인트조차 영양가가 없다고 비난을 이어 갔다.
그리고 사람인 이상, 그러한 이야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격은 폐쇄적으로 변하고, 이는 피치 위에서의 모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형적인 악순환.
우린 이를 끊어 내야 한다.
“Come on~ 리야드? 펩의 축구가 어려운 게 아니야. 네가 스스로 모든 걸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거지. 물론 그의 축구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아. 너는 너를 좀 더 믿어야 해.”
“……그가 옳았어.”
“뭐?”
“다비드가 옳았다고.”
“다비드? 그거 또 무슨 말인데?”
실은 얼마 전, 리야드 마레즈가 다비드 실바에게 고민을 상담했다고 한다. 내용은 지금 내게 말한 것과 같았으며, 그에 대한 다비드의 대답은.
“날 만나라 했다고?”
“응. 너라면 답을 알 거라고 했어.”
“…….”
“그게 정말이었어. 고마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길이 보이는 것도 같아.”
“그럼 다행이지.”
“하하. 다리는 좀 어떤데?”
다비드가 나를 만나라 했다는 말에 당황했던 것도 잠시, 난 바로 평정심을 되찾으며 리야드의 질문에 대답했다.
현재 나의 다리는 물리적으로는 60% 정도 재활이 완료된 상황이지만, 환상통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했을 때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하지만 리야드는 내가 환상통을 앓는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래서 난 늘 해 왔던 대답을 했다.
“50%라. 속도를 붙여 갈 시점이네.”
“응. 일단은 내년 시즌 복귀가 목표야.”
“Great. 멋지네. 그나저나, 늦었지만 위로를 전할게. 그런 무대에서 그런 부상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어.”
“이제는 어느 정도 잊었어.”
“진짜?”
“응.”
악몽이 멈춘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종종 같은 꿈을 꾼다.
온통 새까만 세상에 그어진 흰색 줄 위를 내가 달려 나가고 있다.
“고마웠어. 조심해서 들어가.”
“덕분에 잘 얻어먹었어. 다음엔 내가 살게.”
“하하. 그보다는 얼른 돌아오기나 하라고.”
“그래. 그래야지.”
“응. 그럼.”
뒤로 돌아 자신의 차량으로 걸어가는 마레즈의 주변을 가로등 빛이 비치고 있다.
‘요즘은 저렇지.’
흰색 줄 위를 계속해서 달려 나가다 보면, 과거에는 내 다리가 퍼즐 조각처럼 분해되는 장면으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대신, 주변을 비추는 불빛들을 본다.
스포트라이트라 부를 수 있는 것들로, 그것에 비춰진 땅은 온통 초록빛이었다.
그리고 난 그것이 피치라는 걸 알았다.
피치 위에 드리운 그림자.
그건 아마도.
‘그날…… 이려나?’
꿈속에서 희미한 빛에 의존하여 본 피치 위 희미한 인영(人影)들은 전부 붉은색이나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과 프랑스 대표팀의 하의인 것 같았다.
최근에야 난 그 꿈이 월드컵 결승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도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상처 입은 내가, 아직 2018년 7월 16일에 있다.
그 녀석은 계속해서 같은 장면을 재생한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득점을 기록하기 직전처럼 달리다, 그대로 다리가 바스러져 버리는 것 말이다.
“…….”
갑자기. 왼쪽 발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통증.
이 모든 건 착각이다.
‘이건 진짜가 아니야. 넌 진짜가 아니라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시동을 걸고, 어둠이 더 내려앉기 전에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한다. 맨체스터의 월요일은 평소보다 조금 조용했지만, 술꾼들은 여전히 펍과 그 주변을 채우고 있다.
특히나 떠들썩한 쪽은 스포츠 펍이다.
틀림없이 어제의 경기를 말하고 있을 거다.
“……그리워.”
지금까지 뛰어 온 포트투갈/독일/스페인은 엄청난 축구 열기를 지닌 나라들이다. 모두가 축구를 본인의 삶이라 말하는 국민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곳 잉글랜드는 조금 더 특별하다.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의 표현처럼 축구를 집(Home)으로 여기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이곳의 열기가 지금까지 내가 지내 온 곳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입이 험하고 극성맞은 이들도 많긴 하지만, 그들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난 그런 그들에게.
‘약속했었지.’
우리를 시끄러운 이웃이라 부른 클럽을 뛰어넘어, 도시 최고의 팀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
펩과 둘이서 한 것이지만 말이다.
한데 그건 지금 멈춰 있다.
내 다리 때문에.
‘후우~ 기계에 좀 들어가야겠어.’
집으로 돌아가 ‘Hydrowork 350’에 몸을 담그기로 결정하며, 나는 계속해서 핸들을 움직였다.
Team CFG에서 잠깐 벗어난 현재, 나는 작년 7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피치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